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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불분명한 아이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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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9, 2018 22:02에 작성됨.

재인 「언니 과거사가 궁금해.」


R.G.P의 동료, 재인의 말을 듣고 유키카의 눈은 살짝 커졌다. 유키카는 방송국 복도에 멈춰서서 다시 물었다.


유키카 「에? 키카?」


재인 「그래. 언니 과거사」 


유키카 「갑자기 왜?」


재인 「일본에 와서 궁금해진 게 한둘이 아니니까 그렇지.」


R.G.P가 825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이후로 몇 개월 뒤, 강신혁 프로듀서는 일본 진출을 기획했다. 일본에는 아이돌이 훨씬 많았지만,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일본 아이돌과 다른 매력을 어필함으로써 성공한 선례에 주목했던 것이다. 프로듀서는 우선 일본인 출신인 유키카와 막내인 재인부터 일본에 보내 활동하도록 했다.


유키카 「라멘니쥬로의 라멘이 안 매운 거?」


재인 「아. 그런 것 말고. 연예인들 말야. 일본 연예인들.」


유키카 「일본 연예인?」


재인 「그래. 한국에서 연습생 하기 전에 일본에서 무슨 일을 겪었길래, 일본 연예인들이랑 그렇게 잘 아는 거야?」


유키카는 고민하는 틈조차 보이지 않고 즉시 답했다.


유키카 「잘 아는 연예인 별로 없는데?」


재인 「없긴 무슨. 당장 일본에 왔을 때부터 아는 사람 만났잖아.」


유키카 「아~ 카와시마 미즈키 상?」


재인 「그래. 그 공항에서 만난 사람부터.」


유키카 「우리 처음 합숙했을 때 양말 기억나?」


유키카는 자기가 아끼던 캐릭터 양말 이야기를 했다. 


재인 「그림 있던 양말? 알지.」


그 양말이 발단이 되어 재인과 유키카는 서로 머리카락을 잡아가며 다투었고, 소리가 나선 뒤에야 그 싸움은 끝난 적 있었다.


유키카 「그 양말 사러 백화점 갔다가 만났어.」


재인 「......그게 전부?」


유키카 「응. 그게 다인데?」


재인 「아무튼 그 때 말고도 더 있었어. 죠가사키 미카...」


재인은 다른 연예인에 대해 물어보지 못했다. 그 순간에 17세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 아이가 넘어졌기 때문이었다. 


아마미 하루카 「앗! 으왓~!」


양 쪽 옆머리에 리본을 단 여자 아이는 복도 한복판에서 마지막 미션 공연 당시의 유키카가 그랬던 것처럼 성대하게 넘어졌다. 재인과 유키카는 그 여자 아이가 넘어지면서 우당탕탕(돈가라갓샹) 소리가 난 것까지 들을 수 있었다.


재인 「아무것도 없는 데서 넘어졌어.」


재인은 무심코 한국어로 말했다.


유키카 「어? 저 애는?」


유키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유키카의 시선은 성대하게 넘어진 아이돌에게로 향해있지 않았다.


아마미 하루카 「아야야. 죄송합니다.」


카스가 미라이 「하루카 상. 괜찮으세요?」


유키카의 시선은 넘어진 아이돌을 부축하던 여자 아이를 향하고 있었다. 왼쪽으로 머리를 묶은 그 여자 아이는 넘어진 아이돌과 같은 의상을 입고 있었다. 허벅지 윗 부분이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가 특징적인 톱 클로버 의상은 그 여자 아이가 무대에 오르는 아이돌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키카 「미라이 짱~!」


자신이 방송국 복도에 있다는 것도 잊은 듯이, 유키카는 앞에 있던 여자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부축해주던 여자 아이는 올려다 보았고, 유키카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카스가 미라이 「뒷집 언니??」


유키카 「오래간만이야!」


765P 「하루카! 미라이! 어서 와!」


양복 입은 사람이 스튜디오 쪽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부르고 있었다. 유키카는 하루카가 미라이의 오른쪽 어깨에 손을 가볍게 얹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미 하루카 「미라이 짱.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카스가 미라이 「언니, 저 이제 가봐야 해요!」


유키카 「공연 잘 하고 와! 응원하고 있을게!」


유키카는 자신을 뒤로 하고 뛰어가는 미라이를 볼 수 있었다. 침묵하고 있던 재인은 유키카와 복도 반대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재인 「그새 가버렸네. 아는 사이야?」


유키카 「예전에 한국으로 건너오기 전에 내 앞집에서 살던 애.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


재인 「보통 동네에서 알던 사이라고 저런 식으로 아는 척을 할 것 같진 않은데.」


재인의 말을 들은 유키카는 조용히 왼손 검지으로 자기 인중을 가렸다.


유키카 「그것은~ 토쁘 시크레토이옵니다~」


재인 「그거 그저께 라면집에서 들어본 일본말 같은데.」


유키카 「어때? 흉내 잘 내지?」


재인 「말해주기 싫음 됐어.」


그 뒤로 잠깐동안 둘 사이에는 말이 오가지 않았다. 두 사람의 구두 소리가 말싸움을 대신하던 그 때,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유키카였다.


유키카 「쟤들이 노래 부르는 거 보자.」


재인 「그 앞집에 살았다던 애랑 머리에 리본 묶은 애?」 


유키카 「응! 어차피 30분 정도는 시간이 비잖아.」


이 다음에 유키카가 한 말로 인해, 재인의 발걸음 역시 한결 가벼워졌다.


유키카 「그리고 미라이 짱과 내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말해줄게.」


대기실에 들어간 유키카는 탁자 위의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천장 모퉁이에 달려 있던 TV는 스튜디오를 비춰주기 시작했다.


진행자 「다음 곡은 765 프로덕션의 아마미 하루카와 카스가 미라이가 부릅니다! 


재인 「아까 걔들이 나무코 프로덕션 아이돌이었구나.」


유키카 「765 프로덕션...그랬네.」


TV 속 진행자는 하루카와 미라이를 향해 왼손을 뻗으면서 노래 제목을 말했다.


진행자 「ハルカナミライ!!」


관중석은 빨간색과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한편, 유키카와 재인은 하루카와 미라이가 무대 위를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카스가 미라이 「일보 내딛으면(一步 踏み出したら) 삼보 다음을 목표로(三步 次を目指して) 열심히 걸어가 꿈을 위해(精一杯進んでく 夢のために)」


아마미 하루카 「어느 쪽? 망설일 때(どっち? 迷う時は) 꼬옥 그 손을 잡고(ぎゅっと その手握って) 가자 머나먼 미래(いこう はるかな未来)」


TV가 붉은색과 분홍색으로 물들고 있을 때, 대기실에서 유키카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재인 「그래서? 언니랑 미라이라는 애는 무슨 관계였던 거야?」


유키카 「몇 년 전에 키카는 성우로 일하고 있었거든.」


재인 「그 때 같이 일하면서 알게 된 거야?」


유키카 「아니? 놀이터에서 처음 알았어.」


아마미 하루카 「문득 기뻤어(ふっと 嬉しくなる) 왜냐면 이렇게 곁에(だって こんなにそばに) 꿈이 같은 색인 네가 있잖아(同じ夢色の君がいるんだ)」


카스가 미라이 「주욱 따라갔어(ずっと 追いかけてた) 좀 더 가까워지려고(もっと 近づくように) 동경해서 비춰진 모습(憧れ 照らした姿)」


재인 「그러니까, 그네 타던 걔가 언니 목소리를 들었던 게 인연이라고?」


유키카 「미라이 짱이 보던 애니메이션에 내 배역이 나와서 노래 불렀거든. 그 때 사인도 받아갔을걸?」


재인 「그러니까 언니를 동경했던 거겠네. 근데 왜 성우가 되지 않고 아이돌이 된 걸까?」


유키카 「일본은 성우가 아이돌로 활동하는 경우가 꽤 있거든.」


재인 「그래서 아이돌이 되면 성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이돌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유키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인 「설마 그럴까나?」


대기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도, TV 속 아마미 하루카와 카스가 미라이는 계속 노래부르고 있었다.


아마미 하루카 「너와 함께면(君となら)」


카스가 미라이 「이뤄질 거야(かなうはず)」


아마미 하루카, 카스가 미라이 「이루자(かなえてく)!」


유키카와 재인은 벽걸이 시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방송국 건물 밖으로 나와, 노을로 붉게 물든 주차장 한복판에 멈춘 승합차를 보았다. 검은 승합차는 둘을 태우고, 호텔로 갔다.


유키카 「어쩌지? 여기 저장된 번호는 너무 옛날 건데.」


숙소에 돌아간 유키카는 자기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스마트폰 액정 화면에는 유키카가 한국으로 가기 전에 받아 둔, 카스가 미라이의 예전 연락처가 떠 있었다. 


유키카 「그래. 요즘은 전화 번호가 없어져도 바꾼 곳을 알려주니까.」


결국, 유키카는 자기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던 미라이의 전화 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스마트폰에서는 신호음이 나오더니, 예상 못한 일이 일어났다.


카스가 미라이 「여보세요?」


유키카의 예상과 달리, 미라이는 그 당시의 전화 번호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유키카 「미라이 짱?」


카스가 미라이 「아! 언니? 처음 본 번호여서 몰랐어요!」


어둑어둑해진 창 밖을 바라보면서 유키카는 미라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사람의 일에 대한 화제가 나오는 것은 통화한지 4분 33초가 지난 때였다.


유키카 「765 프로덕션? 축하해!」


카스가 미라이 「그러고 보면 아까 언니 옷도...」


유키카 「키카도 성우 일은 접고 본격적인 아이돌로 데뷔했어.」


카스가 미라이 「우와~! 정말요?」


유키카 「응. 825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해.」


잠깐 망설이던 유키카는, 자기 소속사에 대한 보충 설명을 했다.


유키카 「한국에 있어서 못 들어 봤을 거야.」


카스가 미라이 「캉코쿠요? 굉장해요!」


스마트폰 너머로 감탄하는 미라이의 목소리를 유키카는 들을 수 있었다. 한국어 발음이 익숙치 못한 탓인지, 미라이는 한국을 일본식으로 발음하고 있었다.


유키카 「아까 불렀던 노래 굉장했어!」


카스가 미라이 「ハルカナミライ요?」


유키카 「응! 미라이 짱의 공연까지 보고.」 


카스가 미라이 「데헤헤~」


유키카 「일본으로 공연 오길 잘한 것 같아.」


카스가 미라이 「저도 나중에 캉코쿠에 가서 공연하고 싶어요!」


유키카의 눈에 도쿄의 야경이 보였다. 도로는 노란 빛과 빨간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유키카 「나중에 방한하면, 그 때는 맛집 소개시켜줄게.」


카스가 미라이 「에~ 저도 언니한테 저희 극장 근처 맛집을 소개하도록 해주세요~ 라멘니쥬로 5호점이라는 곳인데요.」


그 말을 들은 유키카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공식적으로 통성명조차 없었던 유키카와 미라이의 통화는 밤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이는 다음 날에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 한 명과 825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한 명이 평소보다 조금 늦게 깬 원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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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스로 짧은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유키카는 드라마스 24화에 걸쳐 내력이나 과거에 대한 묘사가 제일 적은 아이돌일 것입니다. 일본 출신이라는 것 말고는 과거 이야기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유키카가 아이마스의 여러 아이돌과 알고 있었더라면 어땠을지 상상해가며 써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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