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치하야「우리, 산에서 긿을 잃은 것 같아.」

댓글: 4 / 조회: 928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10-04, 2018 13:49에 작성됨.


1.


눈보라 휘몰아치는 산 속은 아주 깜깜했다. 함박눈이 가득 들러붙어 축 쳐진 이름모를 침엽수들과 겨울 한파에 바싹 메마른 벌거벗은 나무들을 제외하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정말로 암흑 밖에는 없었다.


눈보라가 매섭게 휘몰아친다. 그 싸늘한 칼바람 사이로 몰아치는 눈들이 그녀들로 하여금 한치 앞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문득 치하야는 후회했다. 고글이라도 사가지고 올걸..


아무리 여메도 계속해서 스며드는 날카로운 겨울 바람에, 치하야는 수시로 옷깃을 여미며 한탄했다.




치하야 「조난이라니..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


히비키, 하루카 「치하야(짱) 때문이잖아!」(버럭)




치하야 「..나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을리가 없잖아.」(딴청)




히비키 「..에취!」




추운건 도저히 적응이 안된단 말이지..히비키가 코를 훌쩍거리며 생각했다.




히비키 「애초에 가이드도 그냥 설퍼 산 전망대까지만 가라고 그랬다조..


엄청 긴 눈폭풍 예보가 있으니까 절대로 경로에서 벗어나지 말라구 했는데!」




치하야 「하지만 그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진정한 자연 사진은 진정으로 자연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곳에서 찍어야 정말 가치있다고 가나하씨?」




타카네 「그래서 사진은 잘 찍으셨는지요? 제 회상으로, 치하야는 이름모를 산을 넘어가자마자 바로 지쳐서 쓰러졌던 것 같은데..」




치하야 「그..힘들어서 찍는건 까먹었어. 아무래도, 산 오르는건 처음이다 보니까.」




히비키 「우갹! 그게 뭐냐고! 결국 사진도 못 찍고, 아침부터 내내 이상한 산만 타다가 이젠 길도 잃었다구!


애초에 캐나다 같은델 오는게 아니였다조? 이렇게 추운건, 난생 처음이다조! 에쵸!」(훌쩍)




하루카 「진정 진정 히비키. 그래도 여긴 여행지에..속하는 곳이니까.(아마도)


그러니까 길은 금방 다시 찾을꺼야.」




치하야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 하지만 캐나다는 크기 대비 인구가 아주 적은 나라야.


어쩌면 우리, 너무 멀리 나와버린 나머지 통상의 여행지에서 아주 멀리 벗어나버린건지도..후훗」




히비키 「..저기,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웃음이 나오는지 전혀 모르겠다조..」(황당)






타카네 「아! 아!! 아!!!」




하루카 「응? 타카네, 혹시 뭐라도 발견한거야?」




타카네 「아뇨. 그냥 배고파서 기합 좀 넣어봤답니다, 하루카.」(진지)




하루카 「...아, 응..」(새삼 느끼지만, 타카네는 정말 이상하구나..)




치하야 「나라면 그렇게 큰 소리를 내지 않겠어. 여기는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늑대라던가 곰이라던가,


어쩌면 예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히비키 「어이 치하야, 예티는 히말라야에 있는 괴물이다죠?


그리고 가이드가 말한건 웬디고였다조.


..아니 그걸 떠나서 그런걸 누가 믿냐조!」




타카네 「맞습니다! 그런거, 전혀 믿지 않는다고요?」




하루카 「..라고 말하면서, 도대체 갑자기 왜 그렇게 히비키 옆에 달라붙는거야 타카네?」




치하야 「아!」




하루카 「..설마 치하야짱도 배고프다던가, 그런거 아니지?」




치하야 「저기, 앞에 오두막집 같은게 보여!」




거센 눈보라를 헤치며, 4명의 아이돌은 치하야가 발견한 불 꺼진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2.


히비키가 가장 앞장서서 문고리를 잡아당겼지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금쇠라도 있는 것일까?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으므로, 히비키는 다시 한 번 문을 잡고 그대로 힘껏 잡아당겼는데


역으로 꽁꽁 언 오두막집의 나무 바닥에 미끄러지며 엉덩이로 단단한 바닥에 키스하는 추태만 보여줄 뿐이였다.




히비키 「아구구구..이거 절대 절~대 안열린다조! ..에취! 어, 얼어 죽을 것 같아..


급한대로 유리창이라도 깨야겠어. 하루카, 잠깐 자신 좀 받혀줄ㅡ」




-드르륵




타카네 「..미닫이 문인데 말입니다만..」




히비키 「...」(부끄러움)




히비키 「자, 자신도 안다조! 그냥..장갑 때문에 안 잡아당겨져서 그런거라구!」




히비키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왼손의 장갑을 벗어서는 그대로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하지만 손잡이는 아주 극도로 냉각되어 있었고,


손이 붙었다는 것을 깨달은 히비키가 당황하며 그대로 힘껏 손을 떼어버리자ㅡ




히비키 「우갸악!!」




타카네 「..히비키!」




히비키의 손바닥에서 피부 가죽과 살점이 떨어져 나가며,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타카네는 손을 부여잡고 울고 불고 있는 히비키를 서둘러 부축하며 집 안에 들어갔고,


나머지 두 명 또한 따라서 들어갔다.




오두막집은 따로 방이 없는 황량한 빈 공간이였다. 가운데에 숯으로 불을 지폈던 것 같은 화로 외에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들의 발걸음 말고는 적막함만이 가득했다. 각 방향에 난 작은 창문들을 관통하여 흘러내리는 달빛의 미광 위로 오랜 먼지가닥들이 바깥의 눈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치하야 「이, 일단 물로 씻고, 붕대를 감자! 붕대는..하루카 리본이 좋겠어!」




하루카 「뜨, 뜬금없이? 그것보다는 치하야 손수건이 더..」




하지만 치하야가 '나는 절대로 내 손수건을 주고 싶지 않아.' 와 같은 표정으로 하루카를 노골적으로 응시하자,


하루카는 어색하게 웃으며 넒은 천 리본 두개를 건내줄 수 밖에 없었다.




치하야 「붕대 감기 전에..일단 씻자. 자 여기 물.」




타카네 「감사합니다. 히비키, 어서 손을 내어주시지요.」




히비키 「끄응..그래두 이젠 피도 그친 것 같고 덜 아프다ㅈㅡ우갸악!! 우아악!! 우갸악!!」(발버둥)




히비키 「XX!@# 따가워!! 따갑다고!! 이, 이거 그냥 물이 아니잖아? 도대체 뭘 넣은거야 치하야?」




치하야 「미안. 사실, 산을 탄다는 소리에 나름대로 이온음료를 만들어 봤는데, 재료가 없어서 소금만 넣었거든.」




하루카, 타카네, 히비키 「...」




치하야 「왜 다들 그렇게 봐?..뭐..어쨌건 이건 해결됬으니..일단 불부터 붙이자. 전화는 안되는거야?」 (주섬주섬)




히비키 「...전혀 해결된게 없는 것 같다구!」(짜증)




하루카 「다들 방전된 것 같아..아까 오면서 프로듀서에게 했던 통화가 마지막일지도.」(우울)




그 말에 일순 숙연해졌다. 실은, 치하야는 애초에 하루카 말을 듣고 있지 않았고,


타카네는 배고파서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며, 히비키는 할 말이 없었을 뿐이지만.


하루카는 자신이 그런 우울한 말을 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부담을 줬다는 생각에 바로 반성하며 고개를 젓고선 밝은 목소리와 함께 화제를 돌렸다.




하루카 「어? 나 그거 뭔지 알아 치하야짱! 그거 불 붙일 때 쓰는 서바이벌 키트지?


그런 것도 가방 속에 챙겨왔었던거야?」




치하야 「뭐, 그정도는 기본이랄까.」(우쭐)




히비키 「...아 싫다 저 표정.」




치하야는 화로에 키트를 가져다 대고, 남은 숯과 타다 남은 장작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바싹 마른 상태였다.


치하야는 설명서에 적힌대로 두 개의 막대기들을 마구 비볐다. 스파크가 튀기 시작하자, 모두들 감탄에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한참을 끙끙대도 불은 커녕 스파크만 요란하게 튀자 그것은 곧 실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치하야 「..잘 안되네.」




치하야 「역시 라이터로 해야겠다.」




히비키 「아니 있었으면 애초부터 쓰던가!」(황당)




마침내 불이 붙었다. 그런데 타다 남은 장작 하나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곧 꺼질락 말락한 상황이 찾아왔다. 그 순간 치하야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치하야 「곧 꺼질지도..」




타카네 「그것은 심각하군요..그렇다고, 바깥에 나가서 장작을 캐기에는 이미 주변에 나무들이 별로 없고, 너무 어두우니..」




치하야 「좋은 지적이에요 타카네씨. 그런 의미에서..가나하씨, 가방 줄래? 마침 수제 천 가방이네.」




히비키 「우갹! 자, 자신 가방은 엄청 소중한거다조!


오키나와에서 어망이 직접 만들어서 보내준 거라구! 그, 그리고 다른 애들이랑 치하야도 가방 있잖아!」(기겁)




치하야 「뭐야, 히비키씨는 겨우 가방 때문에 우릴 외면하겠다는거야?


뭐..알겠어. 같은 사무소 동료이고 친구니까 이해할께. 그냥 뭐 전부 여기서 얼어 뒤져버리면 되겠지 뭐 그치?」




하루카 「그, 그건 좀 과대한거 아닐까..」(곤란)




치하야 「냉정하게 생각하자 하루카. 이건 어쩔 수 없는 생존 방법이라고?」




히비키 「..아, 알았다죠..미안 어망..」(울먹)




그 말이 끝나자마자, 치하야가 확 가방을 낚아채어 불쏘시개 사이에 던져넣었다.




타카네 「..그런데 창문으로 보니..오두막집 뒤쪽에 장작이 쌓여 있었군요.


저 정도면 가방을 태울 필요는 없겠는데요?」




하지만 이미 가방은 활활 타서 날아가고 없는 후였다.




히비키 「....」




치하야는 이제는 다 타버린 가방에 남은 마지막 흔적인 작은 인형 장식을 히비키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치하야 「역시 너무 성급했어. 왜 그렇게 성급했던거야?」




히비키 「...타카네, 혹시 장작 중에 손에 쥐기 적당한거 뭐 없냐조? 잡고 딱 휘두르기 좋은 거.」




하루카 「차, 참아 히비키 (곤란)」




하루카 「..쿨럭, 쿨럭..기침이 자꾸 나네..」




3.


자그마한 불은 장작들을 타고 오르며 순식간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제법 올라온 불길 속에 장작을 몇 번인가 더 던지자, 이제 집 안은 제법 따뜻한 상태였다.


히비키가 신발을 벗고서는 두 발을 불가 근처에 대며 말했다.




히비키「하..이제 살 것 같다조?」




치하야 「가나하씨, 꼭 그렇게 발을 꼼지락거리면서 말려야겠어? 별로, 아이돌답지 않은 모습이라고?」(피식)




하루카 「저기 치하야짱..안 말리고 다니면 동상에 걸릴지도 모르는데?」




치하야 「..역시 나도 벗는게 좋겠어. 하루카, 하루카는 신발 안 벗고 뭐해?


타카네씨는 안 벗으시려고요? 다들 손가락을 써서 발가락 사이도 막 비비라고! 생존 앞에서 체면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러는거야?」(진지)




하루카, 히비키, 타카네 (태세전환이 빠르네(조)(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마른 장작이 타들어가며 가끔 타닥ㅡ타닥 거리는 소리가 이는 것 말고는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많이 피곤하기도 하고, 딱히 할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이기도 했을 것이다.


히비키는 그냥 대놓고 퍼질러 킁킁거리며 자고 있었고,


하루카와 치하야는 꾸벅꾸벅 졸면서 입가로 질질 침을 흘려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타카네가 입을 열었다.




타카네 「장작..수가 많이 줄었군요. 이대로 넣다간 하루도 다 못 쓸 것 같습니다만.


대략 새벽녘 정도에 다시 길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소리에 화들짝 깨어난 치하야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돌려, 같이 자고 있었던 하루카의 가슴에 흥건히 고인 침과,


자신의 무릎에 고인 침을 번갈아바라보며 잠깐동안 쓸데없는 자괴감과 시기를 느낀 직후 말했다.




치하야 「그건 무리에요. 지금 캐나다에는 강한 눈폭풍 기간이라고 하니까..


최대한 아껴서 오래 버티면서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전화 됬잖아요. 이 산장, 지금은 텅 비여 있지만 분명히 운영하던 곳이였으니까..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죠. 프로듀서도 이럴 때엔 쓸모가 있을테니 분명 보냈을 거에요.」




히비키 「하지만..그것만 믿고 버티기에는 너무 무리다조!


이 날씨면..분명 얼어 죽을지도. 그리고 먹을 것도 별로 없다조?


그나저나, 다들 혹시 뭐 가진거 있어?」




그 말에 다들 고개를 저었다. 치하야도 고개를 저으려다가,


문득 주머니 안에 넣은 손에서 초콜렛 핫바가 손에 닿았다.


치하야가 갑작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치하야 「앗!」




하루카 「치, 치하야짱? 갑자기 왜 소리를..?」




치하야 「아, 그게..배, 배가 아파서.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께!」




하루카, 히비키, 타카네 「...」






4.


아직 거센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지만, 내성적인 치하야로써는 아직까지 방귀조차 트지 않은 상대들에게 자신의 '내용물'을 공개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일부러 으슥한 나무 사이까지 이동했다.


보드라운 눈이 푹푹 밟히기 시작할 즈음, 치하야는 오두막집 뒷면과 마주보는 커다란 삼엽나무 뒤에 몸을 가리고는,


나뭇가지에 가짜 양털 코트를 걸쳐둔 다음 바로 쪼그리고 앉아 축적된 내용물을 거침없이 배출하기 시작했다.


쌓인 눈이 녹아들어가며 그 위로 수증기가 피어올랐고,


그 안으로 무언가 굵은 것들이 줄지어 내려오며 고인 물 위에 안착했다.


그런데 붉은 핏방울도 같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마 힘을 너무 많이 주다보니, 치질이 살짝 다시 터진 모양이였다.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아. 아프진 않으니까..


아무래도, 너무 추운 나머지 하반신에 감각이 지워진건지도 몰랐다.




문득 치하야는 닦을만한게 없다는걸 깨달았다. 아니, 생각해보니 있었다.


주변에 눈들이 가득했으므로ㅡ


그런데 너무 많이 쏟아부어서일까, 치하야는 공복을 느꼈다.


마침 지금 들어가면, 너무 추워서 다시 나오기 힘들 거라는 생각도 들었으므로ㅡ


치하야는 인조 양털 코트의 우측 호주머니에 숨겨놨던 에너지바를 주섬주섬 꺼내서는 그대로 천천히 깠다.




그리고는 누가 볼쌔라 덥썩 입에 물며 한참을 오물거렸다.


평소라면 쳐다도 안 봤을 민트맛 에너지바였지만 그래도 상관없이 맛있게 먹었다.




치하야 「역시..미안 하루카, 가나하씨, 타카네씨. 하지만..이건 내 꺼잖아?」




..사실은 등반 직전 히비키가 준 것이였지만 아무튼.




그런데 그 순간, 옆쪽에서 나뭇가지가 스스슥하며 무슨 소리가 들렸다. 치하야는 기겁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것은 늑대였다. 하얀 백모 사이로 흑모가 듬성듬성 섞인 커다란 늑대가 눈 쌓인 덤불 사이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것이 옅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자, 치하야는 기겁했다.




치하야 「응야앗!」




치하야는 화들짝 기겁하며 바로 도망치려 했지만,


발치에 흘러내린 그녀의 소변이 이미 장화에 얼어 달라붙어 있었고


결국 발을 떼다 그만 뒤로 넘어지며 주저앉고 말았다. 자신의 그것이 있는 그 자리에.


덕분에 엉덩이 주변에 그대로 처참히 발라졌지만 치하야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 그대로 엎드려서는 마구 빌며 소리질렀다.




치하야 「사, 살려줘 살려줘요! 저, 저는 말라비틀어진 72라 머, 먹을것도 없다고 제발!!」




다행으로, 이미 배가 부른건지 아니면 병에 걸린 동물이라 생각한건지는 몰라도,


늑대는 그대로 시선을 돌려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그때 오두막집 쪽에서 히비키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히비키 「어이~ 치하야, 거기서 뭐하냐조?


왜 이렇게 안오는거야?」




치하야 「느, 늑대다 늑대!! 으아앙!!」




치하야는 X묻은 바지를 그대로 걷어올리고선 울면서 헐레벌떡 뛰어갔다.






5.


미묘한 감촉에 영 찝찝한 기분이 가득했지만, 그것도 몇 시간이 지나자 그저 무의미해졌다.


히비키가 이상한 X냄새 같은게 난다고 조금 불평했지만, 그 불평도 추위에 코가 막혔는지 곧 그만두었다.




히비키 「..조금 추워진거 같다조..에취!...킁킁! 크르르릉..」




하루카 「그, 그러게..그리고 히비키, 콧물을 너무 대놓고 삼키는건 좀 안좋을지도..쿨럭 쿨럭.」




타카네 「크르르르릉!! 킁킁킁킁!! 꿀꺽 꿀꺽..꺼억..이런, 배고파서 다소간 실례를ㅡ


콧물의 향취는, 마치 돼지고기 라멘 육수와도 비슷한 그런 것이였군요. 후후..」




하루카, 치하야, 히비키 「...」




타카네 「그나저나, 장작을 줄여야 하므로..생각보다 눈폭풍이 오래 갈 것 같군요.


이미 장작을 많이 사용하였으므로ㅡ이대로라면..예상보다 훨씬 오래 갈지도..」




치하야는 바깥을 살펴보았다. 눈폭풍은 기세만 약간 줄어든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어두웠고, 기상예보대로라면 눈 폭풍은 아마 더 오래 갈 것이였다.




어쩌면 예상보다 더 오래.




히비키 「...」




히비키 「역시, 자신이 나가서 사람들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결심)




치하야 「절대 안돼! 제정신이야 히비키?


지금 나가면 얼어 죽는다고! 게다가 늑대도 있다니까?」(버럭)




히비키 「..알아. 하지만..지금 봐봐 치하야. 장작은 이제 거의 바닥났고..」




치하야 「미쳤어! 히비키, 왜 자꾸 어린애처럼 그러는거야? 그냥 기다리면 분명히..아마..올..꺼야!


그러니까 그냥 기다리는게 최선이라니까? 시죠씨도 뭐 말 좀 해봐요!」




타카네 「..여긴..아주 넒으니까요. 지금 마침 눈이 잠잠해졌고,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그러니 저 또한 히비키와 함께 왔던 길을 거슬러가서 도와줄 사람들을 찾는 것이 어쩌면 옳은 선택일지도요.」




치하야 「당신까지! (분노) 하루카도 뭐라 말 좀 해 봐!」




치하야 「하, 하루카?」




하루카가 치하야의 어깨 위로 푹 쓰러졌다.


얼핏 보면 지쳐서 잠든 것 같았지만, 손을 댄 순간 치하야는 그녀가 고열로 쓰러졌음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치하야는 점점 더 초조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치하야 「...하루카..역시 리본을 벗기면 안 되는 거였는데.」(울먹)




히비키 「..그거 때문일리가 없잖아..」(황당)




타카네 「...열이 심하군요.


..더더욱 서둘러야겠네요. 치하야, 부디 하루카를..반드시 돌아올 테니까요.」




치하야 「..실패할꺼야..(울먹) 가면 안된다니까 다들?」




그것이 아파서 정신을 잃은 하루카와 단 둘이 남아야 된다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인지,


논리적인 판단에 따른 걱정에 의한 것인지는 그 순간 치하야 본인조차도 가늠할 수 없었다.




히비키 「..걱정 마. 반드시, 반드시 돌아올꺼라조?」(미소)








히비키 「그리고 치하야, 미안한데..몸에서 X냄새나.」




타카네 「..예. 아까부터 좀..」




치하야 「....」






6.


치하야 (장작이..거의 없어.)




하루카 「..하아..치하야짱..괜찮아..」(미소)




하루카는 정신을 차렸다 잃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잃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다.


몇 시간인가 지나자, 장작도 슬슬 한두개 뿐이였다.


슬슬 뒷목이 다시 시려워지고 있었고, 불길도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였다.


치하야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잠깐 잠잠했던 눈 폭풍은 어느새 조금씩 거세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날이 밝아오며 어둠은 조금 걷히는 모양이였지만,


거세진 눈폭풍은 먹구름이나 다름 없어 그 안에서는 어두운거나 밝은거나 별반 차이 없을 뿐이였다.




치하야는 가슴이 막막하게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차라리 혼자였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를 것 같았다.


하지만 옆에서 하루카가 끙끙 앓아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자니,


당장이라도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최악의 상황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만약 이대로 하루카가ㅡ




치하야는 고개를 저었다.




대체 구조대는 언제 오는 걸까.


부정적인 생각을 억지로 떨쳐내며, 치하야가 말했다.




치하야 「..장작이 다 떨어졌네. 하루카, 나 장작 좀 구해다가 올께.」




그때 드러누운 하루카가 힘빠진 손길로 치하야의 바지를 잡았다.




치하야 「걱정할 필요 없어..금방 다시 올께! 그러니까..너무 걱정하지 말자. 히비키랑 타카네도 갔으니까..


구조대도 금방 올꺼야. 아니 어쩌면, 타카네와 히비키를 나중에 또 구해야할지도?


다들..너무 성급해! 그냥 기다렸으면..됬을텐데..」(울먹)




하루카 「아니..그거 때문이 아니라..콜록콜록..바지..바지에 x 묻었으니까..


들어올 때는 털고 오기야 알았지?」(미소)




그녀의 창백한 미소에 왈칵 올라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치하야가 답했다.




치하야 「...하루카, 조금만 기다려줘.」(울먹)






7.


바깥으로 나오자, 치하야는 실시간으로 얼어죽는다는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집 안도 이제는 제법 추웠지만, 밖에 비하자면 오히려 따뜻한 쪽에 가까웠다.


다시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치하야가 고개를 돌리자,


성애가 가득하게 낀 유리창을 통해 다 꺼져가는 장작불과 그 곁에 쓰러진 하루카의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




치하야 「..역시 구해야겠어!」




치하야는 마음을 다잡고 눈보라 휘날리는 하얀 대지를 조금씩 조금씩 헤쳐나갔다.




오두막집 주변에는 이상하리만치 나무가 없었다. 문득, 그녀는 가이드의 말이 떠올랐다.


어제였나, 마을 주변에 나무가 왜 한 그루도 없냐는 히비키의 질문에 가이드는..


그것이 예전부터 전해져내려온 풍습으로, 캐나다 북부 지역의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집 근처 나무들을 싹 다 벌목하는데


그 이유가 식탐의 화신이라는 괴물 때문이라고 그랬다.


아마 이름이..




치하야 「웬디고, 였던가?」




그것은 일본식으로 따지자면, 설녀 같은 눈의 요괴 비슷하리라.


물론, 가이드 말에 따르자면 외모는 아주 끔찍하고 고약하겠지만..


웬디고는 혼자 돌아다니는 사람을 얼려서 죽이거나 잡아먹는다는데,


특히 눈보라가 심하게 날리는 날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었다.


바로 지금처럼.




이상한 긴장감에, 치하야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밑창을 통해 올라오는 냉기 속에 슬슬 발가락 끝이 따가울 무렵, 드디어 나무 몇 그루가 눈보라 사이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반색하며 나무를 향해 다가가려는 순간 치하야는 무언가에 걸려 넘어져버렸다.




치하야 「악!」




처음에는 나뭇가지인줄 알았다. 하지만 눈을 조금 털어내고 확인하자,


치하야는 그것이 무언가에 의해 살해당한 커다란 순록의 시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겁한 치하야는 몸을 털며 일어서려고 했지만, 그 순간 앞에서 무언가 거대한 포효성이 들려왔다.


그것은 치하야가 지금까지 들어본 어느 동물의 소리와도 달랐으니,


인간의 슬픈 비명소리 같기도 혹은 분노의 포효성 같기도 한 것이 대략 수십초간을 길게 울려 퍼지며 그녀의 정신을 이성의 아찔한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그리고 치하야는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백색의 눈들이 제자리에서 휘날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더 자세히 보자, 그것은 눈들이 아니였다. 곱디 곱게 휘날리는 가느다란 백색 털들이였다.


점차 윤곽이 잡히자, 그녀는 그것이 대략 2M는 되는 무언가 거대하고 메마른 형체라는 것을 깨닫고선 공포에 휩싸였다.


새하얗게 빛나는 놈의 두 눈이 그녀 쪽으로 향하자,


그녀는 공포 속에 입조차 두 손으로 막은채로 눈밭에 최대한 납작하게 엎드렸다.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가슴이 납작한 것에 감사하게 여길 정도로,


엄청난 공포가 그녀를 맴돌고 있었다.




눈 속에서 메마른 살덩어리가 다 얼어버릴 것 같아서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자 그제서야 치하야는 고개를 빼꼼히 들어올렸다.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럼에도 한참을 엎드린채로 주저하던 치하야는 마침내 다시 일어나 나뭇가지 몇 개만을 건지고선 황급히 오두막집으로 돌아왔다.






8.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한참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오두막집 앞이였다.


치하야는 다급하게 문고리를 잡았다. 손에 감각이 없어서, 문고리를 잡으면 그대로 손째로 얼어붙어서 뜯어질 것만 같았다.


아무리 당겨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괴물이 날카로운 발톱과 송곳니들을 내세우며 달려들것만 같은 공포 속에,


치하야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그대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제서야 치하야는 문을 옆으로 당겨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문은 그대로 열렸고,


안에는 거의 잔불만 남은 상태의 화톳불과 여전히 정신이 없는 하루카가 끙끙대며 누워 있었다.




치하야는 바로 문을 닫고는 숨죽여 끅끅댔다. 시간이 흘러 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고,


웬디고조차도 그냥 가물가물하여 본 환상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녀는 그렇게 믿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X 싸다가 피흘린 것 때문에 빈혈 증상이 와서 미쳐버린 건지도 몰랐다.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세상에 웬디고라니. 설녀도 있다고 그러지? 킥킥..


치하야는 실없이 낄낄거리며 웃다가, 하루카를 보고 또다시 울적함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서 답답함에 주변을 서성였다. 그리고는 다시 미친듯이 몰아닥치는 울적함에 주저앉았다.




이제는 다른 공포가 그녀를 찾아왔다. 하루카가 여기서 그대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장작불을 몇 개 더 넣었지만, 하루카의 상태는 시간이 흐를 수록 더욱 악화되어가기만 했다.


이제 그녀의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불안정했다. 그 모습을 보며 치하야는 숨죽여 끅끅 울거나,


혹은 강박증 속에 마구 손톱과 입술을 물어뜯었다. 입술 주위로 피가 송골송골 맺혀 방울지고 있었다.




마침내 치하야는 하루카를 안고 떠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눈 폭풍도 이제는 어느정도 잠잠해졌으므로ㅡ다만, 언제라도 다시 거세게 불어닥칠지 모르니까 지금이 기회였다.


불연듯, 치하야는 히비키와 타카네가 나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 때 같이 나갔으면, 히비키한테 하루카를 짊어지고 가게 했으면 되었는데..아쉽네.




그런 쓸모없는 생각을 끝으로, 치하야는 마침내 하루카를 들쳐업었다.




치하야 「하루카..걱정하지 마.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테니까.」




9.


치하야는 본디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여자 아이였다.


아이돌 일을 시작하며 레슨 등 제법 운동을 할 계기가 있었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같은 나이 또래의, 더 건강한 여자 아이 하나를 짊어진채로 오래 걸을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치하야는 숨이 턱까지 몰아치며, 땀이 몇 방울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 쉬는 것도 고역이였는데,


쉴 때마다 식은 땀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으며 그녀의 체온을 떨어트렸기 때문이였다.


콧물은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젖은 기침이 계속해서 터져나왔다.


조금씩 그녀 또한 지쳐가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치하야는 지금과 같이 추운 상태에서 잠깐이라도 잔다면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과 몸이 버틸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감각이 사라진 발은 이제 냉기조차 느껴지지 않았고,


걸을 때마다 계속해서 뼈속까지 저려왔다. 마치 자신의 발이 아닌 것처럼.




눈보라 속을 한참 헤메도 보이는 것은 눈만이 가득 맺힌 황량한 나무들 뿐이였다.


치하야는 혹시 자신이 같은 자리를 도는 건 아닐까 하고 잠깐 동안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대로 있었다간 하루카가 정말로..위급한 상황에 놓였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오두막집을 나온 것에 대해 후회하는 감정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졸음인지 추위 때문인지, 정신은 혼미해지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짙은 눈보라 뿐이였다.


길이라던가 표지판 따위는 아무데도 없었다. 치하야는 점점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따금씩 끙끙거리거나 억지로 우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점점 일반적인 여자아이가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몰리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아까 전의 그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이성을 깎아내리는 그러한 초월적인 울부짖음.


치하야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딘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아까의 그것이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눈보라와 함께 휘몰아치는 칼바람보다도 더 싸늘한, 공포가 만들어내는 오싹한 전율이 그녀의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엔딩1.


치하야가 어디로 향하든, 눈보라 속에서 흉흉히 빛나는 노란 눈동자들은 계속해서 그녀를 따라다녔다.


두마리, 어쩌면 그 이상.


웬디고들은 마치 지쳐 죽어가는 가녀린 짐승을 가지고 노는 맹수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길은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덧 거세진 눈보라 속에 그녀는 갇혀버렸다.


어쩌면 길에서 완전히 이탈해서,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온 건지도 몰랐다. 그녀는 희망이 사라지는 것과 반비례하게,


공포와 절망이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때였다.




뽀드득ㅡ뽀드득




치하야는 고개를 돌렸다.




바로 뒤에서, 백색 털로 뒤덮힌 무엇인가가 천천히 여기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환영 따위가 아니였다. 실제였다.




치하야 「무엇을 원하는거야!!」




악에 받힌 치하야가 소리질렀다. 추위 속에 메말라 붙은 입술이 억지로 떨어지며, 갈라진 입술의 생체기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그것들은 아무 말 없이 다가올 뿐이였다.




치하야 「오, 오지마!」




치하야가 주춤주춤 물러났다.




마지막 순간, 치하야는 자신의 발이 허공을 밟고 있음을 깨달았다.


가이드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눈 폭풍이 심할 때, 캐나다의 산을 걸을 때에는


눈에 덮혀있는 빈 공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매 걸음에 조심하라고.




하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뒤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떨어지기 직전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하루카를 최대한 끌어안아 품에 안는 것이였다.




....




히비키 「정신이 드냐조?」




치하야 「우아악!! 사, 살려줘! 살려ㅡ」




히비키 「우갸악! 지, 진정하라조? 여기, 병원이라구!」




치하야 「..벼, 병원?」




타카네 「예. 뒤로 넘어져서 떨어져버린 바람에 정신을 잃은 두 분을, 마을 사람들이 구해서 데리고 왔답니다?


다행스럽게도, 마을 바로 코앞이였지요.」




히비키 「..라고는 해도, 별루 높지도 않았던 데다가 눈에 가득 덮혀 있어서 다치진 않았지만 말야.」




치하야 「웨, 웬디고는?」




히비키 「..치하야..」(한심)




타카네 「왠디고 같은 것은, 그저 전설일 뿐이였습니다. 그런건 없었답니다 치하야.」




치하야 「하, 하지만 난 분명히ㅡ」




히비키 「안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였다조?


왜 자꾸 도망쳐서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 거냐조!


다들 털모피 옷을 입고 다녔는데, 치하야가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꾸 비명지르고 도망쳐서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조?」




치하야 「..내가 잘못 본 거라고? 하, 하지만 눈도 막 무시무시하고..이빨도..」




히비키 「그건 후레시 불빛이였고, 마을 사람들이 입고 다니던 옷 중에 털곰 생모피로 만든 옷을 보고 착각한거야 치하야가.」




치하야 「하, 하루카는?」






하루카 「..참, 빨리도 물어보는구나 치하야짱?」






치하야 「..하루카!」(왈칵)




하루카 「고생했어, 그리고..고마워.」(울먹)






엔딩.2


치하야가 어디로 향하든, 눈보라 속에서 흉흉히 빛나는 노란 눈동자들은 계속해서 그녀를 따라다녔다.


두마리, 어쩌면 그 이상.


웬디고들은 마치 지쳐 죽어가는 가녀린 짐승을 가지고 노는 맹수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길은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덧 거세진 눈보라 속에 그녀는 갇혀버렸다.


어쩌면 길에서 완전히 이탈해서,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온 건지도 몰랐다. 그녀는 희망이 사라지는 것과 반비례하게,


공포와 절망이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때였다.




뽀드득ㅡ뽀드득




치하야는 고개를 돌렸다.




바로 뒤에서, 백색 털로 뒤덮힌 무엇인가가 천천히 여기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환영 따위가 아니였다. 실제였다.




치하야는 지쳐버렸다. 동시에 더 이상 하루카를 감당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음을 깨달았다.




치하야 「먹고 떨어져!」






미안해 하루카.




치하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그러다가 발이 예상보다 훨씬 깊게 빠진 순간에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알았을 때엔 이미 치하야의 몸은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얼어붙을 것만 같은 냉기였다. 냉기가 마치 뼈속까지 침투해서 올라오는 듯한 기분이였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지독한 다리의 통증에 일어날 수 없었다.


메마른 두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자, 거기에는 기이한 각도로 앞으로 꺾여버린 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피까지도 얼어붙어서, 바지에 달라붙어 도저히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눈이 점점 그녀 위로 쌓여가기 시작한다.




마지막 순간 그녀가 본 것은 거대한 털복숭이 괴물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였다.




...




하루카는 무사히 구출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치하야는 갑자기 자리에서 벗어나 어디론가로 사라졌고


눈보라가 그친 지금까지도 그녀는 발견되지 못했다.




타카네 「..」




하루카 「..치하야짱..」(울먹)




히비키 「..괜찮아 하루카! 분명, 치하야는 어디선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 거다조?」




하루카 「응...잠깐, 여기 무엇인가..꺅!!」




히비키 「..우웨엑!!」




치하야는 마을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은 숲 속에서 발견되었다.


지독하게 얼어붙은 핏자국과 살점 조각들, 손가락 하나만을 남기고.




같은 시간, 산 속 깊은 곳 어느 으슥하고 깊은 동굴의 어둠 속에서,


괴물은 말라 비틀어진 시체 하나를 사지쨰로 뜯으며 우드득 우드득, 씹어먹고 있었다.




마치 맛난 별미와도 같이.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