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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You Allarg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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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5, 2018 05:24에 작성됨.

『はつこい』 - 2017/10/07

『Miss You』 - 2018/03/01


걷는다. 다시 걷는다.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인대는 완전히 복구된 모양이다. 다행이야,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되겠어. 하지만 그런 나에게, 한동안은 무리하지 말고 회복에 집중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들려온다. 잠시 뚱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본 나는, 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표정을 풀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아무래도 의사 선생님의 말대로 하는 것이 낫겠지. 조금 더 완벽한 상태로 미나미를 만나러 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래, 준비 운동도 하지 않고 바다에 무작정 뛰어들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그런 실수는 예전에 했던 한 번으로 족하다. 이번에 만나러 갈 바다가 나를 어떻게 맞이할지는 모르겠지만.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재활은 계속된다. 조금 지치는 날도 있었지만, 그런 날에는 꼭 미나미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다시 내 안의 불을 지폈다.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다고, 그리워하는 바다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이번에는 석양이 지는 바닷가에서 눈물짓고 싶지 않다고. 이번에야말로 떠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환한 바다를 보고 싶다고.


「자, 그럼 여기서 초신성 아이돌인 닛타 미나미 씨의 신곡을 듣고 오겠습니다!」
「곡 이름은- 황갈색 머리의 소녀!」


마침 틀어놓은 프로그램이 음악 프로그램이었던지라, 마침 새로 나온 미나미의 신곡이 우렁차게 울려퍼진다. 황갈색 머리의 소녀라. 나는 미나미와 더 이상 어울릴 수 없는 곡 이름을 들으며 피식 미소 짓는다. 곡 이름은 잘 지었네라고 생각하며, 화면에 나오는 미나미의 모습을 쳐다본다. 화면에는 건강함을 강조한 의상을 입고 싱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미나미가 있다. 아아, 내가 바라던 미나미의 모습이다. 새삼 만나본적도 없는 미나미의 프로듀서가 고맙게 느껴진다. 나라면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의상을 선택해줄수도 없었을테고, 이런 멋진 곡도 선사해줄수 없었을테니까. 그러니까.


「앗.」


가슴 한 켠이 따가워져온다. 인대는 분명히 다 나았을텐데 왜 가슴 쪽이 아린걸까. 나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재활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너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재활을 완벽히 마친 날, 오랜만에 축구부에 들르니 후배들이 나를 껴안고 울기 시작한다. 뭐야, 고작 몇 달 못 본 것 뿐이잖아. 이제 다리는 괜찮으시냐고, 필드 위서 자신들을 리드하는 역할을 다시 맡아주실 수 있으시냐고 물어본다. 그야 뭐 쌩쌩하지. 나는 빙긋 웃으며 후배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재활을 마쳤다고는 해도, 필드에 다시 서기까지는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해야만 한다. 그것은 후배들도 알고 있는 일이고, 나 또한 알고 있는 날이다. 그래, 이제는 필드에 서는 것만이 남았어. 하지만 그 전에 미나미를 만나보지 않으면 안 돼. 그 일이 먼저가 아니면 안 돼.


후배들을 만나고 온 날 밤. 오랜만에 휴대전화를 잡고 미나미에게 전화를 건다. 내 비관적인 예상과는 반대로, 전화는 의외로 시원스럽게도 걸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미나미의 목소리. 바쁘지 않냐고, 지금 시간 괜찮냐고 물어보니 조금은 지친 듯한, 그래도 그녀다운 활기참은 잃어버리지 않은 미나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괜찮아요! 일정은 이제 끝났고 집에만 돌아가면 되니까요!」


그럼 다행이야. 내가 초신성 아이돌인 미나미를 귀찮게 한다니 언어도단이다. 나는 한 이름없는 대학의 축구부 부장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선배, 그러고보니 다리는 좀 어떠세요? 오늘 대학 친구들에게 들은걸로는 완치를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아, 응. 벌써 소식이 났구나. 맞아. 오늘 완치 판정을 받았어. 뭐, 그래도 그라운드에 서려면 보강 운동을 해야하지만 말이야. 미나미는 요즘 바쁜 것 같더라. 괜찮아?」
「네, 괜찮아요! 프로덕션 내의 모든 분들도 잘해주시고, 그리고...아.」


즐거운듯이 재잘거리며 말하다 갑자기 뚝 끊겨버리는 미나미의 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걸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걸까. 그럼 내가 가는 수밖에 없는데. 내가 가야만 하는데.


「미나미쨩? 무슨 일 있어?」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아, 프로듀서 씨가 부르시네요! 나중에 또 전화해요, 선배!」
「아, 응. 수고해, 미나미쨩.」


전화가 끊기고, 길게 안도의 한숨을 쉬는 나. 다행이다. 안 받거나 하면 어쩌나 싶었다. 그래도 마지막의 그 정적은 좀 이상했었지. 이상한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프로덕션 쪽으로 무슨 전화라도 해야하나 싶었지만,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미나미를 초신성 아이돌로 만든 프로덕션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려고.


거진 일 년 동안 못 한 운동을 하려니 허리가 다 뻐근하다. 아니, 허리뿐만이 아니라 온 몸이 뻐근해 죽을 지경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트레이너는 한 번이라도 더 하라고 닦달해댄다. 거 참, 알고 있다고. 미나미를 온전한 상태에서 보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된다는 것 정도는 알아. 그래도 진짜 힘이 없을 때는 한 번 쯤은 누워서 쉬어도 되잖아. 미나미라면 분명히 잠깐정도라면 쉬어도 된다고 말했을거야. 미나미라면 분명히 그래줄거야. 이런 근육쾌남 트레이너같은 녀석이 아니니까. 그래도 트레이너의 말대로 한 번만 더 해보자. 더 해서 나빠지진 않을테니까.


힘이 없는 몸을 터덜터덜 움직여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엄마가 주방에서 나오더니 편지 한 통을 전해준다. 손편지라, 받아본 적 없는 옛스러운 물건이다. 발신인을 보아하니, 그 곳에는 아름다운 흘림체로 닛타 미나미라고 쓰여져 있었다. 아름다운 물결이 도달했다. 그것은 밀물의 흐름. 나는 이 밀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편지를 조심스럽게 열어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안의 내용은 의외로 별 것 없는 것이었다. 하루하루의 고단함, 그리고 그동안 연락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미나미가 죄송할 일은 아닌데 말이야. 미나미가 연락을 해 왔더라도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괜찮아. 오히려 이렇게 연락을 취해준게 고마울 따름인걸.


「아들, 무슨 일이니? 꽤 기분 좋아 보이는데.」
「아, 아무것도 아니야. 평소보다 오늘 기분이 살짝 더 좋을 뿐이야.」
「그렇니?」


나의 말에 엄마가 미소를 지으며 저녁을 내온다. 하나같이 근육의 성장을 도와주는 균형잡힌 반찬들. 엄마의 노고에는 감사해하며 저녁을 먹는다.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것들. 먹고 나면 혼자서라도 운동을 조금 더 해볼까. 어차피 늘 하던 것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드디어 춘계 대학전에 출전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만든 나는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다. 그라운드. 따지고 보면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동안 떠나있었지만, 왜 이렇게 그리운 느낌이 드는걸까. 그래, 이곳은 나의 무대. 미나미가 있었던 도쿄 돔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 그래서였을까,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이를 악물고 플레이했고, 멋진 골도 넣을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쉬는 시간, 샤워를 하고 몸을 닦는 나에게 매니저가 다가와 손님이 찾아왔다고 말해주었다. 손님이라, 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의문을 가득 품은 채로 매니저를 따라간 곳에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미나미가 있었다.


「미나미쨩? 여길 어떻게...」
「선배의 복귀전인데요. 바쁘더라도 오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그렇구나. 고마워, 미나미쨩. 보게 되어서 기뻐.」
「네, 저도요.」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미나미. 그 때문이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에서는 어느샌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랜만의 해후에 기뻐서?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건 잘 모르겠다. 그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 나를 미나미는 꼭 껴안아주었다. 따스한 바닷물이 잔잔한 흐름과 함께 사람을 품어주는 것처럼. 그런 미나미의 품에서 나는 계속 울었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끝나지 않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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