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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아스카의 에쿠스테를 떼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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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8, 2018 14:17에 작성됨.

철컥


“아, 어서와, 조수. 너한테 이걸 보여주고 싶었어. 네가 평소에 나에게 하는 말은 상당히 흥미로웠으니까.”


어두운 방안에서 하얗게 점멸하는 모니터를 앞에둔 트윈테일의 소녀가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개인의 개별성과 특이성, 사상과 퍼스널리티. 그런 고유의 가치가 인간을 복제했을 때도 유지된다고 볼 수 있을까?”


“...우문이군, 복제된 개인은 복제되었다는 개성을 가지고 있지않나. 원본과 같을 리가 없지.”


분명 그녀의 말을 우문이라고 평가했는데도, 그녀는 화내지 않는다. 그건 물론이고 여전히 나를 보고 웃고있다.


“그래? 그럼...평행 우주에서 갈라진 개인들은 어떨까? 그들의 세계는 고유의 가치가 있다고 보나?”


“...”


성가신 질문이다. 그녀는 곧 자신의 질문이 먹혀들었음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걱정마, 이건 너한테도 꽤나 재밌을거야, 조수.”



~


“시~부린! 좀만 기다려줘! 같이 돌아가자~!”


“미안, 미오. 나 오늘은 일이 있어서…”


“에에~ 할 수 없구만”


한가로운 오후의 사무소, 돌아가는 우즈키를 배웅한 미오는 혼자 소파에 널부러져있다. 오늘따라 댄스에 실수가 많아서 트레이너에게 보충 레슨을 받은 참이었다.


“일단 여기서 기다리라고는 들었지만,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걸까나?”


소파에 누워 흘끗 돌아본 곳에는 프로듀서의 책상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최근 프로듀서가 뭔가 주변을 신경쓰거나, 혼잣말을 하고 있거나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뭔가 공포 영화라도 본걸까? 유령이라던가, 좀비라던가… 도플갱어?”


도플갱어, 갑자기 그 단어가 머리를 스쳤다. 미오는 스프링에 튕겨지듯 소파에서 일어났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야, 하고 미오는 생각했다.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레슨이 시작하기 전까지 산책이라도 갔다와주겠어!”


다들 레슨도 일도 끝나고 돌아갈 시간이라 그런지 사무소에 딱히 사람은 없었다. 그러고보니까 지금 트레이너랑 레슨하고 있는건 누구였더라? 그러고보면 프로듀서도 거기에 같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듀서가 요즘 혼자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는것 같다.


건물을 나와 1층의 화단까지 가서야 처음으로 다른 사람이 보였다. 화단을 보고있어서  뒤를 돌아있지만 저 특이한 외모, 특히 에쿠스테, 덕분에 누군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아스아스~ 뭐하고 있어?”


“음? 혼다 미오인가.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만.”


“기다려? 누구?”


“...란코, 지금 레슨중이니까.”


그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석양에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보다가 문득 미오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아스카가 에쿠스테를 땐 모습, 한번도 본적 없네.”


직접 떼는 모습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이 닿는 것도 항상 피하고 다녔던 것이 생각났다. 그러고보면 몇번은 에쿠스테가 어울리지 않는 배역같은 건 거절했다고 했던가. 그런 것 치고는 집에서까지 하지는 않는다고도 얘기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


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희귀한 모습을 보려면 기회는 지금뿐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데에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 여차하더라도 보는 건 나뿐이니까.


“...파앗! 히히, 잠깐 실례할게, 아스아스!”


미오는 등뒤로 조심히 다가가 양손으로 에쿠스테를 잡아 뺐다. 그 다음 순간 바로 당황하며 뒤를 돌거란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아스카는 여전히 가만히 꽃을, 그 방향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혹시 화난건가...화났으려나…”


“저기 아스카짱...?”


순간 내 눈에 비치는 모습이 흐려졌다. 흐려졌다? 깨졌다? 번졌다...아스카의 모습이 조금씩,빠르게,점점 바뀌는 것만 같았다. 살짝 이쪽을 돌아본 그녀의 표정은, 웃고있었다.


“내가 아는 혼다 미오는 에너지가 넘치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영역에 이렇게 함부로 들어가는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나? ‘혼다 미오’?”


순간 뒤를 돌아 본 아스카의 모습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스카는 좀 더, 조금이지만 연보라빛이 나는 피부였던거같은데.

아스카는 좀 더, 비슷하긴 하지만 다른 머리 스타일이였을텐데.

아스카는 좀 더, 좀 더, 아니 많이. 나와는, 혼다 미오와는 다르게 생겼을텐데!!?


“무...뭐야..? 그 모습은… 꼭 나처럼…”


“그 에쿠스테, 나와 다른 사람의 세계를 나눠주는, 나를 ‘니노미야 아스카’로 있게 해주는 도구였는데, 네가 가져가 버렸잖아? 그래서 돌아와 버린거야, ‘혼다 미오’로.”


“대체 무슨…”


“나는 너야, 다른 평행 세계의 너. 아니, 이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군. 같은 ‘혼다 미오’의 뿌리를 가진 인간에 불과하니. 여전히 너는 너, 나는 나일 뿐인가.”


이해가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 나를 내버려 두고 미오는 얘기를 이어갔다.


“내가 원래 있던 세계는 여기보다 과학이 더 발전한 세계, 그 중에서도 ‘이케부쿠로 아키하’ , 그녀는 천재였지. 설마 여기에도 있을 줄은 몰랐지만.”


작게 코웃음을 치더니 마저 말을 이었다.


“1년 전, 아키하는 평행 세계를 관찰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평행 세계의 자신을 찾아보다가 발견한거야, 너를. 자신의 조수로 있는 ‘혼다 미오’를.”


“나는 개인의 세계를, 나의 세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너를 알아보기 위해 이쪽으로 건너왔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니노미야 아스카’라는 개성이 덮어씌워졌지.”


“하지만 그 한꺼풀 밑조차도 우리는, 너’혼다 미오’와 나’혼다 미오’는 다르다. 그 점에 나는 안심했어. 처음 몇개월은 너도 ‘이쪽’이지만, 그저 숨기고 있는게 아닐까하고 관찰했지만, 그건 아닌거 같더군.”


“지금은 그저 흥미본위로 남아있는 거니까 걱정하지마, 너한테도 꽤나 재밌을 테니까. 아, 아직 여기 남아 있는 건 나의 영혼의 공명자를 만난 탓도 크긴하군.”


“...”


“곧있으면 란코의 레슨이 끝날 시간이려나.”


“...”


“충격이 너무 큰건가? 뭐라도 반응을 보이길 바랐다만, 아니 무반응도 반응인가. 게다가 그 표정을 보니, 무반응이라고 부를것도 못돼는군.”


그녀의 말에 그제서야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인식했다. 스스로 인식한 탓인지 표정은 좀 풀렸지만, 여전히 목에서는 아무말도 나오지않았다. 그런 나를 보더니 미오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이렇게까지 해버린게 미안하기도 하니 그럼 안심될 말을 하나 해주지.”


미오는 잠시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더니 그녀는 옆의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 행동을 뭐라고 인지하기도 전에, 그녀가 내지를 주먹에 의해 허공이, 산산조각났다. 하얀 뒷배경이 눈에 비친다. 강렬한 광원이 되어 미오의 얼굴을 비췄다.


“이건 꿈이다.”


“꿈…?”


“그래, 처음부터 이상하지 않았나? 자기가 배웅한 사람이 우즈키인지, 린인지도 헷갈리고. 속마음과 말은 엉망으로 섞여서는, 잠깐잠깐 허공에 뜬것 마냥 자기를 관찰하고 있었으면서도 스스로 전혀 눈치못챘지. 거기다가 이 거대한 미시로 프로덕션에 저녁이 조금됐다고 사람이 없다니, 게다가 프로듀서에 대한 그 망상은 대체 뭐였던거지? 그건 나도 궁금하군”


그제서야 지금까지 느끼던 위화감이 한번에 생생한 감각이 되어 덮쳐왔다. 이건 꿈일 수 밖에 없다. 그래, 전부 꿈같은 상황, 꿈 같은 얘기.


‘꿈이구나…휴우’


가슴을 쓸어내리는 미오를 보며, 미오는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자제력 없이 내 에쿠스테에 덤벼든것도 꿈속이니까, 표층의 욕망이 그대로 투영된 탓이겠지. 뭐, 그걸 노리고 꿈으로 들어온거지만.”


어느새 꿈의 배경은 점점 조각나서 하얗게 물들어갔다. 빛과 틈세가 모든 것을 삼켜갔다.


“...잠깐, 들어온거라고?”


“아아, 그래. 이건 너의 꿈이지만 너만의 꿈은 아니야. ...여전히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군. 좋아, 그럼 내일 사무소에서 이게 꿈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지.”


그녀의 마지막 손짓에 그녀도 나도 혼다 미오도 산산 조 각  났 ㄷ ㅏ



“헉!”


스프링에 튕겨지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꿈...이구나. 하긴 꿈속에서도 꿈이라고 했으니까, 당연한건가?’


-그럼 내일 사무소에서 이게 꿈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지-


“아, 아니...아닐거야.”



~



‘혹시 내가 사무소에 도착하자마자 아스카짱이 나를 보면서 에쿠스테를 떼거나 하면 어떻하지?’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바보같게 느껴졌다.


말도안되는 생각들에 머리를 저으며 도착한 사무소는 어째선지 상당히 분주해보였다.


“음? 프로듀서, 무슨 일이야?”


“왔구나, 미오. 그게 갑자기 아침에 아스카가 전화로 아이돌 그만둔다고 하고는 지금까지 연락이 안돼. 진담으로 한 얘기인걸까…”





“...뭐?”


말했잖아, 꿈이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겠다고. 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머리속에 울리는 웃음소리에 다리에 힘이 풀린 혼다 미오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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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스카가 전력으로 미오를 괴롭히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제대로 읽으신겁니다. 뭔가 철학적인 메시지를 느꼈다면 광고거나 스팸입니다, 삭제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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