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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y who came in from the Wonderland (원더랜드에서 돌아온 스파이)

댓글: 8 / 조회: 1526 / 추천: 3



본문 - 08-12, 2018 13:25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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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uvelle Vague - In A Manner Of Speaking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여러분. Weissmann입니다.

스물 여덟번째로 그려본 창작 그림은 'LIPPS 앨범 아트'입니다.

컨셉은 '하드-보일드(비정한) 첩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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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존 르카레의 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나

동명의 소설 원작의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생각하며 그려보았답니다.


이중에 한 명, 스파이가 있는데...누가 가장 잘 어울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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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TV 외화로 자주 접했던 스파이물이나 첩보물 시리즈는 007 류의

첩보물이라기엔 너무 과장이 심하고, 대놓고 날뛰는(...)류가 많았죠.

그때는 스파이들은 죄다 저렇게 용감무쌍하게 다 터뜨리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007 시리즈가 좀 특이한 것이었습니다.

이제보니 007은 잠입 스파이라기보단 테러리스트급의 인간 병기로군요.


전개가 뻔한 007류 이외에 '제이슨 본 시리즈', '트리플 엑스 시리즈'와 같은

조금은 신선한 시도도 보았지만 역시나 스파이물이라기보다는 '액션물'에 가까울 정도로

주인공이 너무나 천하무적이어서 그렇게 긴장감 있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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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스파이물을 다시 보게된 계기는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보고 나서였습니다.

현대적인 스파이들이 장악한 스크린에서 보기 드문 '냉전 시대 스파이물'이었죠. 


그전까지 흔히 볼 수 있던 첩보 영화들은 무늬만 첩보물인 사실상 액션물인데다가

 쓸데없는 (저질) 유머코드를 남발하거나 과도한 애정전선, 베드신 등을

과하게 연출하며 부족한 연기와 빈약한 플롯을 얼렁뚱땅 메꾸려는 기색이 강했는데

이 영화는 그런 시도 자체가 아예 없어서(...) 좀 당황했습니다.  


 이런게 진짜 스파이들의 모습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미건조하고 차가우면서도 비정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미화는 있겠습니다만, 그런 미화가 무색하리만치

 냉정한 국제 정세를 다룬 현실과 비극적인 스파이들의 운명이 잘 묘사되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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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큰 관심이 생겨 원작을 찾아보고 나서야

이것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영국 작가 '존 르카레'는 실제 첩보원으로 활약했었답니다.

(007 시리즈도 같은 소설 원작인데다가, 영국 작가인 이언 플레밍도 첩보원 경력이 있는데....

007 시리즈는 존 르카레의 소설들과는 궤가 완전히 다른 점이 이색적이군요.)


세계 최초로 비밀정보부를 창설한 나라인 영국,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가 무척 대중적이고 상업적이면서 화려한 스파이를 묘사한다면

존 르카레의 스마일리 시리즈는 정반대에 위치해있습니다.

화려한 파티도 선남 선녀도 없는, 삭막하고 숨막히는 긴장감 속의 속고 속이는

양측의 신경전과 무미건조한 대화들이 스파이 활동의 무상함과 허무함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결국은 주인공의 멋진 승리로 끝나는 007 시리즈들과는 달리

존 르카레의 첩보물들은 종종 '고민하고 흔들리다 패배하는 주인공'을 자주 묘사합니다.

이념의 갈등만이 아니라 첩보 활동을 하며 저지르는 범죄나 고문 등을 통한

인간적인 고뇌나 두려움, 망설임 등에 따른 심리적인 변화가 등장인물들을 생생하게 바꿔놓죠.

그렇기에 보다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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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카레의 대표작 중 하나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역시

읽는 내내 정말 마음에 드는 소설 중 하나였습니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긴박감과 흥미로운 전개와 반전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죠.


냉전 시대, 공산측 첩보부의 공작에 의해 자꾸만 해외 첩보원들이 죽어나가자

영국 정보부는 아예 적의 심장부를 타격하기 위해, 동독에 비밀요원을 잠입시켜

동독의 유력한 군부 인사를 모함하고 정권 교체를 꾀할 대담한 계획을 세웁니다.   


이 지령을 하달받은 주인공은 엘리트 요원이었지만 계속되는 작전 실패로 인해

반사회적 인물이 되어 정보부에서 버림 받고, 국가를 버린 인물로 위장하여

소련의 KGB나 동독 슈타지의 이목을 끌고 그들과 비밀리에 접촉하여 

거짓 전향을 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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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측에 포섭된 후 거짓 정보를 흘리며 그들의 신임을 얻은 주인공은

동독의 첩보부 고위 인사를 만나게 되고 그가 이끄는 세력이 현재 군부를 장악한

목표 인물을 정치적으로 견제하고 있으며 숙청하고자 한다는 사실 간파하게 되죠. 


주인공은 이들을 파벌을 역이용하여 작전을 수월하게 수행해나가려 합니다.  

하지만 그는 공산측 요원들이 자신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도 함께 데려왔음을 모르고 있었는데,

영국에서 위장 요원으로 있던 시절, 반사회적 인물을 연기하던 자신에게

온갖 정성을 다해 도움과 응원을 준 '공산주의자'인 어느 여인도 함께 납치해왔던 것입니다.

   

물론 그녀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영국 노동자들의 대표로

동독의 환영 행사에 초대되었다고

믿었지만, 사실 이는 공산측에서 주인공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그녀를 사실상 납치한 것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일이 틀어져버린 가운데, 동독 내부에서도

국가 전복을 꾀하는 반란 모의가 발각되어 주인공 일당은 목표 인사측에 의해

붙잡히게 되고 모진 고문 끝에 주인공과 여인 모두 숙청당할 위기에 처하는데....

  

거듭되는 반전과 반전의 연속, 그리고 무미건조하고 씁쓸한 결말.

국익과 양심, 배신과 신뢰를 오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명작 소설이었습니다.

결말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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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이 해체되고 공산권이 붕괴된 새천년,

냉전이 끝났지만 세계 곳곳에서도 소리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죠. 


공산 진영이 없어졌으니 자유 진영에 의해 세계가 통일되어 완전한 평화가 올 것이라는

어느 일본계 미국인 교수(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논고가 무색할 정도로 

피의 역사는 여전히 새롭게 쓰여지고 있습니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007 시리즈지만 (거의) 유일하게

재미있게 보았던 '스카이폴'에서 나온 영국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율리시스' 장면은

현대에 있어서 정보 기관과 첩보 전쟁의 의미에 많은 것을 시사하였습니다.


과거의 냉전처럼 이념의 갈등이라든가 민족주의에 의한

분쟁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크고 작은 전쟁들은 이권다툼이라든가 경제적인 목적을 띠고 있으며

적과 아군의 구분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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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정보기관들이 어렵사리 목표 인물의 정보를 수집하였지만

최근에는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개인 정보를 아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어

정말 '첩보 활동하기 쉬워졌다.'고 말할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군요.


냉전시대 때는 극비 정찰 기술로 사용되던 드론이나 역시

이제는 일상적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이니,

최첨단 첩보기술의 현재는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 어렵네요.


평화로워진 시대의 이면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어쩌면 모르는게 더 나은 비밀들이 있다는 뜻이겠죠. 

빛이 환해진 만큼 그림자도 짙어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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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를 테마로 LIPPS 앨범 아트를 그려보았습니다.


최근에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보기드문 국내 스파이물이 개봉하였는데

 조만간 보러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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