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프로듀서
게시판 카테고리.
그림
이것은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댓글: 5 / 조회: 1281 / 추천: 5
관련링크
본문 - 09-19, 2018 22:29에 작성됨.
링크 / Demons -Imagine Dragons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여러분. Weissmann입니다.
서른 여덟 번째로 그려본 창작 그림은 '사기사와 후미카',
'문학 소녀' 시리즈 다섯 번째로 장르는 '설화 문학' 입니다.
노노의 '아동 문학(동화)', 란코의 '환상 문학(판타지)', 아스카의 '공상 과학 문학(SF)'
그리고 히나코의 '연애 문학(로맨스)'에 이어 어느덧 다섯번 째를 맞은 '문학소녀 시리즈'
이번에 그려본 것은 모든 이야기들의 '근원'인 '신화, 전설, 민담'을 아우르는 '설화 문학'입니다.
후미카양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순수 문학' 장르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유닛 '카에루라'의 드라마 에피소드(고카트 사건이 나오는 그 이야기...)에서
바빌로니아의 신인 '마르두크'를 알고 있다거나...유닛 '아인헤리어'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북유럽 신화의 '발키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등, 데레스테 커뮤니케이션에서
여러 장르에 걸쳐 신화에 박학다식한 면모를 보여준 점에서 설화 문학을 꼽아보았답니다.
특히나 '문학 소녀 시리즈'의 마지막인만큼 대미를 장식하는 포괄적인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설화는 얼핏 듣기엔 굉장히 낯선 단어같지만 사실 우리에게 무척이나 친숙한 소재랍니다.
학습 만화로 널리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뿐 아니라, 게임 장르의 필수요소인 '북유럽 신화'
그리고 아시아권을 관통하는 각종 '요괴나 귀신' 이야기들 역시 한번쯤은 들어보았죠.
기이하고 이상한,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설화는 모든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문자로 기록된 세계 최초의 이야기' 역시 수메르의 길가메시 신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죽음과 맞서 싸우는 용감한 주인공의 여정을 그려내면서, 그 속에
당대 사람들의 철학이나 생각들을 녹여내었기에, 지금 보아도 굉장히 사색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어보입니다.
특히나 설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개 범접하기 힘든 존재들이 많죠.
보통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무척 인간적이라 격이 없어보인다고(...) 일컫어지지만
그들 역시 엄연히 '신'은 '신'이기에 번개를 던지거나 해일을 일으키는 등
마음만 먹으면 엄청난 일을 일으킬 수 있죠.
이처럼 '이야기'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문학'의 주인공은 '신성하거나 신비로운 존재'
혹은 '비범하거나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설화는 사실 정말 오래된 이야기들입니다.
너무나 케케묵어서 조금만 건드리면 바스라져 사라질것만 같은
닳고 닳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이야기들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또 무수히 재해석되고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세상에 처음 태어나 바라본, 기이한 이 별에서의 삶에 대한 느낌과 생각들에
인간의 욕망이나 염원이나 바람, 철학을 더해져 '설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필요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날의 문학이 이러한 이야기들의 후예라는 점에서
설화에 담긴 생각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유효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건
여전히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의미가 있다는 뜻이겠죠.
다만, 과거의 신화나 전설들과 달리
오늘날 대부분의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더 이상 신성하거나 기이하지 않습니다.
일부 특수한 장르를 제외하면 당장 우리와 같은,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무엇보다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존재들입니다.
과거 신성한 존재들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이야기와 비슷한 주제와 플롯이
오늘날 볼품없는 주인공들을 내세워서도 여전히 유효한 까닭은 무엇일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러고보니 스위스 출신의 한 심리학자는
여러 문화권 속 신화나 전설 속에 나타난 상징과 비유의 공통적인 의미들이
사실은 인간의 '무의식'의 일면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군요.
이를 확실하게 입증할 방법은 없지만
결국 태초의 이야기들 속에는
시간이나 공간을 초월한 인간의 '마음'이 담겨있기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창세신화에서 부터 시시콜콜한 전래동화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엔 수 많은 신화나 전설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그 속의 신성한 존재들 역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 존재들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라 생각되네요.
시간이 지나도 빛바래지 않고 영롱하게 전해지는 별빛처럼,
낡은 점토판이나 비석, 닳아빠진 양피지, 빛 바랜 종이 위의
이야기들이 오랜 시간동안 숱한 형태로 재창조되고 다시 태어나면서
오늘날의 명멸하는 액정 화면 속에서도 여전히 반짝임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까닭 역시
문학이 결국은 인간의 마음을 그려낸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흔히 '문학'은 어디까지나 허황되고 그럴싸한 이야기라고 정의되지만
사실 그 속에 담겨진 생각이나 의미는 결코 헛되지 않기에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만들고 또 이야기를 해왔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되어버린 현대 사회.
진보되는 과학기술 앞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과거의 사람들처럼
'별자리 이야기'나 '신화'를 믿지는 않습니다.
혹자는 '문학'이 죽어가고 있으며 결국 사람들은
'문학'이 무엇인지 모르게 될 것이라 걱정합니다.
정보화 시대에 들면서 사람들이 책을 점차 멀리하고 읽지 않으면서
숱한 이야기들이 잊혀지고 또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죠.
그렇지만 문학이 결국 '인간의 마음'을 쓰고 고민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저는 문학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인간의 삶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니까요.
분명 태초에 이야기는 인간의 것이 아닌 '신'들의 것이었습니다.
거기다 전근대에는 그것이 인간들 가운데서도 '왕과 귀족'들의 이야기 였죠.
그렇지만 오늘날의 이야기는 더 이상 소수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와 너의 이야기, 지금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과거엔 '신성한 존재'만이 '기록될만한 것'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그 누구든, 평범하든 특별하든 '보통의 존재'인 모두가
기록될만 한 것이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네요.
평범한 누군가의 일상과 생각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충분히 특별하기 때문일까요?
인간이 끊임없이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인간의 마음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한,
사람은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문학, 이것은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지금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살고 계신가요?
- 지금까지 [문학 소녀 시리즈 5부작]을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프로듀서님들께 감사드립니다. -
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대학시절 다른 교수님이 해주셨던 얘기입니다.(히나코 때 교수님과는 다른 분입니다.) 제 학과가 아이디어나 기획에 관한 학과였는데 스토리 라인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뭔 개X리인가 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와닿는 얘기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에도 생가했지만 굉장히 뛰어난 교수님들을 만나 뵈신 것 같아 부럽네요.
매번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가까이하되, 책이 되어선 안된다....
얼핏 듣기엔 알쏭달쏭한 선문답 같은 말씀이지만
책을 통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듣고 알아가는 것도 좋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 같군요.
그러고보면 책이란 결국
과거에 그랬던 이야기들 혹은 미래에 그랬으면 하는 이야기들이니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재의 삶을 대신할 수 는 없겠죠.
책을 통해서 삶의 깊이를 더 할 수는 있지만
책처럼 사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 아닌것처럼
남과 같이 살기보다는 나답게 사는 것이
곧 '나의 이야기'가 되겠군요. :-)
짧지만 큰 의미를 지닌 말씀,
프로듀서님께선 인생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시는
참된 스승을 만나신 것 같습니다.
요새는 어떤 책을 읽어도 어느 문장이 가슴을 울리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에요.
대학에 다니던 시절, 문학 비평 강의 때 신화와 원형을 비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신화는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추구했고 무엇을 기피했으며 무엇을 두려워했는가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는 말을 들었죠. 적나라한지는 몰라도 이는 문학과 같죠. 어떤 책이 많이 팔리고, 적게 팔리는지로 사회를 분석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을 고려해보면 문학은 단 한순간도 사람 곁을 떠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해요. 다만 그 형태가 달라 우리가 알지 못한 것뿐이에요. 영화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가진 불안과 걱정, 문제를 드러내며 그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마련하고, 노래는 뮤직 비디오를 동반하여 가슴 절절한 사랑을 표현하여 듣는 이의 감수성을 충만하게 해주지만 우린 그걸 영화면 영화, 노래면 노래, 문학이라고는 부르지 않아요.
결국 본문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사람은 죽지 않는 한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어 우리와 함께하겠죠. 확실히 앞으로는 문학 작품이 적어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예전부터 작가님의 작품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정말 고마워요.
문학소녀 5부작을 기획하면서 저도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동화와 판타지, SF와 로맨스 그리고 신화에 이르기까지
문학은 수 많은 장르에 걸친 방대한 이야기들을 아우르는 거대한 개념이군요.
이토록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사람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많은 프로듀서님들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한 장씩 서툰 솜씨로 그려나가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물음이었습니다.
결국 5장의 그림을 연이어 그리면서 제 나름대로 생각한 대답은
'이 별에서 살아온 삶'이었습니다.
단어와 문장 하나 하나에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 상상과 비평을 담고서
세상을 향해 외치는 하나의 목소리, 그것이 바로 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듀서님의 말씀처럼 시대적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내용의 책을 읽고 또 써왔으며 앞으로도 만들어 가겠죠.
또한 책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노래 가사나 영화의 대사, 연극의 독백처럼
활자가 아닌 '구전(목소리) 문학'의 형태로 불리우는 것들도 삶의 의미를 담기엔
충분히 깊이 있는 형태라 생각합니다. 반드시 책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점에서 지난 해 노벨 문학상에 가수 밥 딜런이 선정된 점은
사람들에게 '책'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다가오는 문학에 대한 사고의 경계를
훨씬 넓혀준 사건이라고 생각되네요. :-)
이 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삶의 의미와 이야기 역시 반드시 살아있겠죠.
그렇기에 문학은 곧 인간의 삶, 그 자체가 아닐까....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기나긴 연재 동안 함께 해주신 많은 프로듀서님들의 따듯한 응원과 격려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프로듀서님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이 알게되었네요!
다음에는 보다 발전된 그림과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