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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 「어둠 속에 나홀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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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4, 2018 16:15에 작성됨.



엔딩.

프로듀서는 병원 복도의 하얀 벽에 걸린 디지털 시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타카네가 도착할 것이다. 과연 그의 예상대로, 멀리서 손을 흔드는 익숙한 외모의 여자 아이가 보였다. 타카네였다.


프로듀서 「아 타카네구나. 그래 몸은 좀..어떠니?」


타카네 「항상 염려해주신바, 이제는 쾌차하였다 해도 무방한듯합니다.」(미소)


한여름의 무더위에도 불구, 그녀는 긴팔에 두꺼운 슬림 진을 입고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으므로, 프로듀서는 왠지 견딜 수 없는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었다.

그때 자신이 제대로 히비키를 돌보았더라면..더 빨리 도착했더라면 그런 일은..


타카네 「괜찮아요. 자, 들어가지요. 그녀로써는 오래 기다렸을 터입니다.」


그녀는 흔쾌히 나서서 일인 병실 손잡이를 잡았다. 슬며시 올라간 소매 안으로, 그녀가 감추고 있었던 흉터들이 얼핏 스치듯이 눈에 보였다.


히비키 「누, 누구?」(주눅)


타카네 「저희랍니다. 당신의 지기 타카네와, 당신을 아끼는 프로듀서.」


히비키 「그렇구나! 정말 기다렸다조!」(미소)


프로듀서 「응. 반갑다, 히비키.」


프로듀서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사고로 잃었던 청각은 돌아왔지만, 시각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의사 말로는, 어쩌면 히비키는 평생 시각을 잃은채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게다가 간호사 말로는 그 날, 연필로 타카네를 마구 찔렀던 일이 후유증으로 남아 밤마다 소리를 지른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수척해 보였다. 수척한데도 히비키가 가끔 애써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을 때마다,

프로듀서의 속은 더없이 쓰려왔다.


타카네는 의자를 가지고 와서 자리를 마련했다. 그녀는 동작 하나 하나에 소음이 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그것이 청각 말고는 의지할데 없는 히비키를 위한 배려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병문안 선물로 과일 바구니를 가지고 왔다. 

함께 싸들고 온 과도를 꺼내어, 사과 하나를 깎기 시작했다. 행여나 타카네가 동여하지 않을까 눈치를 살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면 히비키에게 집중하고 있거나,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이거나.


과일을 깎는 동안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다. 히비키는 병실에만 있었으므로, 대화 주제는 주로 타카네의 근황 이야기였다.

타카네가 아이들과 함께 상을 오디션을 봤는데 아깝게 떨어졌다는 이야기에, 히비키는 위로를 건냈다.

그녀가 나간 지방 채널 방송이 큰 호응을 얻었다는 말에 히비키는 웃었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간간히 짓는 억지 웃음 말고는 차마 웃을 수 없는 기분이였다.


모든게 다 거짓말이였으니까.


타카네의 얼굴에는, 긴 흉터와 자잘한 흉터가 가득했다. 그녀가 자랑하던 아름다운 몸매는, 흉터와 수술 칼자국으로 난도질당해버렸다.

그것은, 병원을 뛰쳐나가선 뾰족한 연필을 마구 휘두르며 난동을 부린 히비키를 말리는 과정에서 입은 상처들이다.

아이돌의 생명은 얼굴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카네가 아무리 노력한다한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리가 없었다.


765 프로듀서도 상황은 좋지 못했다. 한꺼번에 두 명의 아이돌 동료들이 나가버리자 사무소는 침울한 분위기만이 가득했다.

게다가 그쪽 업계로 소문이 좋지 못하게 퍼지는 바람에 한동안 힘들지도 몰랐다. 

사장님은 염세적이 되어버렸다. 매일같이 술독에 빠져 살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쿠로이 사장이 이제 그만 정신 차리라고 난리를 피우다 갈 정도일까?

아이들 중에서도 되려는, 어린 마음에 히비키를 원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오리라던가, 치하야라던가..

두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 히비키는 이미 원수가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히비키 「그래도 다행이야..자신, 타카네한테..큰 상처를 입힌줄 알고 너무 무서웠어.

타카네가 다치게 되고, 그게 자신 때문이면..자신 때문이라면..」(울먹)


타카네 「그럴리가요. 저는 이렇게 멀쩡한걸요?」(미소)


타카네는 미소지었다. 옆에서 프로듀서도 억지 웃음소리를 지어보았다.

일단은, 선의의 거짓말에 불과할지라도.


그런것도 모르고 눈이 보이지 않는 히비키는 웃는 것이였다.


히비키 「난쿠루나이사!」(미소)


어쩌면, 자신이 웃고 있는지도 모르는채로.


....

시간이 되어서,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다.

지금은 오히려 타카네가 더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마, 남겨진 히비키에 대한 걱정 때문이리라.

그걸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히비키가 되려 활기차게 말하는 것이였다.


히비키 「자신은 걱정마! 곧 자신도 일어나서, 친구들이랑 같이 다시 아이돌 노력해볼테니까!

타카네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리라조!」(미소)


타카네 「..내일 다시 올 테니까요. 그때까지만..」(울먹)


프로듀서 「나도 타카네처럼 자주는 힘들지만, 금방 다시 올께.

그러니까 히비키도 빨리 낫자.」


히비키 「응응! 자신, 꼭 다시 일어날꺼다죠!」


그렇게 아쉬워하는 타카네와 발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 프로듀서는 억지로 걸음을 돌렸다.

남겨진 병실 안에는, 침대 위에 누운 히비키만이 혼자 외롭게 남겨졌다.

그녀는 두 눈을 뜨고 있다. 눈을 감기에는, 너무 무서운 것이다.

벌써부터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으르렁거리는 소리. 끽끽거리며 질질 기어오는 소리. 이빨 갈리는 소리.

히비키는 그것이 자신의 상상이라고 믿지만,

암흑 속에 뒤덮힌 나날을 살아가는 동안 마음의 공포는 언제나 이성을 정복하고 있었다.


그녀는 혼자고, 앞으로도 혼자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상상의 괴물들이 끝없이 배회할 어둠 속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어둠 속에 나홀로.



엔딩2.

타카네와 히비키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프로듀서는 시계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곧 나가야 될 시간이였다.

시간이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프로듀서는 슬슬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곧 시간이 다 될텐데..


그때 타카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타카네 「히비키, 이제 다음 스케쥴이 있으므로..다소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할 듯 합니ㅡ」


히비키 「아, 안돼!..(식겁) 안된다죠!! 안돼!!!」(버럭)


또 시작이군. 프로듀서는 깊은 피로와 짜증의 한숨을 내쉬었다. 

히비키는 이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게 의사든 누구든간에.

그녀 말대로라면, 혼자 있을 때마다 괴물들이 자신을 마구... 괴롭힌다는 것이였다. 여러가지 의미로.

처음에는 그녀를 성적으로 노리고 접근하는 외부인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들었지만,

그녀가 사실상 24시간 관리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녀의 헛된 망상임을.


타카네 「히, 히비키! 그렇게 난동을 피우시면ㅡ먼저 가세요, 프로듀서. 제가 진정시킬터이니!」


프로듀서 「미안 타카네. 타카네도 힘들텐데, 히비키만 진정시키고 그만 집에 들어가. 매일같이 고생하는구나.」


타카네 「저는 괜찮답니다? 히비키는, 제가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친우이니까요..

가장 사랑하는..후훗...아, 저도 진정하고 금방 가서 쉴 터이니 프로듀서도ㅡ」


히비키 「사, 살려줘!! 괴물들이 자신을 또 x간한다고!!! 

타카네랑 프로듀서랑 모두가 떠나면 밤마다, 자신을 찾아와서는 마구 벗기고 쑤시고 그리고..그리고.. 우갸악!! 우갸악!!!」(패닉)


프로듀서 「미안하다.」


...

한참 동안을 타카네의 품 속에서 발버둥치던 히비키는 갑자기 그녀의 속박이 풀렸음을 느꼈다.

철푸덕, 줄 풀린 실처럼 갑자기 풀린 속박에 그녀는 형편없이 병원 침대 아래로 나자빠졌다.

그 상태에서 히비키는 공포에 질려 사방을 더듬거리며 그녀만을 찾았다.

그러나 잡히는 건 없었다. 그녀가 오늘도 똑같이 떠나버렸음에 절망하며,

히비키는 어미 잃은 고양이 새끼마냥 내일까지 돌아오지 않을 그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짖었다.


히비키 「....」


히비키 「타, 타카네!! 타카네!!」(절규)


...


아닌 밤중에 또 소란스러워지자, 이미 과중한 업무에 지쳐있던 담당 간호사는 나지막한 욕설과 함께 히비키의 병동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문 앞에서 기다리는 익숙한 방문자를 발견하고선 화색하며 미소지었다.


간호사 「아 또 오셨네요. 타카네씨.」


타카네 「후훗. 예, 오늘도 노고가 녹록치 않으신듯 보이는군요. 자, 약소하지만..」


간호사 「뭐, 뭘 이런걸 다..」(슬쩍)


간호사 「참..제가 항상 미안하고 고맙네요. 항상 밤마다 히비키씨를 저 대신 이렇게 대신 관리해주시고..」


타카네 「후훗, 제 친우의 일인걸요. 더욱이, 이제 아이돌도 그만두었으므로,」


타카네 「다만, 히비키가 밤중에 악몽으로 깨는 일이 잦으므로..

평소처럼, 부탁드립니다. 지금의 히비키는, 다른 낮선 사람이 오는 것만으로도 민감하여..그것이 청각 뿐일지라도요.」


간호사 「예. 설령 무슨 소리가 들려도 아무도 안 보내고, 안 가겠습니다. 불도 소등해 둘께요. 민감하다니까..

뭐, 애초에 타카네님 부탁대로 가장 외딴 위치에 방음도 잘 되는 병실로 선정했지만요.

아! 그리고 평소 말씀하신대로 오늘도 타카네씨 이름은 방영록 목록에 따로 안 적으면 되나요?」


타카네 「예. 혹여나, 다른 악덕 기자들의 눈에 안 좋게 보이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워..

항상 감사합니다. 이제, 평안한 야간 근무 되시길..」(미소)


간호사를 떠나보낸 후, 타카네는 이상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타카네  「히비키의 아이돌로써의 모습은 더 이상 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오히려 그 이상의 보상을 얻었으므로ㅡ」


그녀는 곧 가방에 손을 넣어 그 안에 물건들을 주섬주섬 만져가며 확인했다. 

이상한 털이 가득 달린 고무 장갑부터, 채찍, 양초ㅡ몽둥이와 그 밖에 용도를 차마 상상도 못할 괴기한 도구들.

그리고선, 불 꺼진 복도 앞에서 옷을 차례차례 벗어서, 깔끔하고 세련되게 그것을 접고 개켜 히비키의 병실 문 앞에 차곡차곡 쌓아올리는데,

그것은 단순한 일상 행위라기보다는, 마치 미개한 문명의 제사장이 제물을 바치기 전 행할 법한 정갈한 민간 의식과 같이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타카네 「..후후..오늘도 '괴물'이 되어볼까요? 흐음..오늘은, 구멍이 다소 찢어져 피가 날까 걱정되기는 하지만, 이것이 좋겠군요. 후훗.」


전라가 된 타카네는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도구가 가득한 가방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ㅡ코 부분이 야릇할만치 길고 두꺼운 괴상한 오니 가면을 뒤집어 쓰고선 히비키의 병실로 들어갔다.




얼마 안가, 고통과 공포, 야릇하고 음탕한 쾌락의 신음성이 섞인 히비키의 울부짖음ㅡ비명과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먼 복도 끝자락에 있는 작은 병실에서 들려오는 혼자 뿐인 외로운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s. 처음으로 엔딩이 본문보다 더 기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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