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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또 다른 사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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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7, 2012 13:07에 작성됨.

약 1년 전, 당시 765의 아이돌들은 겨우 햇병아리를 갓 넘어선 정도였다. 그 정도였던 아이돌들이, 어느 사이엔가 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콘서트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성장해버렸다.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다.
일도 이제는 자신이 찾아가는 것이 아닌, 상대 쪽에서 연락을 해와 쓸데없이 돌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아이돌의 성격에 맞게 일을 받으면 되었다. 특히, 노래위주로 일을 하고 싶어 했던 치하야는 이제 거의 노래 쪽 일만 맡고 있다. 잘 된 일이라고 P는 생각했다. 예전에는 노래를 부르기로 한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단 사실에 굉장히 실망하고 기운을 빼기도 했던 아이다. 야요이는 더 이상 급식비를 걱정할 필요 없고, 오히려 집안의 수입원이 야요이에게로 바뀌어 있었다. 이오리는, 이정도면 이제 그 누구에게라도 ‘미나세 이오리’가 아닌 아이돌 이오리로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사무소의 3분의 1이 A랭크의 아이돌이고, 나머지도 B랭크의 아이돌이 되었다. 소규모 사무소이면서 이미 아이돌 수준은 대형프로덕션에 맞먹게 되었고, 사무소도 이전해 이제는 명실상부 중이상의 규모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961프로가 예전처럼 더러운 짓을 하려 해도, 이제는 이쪽에도 반격할 최소한의 힘도 생겼다. 인맥도 넓어졌고, 업계에도 이름이 알려졌다.
모두의 노력덕분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만이 아닌 사무소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류구코마치만이 아닌 솔로로서 그에 필적할 인기를 얻은 미키, 실력파 가수로서 여러 가수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치하야.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하루카 등 많은 아이돌들이 활약을 하고, 이제는 따로 휴가를 맞추지 않는 한 다 같이 모이는 경우가 없게 되었다.
기쁜 일이지만, 쓸쓸해졌다. 
자신과 리츠코도 프로듀서로서 많이 성장하였고, 지금은 여러 프로덕션에서 이직해 오길 부탁해올 정도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리츠코는 이직할 생각이 아직 없다고 하였고, 아이돌들도 자신들이 계속 남아있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이해가 갔다. 누가 뭐래도 지금의 765 멤버는 모두 초기부터 같이 해온 동료들이니, 누구 하나 빠지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모두들 지금 그대로 765에 남길 원하고 있었고, 타인도 그러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어떨까?

“아직도 고민 중인가?”

사장은 사람 좋은 미소로 그리 물었다. 아이돌에게도 계약갱신이 있듯이 프로듀서에게도 같은 것이 있었다. 이미 리츠코는 새로운 계약을 마친 뒤였다. 하지만 P는 아직 그러지 않았다. 사장은 그 기분을 이해한다는 듯 별다른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다른 프로덕션으로 이직한다고 해도 말리지 않을 태도였다.

“네, 죄송합니다.”

P는 그렇게 사과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고, 원하던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이 가슴 속 응어리는 무엇인걸까? 
돈이 문제인걸까? 
아마 아닐 것이다. 이미 765에서는 월급을 올려 졌고, 그 이상을 요구하는 프로덕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끌리지는 않았다.   
그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아이돌들과 회사 사람들과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또한 아니다.
그럼 바쁜 일상에 지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일이 없으면 무기력함을 느낄 정도인 자신이다. 바쁘게 일하는 것이 지금은 기뻤다.
그도 아니면 연애 문제일까?
이것도 아니다. 애인을 못 사귈 정도로 바빴지만, 그것 때문에 외로움을 느낀 적은 없다.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사장에게 물어보니, 의미심장한 말을 할 뿐이었다.

“아이돌들을 납득 시키는 것이 고생일 것 같군.”

자신이 765프로를 떠날 거란 말인 걸까?
이 답답한 마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던 어느 날, 류구코마치의 방송에 리츠코의 도우미로 같이 간 날 그녀가 물었다.

“아직 계약 갱신을 하시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설마, 떠나실 생각은 아니죠?”

그녀는 냉정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오랜 동료로서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불안해  하고 있었다. 혼자서 프로듀스해오던 때로 돌아갈까 두려워하는 걸지도 모른다. 
765프로에는 새로운 프로듀서도 신입이지만 들어왔다. 아이돌들이 가르쳐준다라는 느낌이 강한 그 신입은, 프로듀서로서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 
그녀는 업무량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 다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하는 것일 거다. 

“잘 모르겠어. 내가 어쩌고 싶은 건지.”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P는 빈말로도 그녀를 안심시켜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했다.

“어째서요? 월급이 적어서 그래요? 아님 일이 너무 많아 지쳐서 그래요?”

그녀는 냉정한 척 하려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P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떠나지 않길 바라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게 아니야. 단지…….”
“단지?”
“……미안, 역시 잘 모르겠어.”

결국 모른단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이직을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나도 내 기분을 잘 모르겠어.”

다시 또 모른단 말. P 스스로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고, 그것을 알기에 리츠코는 그 이상 묻지 않았다.
단지, 한 마디를 했을 뿐이다.

“……아이돌들이 슬퍼할 거예요.”

그거에 대해서라면 자신도 잘 아는 일이었다.
이런 혼란스러움을 정리하던 못하던 어느 날, 그런 자신의 앞에 한 아이가 나타났다. 

“우리들의 프로듀서가 되어주세요!” 

그러고 작은 아이는 곤란할 정도로 깊숙이 머리를 숙여 자신에게 갑자기 부탁해 왔다. 
P는 곤란함을 느끼는 와중에 상대를 자세히 보았다.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소녀였다.
염색을 한 것일 금발은 긴 장발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두 묶은 머리가 튀어나와 있었다. 거기다 갸루라 하던가? 나이에 맞지 않게 화장이 짙었다. 꼭 흔히 말하는 노는 아이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름이 아마 죠시가키 리카. 나이도 12살로 데뷔한지 얼마 안되는 신입이었다. 랭크는 겨우 F. 말 그대로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이였다.

“저, 죠가사키 리카 맞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움찔 떨며 소녀는 얼굴을 들었다. 아이돌을 할만큼 역시 귀여운 외모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얼굴은 울 것만 같았다.

“…….”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곤란하기에 P쪽에서 먼저 물었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최대한 상냥하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겨우 입을 떼어 아까한 말을 다시 되풀이했다.

“제발 부탁해요, 우리들의 프로듀서가 되어주세요.”
“저기 당황스러워서 그러는데, 자세히 말해줄 수 없을까?”
“당신과 어떤 아줌마가 하는 이야길 들었어. 당신, 이직할 생각이라면서?”

아줌마? 설마 리츠코를 말하는 건가?
이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P는 웃음이 나왔다. 아이는 그 모습에 무엇을 오해한 것인지, 불안해 하며 물었다.

“……아니야?”
“아니, 아닌 건 아닌데. 글쎄, 아직 못 정했어.”
“그럼 우리 사무소로 와줘!”

그녀는 살짝 밝아진 얼굴로 그리 말했다. 그 얼굴을 보며 P는 고민하다가 물었다.

“너 어디 사무소 소속이지?”
“신데렐라프로덕션!”

들어본 적 없다. 하지만 존재하는 사무소가 맞을 것이다. 아직 이름 있는 아이돌이 없어 그리 알려지지 못한 사무소일 것이다. 생긴지 얼마 안 된 약소 사무소가 아닐까? 예전의 자신들 765처럼.
옛날 765.
이 생각을 하자 왠지 가슴이 욱씬거렸다. 
그 바람에 표정이 안 좋아졌는지 소녀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안 돼?”

그 표정이 너무나 불안하여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을 뻔했지만, 이런 일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사무소인지는 보고 싶었다.

“너희 사무소에 아이돌은 몇 명 있어?”

 그 질문에 소녀의 얼굴은 다시 밝아졌다. 그러면서 자기 사무소의 아이돌들을 신나게 말하기 시작했다. 천진난만한 소녀다라는 감상을 하며 P는 가만히 그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우리 언니가 있고, 안즈와 키라리 그리고 마오와 린, 우즈키. 마지막으로 나까지 해서 이렇게 일곱명이 있어!”

동료들을 소개할 때의 소녀는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다시 가슴이 욱씬거렸다.
이 가슴의 느낌은 뭘까?  

“저기, 우리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유명하지는 않지만, 노력하면 충분히 우리도 톱 아이돌이 될 수 있어!”

어느 사이엔가 소녀는 처음의 존댓말을 까먹고 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싫지 않았다. 이런 모습이 예전의 아미와 마미를 생각나게 해 오히려 웃음이 지어졌다.

“저기저기, 그러니깐 제발 우리 사무소에 와줘. 지금의 언니만으로는 업무가 너무 많아 힘든가봐…….”

어떤 상황인지 그 이야기만으로 알 것 같았다. 초창기 765와 같았다. 아이돌은 많고, 프로듀서는 적고. 아이돌의 일이 적고 많고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돌 수는 많은데 프로듀서가 한 명 뿐이라면, 그 프로듀서는 제대로 된 업무를 분류하고 받아오기가 힘들다. 일을 받아올 때는 한 분야에서 진득하게 받아와야 하지만, 지금의 아이돌 수로는 그것이 힘들다. 각각의 아이돌이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야가 따로 있고, 그 만큼 프로듀서는 더욱 많이 뛰어다니며 덕분에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시간이 부족해지고, 정보가 적어진다. 그 만큼 아이돌의 일이 줄어든다.
악순환. 
완벽한 악순환에 빠져 아이돌도, 프로듀서도, 프로덕션도 성장하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소규모 프로덕션이 아이돌들을 유지하면서 프로듀서까지 늘리기는 힘들다. 아이돌을 줄이면 되지만, 아이의 반응을 보아서는 틀림없이 가족 같은 분위기. 사장도, 프로듀서도 아이돌에게 모진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꼭 초창기 765처럼.
다시 가슴이 아파왔다.
리카는 말없이 자신을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그 눈동자를 보자니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결국 P는 웃으며 이리 물었다.

“……너희들의 사무소로 안내해줄래?”



그날의 신데렐라프로덕션은 평소와 똑같았다. 사무소에서 랭크가 가장 높은 C랭크의 아이돌인 죠가사키 미카가 짧은 CF를 찍고 왔고, 잠재적 인기는 미카보다 높을지 모를 안즈가 프로듀서에가 속아 라디오 방송을 하고온 것이 그날 일의 전부였다. 나머지는 오늘도 트레이닝. 그것 밖에 일은 없었다.
그리고 다 같이 사무소의 낡은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도 수고했어, 미카, 안즈!”

시마무라 우즈키는 특유의 힘찬 미소로 둘에게 그리 수고를 표현했다. 그 인사에 후타바 안즈는 덩치가 큰 모로보시 키라리의 무릎에 얼굴을 베고 눈을 감은 상태로 귀찮다는 듯 말했다.

“오늘 일생 중 가장 일을 많이 한 것 같아…….”
“안즈씨 어제보다 일이 적은 걸로 아는데요.”

옆에서 안즈의 말에 시부야 린이 어딘가 쿨해 보이는 얼굴로 어이없어 하며 그리 말했다. 꼬마인 주제에 안즈는 어른스러워 보이는 린보다 2살이나 나이가 많았다.
안즈에게 무릎을 빌려준 키라리는 그런 안즈의 앳되어 보이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덩치에 안 어울리게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안즈 우리 중에는 일이 가장 많은 걸? 틀림없이 힘들 거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옆에서 혼다 마오가 어색하게 웃으며 그리 중얼거렸다. 하지만 일이 자신보다 많다는 것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런 아이돌들을 보면서 눈에 다크써클이 짙은 심약해 보이는 여성프로듀서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컴퓨터모니터를 보았다. 그곳에 스케줄을 짜서 넣고 있지만, 이번에도 일은 미카와 안즈 중심이다. 그나마 키가 큰 덕분에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모델 일이 있는 키라리, 미카와 같이 자매 프로에 출연하게 된 리카.
그 외에는 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있어봤자 거의 미카를 중심으로 한 팀으로 참가하는 방송. 
‘울고 싶다.’라고 여성프로듀서, 아시노 칸나는 생각했다. 자신이 너무 무력해 아이돌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사장은 그저 귀여운 아이를 좋아할 뿐, 일에 도움이 안 된다. 한 때는 프로듀서를 했다는 듯 하지만, 그런 사장이 잘 키운 아이돌은 B랭크가 한계.
누군가 도와주었으면 싶지만, 이 사무소에는 더 이상 프로듀서를 늘릴 여력이 없다. 프로듀서인 자신이 사무원까지 겸할 정도면 말을 다했다. 참고로 사무일은 사장도 같이 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들 프로덕션은 아슬아슬했고, 언젠가 파산을 할 것만 같았다.

“여, 귀여운 소녀들! 오늘도 수고했어!”

문이 열리면서 동네 제과점에서 사온 케이크를 들고 사장이 등장했다. 건장한 체격의 흰머리가 희끗한 사장은 주름이 보기 좋게 웃음라인에 따라 나타난 중년의 남성이었다.

“아, 아저씨 안녕하세요!?”
“인세, 나에게 인세를 늘려줘!”

키라리와 안즈가 제일 먼저 반겼고, 뒤를 이어 다른 아이돌들도 사장을 반겼다. 그나마 이 작은 사무소의 장점이라면 이 가족 같은 분위기다.
칸나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아이돌을 줄이면 나을 것 같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것은 사장도 곤란해하면서 실행하지 못하는 일이다. 차라리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어 아이돌들이 좋은 계약에 이직해주면 사무소도 상대 사무소로부터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좋지만, 그 정도 인지도가 있는 건 미카뿐이다. 하지만 그런 미카도 리카가 같이 가지 않으면 이직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 상대 사무소는 늘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바뀌지 않는 사무소는 일 이런 상태. 이대로면 언젠가 망하고 말고, 꿈을 갖고 지원한 아이돌들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그랬을 터였다. 하지만 그날을 계기로 변하게 된다.

“모두 들어봐! 내가 새로운 프로듀서를 데려왔어!”

평소와 같이 활발하게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무소 최연소의 아이돌은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곤란하다. 프로듀서가 필요하다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데려와도 곤란하다.

“하하, 누구를 데려왔니 리…… 엑!?”

순간 사장의 놀란 목소리에 칸나는 얼굴을 들었다. 또 어떤 황당한 사람을 데려왔기에 저 사장이 저리 놀라는…….

“아카바네 P씨!?”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제대로 된 프로듀서를 데려왔지만, 자기들 사무소가 감당하지 못할 사람이다. 현재 주가가 한창 오르는 765의 남성프로듀서다. A랭크 아이돌이 넷, 그 중 셋을 키워낸 젊은 프로듀서로 대형 프로덕션 사무소들이 그를 노리고 있다. 
그가 와준다면 확실히 자신들의 사무소는 큰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를 감당할 자금과 설비는 지금의 자신들에게는 없다. 아니, 앞으로도 없을 지도 모른다. 
초창기 약소 프로덕션이던 765를 대략 대형기획사에 가까운 중규모의 사무소로 키운 유명인들 중 하나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다시 자신들 같은 약소 사무소에서 시작할 일은 없다. 그런 고생은 보통 한 번이면 족하니 말이다.

“정말 새로운 프로듀서?”
“응! 오늘부터 우리들과 일할 거야!”
“아니,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너무 황당한 인물에 사장과 프로듀서가 할 말을 잃고 있을 때 미소가 귀여운 소녀, 우즈키와 리카가 마음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우즈키가 가지런히 두 손을 아래에 모으고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프로듀서씨! 시마무라 우즈키, 17살이에요. 저 있는 힘껏 힘낼 테니, 같이 꿈을 이뤄봐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아니, 같이 일할 것처럼 그리 인사 하지마! 나중에 안 된다고 말하기 괴롭잖아!
뒤를 이어 다른 아이돌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차례차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하, 예의바른 아이구나. 안녕, 난 아카바네 P라고 해. 어쩌다보니 리카에게 끌려왔어.”

역시 억지로 끌려온 듯 하다. 리카, 대체 무슨 짓을!

“오, 정말 새로운 프로듀서? 혼다 미오 15세!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건강하고 밝게, 톱 아이돌을 목표로 힘내겠습니다! 에헤헤, 오늘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건강해 보이는 것이 보기 좋은데!” 
“헤헤, 고맙습니다! 건강한게 제 장점이거든요!”
 
무슨 오늘부터 잘 부탁해야? 오늘이 마지막이란 말이야! 칸나가 다시 속으로 절규를 했다.

“흐음~ 당신이 내 프로듀서? ……뭐, 나쁘지 않으려나……. 나는 시부야 린. 오늘부터 잘 부탁해.”

린, 대체 그게 무슨 태도야! 그보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우리에게 과분하다고!

“당신, 내 동생에게 무슨 짓 한거 아니지?”

사나운 고양이처럼 갸르릉 거리며 미카가 리카를 얼른 P의 곁에서 떼어내며 그리 말했다. 그 모습에 사장과 칸나는 더욱 아연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아이들, 상대가 어떤 남자인지 모르는 거야 역시!

“안녕하세요, 모로보시 키라리에요! 안즈, 새로운 프로듀서가 왔어 일어나봐!”
“에, 프로듀서? 저기 난 1주일에 8일이 휴일이니깐 일할 때 불러줘…….”

키라리가 안즈 때문에 못 일어나고 손만 흔들어 인사하자 안즈는 누운 상태로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적휘적 저으며 그리 말했다.
키라리, 안즈 제대로 깨워! 그보다 안즈 너 그럼 언제 일하게!
하지만 정작 P는 기분 나빠하지 않고 기분 좋게 웃었다.

“모두 제각각 개성이 강한 아이돌들이구나! 좋은데?”

인사치레인지 몰라도 아이돌들이 칭찬을 받자 사장과 칸나는 잠시 좋은 기분을 느꼈다가 곧 P에게 다가와 그를 사장실로 안내했다.

“그, 저희 아이돌들이 실례했어요!”
“이곳에는 무슨 일인가, 아카바네씨?” 
“아니, 리카에게 어떨결에 끌려와서 말이죠.”
“끌려온 거 아니야! 같이 온 거지!”
“리카는 이만 조용히 해줘! 나머지도 사무실에서 얌전히 있어!”

칸나는 아이돌들을 사무실에 얌전히 있게 하며 사장실에 사장과 P를 먼저 들여보냈다. 그리고 자신은 차를 타서 나중에 사장실에 갔다.
사장실은 방금의 소란스러움이 거짓인 듯 조용했다. 차를 내준 후 지쳐보이는 인상의 칸나는 쟁반을 듣채로 꾸벅 허리를 숙여 P에게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리카가 실례를 범했어요!”
“하하, 아니에요. 제가 같이 간다고 한거니깐요.”
“저기, 성급한 줄 알지만 프로듀서 이야기라면 우리 사무소로서는 자네 같은 인기 프로듀서를 고용할 여력이 없다네…….”

사장이 침울해져 그리 말하자 옆에서 칸나도 같이 침울해지고 말았다. 어쩌면 좋은 기회일지 모르지만, 그를 고용하는 것은 무리다. P는 그런 두 사람을 보다가 사장실을 보았다. 사장실은 좁았다. 작은 사각 테이블은 6인용이었고, 그 재질조차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아까 사무실의 다른 가구들과 설비들도 그랬다. 보기에도 약소 사무소란 느낌이 강했다.
왠지 아련한 기분이 들면서 가슴이 다시 아파왔다.
세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차를 마셨다. 이야기라고 해봤자, 거의 사장의 자기 사무소 아이돌 자랑이었지만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었다.

“저, 바쁘신 줄 알지만 실례가 아니라면 저희 아이돌들에 대해 듣고 싶은데 괜찮나요?”

조심스럽게 칸나가 그리 요청을 해오자 P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심정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평가도 받지 못했을 아이돌이기에, 그녀로서는 유명 프로듀서인 자신에게 평가를 듣고 싶은 것이다.  
그녀는 그 반응에 기뻐하다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저기, 저희는 레슨실을 빌려서 사용하는데, 거기가 지금 시간이 안 되서요. 컴퓨터 영상으로 봐주셔야 하는데, 괜찮나요?”
“괜찮습니다. 보여주시겠어요?”
“네, 네! 제 자리에 있으니 같이 가죠!”

그녀는 기뻐하며 평소보다 건강해 보이는 얼굴로 사장실문을 열었다. 비공식이지만, 그래도 전문가에게 처음으로 아이돌들이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담당프로듀서로서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문을 열자 문 앞에는 아이돌들이 문 앞에 모여 있었다. 안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것 같다. 그 모습에 뭐라 하려던 칸나는 그만뒀다. 시무룩한 그 얼굴을 보고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새로운 프로듀서가 와서 기대를 했을 텐데, 그게 아님을 안 것이다.
특히 그를 데려온 리카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칸나는 한숨을 쉬고 그를 자신의 자리로 데려갔다.

“이게 저희 아이돌들의 레슨 영상이에요. 콘서트 영상을 보여주고 싶지만, 미카 밖에 없어서…….”

미카란 이름에 P는 분홍머리의 여자아이를 보았다. 그 아이는 눈이 마주치자 흠칫 거리며 시선을 살그머니 피했다.
이 사무소에서 가장 랭크가 높은 아이돌. 리카가 그리 자랑하던 그녀의 언니다. P는 그녀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C랭크가 되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저 프로듀서의 성격으로 봐서는 이 아이 하나만 신경 쓴 것이 아닐 텐데 아마 미카 혼자의 노력이 컸을 것이다. 거기다 동생을 같이 데려가려 하면서 다른 회사로 이직도 안하고 있다. 그것이 힘든 줄 알면서 그리 고집 부리는 것은 여기에 남고 싶은 그녀의 바램 일 것이다.
 
 칸나의 자리로 가자 그녀는 본인 서고, P를 앉게 하고서 아이돌들의 레슨 영상을 틀었다. 잠시 화면이 멈췄다가, 곧 아이돌들의 레슨 영상이 나왔다. 음악에 맞추어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아이돌들의 모습은 활기차고 즐거워 보였다. 안즈라는 예외를 두면 말이다. 보아하니 안즈란 아이는 본래 그런 성격인 듯 했고, 사장실에서 들었을 때도 그 아이를 속이거나 물건으로 회유해 일을 시킨다고 하였다.
자신의 765아이돌들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고, 좋게라도 빛나고 있다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빛나려 하는 것이 보였다. 사장은 그냥 지원한 아이들을 내치지 못하고 받은 게 대부분이라고 했지만, 운이 좋은지 모두 제각각의 재능들이 보였다. 아니, 재능이라기보다는 가능성이 있었다. 
미키 같은 그런 눈에 띄는 큰 재능은 안 보였지만 모두 길을 제대로 알려주기만 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굉장히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실력 있는 사람까진 바래지 않아도, 도와줄 사람만 있어도 이 아이들은 지금보다는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노래들이 끝났다. P는 안경을 벗고서 피로해진 눈을 손으로 문질렀다. 옆에서 칸나가 기대에 차 자신을 응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비비고 눈을 뜨자 기대감을 갖고 자신을 보는 것은 칸나만이 아님을 알았다. 아이돌들도 기대를 갖고 자신을 보고 있었다. 
P는 잠시 말없이 사무소의 아이돌들을 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어 자신이 느낀 감상을 솔직히 말했다.

“현재 아이돌들은…….”



765프로의 사장실이 급히 열렸다. 열린 문에는 숨을 헐떡이며 뛰어온 하루카가 있었다. 하루카는 당황한 표정으로 사무실안의 두 사람을 보았다. 사장과 P가 서로 악수를 나누며 사장이 P의 한쪽 어깨를 두들겨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하루카는 불안한 감정을 느끼며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 시켜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P에게 박혀 움직이지 않았다.
 
“저기, 정말인가요? 프로듀서?”   

P는 대답대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하루카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그런 결정을 하였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인가요?”

P는 잠시 말없이 그녀를 보다가 이내 입을 열려 했다. 그전에 다시 하루카가 소리치듯 언성을 높여 다시 말했다.

“저흰 약속을 지켰는데! 같이 톱 아이돌이 되기로 약속했는데 어째서!”

그 모습을 보고 P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하루카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희는 충분히 약속을 지켜줬어. 그 점에 있어서는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해.”
“그럼 어째서 떠나려 하는 거예요?”
“……내 욕심이야.”

그 대답에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 하루카가 고개를 들자 P는 씁쓸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어느 사이엔가 너희는 톱 아이돌에 가까워졌어. 나도 거기에 대해서는 기쁘게 생각해. 그런데 말이야…….”

P의 표정은 애써 밝은 척 하려 하지만 그 노력과는 반대로 어두워져 갔다.

“너희가 톱 아이돌에 가까워질수록 깨닫게 됐어. 이제 내가 할 일은 별로 없다고.”
“그렇지 않아요!”

그 말에 즉각 하루카가 반박했다. P는 그 반박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새로운 프로듀서도 들어오고, 이제 새로운 아이돌도 들어올 거야. 그리고 그 새로운 사람들은 앞서의 사람에게서 새로 교육을 받게 되겠지. 그 역할은 이제 너희들 일이야. 곧 톱 아이돌이 될 너희들 말이지. 너희들이 톱 아이돌이 되는 모습을 보고 떠나도 좋지만, 그러기에는 계약기간이 맞지 않아. 거기다 이제 그 일은 리츠코로 충분하고 말이지. 그러니깐 하루카.”

P는 하루카와 시선을 마주치며 웃었다. 하루카는 그 시선을 마주보지 못하고 피해버렸다.

“뒤를 잘 부탁할게 하루카.”


그리고 하루카는 끝내 울고 말았다.



얼마 후, 신데렐라 프로덕션에는 새로운 프로듀서가 왔다. 모두의 시선이 모인 가운데, 그 프로듀서는 이번에는 당당하게 웃으며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새롭게 프로듀서가 된 아카바네 P라고 합니다! 목표는…….”

그는 일곱명의 아이돌을 보며 힘차게 말했다.

“모두를 톱 아이돌로 이끄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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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마스도 좋아서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연재주기는 불규칙하니 기다리지는 마세요~

이게 장편으로 가면 다른 제목은 '톱 아이돌의 또 다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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