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하루카 「키사라기 치하야 씨에게 해명을 요구합니다」 치하야 「나, 하루카가 싫어할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댓글: 9 / 조회: 1861 / 추천: 8


관련링크


본문 - 10-15, 2018 14:02에 작성됨.

- 765 사무소 -


하루카 「흐응.....그렇구나」


키사라기 치하야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해가 안된다고 확실하게 잘라버릴 수 없는 것은, 하루카의 얼굴을 봤기 때문이다. 명백히 불만을 표하는 얼굴. 그래서 자신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하야 「저기, 하루카. 뭐 때문에 그렇게 화난 거야?」


물론, 그럴 만한 사정이 뭔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치하야는 하루카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본다.


하루카 「글쎄.....어떨까나? 자기 잘못은 자기가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치하야 「그, 그런 말 해도.....」


그렇지만 돌아오는 것은 빵빵하게 볼을 부풀리고 있는 하루카의 모습이었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치하야는 진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기억을 뒤적였다. 


치하야 「.....」

치하야 「...」

치하야 「..」

치하야 「.....」 


그렇지만 이미 한 번 검색이 끝났던 것이다. 또 한 번 기억을 거슬러가도, 무엇 하나 잘못한 점을 찾아낼 수 없었다.


하루카 「치하야 쨩, 아직도 모르겠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그걸 보다못한 하루카가 조금 힌트를 흘렸다. 먼저, 3일 전의 일. 유키호와 인사했을 때.


치하야 「응?」

하루카 「응? 이라니, 뭔가요 그 태도는!」

치하야 「나, 하기와라 씨랑 그랬어?」

하루카 「에- 모르는 거야? 아니면.....」

치하야 「인사를 했던 건 기억나지만, 하루카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까지는....」

하루카 「모르는 구나아....」


하루카는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치하야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하루카는 한숨을 푹 쉬더니, 또 다른 힌트를 흘렸다. 일주일 전, 작곡가 선생이랑 있었던 일이다.


하루카 「치하야 쨩, 그 때 작곡가 선생님하고 그렇게나 즐겁게-」

치하야 「아, 그 분하고라면.....미안, 노래에 관한 일이라서 그런지 금방 열중해버려서」

하루카 「하아....치하야 쨩이 그런 건 알고 있지만. 응. 그렇지만」

치하야 「아, 그렇네. 그 분에게 폐를 끼쳐버렸다는 거구나. 하루카는 그게 신경 쓰여서-」

하루카 「아니얏!!!!!」


껌뻑껌뻑. 치하야에게 있어서, 이렇게나 큰소리를 내는 하루카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만 바짝 얼어서는, 겨우 눈만을 껌뻑거렸다.


하루카 「하, 후우, 하.....아, 그, 미안」

하루카 「이건 내가 너무 예민했나봐. 그, 그런데 치하야 쨩」

치하야 「응」

하루카 「그러면 전에 그, 프로, 듀서 씨하고는.....」


우물쭈물. 하루카가 치하야의 눈치를 살피면서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꺼냈다. 치하야는 숨을 겨우 내쉬며,  반쯤 굳어있던 두뇌를 다시끔 움직여보았다. 


치하야 「혹시, 프로듀서랑 같이 만담을 보러 갔던 거?」

하루카 「마, 맞아. 그거!」


한 달 전, 프로듀서하고 있었던 일. 같이 만담을 보러 갔던 일. 그게 하루카에게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경 쓰인다고? 왜? 무슨 이유로?


치하야 「그건 어디까지나 일적으로.....앞으로 있을 토크 이벤트를 대비한 견학 같은 거였어」

하루카 「아....그래.....」


그저 그랬을 뿐인 일인데. 치하야에게는 그랬다. 하지만 하루카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하루카 「치하야 쨩이 그렇다고 한다면, 그런 거겠지만」


마음이 내뱉은 말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치하야에게도 보였다. 치하야는 잠깐 생각하다가,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치하야 「있지 하루카」

하루카 「으, 응」

치하야 「나, 딱히 프로듀서랑 그....세간에서 말하는 그, 데이트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루카 「우핫, 그게 정말이야 치하야 쨩!?」

치하야 「응....적어도 난 그런 의도는 없었어」

하루카 「핫, 설마. 그렇다면 프로듀서 씨는.....」


보는 사람이 재밌어질 정도로 하루카의 표정과 태도가 휙휙 바뀌었다. 그렇지만 치하야는 그 변화무쌍한 모습을 그저 즐거워할 수만은 없었다.


치하야 「.....하루카는 프로듀서가 좋아?」

하루카 「그럴 리가 없잖아.....」

치하야 「의외네.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카 「치하야 쨩이 생각하는 좋아함과는 달라.....」

치하야 「love가 아니라 like라는 거네」

하루카 「응」

치하야 「.....후훗」

하루카 「뭐, 뭐야. 갑자기 왜 웃어」

치하야 「아니, 그냥 조금....다행이라고 생각해서」

하루카 「에....아, 아하하....그, 그래.....」


하루카는 치하야의 말에, 낙담한 건지 아니면 좋은 건지 모를 반응을 보였다.


치하야 「하루카」

하루카 「네에. 어쩐 일이십니까」

치하야 「하루카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하루카 「에, 아, 그, 그건!」

하루카 「치, 치하야쨩이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댯!」


우욱. 하루카가 말하다 두 손을 입가에 가져다대었다. 잘게 어깨를 떨고 있는 걸 보니 혀를 깨물었던 모양이었다. 치하야는 그 모습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치하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치하야 「어떻게 해야 하루카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수 있을지」

하루카 「아....」

치하야 「그러니까 알려줬으면 해」

치하야 「어떻게 해야 하루카가....아」


치하야가 중간에 말을 그만두었다. 하루카는 여전히 경계하는 투로 치하야를 보았다. 치하야는 곰곰이 생각해본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치하야 「하루카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러는 게, 싫어?」

하루카 「아, 그, 그거언....」


뜨끔. 눈에 뻔히 보일 정도로 당황하는 하루카에게, 치하야는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치하야 「좀 더 다른 사람들하고 어울려줬으면 한다고 했던 건, 하루카였지」

하루카 「마, 맞아. 그랬지. 그런데에.....」


그렇지만. 하루카는 본심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았다. 치하야는 조금 답답한 듯이 하루카를 강한 눈빛으로 보았다. 


하루카 「우우.....」


어쩌지, 어쩌지. 역으로 날아오는 추궁에 하루카는 전전긍긍한다. 좋은데 싫어. 싫은데 좋아.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도저히 입밖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하루카 「미안! 내가 괜히 화냈지」


대신 급조한 사과를 내보낸다. 치하야는 언짢은 듯 조금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만으로도 하루카의 마음이 새하얗게 얼어붙어버린다.


치하야 「하루카. 나는 사과를 바라고 있는 게 아니야.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듣고 싶을 뿐」

하루카 「그, 그래.....」

치하야 「역시 싫은 거야?」

하루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빈틈없이 이어져가는 압박. 궁지에 몰린 하루카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치하야 「그럼 좋아?」

하루카 「.....응」

치하야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하루카 「조, 좋다니까. 치하야 쨩 혼자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해」

치하야 「그러니」

하루카 「응. 맞아. 그런데. 아, 아니. 그러니깐」


그걸로 좋아. 방금 그건 나 혼자 괜히 열불낸 거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하루카가 마지막에 하기로 했던 말은 끝까지 나오질 못했다.


치하야 「.....하루카?」

하루카 「싫어.....이젠 조금 싫어졌어.....」


대신 다른 말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처음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랐던 하루카였지만, 결국 체념했다는 듯 줄줄 본심을 투덜거리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치하야 「저기, 그, 하루카.....」

하루카 「치하야 쨩은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능숙하게 권할 수 있게 된 거야?」

하루카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웃을 수 있게 된 거야?」

하루카 「어떻게, 그렇게.....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치하야 「저기, 그, 하루카.....」

하루카 「치하야 쨩에게는 좋은 일이겠지」

하루카 「나한테 있어서도 좋은 일이었는데」

하루카 「실은 치하야 쨩이 별 생각 없었다는 것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투덜거림은 점점 작아지고, 힘없어졌다. 하루카는 마지막 말을 마치고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치하야는 어렵게 입을 달싹거렸다.


치하야 「.....그래. 알았어. 하루카가 뭘 원하는 건지」

치하야 「그렇지만 하루카가 원하는 대로는 할 수 없어」

치하야 「하루카도 알고 있지? 그럴 수는 없다는 것」

하루카 「알아! 알지만 싫어!」

치하야 「.....」


하루카가 보여주는 격한 반응에, 치하야가 일순 숨을 삼켰다. 하루카는 치하야의 눈길을 피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하루카 「....미안. 난 참 나쁜 아이지」

치하야 「그럴지도」

하루카 「아- 조금 상처받아버렸을지도」

하루카 「분명 맞는 말이긴 해도, 직접 들어버리니까」

치하야 「그래도 상관 없어」

하루카 「.....응?」


치하야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에, 하루카가 주춤거리며 그 쪽을 향해 시선을 향했다. 치하야는 그런 하루카에게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담담하게 선언했다.


치하야 「왜냐면 하루카를 좋아하니까」

치하야 「그,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하루카 「에」

하루카 「그, 그런.....거짓말.....」


하루카가 그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분명 그 마음 속에서는 지금이 꿈인가, 꿈이겠지하고 열심히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치하야 「거짓말 같은 건 아냐」

하루카 「그럴 리가.....」

치하야 「아직도 모르겠어? 곤란하네.....」

치하야 「그럼 다시 한 번 말해주는 게 좋을까」

치하야 「어딘가의 누구 씨처럼 뒤로 빙빙 돌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후우. 치하야는 그렇게 말하고도 무척 긴장했는지, 굳은 얼굴로 몇 차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겨우 입을 열어, 얼버무리는 일 없이 또박또박 말했다.


치하야 「하루카가 원하는 것처럼은 할 수 없어」

치하야 「나, 알았거든. 누구하고도 대화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는 걸」

치하야 「오직 한 사람하고만 어울릴 수는 없다는 걸」

치하야 「그, 그렇지만 그래도.....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니까」

치하야 「다른 사람과 인사하고, 이야기하고, 웃어도」

치하야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아」

치하야 「그러니까 잘 들어줘」

치하야 「나는 하루카를 좋아해」

치하야 「like가 아닌 love로」


그 말에 하루카가 확실하게 현실로 끌어올려졌다. 그렇다해도 아직 얼떨떨한 눈으로 치하야를 보았다. 치하야는 금방이라도 다시 떠나갈 것 같은 하루카에게 외쳤다.


치하야 「불안하게 해서 미안해!」

치하야 「앞으로는 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한 만큼」

치하야 「아니 그보다 더」

치하야 「하루카랑 이야기할 거니까. 같이 웃을 테니까」

치하야 「그러니까 조금쯤은.....용서해주지 않을래」

하루카 「.....」

하루카 「.....푸후훗」


별안간 하루카가 웃음을 터트렸다. 치하야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눈으로 하루카를 보았다. 하루카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계속 웃다가, 겨우겨우 숨을 골랐다.


하루카 「하아, 정말....」

치하야 「하루카」

하루카 「아니, 아니야 치하야 쨩. 그냥, 내가 너무 이상해서」

하루카 「괜히 치하야 쨩을 의심하기나 하고, 멋대로 구속하려들기나 하고.....」

치하야 「내 마음, 알아준 거야?」

하루카 「물론이지. 그렇게 대놓고 말했는데 누가 모르겠어」

치하야 「....그래.....」


치하야는 잠시 안도했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짓다가도, 곧 진지한 얼굴로 하루카를 대했다.


치하야 「하루카는 어때」

하루카 「에,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였어?」

치하야 「글쎄.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겠는데」

하루카 「치하야 쨩,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지」

치하야 「하루카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가봐?」

하루카 「아니야, 좋아해! 무지무지 좋아한다구! 평생 이렇게 하고 싶을 정도로!」


하루카가 치하야에게 달려들더니, 그대로 품 안에 폭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두 팔을 꼬옥 등 뒤로 둘렀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하루카 「치하야 쨩은 둔감하니까 미리 덧붙여서 말하자면」

하루카 「like가 아닌 love야」

치하야 「후후, 그러니」


바람직하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겠지만, 기분 좋은 참견, 구속. 치하야는 품 안에 있는 같은 마음을 한 사람의 등에, 똑같이 자신의 두 팔을 둘러주었다.


----------

세상에는 쓴 하루치하가 있으면 대책없이 달달한 하루치하도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8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