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미키]하늘에서 눈이 너처럼 내려와...

댓글: 10 / 조회: 2791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0-13, 2012 02:29에 작성됨.

때는 2011년 6월. 우리가 사귄지 한달이 되던 날의 일이다.
미키와 나는 아이돌과 레스토랑 사장이라는 신분차이를 뛰어넘어서 이곳저곳 데이트코스라는 곳은 다 놀러다녀봤다. 영화관에서 두손을 꼭 붙잡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도 봤고, 유원지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든 말든 깔깔대고 뛰어다녀도 봤다. 가라오케에서 3시간을 집어넣고 고래고래 소리만 질러본 적도 있고, 까페에서 서로에게 파르페를 먹여주기도 했었더랬다.
그리고 6월 23일. 그날은 아직 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더운 날이었다.

"허니~!!!"

미키와 약속한 2인용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공원에 나와있던 내게 미키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건 바로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 운동화. 그리고 포니테일이었다.

"아, 왔...."

"에헤헤헤, 허니이~!!"

사실 처음 봤을땐 뭔가 입을 열어야 됐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생전 처음보는 발랄한 모습, 그리고 청바지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엄청나게 잘 어울리는 그 청바지룩이 내 입을 막아버렸으니.

"응? 왜그래? 허니?"

"아.... 아니, 그, 뭐라 그래야되나. 너무 색다른 모습이라서..."

"에에? 정말? 후웅...."

"아, 미, 미키! 왜그래!!"

"아니... 사실, 입을 옷이 없어서 그냥 편하게 입고 나온건데... 그렇게 봐주니까 고마워서."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 미키의 모습은 마치 한명의 천사가 내려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팔을 뒤로 해서 팔짱낀 손과, 부끄럽다는 듯이 한쪽 발을 빙빙 돌리는 그 동작 모두가 내가 받기 과분한 것들이라고 생각될정도로.

"자.. 자! 빨리 자전거 타러 가자!"

"어? 어, 응!!! 가자!!"

그렇게 그날의 데이트는 맑은 햇살 아래, 행복한 기분으로 시작되었다.
2인용 자전거를 빌려서 공원을 몇바퀴씩 돌고, 햇빛이 잘 드는 곳이 생기면 그곳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잔디밭 위에 눕기도 했다. 그렇게 두시간정도를 공원 구석구석 돌아다녔을까. 우리는 햇빛이 잘드는 잔디밭을 찾아서 그 위에 누워있었다.

"아 - 아... 기분좋다아..."

"미키, 재밌어?"

"응! 허니랑 이렇게 다니니까 너무 좋아."

미키는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누워있는 내 손을 살포시 잡았다. 그리고는 그 손을 들어올려서 미키의 머리맡으로 두더니 슬쩍 팔베개를 하는게 아닌가.

"헤헤... 팔베개, 해줄거지?"

"그럼. 누구 부탁인데."

우리는 아무 말없이 그렇게 잔디밭에 누워서 햇빛을 만끽했다. 미키는 연신 내 팔 위에서 뒹굴거리면서 이렇게 누웠다 저렇게 누웠다를 반복했고, 난 그런 미키가 불편해할까봐 곧게 뻗은 팔에 힘을 뺐다. 이윽고 편하게 눕게 된 미키는 나를 살짝 올려다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첫눈이 오면 이 공원에서 만나기로 할까?"

"이 공원에서?"

"응. 서로 떨어져 있어도, 첫눈이 오면 무조건 이 자리로 오는거야."

"헤에. 아직도 눈이 내리려면 한참이나 멀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그래도. 나도 첫눈이 확인되면... 일끝나자마자 바로 여기로 달려올테니까."

"그럴까...? 근데, 그러고 나서 뭐해?"

"우움... 그때 되면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겠지. 아무리 우리가 처음 사귀기 시작한 날부터 키스를 한 사이라고는 하지만, 지금도 키스라도 할라 치면 서로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는 사이니까 말이다.

"그럼, 첫눈이 오는날, 이 공원의 저 천사 동상앞에서."

우연히도 우리가 누워있던 잔디밭의 뒤엔 천사가 나팔을 불고있는 동상이 하나 서있었다. 난 그 동상을 가리키면서 첫눈이 올때의 만남장소는 여기로 하자고 얘기했고, 미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
.
.
.
.
.
.
.

"음...."

묘한 꿈이다. 분명 이게... 6월 말쯤에 있던 일이었는데. 이 꿈을 왜 지금 꾸게 된걸까.
슬슬 한풍이 몰아칠 시기라서 그런건가... 아우. 몇시지.

'삑.'

 - A.M 03:44 -

새벽 3시...? 조금만 더 있으면 4시네... 하으. 지금 다시 자도 마찬가질거같은데... 어쩌지....
음. TV나 볼까. 어디어디... 새벽에 뭐 재밌는게 하려나.

 - 속보입니다. 현재 도쿄에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눈은 12월 11일까지 계속 될것으로 예상되며, 첫눈임에도 불구하고 함박눈임이 확인되어 오늘 아침까지는 계속 쌓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강설량은 도쿄가 45mm... -

아... 이래서 내가 그 꿈을 꾼건가... 첫눈이라... 그것도 함박눈....
어디... 나가볼까나. 어차피 6시에 다시 일어나기도 귀찮았는데...
근데... 몸이 너무 무겁다... 으으... 자다가 일어나서 그런가... 정신을 못차리겠어...

.
.
.
.
.
.
.
.
.
.

"으으.. 춥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서 간단하게 씻은 뒤에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현관에 나섰다. 그리고 내 앞에 엄청나게 차갑고, 눈이 부실정도로 하얀 눈이 날 반겼다.
어느새 눈은 내 구두의 절반정도를 덮을 정도로 쌓였고, 우연히도 뜬 보름달빛을 눈부시게 반사하고 있다.

"미키... 나왔으려나."

나야 그런 꿈도 꿨고 일찍 일어나버렸으니 나온다 치지만... 미키는 나올 수 있을까. 안그래도 잠이 많은 아이인데 일어나는 것도 고역일테지만... 게다가 새벽이라 그런지 주변의 모든 집들이 불이 꺼져있는데 말이야.
뭐어... 안나와도 상관없으려나. 미키도 이 새벽에 첫눈이 내릴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테니까.

'사박, 사박.'

눈을 밟을때마다 그리운 사박사박소리가 난다. 어릴적엔 눈이 오면 처음으로 눈을 보는 강아지마냥 방방 뛰어다녔는데,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그런 행동을 하기가 힘든 것 같다. 생각해봐. 나이도 어느정도 먹은 어른이 눈온다고 방방 뛰어다니기는 그렇잖아. 후우.

"어디..."

그냥 걷는건 심심해서 어느 집 담벼락에 쌓인 눈을 긁어모아서 작은 눈사람을 만든다. 장갑너머로 시린 눈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지지만, 상관없으려나. 오랜만에 만드는 눈사람인데.

"헷."

큰 눈뭉치 위에 작은 눈뭉치, 그리고 담벼락에 조그맣게 삐져나온 나뭇가지를 꺾어서 손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잘게 잘라서 눈, 코, 입을 박아넣는다. 그러면 자그마한 눈사람 완성.
오랜만에 만들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추워서 그런건지 코와 입이 삐뚤빼뚤하다. 풋. 내 미적감각은 음식을 만들때만 나오는건가. 평소엔 이런 조그마한 것도 제대로 못만드는건지 원...

'찰칵.'

"미키한테 보여줘야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차를 가져가기엔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공원이 있으니까... 그냥 걷자는 식으로. 그리고 첫눈에 첫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컸으니까.

.
.
.
.
.
.
.
.
.
.

"조용하네."

공원입구부터 나를 반겨주는건 아무도 밟지 않아서 흰색 들판처럼 보이는 눈뿐이었다. 발자국 하나 없이, 새하얗게.
미키는 이걸 기대하고 내게 첫눈이 오는 날 여기서 보자고 약속한걸까. 괜한 생각이 머리를 파고든다.

"뭐어... 가끔은 이런 장면도 괜찮으려나."

'찰칵.'

평소엔 잘 찍지도 않는 사진을 연거푸 찍게 된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 나만 볼 순 없다는 생각으로 말이지. 역시 눈의 마력은 엄청난 것 같다. 눈에 별 관심없던 내게 이런 설레임을 가져다 주니까.

'사박.. 사박... 사박...'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나혼자 밟으면서 천사의 동상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드넓은 설원에 나혼자 발걸음을 찍는 것 같은 느낌. 고독과 환희가 내 가슴을 채워주는 이 기분... 나쁘지 않은데.
한참을 그렇게 걷자, 잎이 다 떨어지고 그 자리를 눈으로 대신한 나무들이 나를 반겨준다. 다소곳이 나무위에 앉는 눈들을 보면서 나도모르게 피식피식 웃고 있다는걸 깨달은건 금방이지만. 뭐랄까...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랄까.

"눈이.. 참."

어느새 눈은 더 쌓여서 내 발목까지 덮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집에서 나올때의 강설량이 45mm라고 했는데 이정도면 한 80mm는 되는것같은데 말이지. 첫눈이 이렇게 강렬하면 다음에 내리는 눈은 얼마나 많이 내리는걸까...?

 - 띠리링~ -

어, 메일이다. 이시간에 누가 메일을 보내는거지...? 모두가 다 잘 시간인데...
핸드폰 폴더를 열고 확인한 메일의 발신자는... 타카네구나.

제목 : 첫눈이네.

내용 : 켄군, 지금 자고 있겠지만 도쿄에 첫눈이 내리고 있어. 사진을 동봉할테니, 첫눈이 내리는 상황을 사진으로나마 느끼길.

발신시간 : 04:01 A.M

 - 띠리링~ -

제목 : 첫눈이예요!!!!

내용 : 형부, 형부!!! 지금 도쿄에 첫눈이 내리고 있어요!!! 타카네씨와 히비키랑 같이 드라마 촬영중이었는데 눈때문에 잠시 중단되어버렸지 뭐예요. 타카네씨와 히비키랑 같이 찍은 사진 보내드립니다!

발신시간 : 04:02 A.M

 - 띠리링~ -

제목 : 눈온다.

내용 : 당장 일어나서 창밖에 봐라.

발신시간 : 04:02 A.M


타카네의 메일을 시작으로 하루카와 쿠로다에게 메일이 왔다. 녀석들... 내가 자기라도 했으면 어떻하려고 그래.
타카네의 사진은 눈과 보름달이 잘 어우러진 도쿄의 하늘 사진이었고, 하루카의 사진은 타카네와 히비키랑 같이 찍은 셀카였다. 복장을 보니 아무래도 가을 씬 촬영이었던가 보구만. 녀석들... 감기나 걸리진 않으려나.
쿠로다 녀석은 말그대로 심드렁하게 보낸 메일같았다. 이놈도 문제야.. 정말. 왜 항상 새벽까지 깨있는건지 원.

"아, 다왔다."

그렇게 핸드폰의 메일을 확인하다 보니 어느새 천사의 동상 앞에 다다랐다. 동상은 눈으로 덮혀있어서 그런지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 천사가 이런 옷을 입는구나 싶을 정도로 새하얀.
그 동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동상에 살짝 기대어 섰다. 미키와의 약속때문에 오긴 했지만, 역시 집에서 이 동상앞까지 걸어와서 그런지 발도 아파오기 시작했고.
게다가 춥다. 원래 눈이 다 내려야 좀 포근한 날씨가 되는건데 아무래도 눈이 계속 오는 상황이다 보니 추운건가 보다. 덜덜.
생각해보면... 나도 참 바보같다. 아무리 새벽에 어쩌다 일어났어도, 그 새벽에 첫눈이 내렸다고 해도 아침에 와도 되는건데. 왜 굳이 새벽에 이렇게 나온걸까...
역시 꿈때문이려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꿈자체가 첫눈과 관련된 미키와의 약속이었으니. 아니아니, 이런 생각은 말자. 어쨌건간에 미키와 나의 약속이긴 약속이잖아. 난 약속을 지켜야 되니까.

"셀카...라도 찍어서 보내줄까."

생각해보니 하루카네도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나는 그냥 읽기밖에 안했잖아. 나도 답으로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내줘야지....


제목 : 메일 잘 받았다.

내용 : 우연인지 모르겠는데, 나도 깨있네. 너네, 나 일어난 줄 알고 메일보낸거지? 큭큭큭. 난 미키랑 약속한 걸 지키기 위해서 공원에 나와있어. 사진은 약속장소 앞. 이 메일 받고나서 미키한테 전화해서 나 여깄다고 말하면 안된다. 알았지? 그럼, 촬영 잘 끝내고 들어가서 쉬어. 화이팅!

수신자 : 타카네, 하루카, 히비키


 - 전송되었습니다. -

후우. 전송완료. 그리고.... 쿠로다놈한테도 하나 보내야겠지.
근데 보내도 되나...?


제목 : 나도 안다 이놈아.

내용 : 시끄럽고 다시 자라.

수신자 : 쿠로


 - 전송되었습니다. -

.
.
.
.
.
.
.
.
.
.
.
.
.

시계는 어느덧 4시 50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추운데서 오래 서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냥 그런건지 몰라도 어느새 내 잠은 싹 달아나 있었다. 이상태로 오늘 밤 10시까지 레스토랑에 있어야 된다니... 오늘, 멀쩡하게 일할수 있으려나...?

"누구...게?"

어라. 갑자기 누군가가 내 눈을 가렸다. 이시간에 누가 내 눈을 가리는건지 몰라도... 사람 잘못보신거 아닙니까. 전 지금 미키를 기다리고.... 응? 미키? 에이, 설마.

"미키...이려나."

"어. 맞췄네?"

"으엑!?"

호들갑을 떨면서 뒤를 돌아보니, 정말로 미키가 내 눈 앞에 서있었다. 온통 노란 빛으로 도배한 미키가... 말이다.

"미, 미, 미, 미키!?"

"헤헤. 자기, 약속 지켰네?"

'폭...'

핑크색 목도리, 그리고 노란색 코트, 노란색 어그부츠. 게다가 막 일어났는지 몰라도 약간 부스스한 머리까지. 미키, 맞다.... 정말 미키다.

"자기.. 자다가 일어난거야...?"

"우웅... 자다가 깨버렸지 뭐야."

저... 정말이다. 정말 미키다. 졸린듯이 약간 깔리는 목소리, 그리고 품에 안겨있는 이 모습까지... 정말 미키가 맞다... 정말....

"그래도.. 어떻게...?"

"우웅... 자다가, 꿈을 꿨어. 여기에서 데이트하던 꿈."

"어... 나도..."

"헤헤. 우리, 통한거지?"

고개를 들어서 배시시 웃는 미키. 그 모습을 보니 괜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뭐랄까... 정말 사랑스럽고, 고맙고, 감사하고, 아름다운 그 모습에 말이다.

"으.. 응... 그런거.. 같아."

"자기, 운다."

"그런가...?"

눈앞이 뿌옇게 보이고, 이어서 양 볼을 한줄기의 눈물이 가로질러 떨어진다. 정말... 기억하고 있었구나. 우리 둘 다. 잊지 않고 있었어... 첫눈의 약속...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미키의 이마에 살짝 키스를 했다.

"하하하.... 울면서 웃으면 안되는데..."

"자기야..."

미키는 그런 나를 붉어진 얼굴로 쳐다보다가, 손을 들어 내 볼에 흐른 눈물을 살짝 훑어냈다. 그리고 목을 끌어안고는,

"사랑해... 자기야..."

라는 말을 내 귓가에 속삭여줬다. 그리고 나도 그런 미키를 끌어안고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동상 앞에 서있었다. 이 시간이 영원하길 빌면서.... 그리고, 이 추억을 절대 잊지 않도록 말이다...

.
.
.
.
.
.
.
.

"자기야. 그거 알아?"

"응? 뭔데에?"

"하늘에서 있잖아..."

"응."

"눈이 자기처럼 내리는거 같아."

"응...?"

"저 눈이 모두 별같아. 내 눈에는 말이야."

----------------------------------------------------

뭐, 사실 소설설정이 반쯤 들어가있는 단편이지만, 그래도 일단 패러디를 쓰는 사람으로써 당장 올릴만한게 이거밖에 없어서 올립니다. 읽은분들은 뭐... 별수없고.

그래봤자 설정 바뀐거라곤 미키가 18살이 됐다는거, 그리고 남자친구는 21살 레스토랑 오너란거, 그리고 그 남주인공의 친구녀석이 메일로만 등장한다는거 정도...

조아라 링크를 타고 가서 보세요! 하기엔 그래서 그냥 텍본 전체를 올려드립니다. 그래봤자 똑같음.ㅠㅠ

즐겁게 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