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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토모카 트랩 (朋花 Trap)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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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6, 2018 18:22에 작성됨.

10.


예정과는 조금 다른 라이브였지만,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앙코르는 없었다.


텐쿠바시 토모카는, 마리아 트랩을 부르던 도중 끝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프로답게 라이브는 마무리지었으나, 맨 앞줄에 있던 팬들 몇몇이 그녀의 눈에서 엷게 흐르는 눈물 방울을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라이브로 인한 감동의 눈물이었다고 토모카는 둘러댔지만, 토모카를 오래 보았던 현장의 스태프들과 피스케스의 맴버들, 그리고 프로듀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행히 기자들에게 눈물이 흐르는 사진은 찍히지 않았기 때문에, 스캔들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컨디션을 핑계로 앙코르 무대는 피했지만, 사실은 방금 부른 마리아 트랩보다 더 감정을 실어서 부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막이 어찌 되었건 분명한 것은, 팬들에게는 토모카의 최고의 노래를 선물했다는 것이다.


비록 그 방향성이 팬들에게 가 있지 않았을지언정, 토모카 15년 인생 통틀어 최고의 목소리로 불렀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후련했다. 더 이상 눈물을 흘릴 이유도 없었다.


커다란 일 하나를 마무리했다면, 이제는 남은 일을 마무리하러 가야 한다.


재빨리 눈물을 훔쳤고, 대기실로 들어가기 전, 스태프용 화장실에서 화장으로 고치고, 머리를 정돈한다.


사적인 시간을 보내는 데에 라이브 의상은 필요 없다. 프로듀서가 평소에 귀엽다고 칭찬해주던 사복을 다시 입고, 프로듀서가 기다리고 있을 대기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그토록 갈망하던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지금이라도 당장 뛰어 들어가 뒤에서 껴안고 싶었지만, 프로듀서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 우선이다.


성모는 추잡하지만, 또한 절제할 수 있는 소녀이다.


“프로듀서 씨~♪”


울먹이던 목소리는 완벽하게 감추고 왔다. 또다시, 사적인 자리에서 자신은 가면을 쓰고 만 것이다.


이 위태위태한 관계가 깨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최소한 이 관계가 깨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토모카......”


그런 토모카를, 프로듀서는 잠시 응시했다.


결말은 정해져 있지만, 결과물만 보는 것은 잘못되었다. 사장님이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던가.


비록 엔딩이 작성된 이야기라지만, 과정은 비어 있다. 그 중간 페이지에 이야기를 써넣어 가는 것은, 프로듀서 자신과 아이돌들이다.


그리고 어쩌면, 정해져 있는 종막의 페이지를 찢어버리고 새로운 페이지를 써내려갈 수도 있는 것이다.


“라이브, 수고했어. 갑작스러운 라이브인데, 정말로 잘 소화해 줬어.”


평소하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 한소리 해야 하겠지만, 오늘의 라이브에 대해서 다른 소리를 하고 싶지도 않다.


게다가 분명히 마지막 곡의 선곡에 대해서는 토모카가 옳았다. 오늘, 그녀의 감정을 가장 잘 실을 수 있는 곡이기도 했다.


“아기 돼지들을 위해서라면, 성모는 언제나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일 거랍니다~”


“일곱 시까지 소극장 후문으로 올 수 있지?”


갑작스러운 프로듀서의 제안이었지만, 토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부터 그녀에게 거절이라는 사치스러운 선택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이지요~♪”


“먼저 내려가서 차에 시동 걸고 있을 테니, 시간 맞춰서 내려와 줘.”


“어머, 드디어 성모를 기쁘게 해 주실 마음이 들었나요~?”


“......그래.”


“어머~, 프로듀서 씨~?”


생각못한 답변에, 토모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롤 보았지만, 그는 별다른 말 없이 토모카에게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톡톡, 새끼 고양이를 다루듯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고생했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짤막하게 속삭인 뒤, 그는 토모카를 지나쳐서 대기실을 나갔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토모카는 머리를 굴려 생각을 해 보려 했지만, 그녀의 사고는 정지된 채로 심장만이 콩닥콩닥 빠르게 뛰고 있었다.


“......성모의 마음을 이렇게 어지럽히시다니, 정말로 못된 프로듀서씨네요...”


수줍은 듯, 작게 중얼거리며, 토모카는 빠르게 자신의 백을 챙겼다. 한 순간이라도 프로듀서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프로듀서와 함께 있고 싶기 때문이었다.


화장도 환복도, 그리고 마음의 준비도 이미 마쳤다.


변장 따윈 필요 없다. 남들이 본다 한들, 어쩔 것인가. 기자가 본다 한들, 뭐 어떻게 할 것인가. 프로듀서와의 라이브 성공 뒤풀이라 둘러대면 그만이다. 피스케스의 두 맴버들? 일이 있어 먼저 갔다고 하면 그만이다. 스캔들? 신경쓰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은 내용뿐이다.


재빨리 문을 열고, 종종걸음으로 소극장을 내려갔다. 뒷문에는 프로듀서가 차를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빨리, 조금이라도 더 빨리ㅡㅡ


“프로듀서 씨, 성모를 맞으실 준비는 다 되셨나요~?”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낮은 굽의 구두였지만 조심스레 문턱에 걸리지 않게, 천천히 몸을 집어넣자, 프로듀서는 조수석 문을 닫고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았다.


천천히, 차가 부르릉거리며 출발했고, 토모카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프로듀서를 볼 수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아도 괜찮을까요~?”


“음...조금, 개인적으로 아는 식당이 있어서.”


“헤에~, 그런가요~?”


사적인 일로, 사적인 공간에 데려간다는 것부터가 이미 토모카에게는 두근거림이었다. 라이브 도중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것은, 식당 예약을 위해서였나보다.


“작은 곳이라, 토모카가 마음에 안 들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미리 사과할게.”


“아니에요~ 프로듀서 씨와 함께하는 식사라면, 길바닥이라도 괜찮답니다~♪”


“그거 고맙네.”


그렇게 말하며 그는 토모카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고, 토모카 역시 열다섯 소녀의 순진무구한 미소로 화답했다.


그렇게 식당을 가는 내내, 그 누구도 라이브 이전에 있었던 일, 라이브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그냥, 그 시간과 미래에 있을 일에 대해서만 단문으로 이야기할 뿐이었다.


“도착했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고, 프로듀서는 차를 세우고 조수석의 문을 열어 토모카가 내릴 수 있도록 왼손을 내밀어 배려했다.


살짝 내민 프로듀서의 손을 잡고, 토모카는 조심스레 차에서 내렸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자신의 얼굴이 분명 붉어져 있을 것이라 그녀는 확신했고, 그런 얼굴을 프로듀서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자연스레 고개가 수그러들었다.


“이쪽으로.”


높지 않은 건물의 맨 위층, 3층까지 계단을 통해 올라가니, 열 명도 채 들어가지 못할 크기의 작은 가게였다.


주방, 식자재 저장고, 그리고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작은 방이 세 개뿐.


가게에 들어서자 그를 알아보았는지,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그와 토모카를 맨 오른 쪽 방으로 안내했다.


두 명이 들어가면 딱 알맞을 크기의 방 안에, 그와 토모카는 마주보고 앉았다.


“코스 요리처럼 나오니까 따로 주문할 필요는 없어.”


토모카가 메뉴판을 찾으려 하자, 그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따금 고향의 맛이 그리워질 때 즈음에 한 번씩 찾는 가게이다. 꽤 모친의 손맛과 비슷하게 만드는 집이기 때문인지, 이곳에 나름의 애착도 있었다.


나름대로 그에게 소중한 곳이다. 토모카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면 어쩔까, 고민했었지만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하루 정도는 열다섯 소녀의 어리광을 조금 받아주는 데에 전력을 다하도록 하자.




11.


음식은 일품이었고, 가게의 분위기도 정갈했다. 높지 않은 건물임에도, 창밖의 풍경 역시 잔잔한 강물과 도시의 불빛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치였다.


텐쿠바시 토모카라는 성스러운 아이돌에게, 이 정도로 어울리는 가게는 찾기 어려울 수준이었다.


그래서 토모카는 직감했다.


프로듀서는 그의 전력을 보일 것이고, 자신은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다.


765 프로덕션 내에서, 프로듀서를 대하는 태도가 한순간에 변한 사람들이 몇 명 정도 있다.


언제나 프로듀서에게 쌀쌀맞았다가, 어느 순간 프로듀서에게 집착할 정도로 무거운 애정을 보이는, 키사라기 치하야.


얼음 공주라고 불릴 정도로 차가웠지만, 역시나 어느 순간 부드럽고 단아한 성격의 소유자가 된 달의 공주, 시죠 타카네.


프로듀서의 프로듀스 방향과 매번 충돌이 있을 정도로 그와 많이 다투었고, 때문에 이적 직전까지 갔지만, 역시나 어느 순간부터 프로듀서를 굉장히 잘 따르는, 키타자와 시호.


프로듀서가 따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토모카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가게에서 프로듀서와 식사를 하였고. 그와 모종의 일이 있었음을.


“솔직히 말하면.”


프로듀서가 입을 열었다. 토모카는 괜스레 긴장하여, 옆에 놓인 대추차를 한 모금 홀짝였다. 달콤한 맛이 입에 퍼지며, 그녀의 얼굴을 조금이나마 펴지도록 만들어 주었다.


“네가 처음 오디션에 지원했을 때에는 이 아이에게 아이돌을 시켜도 될까, 조금 걱정했었어.”


“제가 업무를 잘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아니, 네가 팬들을 대하는 태도가 걱정이 됐었고, 네 학교에서의 개인 팬들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야. 처음에는 이 아이가, 팬들 위에 군림하면 어떻게 하지, 라고 생각했었거든.”


“우후후...저는 지금도 아기돼지들 위에 군림하는 성모랍니다~?”


“뭐, 일부는 부정할 수 없지만.”


그도 토모카도 쿡쿡 웃었다. 그릇 위에 담긴 불고기를 조금 덜어 토모카에게 나누어 준 뒤, 그는 계속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너를 합격시켰던 이유는, 네 말과 행동에서, 진심으로 팬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열의가 느껴졌기 때문이었어.”


“알아주셔서 기쁘네요~”


“그리고 그게, 이번 라이브이 엔딩곡으로 새장 스크립쳐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었지.”


“......”


분명히 프로듀서는, 토모카가 팬들을 위하는 그 성모의 마음을 분명하리만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토모카에게 있어 가장 기쁠만한 라이브 무대를 구상했던 것이었다.


토모카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열다섯 소녀의 흔들림 때문이리라.


“너를 탓하려는 건 아니야. 탓할 사람이 있다면 네가 아닌 나를 탓해야지.”


“......프로듀서 씨~?”


“정말로 미안. 프로듀서라는 사람이 아이돌의 감정조차 읽어내지 못해서 네게 상처만을 남겨버렸으니, 면목이 없다.”


비록 무릎을 꿇진 않았지만, 고개조차 숙이지 않았지만, 얼굴조차 평소와 다름없는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그의 사과에서 토모카는 분명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저는 충분히 아기돼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토모카.”


잠시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는 토모카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당연히 토모카의 말이 거짓말임을 안다. 새장 스크립쳐 대신에 마리아 트랩을 부른 시점에서, 그녀는 오늘의 라이브를 전혀 즐길 수 없었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당신은 상냥한데]
 
[곁에는 있어주지 않아]


 


그에게 있어 가장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던 노래 가사가 떠오르자, 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 짧은 두 마디 가사를 부르는 토모카는 애간장을 태우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였고, 결국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고야 말았었다.


분명히 그의 잘못이다.


상냥하지 말았거나, 혹은 곁에 있어주었어야 했다.


아이돌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모순적이었기 때문에, 별 것 아닌 일로 소녀에게 상처를 주게 된 것이다.



 
[거짓을 간파 해 줬으면 좋겠어]



 
그저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더 이상 외면할 생각은 없다.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오물거리며 고기를 맛보고 있는 토모카를 응시하며,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주말은 토모카를 독점하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겠나요, 아가씨?”


“......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젓가락을 입에 넣은 채로, 홍당무가 된 얼굴로 토모카는 굳어버렸다. 갑작스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전혀 판단이 되지 않은 모양새다.


언제나 그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취했던 토모카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나이에 맞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팬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성모의 진실된 모습.



 
[유리가면은 깨지고 마리아도 울었어]


 


각오하고 쓴 가면이지만,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토모카의 눈에서 한 줄기, 기쁨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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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무시호P가 쓴 토모카 팬픽.


악필이라 죄송합니다만, 그래도 즐겨주셨다면 감사합니다.


피드백 감사히 받습니다.


다음에는 난난츠무기의 역습을 써 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올릴 수 있는 양에 제한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수정만 5번 하다가 결국 두 개로 나눴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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