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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프로듀서는 글러먹었는데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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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0, 2018 23:25에 작성됨.

내가 제일 싫어하는 속담 중 하나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거다.

왜?! 닭 모가지를 비틀 정도로 절박하면 새벽 정도는 오지 않아도 좋잖아!



하지만 새벽은 왔고, 나는 출근했고, 린도 출근했다. 정확히는 이미 출근해 있었지만.

내가 출근했을 때 린은 출근하지 않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내 시야에는 린이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네요. 어서오세요 프로듀서."


제기랄 양아치 주제에 뭐 이렇게 새벽잠이 없냐?

양아치라면 당연히 한 12시쯤 나타나서 점심부터 먹는 게 기본 아니야?

요즘 상식이 무너지는 괴로움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중이다.


달칵.

"어머. 프로듀서. 린 쨩. 와 있었네요."

"..........네. 좋은 아침이네요."

"안녕하세요 치히로 씨."

"후후. 안녕하세요. 그때 이야기했던 필기할 것하고 트레이닝 복 챙겨왔죠?"

"네."

"말했던 대로 오전에는 코토리 씨가 기본적인 소양교육을 할 거고,

오후에는 간단하게 루키 트레이너와 아이돌 트레이닝을 할 거예요.

조금 빡빡하지만 기본은 중요한 거니까요. 따라오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프로듀서는 점심식사 하시고 트레이너 분하고 사전에 미팅해두세요."

"예이예이."



그 대사를 끝으로 치히로 씨와 린은 잠시나마 사무소에서 자리를 비웠다.

아. 이 마음의 평화.

그나저나 소양 교육이라니. 학교 공부도 내팽개치고 아이돌로 돈 벌 수 있다니까

헤벌레 따라온 애가 퍽이나 소양 교육을 듣겠다. 잠이나 안 자면 다행이지.

여튼 내가 할 일은 오후에 있을 트레이닝에 대해서 루키 트레이너와 상담인데....



이게 포x몬스터라면 길바닥에서 돌아다니는 포x몬을 학살하거나

평생 저레벨 + 저능력치의 포x몬만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길바닥의 트레이너를 제물로 성장해야겠지만,

당연히 현실에 그런 존재들은 없기에 트레이너들이 아이돌들의 재능을

개화시켜서 더 높은 경지의 아이돌들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흐흐흐. 방금 완벽한 계획이 떠올랐다.




"........응? 당신은 얼마 전에 들어온 신입 프로듀서?"

"네. 안녕하세요."

"음.....용건은 아마 아이돌의 트레이닝 미팅일텐데....아직은 나보다는

케이에게 도움을 받는 게 더 적절할 텐데?"

"아..원래라면 그렇습니다만..."

"?????????"

"제 담당 아이돌 후.보.생.이 조금 건방진 빗치라서요."

"건방진 빗치?"

"예. 후보생답게 얼굴은 좀 반반합니다만 아이돌을 우습게 알고 있더라고요.

대충 흔들고 노래하다보면 자길 좋아해줄거라는 착각에 빠져있습니다.

트레이닝 같은 건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태도구요."

".........혼을 내달라는 뜻이군."



크크크크크. 화났다 화났어. 마스터 트레이너. 통칭 귀신교관.

이쪽 업계에서 실력은 확실하지만 그만큼 혹독한 사람이 없지!!!

거기다가 화까지 나 있으니까. 아마 한 시간이면 나는 행복으로 향하겠지.

넌 X졌다 린. 캬캬캬캬캬캬!!!



"오늘은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프로듀서?"

"아. 그럴 일이 조금 있어서요. 린은?"

"같이 소양교육 듣던 아이들하고 친해져서 같이 밥 먹기로 했나봐요."

"그렇습니까..........후후후."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기뻐보이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그래그래. 많이 먹으렴. 저녁은 지옥에서 먹게 될 테니까!!!!!



"휘~~~휘~~~"

잠시 후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스터 트레이닝 룸으로 향했다.

마치 게임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야 결과를 확인해볼 수 있는 시스템을 살피는 느낌.

이제 이 문을 열면, 마스터 트레이너가 굳은 표정으로 "안됐군, 네 아이돌은

이미 두 시간 전에 도망가버렸거든. 예상은 했지만 실망이다."라는 천상의 대사를!!



벌컥.

문이 열리면.........마스터 트레이너와.............

"하악..........하아악..........하아......."

아마 내 담당 아이돌 후보생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바닥에서 절찬리 경련중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라는 눈빛을 마스터 트레이너에게 쏴보았지만,

그녀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 타올을 내게 넘겨주고는 트레이닝장을 떠났다.

대관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일단 숨은 쉬고 있는 것 같지만 생존확인을 위해서 린의 엉덩이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하악....여자ㅇ...엉.....성ㅊ..하악...."

최후의 힘을 짜내 날 째려보는 걸 보면 아마 언어능력의 부분적 상실이 아니라면

여자애의 엉덩이를 발로 차는 건 성추행이다는 항의의 메세지겠지.

그러길래 탈주 안하고 누가 무식하게 다 받으랬나. 멍청이.




"이거 햇병아리 프로듀서한테 완전히 한 방 먹었다니까? 대단한 패기야!!!"

"아....아하하하하....."

"이거 반칙이라고 항의할 수도 없고 말이야!!! 자기 아이돌을 위해서 일부러 나를

도발해서 그렇게 능력치를 한번에 확 땡겼다 그거지?! 케이가 서운해하더라고!!"

"그...그런가요...."

"뭐 그렇다 치더라도. 린 그 애. 물건이야. 야무지고 근성도 있는데다가 재능도 있어.

물론 그걸 다 알아본 당신. 보통 넘었어."

"아...아하하하....."



하나만 하라고!!!! 양x치가 사실은 노력파이기도 합니다가

뭔 말도 안되는 스토리냐고!!!! 왜 아예 아이올라이트의 후예라고 하시지!!!

어? 색깔은 쿨해보이게 블루로 하고!!!

결과론적으로.....실패다. 린은 단숨에 동기들보다 랭크가 확 올라가 버렸고

마스터 트레이너와는 친분이 생겼으며, 나는 졸지에 대단한 놈 취급을 받았다.

이게!!!! 이게 아니라고!!!!!

이번은 실패했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시부야 린의 일기]

오늘은 처음으로 아이돌 후보생으로서 사무소에 출근했다.

조금 들떠버려서 꽃집 일을 도와드리는 걸 깜빡하고 집에서 일찍 나왔다.

오전 소양 교육은 재미있었다. 코토리 씨는 사무원이기 이전에 아이돌 선배님으로

앞으로 아이돌로 살려면 어떤 태도여야 하는지 이야기해주셨다. 메모메모.

오른쪽에 앉은 우즈키하고 왼쪽에 앉은 미오와도 친해졌다.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친하게 지내면서 경쟁하고 싶다.

오후 트레이닝은 이상하게도 나 혼자만 다른 데에서 진행했다.

그리고..........정말 힘들었다. 체력은 제법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이돌은 쉽지 않다. 새벽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해야겠다.

부족한 점이 많으니까 꼭 보완하자. 그게 나를 믿고 길을 만들어준

프로듀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테니까.

언젠가는 선배님들처럼....가장 높은 곳까지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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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상은 누구로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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