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야요이「웃우! 드디어 프로듀서씨인가요?」-1-

댓글: 4 / 조회: 719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10-21, 2018 22:10에 작성됨.


1.

일본 도쿄는 빛과 어둠처럼 양극화가 극심한 도시다.

신주쿠, 시부야, 하라주쿠 같은 번잡한 도시들이라면 새벽조차도 세련된 고층 빌딩들과 화려한 전광판들이 온종일 반짝이며,

그 아래 수많은 젊은 남녀가 각자의 새파란 청춘을 자랑하며 빛나는 삶을 살아가겠지만,

분명 그들과 같은 나이인데도 어디선가는 일용직 노동자 내지는 택배 상하차 일로 근근히 하루를 버텨야 하는 삶도 있기 마련이다.

일본 도쿄도 다마 지구에 위치한 조후시는 주거 환경이 잘 갖추어진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그런 도시에서조차 외곽 언저리에는 거지들과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하루살이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다나카상은 바로 여기서 살고 있었다. 조후시에서 가장 가난하고 낙후된 촌동네에서. 

그는 20물 후반의 일용직 노동자다. 보통 도쿄 택배 업체에서 상하차 일을 하는데, 

저녁에 나가서 새벽에나 되서 돌아오고, 주간은 온종일 좁고 쓰레기만이 가득한 방 안에서 새우잠으로 떼우고 다시 저녁에 일하는 인생으로,

그나마 하루라도 거른다면, 그나마 세들어 사는 작고 곰팡이 낀 쪽방 월세조차 감당 못하는 처지의 인생이다.


누구라도 그런 인생에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허나 어려서부터 부모는 서로 이혼하고, 그를 양육할 책임을 진 어머니는 남자에 미쳐 일찍부터 그를 외면했으며

학창 시절에는 가난하고 편부모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학업 성적도 전혀 좋지 못한데다가 이제는 살까지 뒤룩뒤룩 쪄버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자위대 간부로써의 복무 경험이 유일한 기회였지만,

이것조차 소대급 지원화기의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부대에 크게 먹칠을 해버리고,

동기 간부들에게 왕따를 당한 덕분에 버티질 못하고 의무 복무 후 바로 제대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시간이 되고, 허름한 인력 사무소 앞에 봉고차 한 대가 정차한다. 

늙고 거칠고, 추레하고 술 냄새에 찌든 중년 남자들이 차에 하나둘씩 오른다. 마치 도살장에 오르는 돼지들마냥 억지로 발걸음을 뗀다.

그런데 오늘은 그 속에 다나카씨는 없다. 오늘 그는 일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정확히는 할 수가 없었다.

바로 어제, 택배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잘렸기 때문에.

다나카씨는 끝까지 아니라고 했고, 심지어는 누가 그랬는지조차 알고 있었지만ㅡ

그래서 그 동료를 설득 끝에 택배를 돌려받아서 회사에 다시 찾아줬음에도 평소 그의 돼지같은 외모 때문에 싫어하는 작업반장에 의해 그는 억울하게 쫓겨났다.

허나 다나카는 별로 원망하는 마음은 없었다.

택배를 훔친 동료가 사실은 부모 수술비 때문에 급한 처지에 놓였고,

다급한 상황에 어떻게든 돈을 벌려고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외모가 살이 찌고 냄새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내친 김에, 다나카는 수술비에 보태라고 동료에게 월세랑 틈틈히 모아둔 푼돈을 전부 줘버렸다.

어차피 이제는 이 곰팡이 낀 쪽방에서 더 살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ㅡ


그는 추적추적 발걸음을 돌려 근처에서 그나마 큰 마트에 들렸다.

평소 이 시간대에는, 배고픔에 일어나 어제 택배 상하차 작업 간 코 속에 가득 끼어버린,

검은 먼지와 엉켜버린 코딱지들을 빼는게 일이였는데 

오래간만에 신선한 공기만이 코 속에 들어오자 제법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마트로 온 이유는, 마지막으로 그가 좋아하는 한국산 소세지 '빅팜'과 연탄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마트 안을 돌던 와중 채소 코너에서 숙주나물 앞에서 한 여자 아이가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욱...웃우! 욱..욱우!!」


다나카는 피식 웃었다. 분명 웃을만한 장면은 아니였는데,

저 여자아이가 욱우!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우는걸 보니 문득 자신이 어렸을 적 왕따당했던 이유들 중에 하나였던 '말더듬이' 버릇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이의 낡아 헤진 촌스러운 주황색 복장에, 싸구려 게로게로 천지갑, 머리카락 뿌리 언저리에서 이미 물이 다 빠진 주황 염색 머리를 보자니

아마 저 아이도 이 동네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인생들이 그러하듯 가난한 삶일 것일 터였다.

문득 다나카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빅팜 하나, 연탄에 번개탄 하나 사면 조금 남을 돈이였다.


다나카  「..꼬마야. 왜 우니?」


「..욱우..숙, 숙주나물 사야 하는데..욱욱! 가격이 올라서요..욱욱!

도, 동생들이 기다리는데..욱우! 돈이 없어서..」(울먹)


다나카  「...」


다나카  「아저씨가 사줄테니까 이제 그만 울어라. 동생들이 기다리잖니?」


 「욱우.. 저, 정말로요?」


크면 인기 많겠구나..두 눈이 퉁퉁 불었음에도 착하고 이쁘게 생긴 아이였다.

다나카는 내친 김에 비닐봉지 하나를 뜯어서 거기에 숙주 나물을 왕창 담아서 건내주었다. 싸니까, 그정도도 충분할 터였다.


「가, 감사합니다! 웃우!」(꾸벅)


다나카  「그래 열심히 살고. 동생들이랑 잘 지내야 한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마트를 나서는 다나카씨가 한 손에 쥐고 있는 비닐봉투에는 연탄 하나가 담겨 있었다.

방에서 죽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랬다간 늙은 월셋방 아주머니께서 많이 곤란해질 터였으므로

그는 그것을 사다가 조후시 외곽에 흔한 폐가들 중 하나에 미리 점찍어두었던 작은 창고방에 들어갔다.

다나카씨는 창문을 테이프라던가, 여러가지로 덕지덕지 붙여서 막고는

양은냄비에 구공탄, 그 위에 연탄을 올려두고는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오래간만에 푹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다나카는 눈을 감았다.



그런데 다시는 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의 두 눈이 떠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자신은 창고에서 눈을 감았는데, 뜨고 나니 왠 끝없는 무아지경의 깊이의 토색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 자신은 지금 백골로 만들어진 기괴한 쪽배 위에서 누런 황색 강(黃泉)을 건너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묘령 정도로 보이는 왠 백발의 미녀가 노를 저으면서 홀로 신나서 뜻 모를 말을 주변에 외치는 것이 아닌가?


 「여기 귀인이다! 귀인 납시오!」


2.

그 백발의 여인ㅡ자신을 천사라 소개한 타카네에게서 다나카씨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과, 

심판을 받기 위해 심판관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나카  「저..지옥 많이 무서운가요? 지옥에 떨어지면 끝입니까? 천국은 괜찮은지..?

하나님이나 그런거 다 있었던 겁니까? 안 믿으면 어떻게 됩니까?」


타카네  「..실은 모두 다 똑같답니다. 후후..결국, 모든 것에는 끝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지옥에 떨어지든, 천국에 떨어지든ㅡ언젠가는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된답니다?

단지 천국과 지옥은 다음 생을 위한 단계에 불과하지요.

그렇기에, 걱정하시는 것들은 결국 아무 관련 없는 것입니다. 무한한 순환 속에서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삶과 생명이니까요.

모든 것은 다만 생전에 업적으로 심판받게 된답니다. 

속세에서 예수조차 그리 말하지 않았습니까?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미소)


다나카  「..어렵네요 뭔가.」


수많은 별들과 행성들이 반짝이고 있는 하늘로 향하는 형체 없는 무지개빛 안개의 계단들,

위로 흐르는 피와 꿀의 강물과 백색으로 타오르는 차가운 용암 원숭이들이 뛰놀며 자유롭게 헤엄치는 구름 바다..

그런 초자연적인 꿈 속의 세상들을 건넌 끝에 다나카는 천사의 안내 속에 무슨 고대 그리스 신전 같은 거대한 건물 앞에 서게 되었는데,

그 건물은 멀리서 보기에는 도쿄의 가장 높은 고층 빌딩보다도 더 거대해서 하늘의 구름 위까지 뚫고 저 끝없는 무아지경의 우주 위까지 올라가는 것 처럼 보였으나

정작 문 앞까지 다가가니 마치 다나카가 사는 쪽방 빌라 수준처럼 작아 보이는 기이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가자, 다나까가 먼저 발견한 것은 키가 작고 얼굴이 적당히 검은 한 이국적인 여자 아이로

얼굴은 그가 이때껏 본 여자들 중에서도 가장 이쁘고, 그 두 눈은 보석같이 푸르렀으나

허리춤에는 박쥐 같은 가죽질의 작은 날개에, 하체는 털 가득한 흑염소의 다리에, 엉덩이는 원숭이마냥 빨갛고 털이 없었으며 

끝 마디가 햄스터인 괴상한 꼬리였으므로 다나까는 기겁했다.

가장 중앙의 상석에는 팔척 남짓의 푸른 색의 거대한 새 인간이 둥근 판사 모자를 쓰고선, 가운데가 뻥 뚫린 거대 변기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검고 눈꺼풀 없는 눈동자가 그를 주시하자 다나까는 마음까지 꿰뚫려 관통당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판사「어서 올 것. 나, 네 죽음 이후를 결정할 판사임.」


다나카  「어..바로인가요?」


판사  「그렇다.」


그렇게 재판이 시작되었다.

그를 데리고 온 천사 타카네가 먼저 입을 열었다.


타카네  「삼가 심판관께 아룁니다. 귀인은 생전에 어려운 삶을 살았음에도 남을 원망하지 않았으며,

또한 마지막 순간의 선택 또한 '타카츠키 야요이'에게 숙주 나물을 사는 고귀한 이타적 희생을 보여주었습니다.

본디 그녀의 운명은 절도, 매춘을 연연하다 자살할 운명이였으나, 그의 선행으로 말미암아 지구 행성에서 이 아이는 장차 수많은 인간들에게 귀감과 희망을 주는 아이돌로 대성할 것이므로,

저는 이 점에 대해서 판사님이 깊게 고려해주시길 바랍니다.」


다나카씨는 그제서야 자신이 도와준 아이의 이름이 타카츠키 야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그 아이, 인생이 참 극과 극이였구나..어쩌면 자신도 실은 귀하게 자랄 인생이 아니였을까? 라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음에는 얼굴 검은 여자 아이가 나왔다. 아마 반대 측이 아닐까 싶었는데, 과연 다나까의 추측이 맞았다.


히비키  「자신, 타카네 의견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조! 일단 타카츠키 야요이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다조?

수많은 운명의 경로가 그 아이 앞에 놓여 있는데, 달성되지 않은 선행으로 결과를 논한다는건 웃기는 소리라구!

그리고, 타카츠키 야요이가 만약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아이돌이 되지 못한다면,

대상은 결국 비참한 인생을 살다 고통 속에 죽을 운명이잖아? 

그러니 오히려 다나까는 더 큰 죄를 짓는 거다조! 야요이는 편하게 죽을 수도 있었는데, 평생을 고통받게 만들었잖아!

그리고, 죄인 다나까는 무려 자살~까지 해버렸다조?

판사, 알다시피 자살은 모든 지구들의 모든 인류들의 모~든! 문화권들에서 대부분 큰 범죄이구,

다나카 본인 또한 죄라고 스스로 인정하니까, 이건 분명한 죄다조?

그러니까 다나까는 꼭 지옥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조!」


판사에게 따로 대답은 없었다. 아마 결과를 생각하는 모양인 것 같았는데,

그의 완벽한 구체 형태를 가진 두 눈 속에는 오직 검은 색만이 가득해서 다나까로써는 그 이상 알 수 없었다.


판사  「맞음. 이곳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아무 의미 없다,

하지만 현세에서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임.

하지만 너 또한 틀렸다. 다나까가 자살이 나쁘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그의 자살은 현세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음.

사실, 그의 죽음을 아는 사람도, 슬퍼하여 거기에 영향을 받을 사람도 없음.」


히비키  「우, 우갸악!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있냐조? 저, 정말 아무도 안 슬퍼한다고? 그게 사람이야?

아니 사랑하는 연인이라던가..그런거 하나도 없는거냐조?」


다나까  「..죽었지만 또 죽고 싶네요.」(침울)


그런데 다나까가 생각해보니, 딱히 천국이든 지옥이든 상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살아 생전의 삶도 별거 없었고 아무 가치도 없었는데,

이대로 지옥에 가든 천국에 가든 마찬가지 아닐까..


다나까  「저기..그냥 귀찮으시면 걍 지옥으로 보내주세요.」


타카네  「저기 지옥은ㅡ」


히비키  「난쿠루나이사!~ 잘 됐다조! 자 그러면 어서 지옥으로 가는거다조?」


그러자 다나까의 발 밑이 무너지더니, 곧 불이 바닥이 있던 자리를 차지했다.

마치 구름다리의 유리판 위에 서 있는 느낌이였는데, 아무런 온도가 느껴지지 않았음에도 그 안에 화염은 눈이 시릴 정도로 생생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안에서 무언가 작은 소리가 들려왔는데, 다나까가 거기에 귀를 기울이자

곧 끝없는 고통과 절규의 수많은 비명소리들이 그의 귀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마치 한번 인지해버리면 다시는 피할 수 없이, 강제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새겨넣는 그런 악의적 지성처럼,

다나까로 하여금 고통의 절규를 생생하고 고통스럽게 체험하게 만들고 있었다.


충격과 함께 겁을 먹어버린 다나까가 황급하게 소리쳤다.


다나까  「저 저기! 죄송합니다. 정말로 가기 싫어졌습니다. 한번만 봐주세요.」(비굴)


히비키  「에헤! 이미 가기로 결정했다조! 자 그러면ㅡ」


타카네  「히비키, 판사가 결정할 일이랍니다? 그러니 그 손 놓으시지요.」


히비키  「우갹! 너무 세게 잡지 말라조! 판사 봤어? 이 천사가 자신 팔목을 분질러버리려 하고 있다조!! 악마살류~~」


타카네  「아니 그런! 제대로 잡지도 않았는ㅡ」


판사  「그만!!」



판사  「..애매한 문제. 따라서 판사 결정 이렇다. 

운 좋게, 피고 다나까는 현세 기준으로 아직 완전히 죽음을 맞이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삶과 죽음의 결정 법률'에 따라 한 번의 구사일생 기회를 더 부여함.

심판은 현세에서 죽은 이후로 유예. 심판 결과는 유예 기간 동안 피고와 야요이의 운명에 따라 결정하겠음. 판결 종료.」


새머리 판사가 고개를 내려, 손에 들고 있는 뼈로 만들어진 판사봉 대신 자신의 부리로 판사봉 나무판을 두들기며 판결을 내렸다ㅡ딱딱딱


무언가 말할 기회도 없이, 그는 끝없는 허공 아래로 떨어졌다.


3.

다나까는 눈을 떴다. 온 몸이 땀에 축 젖어 불쾌한 기분을 만들고 있었다.

창고 안은 신문지와 골판지로 틀어막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 빼고는 어두컴컴했다.

그는 손을 더듬거려 연탄 쪽을 만지작거렸다. 연탄불은 어떤 이유로 중간에 끊어진 모양이였다.


하지만 다나까는 자신이 저승에 갔던 일이 진짜로 있었던 일임을 알고 있었다.

거기에 물질적 증거라던가 논리 타당한 근거는 없었지만,

사실 그런 것은 필요가 없었다. 그 세상에서 일어났던 일은 그런 것들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였고,

그런 것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가릴 수도 없는 마치 불가변의 자연 법칙과 같은 것이였지만ㅡ

그 모든 경험들이 또 다른 감각을 느끼는 것과 같이 너무나도 생생하고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것을 부정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기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그는 곧바로 765 사무소라는 곳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살던 방을 모두 처분하고, 주인 아주머니께 마지막으로 인사에 몸에 좋다는 인삼 선물세트까지 사다주고 나오니ㅡ


주인 아주머니 「다나까 총각. 총각은 착하니까 분명 성공할 꺼라고?

그리고 인삼, 절대 안 잊을께!」(미소)


다나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꾸벅)


ㅡ손에 쥔 돈은 대략 지하철 수 번 정도에 편의점 가라아게 도시락 몇 번 사먹을 정도가 남아 있었다. 

나오기 전에 오래간만에 샤워를 마치고 그나마 깔끔한 옷으로 추려입고는,

다나까는 저세상에서 보았던 그 '야요이'라는 아이의 아이돌 사무소로 향했다.


다나까 「도쿄 도 오타구 야구치 2정목 1번 765호..타루키정 빌딩 4층..여긴가?」


주소 쪽을 바라보자 빛 바랜 빌딩 하나가 눈 앞에 보였다. 아이돌에 대해서 잘 모르는 다나까였지만,

그의 눈에 보기에도 저 빌딩은 뭔가 사무소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나마 창문에 싸구려 청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서 만든 '765 프로덕션'글자만 아니였더라면 아마 믿지 않았을 것이다.


막상 도착한 다나까였지만 도착하니 또 겁이 나기 시작했다.

뚱뚱하고 추레한 외모 덕에 범죄자로 오해받은게 한두번이 아니였는데,

이번에도 함부로 들어가다가 미투 운동이라도 당하는건 아닌가..그런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야요이라는 아이가 잘못된다면 그 끔찍한..지옥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그런데, 막상 야요이를 찾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다나까 「..혹시 너 야요이 맞니?」


야요이 「웃우! 그때 그 아저씨네요?」


사무소 안에 들어갈 필요도 없이, 야요이는 사무소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지난번에 마트에서 만났을 때와 똑같은 복장 그대로였다.


다나까 「어..여기서 뭐하니? 너 아이돌 연습생 아니니?」


야요이 「...」


야요이가 말 없이 썩은 미소를 짓자, 다나까는 대충 알 수 있었다.

그 악마 검사가 한 말을 떠올려보면, 아마 이대로 쭉 아이돌 연습생 생활은 성과없이 흘러가다 실패할 것이 분명했다.


다나까는 야요이를 바라보며 곰곰히 생각했다. 아이돌로 성공하는건 솔직히 무리 아닐까?

게다가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도 전혀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냥 집에서 공부나 하게 해주는게 얘 인생엔 더 도움되는건 아닐까 하고ㅡ


다나까 「그..야요이. 어..난 다나까씨라고 하는데, 어..이상한 사람은 아니거든?

절대로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멍청한 놈.. 이렇게 말하는게 더 이상하잖아..

하지만 야요이는 그저 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야요이 「웃우! 다나까 아저씨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도와주셔서, 동생들 전~부 맛있게 저녁먹구, 다음날도 먹을 수 있었어요! 헤헷

그러니까 다나까씨는 정말 좋은 아저씨에요! 웃우!

..그런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세요?」


다나까 「어 그게..」


이상한데서 예리한 아이구나..저승에서 들었다고 할수는 없었으므로, 다나까는 머뭇거렸다.


야요이 「역시..」


다나까 「저, 저기 나 나쁜 사람 아니 ㅡ」


야요이 「에? 그게 아닌데..다나까씨는, 새 프로듀서님이시죠?

웃우! 드디어 저도 프로듀서가 생긴 거에요?」


다나까 「..응?」


야요이 「우우! 사장님이 많이 기다리셨다구요? 빨리 들어가요 빨리!」


다나까 「자, 잠깐만ㅡ」



4.

놀랍게도 사무소 안은 밖보다 더 초라했다.

벽 곳곳에 금이 가 있었고 거미줄 투성이에 바닥만 먼지가 없다 뿐이지 사방이 먼지 투성이였다.

또한 책상이고 에어컨이고 멀쩡해서 테이프 안 붙여진 구석이 없는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다나까는 속이 쓰려졌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지옥에 갈 것이 뻔했다.


코토리 「저는 사무원 코토리라고 해요. (미소) 다나까씨, 그러니까..프로듀서 공고 때문에 오신거죠?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다나까 「아..예.」(공고 같은건 본적도 없는데요..)


다나까는 그녀가 속으로 참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추한 몰골을 보고도 아직 110번으로 신고하지 않은 것을 보면.

사무소 안은 텅 비여 있었고, 사무원이 키보드 자판 두들기는 소리 말고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나까는 참을 수 없는 어색함에 야요이에게 물었다.


다나까 「저기..야요이. 그..아이돌인데 일은 없는거니?」


야요이 「우우...」(썩은 미소.)


다나까 「그..부모님께서는 어떤 일을 하시니?」


야요이 「웃우! 밖에서 열심히 일하시고 계세요! 어떤 일인지는 모르고 연락도 잘 없지만..

그래도, 가끔씩 양복 입은 아저씨들이 찾아와서 아빠랑 엄마 안부 물어보고 오시거든요?

웃우!  잘은 모르지만, 두분 다 멋지신 분들이라 다들 존경하고 그리워해서 자주 찾아오고 그런가봐요 헤헷.」 


다나까 「아..그, 그렇구나..」


다나까 「학교..학교 공부는 어떻니?」


야요이 「웃우! 공짜루~ 다니고 있다구요?

구청에서 도와줘서 가끔 학용품도 받구. 그런데.. 헤헤, 부끄럽지만요.

저, 공부는 잘 못해요. 헤헤..」


대충 무슨 사정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모는 빚 떄문에 야반도주..뭐 그런 거구나.

다나까는 더욱 더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공부에 재능도 없고,

어린 나이라 돈 벌 길도 막막하고..이건 완전 홍등가나 AV 테크를 타지 않는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자신은 영락없는 지옥행이구나..벌써부터 그때 저세상에서 보았던, 형언할 수 없는 그 악몽의 풍경에 갇힌 자신의 모습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그때, 굵직하고 부드러운 중후한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하! 자네가 바로 그..다나까군이로군. 만나서 반가우이. 난 765프로의 사장직을 맡고 있는 타가키 준지로라 한다네.」


다나까 「아..예. 반갑습니다.」


준지로 「그래, 입사 동기는?」


다나까 「예? 그런건 저기..그런데 저 여기 입사를 생각ㅡ」(황당)


준지로 「하하! 젊은 친구가 긴장했구만. 마치 옛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입사 공고를 낸지 몇 달인데 아직도 사람이 없어서 걱정했...하하! 이건 못 들은걸로 하게. 알았지? 

..그래..그런데 월급은 대략 ~~엔에 월마다 상여금, 성과금 +a 식이라 사회 초년생 기준으로도 제법 적을 수 있는데..괜찮은가?」(눈치)


그것은 도쿄의 타 중소기업 기준으로도 턱없이 적은 수준이였지만, 오히려 다나까 기준에서는 높은 수준이였다.

물론 택배 상하차일이 시급으로는 더 쌨지만, 대신 인력중계소에서 떼가는 돈이라던가,

몸의 피로 등등을 고려해보면 오히려 더 이득인 수준이였다. 다나까는 자신도 모르게 벌써 귀가 솔깃해지고 있었다.


다나까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준지로 「역시 좀 부족하지? 그러면 조금 더 올려줄테니 제발 들어ㅡ엉?

아, 안 부족해? 아이고, 내가 말 실수를 했네 허허..

..그래! 바로 그 정신이네. 우리 프로덕션은 타 기획사들과는 달리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모토라네!

그러니 프로덕션이 성장하면, 모두 함께 성장하는 것이지.」


야요이 「웃우! 저도 키가 더 클까요?」


준지로 「그래 야요이군! 하핫, 야요이에게는 무궁한 잠재력이 있지. 

물론, 다른 아이들도 모두 마찬가지고.」


그때 문이 열리며 또 한 명이 들어왔다.

이번에 들어온 것은 대략 고등학생 정도의 파인애플 머리를 한 여성이였는데,

인텔리 사무직스러운 세련된 외모와 정장 차림과 함께 검은 테두리안경이 눈에 들어왔다.


리츠코 「사장님! 면접 같은건 좀 철저히 받으셔야 한다니까요?

그리고 프로듀서는 제가 하기로 했었잖아요?」


준지로 「그 그게..하하! 무, 물론 리츠코군도 당연히! 프로듀서를 하게 되겠지만 말야.

그래도 달랑 한 명은 조큼..」


리츠코 「에휴 됐습니다... 저기요, 이름이 뭐에요?」


다나까 「예?」


리츠코 「이름이요 이름!」


다나까 「다나까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리츠코 「..직원 선정이야 사장님 권한인 일이니 일단 넘어가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아무 일도 안하고 놀고 먹는거, 아주 싫어하니까 그렇게만 알아두세요. 흥!

..사장님, 그러면 전 다음 계획안 작성 때문에..잠깐 먼저 나가겠습니다. 코토리씨, 저 서류 가지고 나가요!」


코토리 「고생 많아 리츠코짱! ...아, 다나까씨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리츠코짱이 철저한 성격인지라..」


준지로 「뭐 그러면 어쨌거나 잘 됬군. 자! 이제 자넨 이제 765 프로덕션 프로듀서네. 훌륭하구먼 훌륭해!」


코토리 「축하드려요.」(미소)


다나까 (뭔가..너무 얼렁뚱땅이라 걱정스럽다.)


야요이 「웃우! 저도 프로듀서가 생긴 거에요! 엑에!」


다나까 「저기..혹시 제가 지금 당장 머무를 데가 없는데, 사무소 당직 일이라도 하면서 사무소에서 잘 수는 없을까요?」


준지로 「호오! 더더욱 좋네 좋아! 마침 경비원도 필요했는데 이렇게 무전 노ㅇㅖ..아니 일해주겠다고 한다면 우리 입장에서 너무나도 고맙지!

좋다! 기념으로, 자네 새 정장도 내가 맞춰주겠네. 그리고 숙식이라던가, 이런건 사무소 내 가스레인지 같은걸 사용하면 된다네.

사무소 관리만 좀 잘 해주게. 

아 물론 쌀 같은건 없네. 하하 농담이네 농담!

...그래도 먹는 문제는 직접 해결하게.(진지)

경비직 관련해서는 시급으로 하고, 하루 최고 8시ㄱ..아니 6시간으로 하겠네. 그 이상은 그 무급으로다가.. (눈치)」


다나까 「예. 좋습니다.」


준지로 (신남)「하하! 역시 젊은 친구가 이해심이 넒고 포부도 좋구만!

다 성공하면 월급도 오르고! 성과금도 딱 오르고! 그러는거 아니겠나?」


준지로 「여튼, 각설하고 잘 해봅세. 다나까군.」


다나까 「예.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야요이 「웃우! 다들 열심히 일하는 거에요!」(신남)


5.

어떻게 입사했다고는 해도, 만화처럼 제대로 딱 되는 일 같은 건 없었다.

다나까로써는 슬슬 주간이 두려워질 지경이였다. 차라리, 택배 일이 더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고 있었다.

코토리씨에게 대충 어느정도 인수받고, 사장님에게도 노하우랍시고 이야기를 좀 듣긴 했지만

그래도 뭘 해야될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거래처 관리랍시고 전화라던가, 방문까지 해보았지만

대부분 욕부터 먹거나 아예 없는 번호가 많았다. '생각해보겠습니다.' 정도의 대답은 거의 성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코토리  「후후, 프로듀서씨. 커피라도 한 잔 드실래요?」


다나까  「아, 감사합니다.」


다나까는 코토리를 새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세상에, 자신에게 이렇게 친절한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아마, 사무직인 이유로 자신의 신상에 대한 것을 좀 알게 되었으므로ㅡ

거기에 따른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일 터였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은 어색함 내지 불편한 분위기 속에 자신을 대하는데

이렇게 평범하면서도 친절하게 대하는 코토리씨는 다나까 입장에서는 역시 신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오리  「에휴..프로듀서, 또 여기서 죽치고 앉아있는거야?」


유키호  「이, 이오리짱..」(당황)


이오리  「아니 내 말이 틀린건 아니잖아. 온지 벌써 이주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성과가 없다구!

그리고 매일 여기서 죽치고 앉아있고..집도 없는거야? 거지야?」


코토리  「저, 저기..이오리짱?」(당황)


다나까  「응. 미안하다. 집은 없어. 돈도 많이 없네.」


이오리랑 유키호..라고 했나? 다나까가 눈 앞에서 눈을 부라리는 여자아이와 옆에서 벌벌 떠는 소심해보이는 여자아이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아마 리츠코 담당일 것이였다. 

같은 직장 직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나까는 그냥 솔직하게 답했다. 

코토리씨가 이오리의 말투 덕에 좀 당황한 눈치였지만, 어차피, 욕이란 어린 시절부터 쭈욱 들어왔던 것이였다.

이오리 정도면 오히려 친절한 편이였으므로ㅡ다나까에겐 별 감흥도 없었다.

그런데 정작 이오리가 당황했다.


이오리  「으, 응? 집이 없다..고? 진짜?

..그..저기..어..」(당황)


코토리  「프로듀서씨, 대신 사과드릴께요. 이오리짱도 괜히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은 아닐꺼에요.」


다나까  「아뇨 전혀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나까는 진심을 담아 미소까지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평소에 미소 지을 일이 없었던 다나까였던지라,

얼굴이 오히려 심히 일그러지며 기분 나쁜데 억지로 미소짓는 것처럼 보였다.

이오리는 그 모습에 심한 미안함을 받았다.

코토리가 화제를 전환하려는 듯이 서류 하나를 집어들며 말했다.


코토리  「그리고..괜찮으시다면 혹시 등본 서류 혹시 가져다주실 수 있나요?

이번에 업체 개인정보관리법 변경 덕분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등본이 필요가 없어졌거든요.

야요이짱에게 가져다 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침 다나까씨는 야요이 담당이니까, 가정 방문도 겸해서 말이죠.」


다나까  「예. 좋습니다.」


다나까는 흡족했다. 명확하게 해야될 일이 생겼으니까.


...


다나까는 익숙한 거리를 그냥 걸어갔다. 택시 탈 돈으로는 대신 야요이를 위한 과자를 좀 샀다.

그렇게 조후시 외곽 주변을 한참 돌아다니며 몇 번인가 빈집 사이를 헤메던 다나까는 마침내 야요이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다나까  「..실화냐 이거.」


야요이의 집을 설명하자면, 이끼 낀 판자집이였다.

판자집 주제에 또 쓸데없이 커서 2층씩이나 된다는게 그 초라함을 한층 더 배가시키고 있었고,

마당이라고 있는건 쓸데없는 잡풀이 무성해서 마치 관리 안된 숲속 무덤가 같았다.

유리창은 금 투성이였고, 그나마 1층 거실의 커다란 벽 유리창은 윗부분이 다 나가서 신문지로 대충 막아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왠 썬글라스에 양복 입은 남성들이 문 앞에서 야요이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딱 봐도 무슨 일인지 낌새를 챈 다나까는 황급히 달려갔다.


다나까  「야요이!」


야요이  「우우? 아! 프로듀서씨!」


다나까  「괘, 괜찮니?」


남자1 「뭐야..당신, 타카츠키 야요이랑 아는 사이야?」


그런데 막상 끼어들고 나니, 워낙 험상굳게 생긴 외모들에 다나까는 조금 겁을 먹었다.


다나까  「어..그, 그게..」  


야요이  「웃우! 이번에 새로 들어오신 프로듀서님이세요! 웃우!」


남자2  「잘 됬네. 어이 아저씨, 야요이 부모님 어디 있는지 알지? 말하는게 좋을거다.」


다나까  「그. 그게..잘 모르는..」(곤란)


남자 3 「잠깐..너 다나까 아니냐?」


남자 3 「맞네! 야, 나다 나! 초등학교 동창 히로시!」


다나까  「어..히로시?」(당황)


6.

히로시는 그의 초등학교 친구들 중에 하나였다. 정확히는, 그나마 친구라 부를만한 사람들 중에 한 명.

다나까는 중학교 중퇴할 때까지 친구가 없었다. 온종일 왕따였므로ㅡ

그렇기에 히로시를 그나마 친구라 부를만하다는 것의 의미란, 그가 자신을 괴롭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상대적으로ㅡ


사실 다나까는 그의 이름과 얼굴만 간신히 기억해낼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 히로시는 다나까를 아는 척도 하지 않고 기피했으므로..

다만 외모가 어렸을 때부터 험상굳고 몸집이 커서, 학교의 '얼굴 일진' 같은 위치였다는 건 알고 있었다.


히로시 「하..뭐 요즘 어떻게 사냐?」


다나까 「..그냥..그 연예 기획사 같은델 들어가버려서..」


히로시 「뭐야, 야요이가 다닌다는 그 765 프로인지 뭔지에 다닌다고?」


다나까 「그, 그렇지?」


히로시 「휴..난 X발 뭐 이렇다. 공무원 준비를 하려 해도 머리가 썩어서 못해먹겠고,

사무소에 취직할라 해도 와꾸가 이지랄로 씹X이라 뭐 면접선에서 줄줄히 컷당하고..

그래서 그나마 들어온게 큰아버지 밑에서 동생들 데리고 미수금 받는 이딴 직업인데 이것도 영 못해먹겠다 X발..

넌 그래도 다행이네. 프로듀서라.. 어디 내밀만한 직업이긴 하잖냐?」


다나까 「그런..가?」


히로시 「...난..이거 못해먹겠다. 불쌍한 사람들한테 가서 소리지르고 돈 내놓으라 하는거..

정말 못해먹겠어. 야요이 얘만 봐도 그래. 어린 나이에 부모란 X끼들은 야반도주하고 혼자서 동생들까지 먹여 살리는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거냐 정말..」(울먹)


다나까 「괘, 괜찮은거야?」


히로시 「..미안하다! 다나까!!」


뜬금없이 자신을 따로 불러내서는, 갑자기 무릎 꿇으며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지르며 우는 안 친한 초등학교 동창의 모습에 다나까는 급 당황해버렸다.


다나까 「야, 야..동네 사람들 다 여기 보고 있ㅡ」


히로시 「네가 초등학교 때 왕따당하는걸 알면서도, 난 그냥 외면해버렸어!

그래서 이제와서 벌 받는거야! 미안하다ㅡ미안해!!」(뚝뚝)


다나까는 황당하다는듯이 바라보았다. 사실, 히로시에게 악감정 같은건 전혀 없었다.

세상에는 때때로, 아니 적지 않은 경우로 오히려 히로시같이 무섭고 불량해보이는 사람들보다

역으로 평범한 학생, 사람들이 더 악랄하게 구는 경우가 있었으므로ㅡ

사실, 그는 히로시처럼 그저 자신을 외면해준 사람들에 대해선 오히려 착한 사람들로 기억하고 있었다.


다나까 「아니 괜찮다니까」


히로시 「내가 죽을 놈이다 죽을 놈!」


이제는 머리까지 바닥에 찢기 시작하자 다나까가 기겁하며 말렸다.


다나까 「아니 정말 괜찮다니까? 그만해 좀!」


히로시 「어, 어째서..어째서 너란 녀석은 이렇게 좋은거냐..

나 같은 사회의 쓰레기도 용서해주는 거냐?」(울먹)


다나까 「아니 쓰레기라니.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다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고ㅡ

아, 야요이! 그리고 거기 같은 동료분들! 그, 그 아무 일도 없으니까 대화 하시던거 계속 마무리지으시고ㅡ」


히로시 「아아, 그래. 여기 밑바닥까지 추락했어도, 아직 나란 놈에게도 희망이란게 있다고 생각하는구나..고맙다..고맙다!!」(왈칵)


다나까 「아 진짜 제발ㅡ」(곤란)


야요이 「우우..동네 사람들이 쳐다봐요.」


다나까 「응 해결됐다 야요이. 집 안에 먼저 들어가 있어ㅡ」


히로시 「다나까!!!」(눈물)


다나까 「아 진짜 좀!」


...

히로시는 장장 30분간을 울었다. 그 험상굳은 곰 같은 외면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순진하고 여리다고, 다나까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 미수금 받으러 온 다른 남성들은 야요이와 야요이 동생들과 함께 마당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야요이에게 들으니, 매달 이렇게 한번씩 찾아와서 부모님 안부 물어보고, 공차고 놀아주고 밥도 지어줘서 봉사하는 사람들로 알고 있다고 그런다.

참 어처구니없는 장면에, 다나까는 황당함을 느꼈다.


히로시 「..그래서 야요이 프로듀서라고?..훌쩍」


다나까 「응. 지금은..」


히로시 「..야요이 쟤, 아이돌 같은건 성공하기 힘든거 알지?

아이돌이라는게 뭐 그렇잖아..이런 동네에서는 기껏해야, 시장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지방 아이돌' 정도가 전부고.

시청률 소숫점 아래 TV 지역방송에 나오는 것조차도 힘든게 세상이잖냐.

..휴, 세상이 원망스럽지.

사실 이쪽일 하다 보면..이런 환경에서 결국 몸 마음 다 버린 사람들 여럿 보게 되거든..

그런 사람들 볼 때마다 내..내 마음이..마음이..」(울먹)

 

다나까 「그, 그만 진정하고..」(곤란)


다나까 「...그래도 난 포기할 수 없다.」


지옥을 떠올리며 말한 다나까였지만, 히로시는 뭔가 다른 의미로 이해한 것 같았다.


히로시 「너란 놈..이렇게 멋진 놈이였냐.

..도움이 필요한 착하고 귀여운 어린아이를 위해서 이렇게까지..(울컥)..」


다나까 「그, 그정도까진 아닌ㅡ」(당황)


히로시 「좋다! 나 히로시, 그래도 사나이다!

널 믿고, 야요이 집에 매달 수금하러 오는건 사장님께 진심으로 그만하자고 설득하마.

필요하다면, 사장님 앞에서 할복이라도 저질러버리지 뭐!

너 정도의 남자라면, 야요이도 분명히 톱 스타 되는게 가능할거다! 

내 눈은 정확하다. 그깟 빚, 톱스타만 되면 금방 갚는다!

그리고 나도 도울 수 있다면 돕겠다! 사나이끼리 약속이다 암!」


다나까 「으, 응..」(부담)


이후에도 히로시는 몇 번을 더 울다가 부하들과 함께 봉고차 타고 떠났고,

혼자 남은 다나까는 마침 저녁 시간도 다 되었으므로ㅡ

야요이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가졌다. 주제는, 숙주나물 파티로.


야요이 「웃우! 프로듀서씨랑 숙주나물 파티하니까 정말 좋은 거에요!」(미소)


카스미 「..잘 부탁드려요. 헤헤」


쵸스케 「누나는 내가 먼저 잘 부탁드릴꺼라고!」


코타로 「나두 나두!」


다나까 「..그래..다들 여, 열심히 하자?..」(숙주나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러고저러고 면담도 하고 그러다보니 최종적으로 사무소에는 밤 8시 정도에나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 와중에 다나까는 서류를 까먹고 못 받아왔다. 


엔딩.

다음날, 자신이 쓰고 있는 침낭을 누가 발로 툭툭 건드는 느낌에 다나까는 잠에서 깼다.


이오리 「뭐야 당신, 아직까지 자는거야?」


다나까 「아..미안..그런데 출근 시간 안 됬는데?」


야요이 「웃우! 이오리가 프로듀서씨에게 줄려고ㅡ읍읍!」


이오리  「이거 고져스 세레부 푸딩이라고 아주 비싼건데..너, 너 주려고 산건 아니야! 그냥..어제 내가 좀 말실수를 한 것 같아서,

나, 빚 지는거 아주 싫어하거든. 그래서 주는거지 딱히 너따위 주려고 산건 아니야!」


야요이  「우우..그런데 왜 프로듀서씨가 뭐 좋아할거 같냐고 물어본ㅡ읍읍!」


이오리  「아이 참~야요이 자꾸 무슨 소리하는거야 당황스럽게..」(눈치)


다나까  「어..고맙다?」


이오리  「뭐야 그 반응은! 너무 시시하잖아!」


다나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꾸벅)


이오리  「..그건 너무 심해!」


이오리  「..여튼! 뭐..같은 직장 동료라고 생각하니까, 열심히 살라구!

그리고 다른 애들한테 말하면..진심으로 때릴거야?」


다나까  「알았다.」


다나까 (..처음 먹어보네..생각보단 착한 아이였는지도.)


일 시작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났고, 사실 할 일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눕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라

다나까는 마침 할 일 없는 야요이를 불러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야요이  「웃우! 저, 먼지 닦는거 엄청 잘해요! 집에 먼지가 엄청 많거든요 헤헷」(해맑)


다나까  (..그게 좋은 일인가?)


내친 김에, 다나까는 서류 책자와 책장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자위대에서 처맞으며 보냈던 시간 동안 그나마 배운 정리법 덕분에 나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슬슬 모두 출근할 시간에 깔끔하게 완료할 수 있었다.


다나까  「잘 했다 야요이.」


야요이  「웃우! 감사합니다. 프로듀서씨도 수고하셨어요!」(미소)


코토리  「와! 이거, 다 둘이서 정리한 거에요? ..엄청난데요?」


리츠코  「..아니! 서류들을 막 허락도 없이 치우면 어떻!!

..진 않았네?.. 흠흠..뭐, 제법 잘 하셨지만요..(당황)

정리가 프로듀서의 일은 아니라구요?」


리츠코의 잔소리가 시작되려는 때에,  폰으로 전화가 울렸다.


다나까  「저,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리츠코씨, 반성하겠습니다.」


리츠코  「어..그..반성하라고 말한건 아닌데..」



바깥으로 나오자, 푸른색으로 염색한 긴 머리결의 여자아이가 옥상 난간에 기대어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게 보였다.

..치하야였지? 다나까는 이름을 떠올렸다. 뭔가 심오해 보였으므로, 다나까는 자리를 피하려 했는데 오히려 상대가 먼저 알아봐버렸다.


치하야  「..기분이 제법 울적하네요. 저, 심각한 고민이 있으니 건들지 말아주시죠?」


다나까  「그래서 내려가려는데..」


치하야  「당신! 프로듀서 맞나요? 아무리 담당이 아니라지만, 같은 기획사의 아이돌이 고민이 있다는데 들어보지도 않고 외면하나요?」(짜증)


다나까  「어..그, 그럼 고민이 뭔지..」(당황)


치하야  「..이미 해결됬어요. 랄까, 당신은 이해못할 심각한 고민이였지만, 당신을 보니 해결되는군요.

당신 같은 사람도 프로듀서라고 일하는데, 제 고민은 별 것 아니죠. 뭐, 이건 감사합니다. 전 먼저 내려갈테니, 귀찮게 붙잡지 마세요. 강조합니다.」


다나까  「...」(이상한 아이다.)


다나까  「아참 전화!」


전화는 히로시에게 온 것이였는데, 

전화 내용은 다나까로써는 기쁜 한편 당황스러운 것이였다.


히로시 「야! 대박이다 대박! 내가 야요이 할만한 일 하나 찾아줬다! 무려 아이돌다운 일이라고!

..일단 메일 알려줘 봐. 자세한건 내가 메일로 쏴줄테니까!」


ps. 시리즈물. 3편정도?

일단은 성공신화를 주제로 두고 있지만, 제 변덕에 따라 야요이가 AV창년으로 가는 엔딩으로 될 수도 있으니까 그냥 지켜봐주시면 ㄳㅎㅎ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