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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더 이상 외롭지 않은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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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31, 2018 19:04에 작성됨.

 2018 - 더 이상 외롭지 않은 7월 31일



 그 아이를 떠올리고 있노라면 괜스레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이돌엔 흥미 없었지만 장래에 음악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딱딱해 보이는 자기 소개로 첫 대면을 장식한 그 아이는 내가 아이돌 담당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맡게 된 아이돌 소녀이다. 일단 시키는 일에는 별다른 불만을 표하지 않고 고분고분 따랐지만, 처음 만나고 몇 달 동안은 누구에게든 사무적인 태도로만 일관했고 불필요한 도움도 필요 없다는 듯 혼자서 일을 하려는 경향도 보였다. 그리고 쉬는 중이거나 할 때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태블릿만을 들여다보는 모습만을 볼 수 있었다. 즉, 그 아이의 첫 인상은 타인을 좋아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두고 있는 것으로 내 뇌리에 기억되었다.

 이러한 태도는 프로듀서와 아이돌이라는 관계에 좋지 않을 것이 분명했지만, 신참 중의 신참이며 요령이란 것도 가지고 있도 않은, 더군다나 홀로 도쿄로 올라와 의지할 데도 전혀 없는 나로서는 당장 스스로의 앞가림과 그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관여밖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또한 첫 만남에서부터 방벽을 두르고 사무적으로 대하는 아이를 두고 어쩌겠는가. 나 또한 필요한 경우 외엔 그 아이에게 굳이 간섭하지 않고자 했다.


 조금, 아주 조금은 회사에 적응한 어느 날, 결재 서류를 올리러 부장실로 들어갔다가 들은 말이다.

 "자네, 담당하는 아이돌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이던데."

 분명 맞는 말이었고, 스스로도 고민하던 부분이었지만 당시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사회적 동물이 어쩌고 하는 진부한 소리는 안 하겠네. 다만... 업무 파트너인 만큼 두 사람 모두 겉돌기만 할 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좀더 알아 가는 건 어떤가?"

 아직은 그 말의 의미를 몰랐기에 나는 적당히 대답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겨울이 다가오던 날, 그 아이에게 솔로 곡이 배정되었고, 동시에 페스에서의 단독 라이브 파트가 결정되었다. '인 파이트'의 기분이 되고 싶다며 즐거워하는 니나와 카오루, 그리고 마음은 어느 정도 열었으나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다가서기 힘들어 보이는 그 아이를 사무실에 남겨둔 채, 나는 각 아이돌들에게 들어갈 분량을 맞추기 위해 다른 프로듀서들과 며칠 동안의 회의를 거쳐야 했다.


 페스가 얼마 남지 않은 날, 다른 사무실 소속인 유미와 사토가 찾아와서 꺼낸 이야기는 그 아이에 대한 문제였다. 발급받은 페스 티켓을 각자 누구에게 줄지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그 아이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그대로 도망치듯 집으로 갔고, 이로 미루어 보아 그 아이의 가정사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두 사람을 안심시키며 돌려보낸 뒤 그 아이의 부모님께 연락을 취하기 위해 주소록을 찾았다.


 이틀 뒤, 레슨을 받던 그 아이를 따로 불러내 부모님과의 삼자면담을 하기로 알렸다. 그 아이는 부모님이 매우 바쁘셔 오실 수가 없다며 침울해했다. 나는 믿고 기다려 보자고 그 아이를 달래고 싶었지만 결국 삼자면담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괜히 시간을 뺏은 셈이 되어 미안해진 나는 바로 그 아이를 레슨실로 돌려보낸 뒤 다시 휴대전화를 열었다.


 그 아이의 부모님을 겨우 뵙게 된 건 페스 당일에서였다. 대기실에서 준비 중인 그 아이를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전화가 와서 받아 보니 부모님이 페스 공연장 앞에 와 있다고 했다. 서둘러 그 장소로 찾아가 인사를 나눈 뒤, 준비된 페스 티켓을 건네며 그 아이의 솔로 라이브 파트를 기대해 달라고 했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대기실 앞까지 걸어간 나는 그 아이가 아직 안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이의 부모님을 들여보냈다. 십수 분을 그렇게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부모님과 충분한 대화를 나눴는지 그 아이가 나를 찾았다. 내게 연신 감사를 표하는 그 아이의 눈가엔 투명한 방울이 맺혀 있었다.

 "지금 감정이 복받치기에는 아직 페스가 시작도 안 했잖니. 그리고 부모님과의 회포는 충분히 푼 거야?"

 다행히 그 아이는 이제 괜찮아졌다며 밝아진 표정으로 페스 준비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 아이와 함께 일하게 된 지 약 일 년 만에 보는 눈부신 미소였다.


 페스가 무사히 끝나고 아이의 부모님을 다시 뵈었다. 그 아이와 부모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쿨하게(?) 물러나 있으려던 스피드듀서는 그 아이에게 붙잡혀 대화의 장에 끼게 되었다. 소원할 줄 알았던 가족 간의 관계는 화목했으며, 그 아이는 지금껏 봤던 사무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는 어디 갔는지 매우 밝은 느낌을 자아내었다.


 그리고, 다음 해엔 웨딩 특집, 딸기농장 체험 등을 함께하며 그 아이의 생일인 7월 31일을 맞았다. 생일 기념으로 오프를 누리고 있는 그 아이에게 생일엔 누구와 어디에 가고 싶은지 묻자 나와 함께 도쿄 타워에 가 보고 싶다고 했다.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인 만큼 부모님과 함께하고 싶지는 않냐고 다시 물었더니 그 아이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답했다.

 "당일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요, 대신 돌아오는 주말에 함께하기로 되었어요. 이번엔... 더 이상 절 외롭지 않게 해 주신 프로듀서 님과 함께 가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그 아이가 내민 손을 잡고 도쿄 타워를 향해 발을 뗐다.


 그 아이를 이렇게 보고 있노라면 여전히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아마도. 혼자 앓거나 짊어지게 두진 않을 테니까.

 생일을 축하한다, 타치바나 아리스.



 2018.07.27. - 시작.
 2018.07.31. - 완성.


 P.S. - '니나 짱이 인 파이트의 기분이 된다면 나는 아웃복싱의 기분이 되어 볼까나? 후후.' 같은 다쟈레를 시전하시는 카에데 누님과 in fact 스토리 커뮤에 감초처럼 등장했던 '다물어, 사토' 두 마디에 깨갱하는 스위티 하트님을 집어넣으려 했으나 왠지 깨몽일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이 팬픽 소설의 수준이 너무 낮아질 것 같아 그냥 뺐습니다.

 P.S. - 카나데 짱 생일 때도 창작판에서 축하하는 프로듀서가 저밖에 없는 것 같던데... 설마 아리스 생일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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