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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이의 달: 벚꽃빛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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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6, 2018 10:39에 작성됨.

그간 바빠서 연재를 못하다가 오랜만에 연재를 재개하게 되네요.

현재는 1년 휴학을 하게 될 예정이라, 앞으로는 연재를 쭈욱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예고편 및 에피소드 목록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1773


* 유의 사항

 저는 직접 일본이나 두바이에 가 본 경험이 있는 게 아니어서, 해당 지역들에 대해 부정확한 내용들도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분홍빛 벚꽃 잎이 가득한 4월의 어느 날 아침.
 라이라 씨는 가끔 선생님들이 보이는 걸 빼면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조용한 복도에 서 있습니다예요. 들리는 소리는 교실 벽 너머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소리, 그리고 학생들이 대답하는 소리.
 라이라 씨는 오늘부터 베이지색 스웨터와 빨갛고 자그마한 리본이 인상적인 교복을 입고 이 곳, 시립 아스와 중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에요.
 담임 선생님이 라이라 씨를 소개하기 전까지 복도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인데, 좀처럼 라이라 씨를 불러주지 않습니다네요. 라이라 씨, 빨리 라이라 씨 또래의 친구들을 잔뜩 만들고 싶은 것인데...
 이러고 있는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문득 창밖의 풍경에 시선이 향했습니다예요. 그러자 그 앞에 보인 것은 아침 해가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는 아스와 강의 줄기와, 그 주변을 수놓는 산뜻한 분홍빛의 향연. 시내 중앙을 가로지르는 저 강은 그리 크지 않아 웅장한 멋은 없지만, 강 둔치를 따라 심어진 우윳빛 벚나무들과 그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아기자기한 주택가의 모습과 어우러져 일본 특유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네요. 게다가 벚꽃의 빛깔은 두바이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벚꽃의 하얀 빛이 주변을 가득 채운 이 풍경이 더더욱 특별하게 비치는 것 같습니다예요. 강으로부터 시작해, 그 너머의 도로, 더 나아가서는 라이라 씨가 있는 이 학교까지 이어지는 이 신선한 색채. 라이라 씨는 이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예요.
 강을 따라 꽃피는 이 풍경을 보고 있으니 고향의 학교 모습이 생각납니다네요. 라이라 씨의 고향인 두바이에는 크릭이라 불리는 큰 강이 있습니다예요. 이 강은 나중에 인공적으로 뚫은 두바이 운하와 함께 두바이의 한 부분을 섬처럼 분리해 놓은 것인데, 이곳은 두바이 안에서도 가장 발전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예요. 부르즈 두바이도 이곳에 있습니다이고, 두바이몰도 이곳에 있습니다이고, 또 왕궁도 이곳에 있습니다인 것이네요. 또, 수많은 고층 건물들과 초호화 요트들이 크릭을 따라 늘어서 있어서 두바이의 화려한 일면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에요.
 라이라 씨가 다니던 학교는 이러한 크릭이 보이는 위치에 있었습니다예요. 학교의 높은 층에서는 건물들 너머로 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인데, 때때로 창문 너머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인 거예요. 그것은, 지금 일본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정돈되고 웅장한 분위기로부터 전해지는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을 것이겠죠. 아름다운 풍경, 좋은 친구들, 다양한 영역에 걸친 양질의 교육. 두바이에서의 학교생활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습니다예요.
 ...딱 한 사람만을 빼고는요.
 아,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 버렸습니다네요. 어쨌든 그렇게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데, 교실로부터 라이라 씨를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습니다예요. 어? 라이라 씨, 이제 들어가면 되는 것이에요?
 “라이라, 들어오렴.”
 그렇게 생각한 순간 분명하게 들려오는 선생님의 외침. 네, 들어가겠습니다예요. 라이라 씨는 냉큼 문을 열어젖히고, 교실 안으로 발을 들여, 라이라 씨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과 마주하였습니다예요.
 단정하게 열을 갖춘 책상과 의자. 그리고 거기에 자리 잡은 30여명의 학생들. 교탁과 나란히 선 라이라 씨를 향하는 수십의 눈동자는, 자신들과는 다른 새로운 전학생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이네요. 라이라 씨도, 어서 이 친구들과 친해져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습니다예요.
 앞으로 적어도 1년을 함께할 친구들.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우선 라이라 씨를 소개해야 하는 것이네요. 그럼...
 “안녕하십니까예요? 저는 라이라 씨라고 합니다예요. 라이라 씨는 두바이에서 태어나 쭉 지내오다가, 어떤 사정이 생겨서 메이드 씨와 함께 일본으로 오게 된 것이에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집 근처 공원에서 할아버지나 아주머니, 그리고 아이들과 자주 이야기하고는 했습니다인데, 이렇게 학교에 와서 라이라 씨 또래의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예요. 앞으로 여러분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것이에요.”
 이렇게 라이라 씨를 소개하고 나니, 라이라 씨 앞에 앉은 학생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집니다예요. 라이라 씨, 드디어 일본에서의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네요.
 “자, 라이라 쨩은 일본에 와서 살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너희들과 다르다고 해서 괴롭히거나 하지 말고, 라이라 쨩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으면 다 같이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자. 다들 알겠지?”
 그 뒤 이어지는 선생님의 목소리.
 “그럼, 라이라 쨩 자리는... 그래. 가운데 줄에 앉은 너희, 다들 한 칸씩 뒤로 자리를 옮겨 주겠니?”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학생들이 자리를 뒤로 옮기기 시작하는 것이네요. 그럼, 라이라 씨는 이 가운데 맨 앞자리에 앉게 되는 것인가요? 다들 한 칸씩 뒤로 물러나면서 자연스레 비게 된 자리에 가방을 걸치고 착석하자, 선생님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예요.
 그런데,
 “얘, 얘.”
 히익, 깜짝이야! 갑자기 라이라 씨의 오른쪽 팔에 쿡쿡 찌르는 듯한 감촉이 느껴집니다네요. 갑작스런 자극에 움찔한 라이라 씨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시선이 향한 곳에선 여학생 한 명이 라이라 씨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예요? 라이라 씨가 자신을 향해 돌아보자, 곧바로 안녕? 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옆 자리의 친구. 일자로 단정하게 자른 단발머리에 타원형의 은테 안경을 쓴 모습이 이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 편, 안경 너머 라이라 씨를 향하는 눈빛이나 미소가 가득한 표정에서는 따듯함이 느껴지는 것이네요. 누구보다도 먼저 나서서 친구들을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다정한 친구일 것 같습니다예요.
 “안녕하십니까예요?”
 그런 생각을 담아, 라이라 씨는 반갑게 웃으며 친구에게 답을 했습니다예요.
 “후훗. 나는 사쿠라 유우나라고 해. 앞으로 잘 지내보자.”
 그러자, 자신을 소개하며 한 손을 내미는 친구. 이름은, 유우나 씨인 것인가요. 유우나 씨의 악수 요청에 라이라 씨는 손을 맞잡아 화답해 준 것이에요. 라이라 씨의 손을 따라 전해지는 유우나 씨의 온기. 아아, 이건 정말 좋은 것이네요. 마치 고향의 사람을 만난 것처럼 기분이 좋습니다예요.
 라이라 씨가 두바이에 살았을 적에는, 물론 이성에게는 그럴 수 없지만, 친한 동성 친구와 만나거나 헤어질 때는 항상 바짝 다가가 서로를 끌어안는 것으로 친분을 표현하고는 했습니다예요. 그러고는 그 상태에서 서로의 뺨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맞대기를 반복했던 것인데, 그렇게 하면 서로의 따스한 체온이 온 몸으로 느껴지면서 묘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네요.
 그래서인지, 지금 이 온기는 본능적으로 라이라에게 이끌림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예요. 그 느낌을 따라 유우나 씨에게 서서히 다가가 뺨을 맞대려 하자...
 “앗!”
 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몸을 뒤로 빼는 유우나 씨. 어, 라이라 씨가 무언가 잘못한 게 있는 것이에요? 유우나 씨의 양 뺨은 부끄러운 듯 살짝 붉은 기색을 띠기 시작했습니다예요.
 다만 라이라 씨, 선생님이 보내는 따가운 시선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네요.
 “라이라, 사쿠라, 처음 만나는 새 친구가 반가운 건 이해하지만, 지금은 선생님의 조례에 집중해 주지 않겠니?”
 하는 선생님의 따끔한 한 마디를 듣고서야 지금이 조례 시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킬 수 있었습니다예요.
 “아, 네. 알겠습니다예요.”
 “아하하...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오늘은 입학식이 있는 날이라서, 간단한 조례 후에 입학식을 진행한 뒤, 점심 식사를 하지 않고 빠르게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이네요. 아, 일본은 입학이 4월인 것이에요? 두바이에 있었을 적에는 모든 것이 끓어오를 것만 같을 정도로 더운 여름이 서서히 걷히는 9월에 입학식이 있습니다예요. 두바이의 여름은 낮에는 50도에 육박할 정도로 더운 것이니까, 그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에요. 그래서, 더운 여름 기간 동안은 모든 것을 쉬고, 가을이 되면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본은 반대인 것이네요. 하지만 라이라 씨, 오늘 이 곳으로 향하는 길에서, 그리고 복도에서 창 너머를 바라보았을 때, 벚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경치를 보았으니까,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예요. 게다가, 라이라 씨에게는 지금까지 겪어본 적도 없는 추운 날씨에 몸서리치다 끝내 마주하게 된 광경이니만큼 더더욱 그런 것이에요.
 일본 사람들은, 아무 것도 피어날 수 없을 것만 같던 불모의 계절을 넘어, 다시금 새 생명이 피어나는 신비를 목도하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합니다인 거군요.
 가지만 앙상하던 나무에서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푸른 잎들. 그리고 마치 눈이 내리는 것 마냥 하늘로부터 흩날리는 벚꽃 잎. 그리고 라이라 씨를 포함해 이 앞에 선 수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 일본의 입학식의 풍경은, 황량한 사막의 적적하고 고고한 아름다움이나, 유럽식 정원과 같은 기하학적이고 질서정연한 우아함은 느낄 수 없지만, 그것과는 다른 느낌, 그러니까 태어나서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던 풍경에서 느껴지는 이국의 정서와 함께,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진짜 ‘생명의 느낌’을 라이라 씨에게 안겨 주었습니다예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학교에서의 새 생활을 시작하는 저기 저 1학년 친구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라이라 씨도 어떤 의미에서는 신입생인 것이니까, 저 친구들이 느끼고 있을 설렘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네요.
 그런 느낌으로 입학식이 끝이 나고,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까지 교실에서 잠시 동안의 쉬는 시간.
 교실로 돌아온 학생들은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놀이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며 교실에 활기를 띄우기 시작했습니다예요. 여러 목소리가 섞여 버려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그래도 즐거워 보이는 것만은 확실합니다네요.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라이라 씨에게는 오지 않는 것이네요.
 아침에 처음 교실로 들어왔을 때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가 모두 허망한 꿈이었던 것 마냥, 지금 이 친구들은 라이라 씨에게는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예요. 라이라 씨, 친구들을 잔뜩 사귀고 싶어서 학교에 온 것인데, 이렇게 혼자가 되니 외롭습니다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법입니다겠죠. 라이라 씨, 저기서 이야기하고 있는 여학생 몇 명에 끼여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예요.
 “저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까예요? 라이라 씨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예요.”
 그런데, 이렇게 말을 걸고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분위기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이에요. 왠지 바르르 떨고 있는 것만 같은 표정. 혹시, 라이라 씨가 무서운 것이에요? 어째서...?
 “저... 저기... 그게... 그러니까...........”


 그 뒤로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었지만, 여전히 친구들은 라이라 씨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고, 결국 이야기가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예요. 그 뒤 머지않아 종소리가 울렸고, 라이라 씨는 자리로 돌아가서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듣기 시작했습니다예요. 하지만, 아까의 일이 자꾸만 떠올라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은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이네요.
 라이라 씨는 지금 여기서 거부를 당하고 있는 것일까요?
 라이라 씨, 원래부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일본에 와서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다가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는 했습니다예요. 그래서 학교에 오게 되었을 때, 라이라 씨는 또래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득 품고 있었던 것이에요. 하지만 실제로 라이라 씨가 본 것은, 라이라 씨를 무서워하거나 피하려는 모습 뿐. 이럴 때, 라이라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라이라 씨는 잘 모르겠습니다예요.
 봄의 산뜻함이 찾아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된 와중에 홀로 도로 겨울로 돌아간 것만 기분. 그런 기분 속에서 라이라 씨 혼자 생각에 빠져 있는데, 어깨에서 라이라 씨를 건드는 감촉이 느껴졌습니다네요. 그 감촉을 따라 뒤를 돌아보니...
 “라이라 쨩, 라이라 쨩.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돼.”
 유우나 씨가 아니겠습니까예요? 그런데 왠지 유우나 씨도 머뭇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네요. 왜 그러는가 의아해하니까, 곧이어
 “저기, 아까 일은 미안해. 갑자기 내게 그렇게나 다가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하고 말하는 유우나 씨. 아, 아까의 일을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인가요. 라이라 씨, 204호 씨가 미안하다고 했을 때도 그랬고, 남에게 사과를 들은 일은 별로 없었던 것이어서, 원래 이런 것은 익숙하지 않습니다예요.
 하지만, 지금은 유우나 씨의 말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어오는 것이네요.
 실은, 라이라 씨도 아까의 어색한 대화를 나누고 나서 유우나 씨가 신경 쓰였던 것이니까요. 혹시 유우나 씨도 다른 친구들처럼 라이라 씨를 부담스럽게 느꼈던 것은 아닌가. 그래서 라이라 씨에게 다가오기를 꺼려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유우나 씨는 직접 라이라 씨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었습니다예요. 이렇게 라이라 씨에게 조금이나마 신경을 써 주려는 유우나 씨의 모습을 보니, 라이라 씨는 기분이 좋아진 것이에요. 유우나 씨라면 라이라 씨와 친구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런 기분을 담아, 라이라 씨는 유우나 씨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예요.
 “아, 라이라 씨를 생각해 준 것이에요? 하지만, 라이라 씨는 괜찮습니다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인 거예요.”
 “아, 그렇구나. 그치만, 아까 내가 몸을 피했을 때 라이라 쨩, 왠지 당혹스러워한 것 같아서... 아하하...”
 그러자, 이렇게 말하며 어색하게 웃는 유우나 씨. 그런데, 그러다 떠오른 것이 있는지 별안간 손뼉을 맞추며
 “아, 그래. 라이라 쨩 혹시 집 어디야? 나, 라이라 쨩이랑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괜찮으면 집에 같이 가지 않을래?”
 하고 라이라 씨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겠어요? 오오, 라이라 씨는 정말 기쁜 것이에요!
 “네! 같이 집에 가면서 이야기하는 것이에요!”
 자, 그럼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해야 겠습니다인 것이네요. 우선 책가방을 들고...


 집으로 가는 길. 양옆으로 집들이 늘어선 주택가를 걸으며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예요.
 “그러고 보니 메이드 씨랑 같이 일본에 왔다고 했잖아. 그건 무슨 뜻이야?”
 “아, 메이드 씨 말입니까? 라이라 씨, 두바이에 있었을 때는 부자였던 것이어서, 집에 메이드 씨가 여럿 있었던 것이에요. 그 중에서도 라이라 씨와 항상 함께하며 정말 친하게 지냈던 메이드 씨가 한 명 있었는데, 라이라 씨가 사정이 있어서 일본으로 왔을 때도 라이라 씨와 함께하게 된 것이에요. 메이드 씨는 라이라 씨가 믿을 수 있는, 각별한 존재였으니까요.”
 “아, 단 둘이서 일본에 온 거구나. 음...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미안. 괜히 내 말 때문에 괜히 아픈 기억 떠올리게 해서.”
 유우나 씨에게서 나온 의외의 대답. 라이라 씨가 유우나 씨를 바라보니, 유우나 씨의 얼굴에는 생각 외의 답을 들었다는 놀라움과 함께 왠지 슬퍼하는 듯한 느낌이 담겨 있었습니다예요.
 “아닙니다예요. 라이라 씨, 일본에 온 직후에는 조금 힘들었습니다였지만, 지금은 메이드 씨가 일도 하고 있습니다여서 나름대로 여유롭게 지낼 수 있게 된 것이고, 또 라이라 씨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에요.”
 “아아, 그렇구나. 다행이네. 아, 근데, 라이라 쨩네 집은 어디야?”
 라이라 씨의 말에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 라이라 씨의 집 말인가요.
 “지금 이 길을 따라 쭈욱 가다보면 2층짜리 아파트가 하나 나옵니다예요. 라이라 씨는 그 아파트의 203호에 살고 있는 것이에요.”
 “2층짜리 아파트라면... 아, 거기구나. 거기라면 다다미 6개짜리 방에 샤워실도 없을 텐데, 메이드 씨랑 둘이서 지내려면 불편하진 않아?”
 “아, 확실히 샤워실이 없다는 건 놀랐습니다예요. 들어올 때는 집세가 쌌으니까 다른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때여서 일단 들어오기는 했던 것인데, 샤워실이 없어서 처음 며칠 동안은 제대로 몸을 씻지도 못해서 많이 고생했던 것이네요. 그래도 그 뒤에 204호 씨를 알게 되었고, 지금은 204호 씨와 함께 목욕탕에 다니면서 그 안에서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 라이라 씨는 좋은 것이에요.”
 “204호 씨...?”
 “아, 204호 씨는 라이라 씨의 옆방에 사는 사람인데, 노래 부르는 소리가 아름다워서 라이라 씨가 관심을 갖고 친해진 것이에요. 고등학교까지는 교토에서 밴드부에서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집세가 싼 여기로 와서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오디션... 아, 혹시 노나카 카오리 씨 말하는 거야?”
 “아, 네. 맞습니다예요. 그런 이름이었던 것이에요. 204호 씨를 아는 것이에요?”
 “안다기보다는... 노나카 씨, 요즘 후쿠이에서 꽤 유명인이거든. 아깝게 지역 예선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TV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나온 적 있었고. 후쿠이 역에 가면 가끔 노나카 씨가 버스킹을 하는데, 가서 듣고 있으면 반복되는 일상 속 답답한 기분이 시원하게 날아갈 정도로 상쾌하고 청아한 노랫소리가 내 마음을 울리는 게 정말 좋더라.”
 “오오. 그런 것인가요. 204호 씨, 역시 대단한 것이에요~ 라이라 씨도 한 번 가서 들어 봐야 겠습니다예요.”
 “후훗. 그 때가 되면 나랑 같이 가자. 둘이 함께 가서 노나카 씨의 노래를 들으면, 정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네, 그렇게 합시다인 거예요!”
 이런 느낌으로,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 사이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예요. 유우나 씨는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 왔는지, 라이라 씨가 학교에 오기 전에는 어떻게 지냈는지, 또 두바이와는 다른 일본의 학교 모습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것이네요.
 그리고,
 “그런데 라이라 쨩, 아까 그 땐 뭘 하고 싶었던 거야? 그... 나한테 갑자기 다가왔을 때 말야.”
 유우나 씨가 아까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 사이에 있었던 일을 물어본 것이에요.
 “아, 그 때 말입니까예요? 두바이에서는 친한 친구를 만나거나 헤어질 때 서로를 껴안고 양 뺨을 서로 맞대며 인사를 합니다예요. 그러면 친구의 따스한 체온이 온 몸으로 전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에요. 그 순간만큼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걱정 고민들도 깨끗이 씻겨 나가 버립니다예요.”
 “그렇구나아. 따스한 체온이라... 후훗, 왠지 낭만적이다!”
 라이라 씨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듯한 유우나 씨. 그런 반응에 힘입어, 라이라 씨는 라이라 씨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습니다예요,
 “그래서 유우나 씨와 악수했을 때 유우나 씨에게서 따뜻함이 느껴졌던 것이니까, 왠지 친근감이 느껴진 것이에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두바이에서랑 인사하는 법이 달랐던 것이네요.”
 그러자,
 “라이라 쨩...”
 떨리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갑자기 걸음을 멈춘 유우나 씨. 이에 라이라 씨도 따라 멈추어 유우나 씨를 바라보니, 유우나 씨의 표정이 꽤 상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예요. 왠지 눈가가 촉촉해 보이기도 하는 것이네요.
 유우나 씨는 자신을 바라보는 라이라 씨를 잠시 똑바로 바라보다, 살짝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습니다예요.
 “...날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었구나. 정말 고마워.”
 라이라 씨에게 고맙다고 감정을 전한 유우나 씨. 하지만 어째서인가요.
 “라이라 씨는 그저 유우나 씨랑 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입니다예요. 감사할 일이 아닌 것이에요.”
 “에... 아하하, 그런가. 그치만,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라서, 순간 감동해 버렸거든.”
 “아아, 그렇습니다네요. 확실히 라이라 씨도 다른 사람이 라이라 씨의 내면을 알아봐 주고 신뢰해 준다면 기분 좋을 것 같습니다예요.”
 “후훗. 아! 그래서 말인데, 실은... 조례 시작하고 나서 네 모습 계속 보고 있었어.”
 그러더니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리는 유우나 씨.
 “그런데 라이라 쨩, 계속 표정이 안 좋아 보이더라고. 그래서 신경이 쓰였어. 혹시 아까 내가 라이라 쨩을 피한 일을 계속 신경 쓰고 있었던 건 아닌지... 그도 그럴 게, 라이라 쨩은 나를 그렇게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내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던 거니까...”
 아, 그러고 보니 유우나 씨, 라이라 씨의 바로 옆자리였던 것이네요. 옆자리에서 계속 라이라 씨의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예요. 그렇다면, 라이라 씨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네요.
 “실은 라이라 씨, 쉬는 시간에 많은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것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습니다예요. 그런데 쉬는 시간이 되어서도 아무도 라이라 씨에게 다가와 주지 않았고, 라이라 씨가 다른 친구들에게 다가가도 왠지 무서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예요. 처음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라이라 씨를 바라보았을 때는 기대가 컸던 것인데, 정작 실제 상황에 맞닥뜨리고 나니 라이라 씨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까, 기분도 안 좋아지고, 이 일에 대한 생각밖에 나지 않았던 것이에요.”
 라이라 씨, 원래 두바이에 있었을 때는 이렇게 다른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에 쉽게 감정이 바뀌는 성격이 아니었던 것인데, 오늘 라이라 씨가 느낀 감정 기복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습니다예요. 라이라 씨도 이해할 수 없는 라이라 씨의 기분. 그런 기분을 유우나 씨에게 이야기했습니다네요. 그러니까,
 “...그랬구나. 라이라 쨩은 지금 너무나 불안해하고 있었던 거구나. 게다가 일본에 오기 전에는,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던 감정이다 보니, 더더욱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던 거고.
 하지만, 라이라 쨩은 스스로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누구라도 라이라 쨩이랑 같은 상황이랑 맞닥뜨리면, 당황스럽고, 불안하고, 또 무서울 거야. 지금까지 지내온 곳과는 전혀 다른 풍경, 아무리 미리 일본어를 공부를 했다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전혀 익숙지 않은 다른 문자, 그리고 귀를 통해 들려오는 건 고향에서는 거의 들을 일이 없었던 생소한 언어. 누가 뭐라 해도 라이라 쨩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던 고향이라는 공간과 엄마아빠를 떠나서, 지구 정반대라고 해도 좋을 곳으로 떠나 왔고, 이 새로운 공간에서 라이라 쨩을 지켜줄 사람이라고는 같이 따라온 메이드 씨 한 명 뿐. 만일 내가 그런 처지에 처했다면 나는 견딜 수 없었을 거야. 어쩌면 집안에 틀어박혀 단 한 발자국도 안 움직였을 지도...
 그렇지만, 라이라 쨩은 이런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보내 온 거잖아? 그리고 이렇게 학교에 와서 나하고 이야기도 하고 있지. 나는 그런 라이라 쨩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존경스러울 정도로... 그러니까, 라이라 쨩이 이상한 게 아니야. 라이라 쨩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그러면 언젠가는 더 편히 지낼 수 있는 날이 찾아올 거야.”
 유우나 씨... 확실히 그렇습니다네요. 일본에 와서 여러 사람들이랑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아직 라이라 씨는 일본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것이니까, 라이라 씨에게 일본은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졌던 것이에요. 까마귀에게 빵 귀퉁이를 빼앗긴 순간에도, 편의점 알바를 할 때 손님이 라이라 씨에게 화를 냈을 때도, 그리고... 오늘 반 아이들이 라이라 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때도, 그럴 때마다 라이라 씨의 주변은 완전히 버려져 혼자 남은 듯한 외로움으로 가득 찼고, 그러면 라이라 씨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괴로운 기분이 되었습니다예요.
 그런 라이라 씨의 기분을, 유우나 씨는 이해해 준 것이에요.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 친구들한테도 라이라 쨩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던 낯선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야. 계속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다들 라이라 씨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올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를 이은 유우나 씨. 후훗. 그런 것이네요. 라이라 씨에게 일본이 낯설었던 것처럼 친구들에게도 라이라 씨는 낯선 존재였을 터. 아까의 친구들은 라이라 씨가 싫어서 라이라 씨를 피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에요.
 유우나 씨, 정말로 고맙습니다예요. 라이라 씨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더니,
 “에잇!”
 하며 갑자기 라이라 씨의 손을 꼭 붙잡고 걸어 나가는 유우나 씨. 우와아아,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인 거예요. 라이라 씨, 이런 건 익숙하지 않은 것이어서...


 그리고 둘이서 얼마나 걸었을까, 눈앞에 라이라 씨의 집이 보입니다네요.
 “유우나 씨, 저기가 라이라 씨네 집인 것이에요.”
 “아아, 그렇구나. 그럼 슬슬 우리도 헤어질 시간이네.”
 “그런 것이네요. 그럼, 내일 다시 만납시다인 거예요.”
 “그래. 내일 만나... 가 아니라, 잠깐만.”
 라이라 씨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라이라 씨를 멈춰 세우는 유우나 씨. 왜 그러는 것이에요?
 “저기, 아까 라이라 쨩이 하고 싶어 했던 거... 지금 하지 않을래?”
 그러자, 유우나 씨가 이렇게 제안한 것이에요. 유우나 씨가 마음을 열어주는 모습에, 라이라 씨는 기분이 좋아져서 바로 유우나 씨에게 달려가, 꼬옥 안겨 들었습니다예요. 그리고 왼쪽 뺨을 한 번, 오른쪽 뺨을 한 번... 이러고 있으니, 유우나 씨의 체온이 온몸으로 느껴져서 편안해 지는 것이에요.
 “아아, 이거 정말 진정된다. 라이라 쨩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유우나 씨도 알아주는 것이네요. 후훗.”
 “살짝 부끄럽긴 하지만... 에헤헷.”
 “그런 것인가요.”
 그렇게 얼마간의 인사를 나눈 뒤 다시 떨어져 서로를 마주한 라이라 씨와 유우나 씨. 이제는 아쉽지만 헤어져야 하는 것이네요.
 “유우나 씨, 내일도 만나서 이야기합시다인 거예요.”
 “그래. 오늘 여러 모로 마음고생 많았을 텐데, 집에서 푹 쉬고, 내일 다시 만나자.”
 내일 다시 만나자는 인사말과 함께, 서서히 자신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유우나 씨. 이제 라이라 씨도 집으로 돌아가야 겠습니다네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지금은 점심시간인 것이네요. 유우나 씨랑 이야기하는 게 너무 좋아서 배고픔마저도 잊고 있었습니다예요. 라이라 씨가 학교에 가기 전에 메이드 씨가 점심거리를 미리 준비해 놓았다고 이야기했던 것인데, 무엇을 해 놓았을지 기대가 됩니다네요.
 유우나 씨가 했던 말처럼,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과 친해질 수는 없는 것이에요. 비록 지금은 서먹서먹하더라도,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다가가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겠죠. 그러니 오늘의 일에는 너무 우울해지지 말고, 하느님과 메이드 씨가 주신 소중한 양식과 함께 기운을 내야 겠습니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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