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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토모카 트랩 (朋花 Trap) -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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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6, 2018 18:28에 작성됨.

1.


 매일 아침, 그에게 가장 먼저 인사를 해 주는 사람은 건방진 꼬맹이였었다.


 “안녕하신가요, 프로듀서 씨~♪”


 “안녕, 토모카.”


 평소와 별다를 바 없는, 하지만 토모카의 애정이 느껴지는 인사를 받으며, 그는 자신의 사무 책상으로 가서 앉았다.


 어쩐 일인지 오토나시 코토리가 그보다 먼저 와서 서류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천지개벽의 징조인가, 그는 웃으며 아오바 미사키에게 말을 걸었다.


 “왜 저래요?”


 “리츠코 씨한테 대판 깨지고, 사장님한테 2연타로 깨졌어요. 저보다 업무량이 적으면 50% 감봉을 하신대나 뭐래나.”


 “자업자득이네요.”


 미사키 씨가 쿡쿡 웃었고, 우리의 웃음소리를 들은 코토리 씨가 째릿, 한번 노려보았지만 그녀의 뒤에서 커다란 쥘부채를 들고 있는 리츠코의 기침 소리에 이내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 씨. 토요일에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일요일에 안 나오셨어요?”


 “일요일에 나오는 게 이상한 거 아닙니까?”


 라고는 말했지만, 보통 아이돌들의 대형 이벤트는 주말에 많이 잡혀 있기도 하고, 평일에 모두 처리하지 못할 서류 업무들도 있기 때문에 주말 출근은 필수불가결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것 치곤 월급이 적다는 느낌이 들지만...조만간 사장님과 면담을 한번 해 봐야겠다.


 “프로듀서 씨가 안 나오셔서 그날 스케줄이 있던 몇몇 아이들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구요, 정말. 전화도 안 받으시고,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에요, 도대체?”


 “그날 스케줄이 있던 아이면, 이오리와 시즈카, 그리고 세리카랑 안나인가요?”


 “어라, 프로듀서 씨?”


 이오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원래 시어터 아이들까지 이름으로 부르셨던가? 미사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경쓰지 마세요. 심경의 변화니까.”


 “네에에...정말이지, 핸드폰을 두드리던 이오리쨩과 시즈카쨩의 무시무시한 압력 때문에, 세리카쨩과 안나쨩 둘이서 사무실 구석에서 손을 맞잡고 오들오들 떨었다니까요?”


 “그렇게 성격 좀 죽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말 몇 마디로 성격을 죽일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말이다.


 “그래서 프로듀서 씨. 어제 뭐 하셨나요?”


 “어디 보자...토모카를 데리고 디O니 랜드에 놀러갔다가, 오후 즈음에 나와서 집 근처 아쿠아리움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 뒤엔 집에 데려가서 저녁을 먹이고 돌려보냈네요.”


 “......네에에?!”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아이돌의 멘탈 케어를 해 주었으니, 프로듀서 업무의 일환으로 봐 주세요.”


 미사키가 뭐라고 채 말을 하기도 전에,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토모카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프로듀서 씨~? 어제, 저와 보냈던 시간이 단순한 업무였나요~?”


 “음, 공식적으로는?”


 “......정말로 죄 많고 못되먹은 프로듀서씨네요. 성모의 마음을 가지고 노시다니~”


 “하하하. 조금은 봐 줘, 토모카.”


 털털하게 웃으며, 그는 토모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 느낌이 꽤나 기분이 좋았던지, 토모카는 갸르릉거리며 잠시 그의 손길을 만끽하다가, 사무소의 시계가 8시 55분을 가리키자 아쉬운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곧 있으면 다른 아이돌들이 온다. 사무원들이 있다지만, 그래도 프로듀서와 이렇게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지금뿐이다.


 결단한 표정으로, 토모카는 프로듀서를 보았다. 그는 앉아 있었기 때문에 156센티의 단신인 토모카가 그를 내려다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프로듀서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토모카의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작은 욕망이 피어올랐다.



 지배하고 싶어.



 “이건, 성모의 벌이에요~♪”


 “토모카? 너, 무슨......앗?”


 쪼옥, 하는 키스 소리를 사무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 증거로 리츠코의 표정이 귀신의 그것과도 같아졌고, 그 앞에서 컴퓨터를 두드리던 작은 새는 코피를 주르륵 흘리며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었다.


 “입술은, 프로듀서 씨가 마음먹을 때를 위해서 남겨두겠어요~♪”


 그리고 지배받고 싶어, 토모카는 작게 중얼거리고는 빨갛게 된 얼굴을 필사적으로 숨기며 소파로 되돌아갔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미사키는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리츠코의 쥘부채가 한발 빨랐다.


 “도대체! 담당 아이돌에게 뭘 하신 건가요!”


 “아야야! 아프다고요! 아무 것도 안 했어요! 그냥 뺨에 키스당했을 뿐이고, 아니아니, 멘탈 케어라니까?”


 “그걸 믿을 것 같나요? 눈앞에서 애정행각을 봤는데? 순순히 주말동안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뱉어 보실까요?”


 저 눈은 진심이다.


 비단 리츠코 뿐만이 아니라, 일요일에는 다른 아이돌들로부터 수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기억하는 것만 해도, 이오리로부터 스무 통 가까이, 시즈카로부터 열네 통, 세리카와 안나로부터 각각 세 통씩. 이외에도 치하야, 리츠코, 유리코, 그리고 츠무기와 카오리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그는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했지만, 단 한 통도 받지 않았다.


 애초에 일요일이기도 하고, 사적인 전화는 사적인 번호로 해 주었어야지, 업무용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면 받을 이유가 없다.


 그가 사적인 전화번호를 사무소 사람들에게 알려준 적은 없지만.


 게다가 어제는 통째로 토모카를 위해서 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업무? 그런 건 유능한 프로듀서인 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다만, 나중에 이오리에게 한번쯤 죽을 각오는 해야할 것 같다.


 “이보세요 리츠코 씨. 삐요 씨가 딴짓한 것부터 처리하시는게 어떠실지요?”


 “핫?!”


 갑작스레 지목당한 코토리가 어깨를 움찔거렸다. 어느 새 모 동인지 판매 사이트의 창은 사라져 있었지만, 리츠코라면 로그를 뒤져서 작은 새의 유죄를 증명할 것이다.


 “......나중에 따로 저 좀 봅시다 프로듀서.”


 “싫-습니다아-!”


 잔소리는 더 이상 사절이다.


 그는 고개를 돌려 토모카를 바라보았고, 그를 힐끔 보여 소리죽여 웃고 있던 토모카와 눈이 맞았다.


 서로 빙긋 웃어주는 것과 동시에, 시계가 정각 아홉 시를 가리켰다.


 새로운 스케줄의 시작이다.



 -END......?






2.


 괜히 분했다.


 동료의 기쁨은 축하해 주어야 할 문제이지만, 연적의 기쁨은 곧 자신의 패배이기 때문이다.


 저 두 명이 사귀는 것은 아니다. 토모카는 분명 프로듀서에게 친애 그 이상의 감정이 있음이 틀림 없지만, 프로듀서가 토모카에게 향하는 감정은 우정 정도이다, 라고 생각했었다.


 문제는, 주말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토모카에 대한 프로듀서의 감정이 우정보다는 조금 더 나아간 것 같았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여자로서, 그리고 연적으로서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사무소의 다른 아이돌들도 이를 알아차렸다. 토모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었던 타카네나 치하야, 그리고 시호는 이를 알고도 언제나처럼 여유로웠지만, 그 외의 아이돌들, 대표적으로 이오리나 시즈카, 그리고 유리코에게서 여유를 찾아보기는 힘들 지경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과자에 소금을 잔뜩 넣어버릴까 고민을 하고 있던 하루카나, 차에 레몬 원액을 타 버릴까 고민하던 유키호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도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가 있었다.


 “정말......프로듀서 씨.”


 자신도 그들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카나자와에서 그에게 스카우트 되었을 때부터, 765의 오디션을 보고, 시어터 맴버로 합격을 받고, 그리고 최근의 첫 앨범 작업까지, 언제나 자신과 함께 걸어주었던 상냥한 그 사람을ㅡ


 “혹시 당신은......”


 ㅡ빼앗기고 싶지 않다.


 시라이시 츠무기는 이를 악물었다.


 라이벌은 많다. 765 프로덕션 소속인들 중에서 남자인 사장님과 몇몇 연소조를 제외하면, 14세 이상의 아이돌들은 모두가 적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신이 불필요하게 상냥하니까.


 그러면서도 결코 먼저 다가와 주지 않으니까.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잖아요, 프로듀서 씨.


 “......바보인가요.”


 그렇지만, 최후의 승자가 자신이면 된다.


 아니, 자신일 것이다. 시라이시 츠무기여야만 한다.


 그렇게 만들 것이다.


 츠무기의 눈동자가 점점 탁해지는 것을, 사무소의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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