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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ndfolded

댓글: 10 / 조회: 829 / 추천: 6



본문 - 06-17, 2018 17:53에 작성됨.

* 아이돌 마스터 765 올스타즈의 하기와라 유키호와 시죠 타카네의 직접적인 연애 묘사를 담고 있습니다.
* 그저 달달하게 꽁냥대는 걸 쓰고 싶었을 뿐, 별 목적은 없습니다.




시작은 사소한 계기에서였다. 수요일 저녁때쯤 퇴근길 전철역에서 시죠 씨와 손을 잡고 나란히 서 있을 때, 페인트를 덧칠한 흔적이 역력한 구형 전차가 역으로 들어오면서 엄청난 마찰음을 내었던 것이다.

"시죠 씨?"
- 잠시만 이러고 있죠.

청아한 목소리가 손가락을 타고 바로 전해져 왔다. 검지손가락을 내 귓구멍에 넣어서 막은 것이다. 덕분에 전철이 들어오는 마찰음을 포함한 모든 소리가 시죠 씨의 목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나는 그대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전철이 속력을 줄이면서 소음도 잦아들고 있었다.

- 무슨 일이십니까?
"읏, 아뇨, 조금 간지러워서..."
-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성공한 것이겠네요.

그렇게 말하고 시죠 씨는 귓구멍에 있던 손가락을 빼내었다. 손가락이 귓구멍에 마찰하면서 또 다시 찌릿한 감촉을 만들어 냈다.

"성공이라뇨...?"
"유키호, 타지 않으면 문이 닫힌답니다."

어느새 시죠 씨는 내 손을 잡은 채 전철 안에 있었다. 나는 황급히 열차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환승역에서 헤어진 다음 집에 돌아오자 시죠 씨가 무엇에 성공한 것인지 대충은 알 것 같았다. 애초에 나만큼 사고회로가 복잡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분명 어디선가 신경이 잔뜩 밀집된 귓구멍과 귓바퀴에 대한 얘기를 보고서는, 내가 그 자극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본 다음에 행동에 옮기리라. 행동이라 함은 그러니까... 여기에 쓰기는 부끄러운 그런 행동 말이다.

손가락으로 귀를 막아 보았다. 자기 자신을 간지럽히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신체 부위는 자각이 있는 상태에서는 감각신호를 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만져도 간지러운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제일 민감한 곳이라는 것이다. 나는 열심히 귓구멍에 넣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아까 시죠 씨가 보내 오던 감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둔탁한 감촉만이 전해져 왔다. 마치 종이컵에 실을 연결한 전화기처럼, 시죠 씨는 그 손가락을 통해 목소리까지 직접 전해 왔고, 초당 수백 회쯤 진동하는 그 목소리는 더욱더 귀를 자극해 온 것이다.

- 아아아아...

귀를 막은 채 소리를 내어 보았지만 반응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이후에 귓바퀴도 열심히 문질러 보고, 간지럽히듯이 살살 건드리기도 해 봤지만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시죠 씨와 전철역으로 가고 있다. 확실한 무언가는 없었지만 사귀게 된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지키는 약속 중의 하나였다. 퇴근길에 손을 잡고 전철역으로 같이 가는 것. 약속이라기보다는 같이 그러하기에 좋은 것이었거나, 또는 그렇지 않으면 서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에 가까웠다. 걸어가면서 시죠 씨는 언제나 그렇듯 일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주말에 우리 집에 하룻밤 자러 오기로 약속한 거라던가, 오늘 같이 나갔던 라디오 방송에 대한 얘기라던가. 어제와 오늘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듯이 얘기하다 보니 결국은 그 이야기에 닿을 수밖에 없었다.

"유키호, 제가 어제 성공했다고 했었지요?"
"네. 사실 저도 그게 궁금했었어요."
"사실 성공했다 함은, 손가락을 통해 저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에?"

순간 반사적으로 삽을 꺼낼 뻔했지만 얼굴이 발개지는 것으로 참기로 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런 생각을! 시죠 씨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난 얼굴이 화끈거려서 시선만을 피할 뿐이었다.

"후훗, 그 얼굴, 좋아합니다."
"으으으... 시죠 씨가 좋아해 주신다면 좋지만요..."
"헌데 무슨 이유로 부끄러워하시는지요?"
"마, 말할 수 없어요오..."

말한다면 기어이 삽을 꺼내 버릴 것 같았다.

"그렇다면 더 묻지는 않겠습..."

시죠 씨의 다음 말은 전철이 내는 마찰음에 휙 묻혀 버렸다. 그리고 나는 아주 충동적으로, 정말 충동적으로 손을 들어서 시죠 씨의 귀를 막았다.

- ......
- ......

여전히 전철 바퀴는 굉음을 내고 있었기에 귀를 막은 손가락을 빼진 않았다. 소음은 매우 멍하고 둔했는데, 시죠 씨도 내 귀를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 후훗.
- 푸후훗.

서로의 귀를 막은 채 우리 둘은 키득거렸다. 전철은 그대로 속도를 늦추었지만 우리는 좀처럼 그 상태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이렇게 들리는 것이었군요.
- 예전에 실 전화기로 말하던 거 같아요.
- 실 전화기라 함은?
- 종이컵 두 개를 실로 이으면 목소리가 실을 타고 이동하는 거예요.
- 과연, 실은 서로의 손이라는 것입니까.

전철은 문을 닫고 다시 떠났다. 사람마저 줄어든 승강장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귀를 막은 채였다.

- 육성이란 건 이런 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 그럴까나요.
- ......
- 왜 그러세요, 시죠 씨?
- 저기, 유키호, 사람들이...

손을 내리고 주변을 둘러보니까 슬슬 이 쪽을 힐끔힐끔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시죠 씨도 곧 손을 내렸지만 그렇다고 살짝 달아오른 얼굴이 금방 가라앉는 것은 아니었다.

"저도 이런 시죠 씨의 모습 좋아해요."
"그, 그렇습니까... 마음에 들어 하신다면 저도 좋습니다만..."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건 곧 플랫폼에 열차가 도착한다는 뜻이었고, 즉 또 다시 귀를 막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역내 방송이 쩌렁쩌렁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내 청각의 허용범위가 간당간당할 정도였다. 뒤이어 멀리에서 전차 바퀴가 쿠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손을 올렸다. 그러자 시죠 씨가 두 손으로 자기 귀를 막았다.

"또 제 귀를 막으실 건가요?"
"후훗. 그럼 서로 막도록 해요."

나도 내 귀를 막았다. 이어 전철이 들어왔다. 엄청난 굉음이 귀를 막고 있는 손가락 사이로도 새어들어왔다. 아직 상기된 얼굴이 가라앉지 않은 채 열심히 귀를 막고 있는 시죠 씨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워 보였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표표한 표정으로 나한테 얘기하고 있었는데. 물론 내가 당할 때도 있었지만, 내가 공격하는 쪽이 되면 이런 식이 되는 시죠 씨가 정말로 너무 귀여웠다. 너무 귀여워서 가까이서 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유키호, 여기선...!"
"잘 안 들려요."

조금 많이 가까이 왔다. 까치발을 들어서 입술을 포갤 정도로.

- ......!

시죠 씨가 눈을 크게 뜨는 게 보였지만 더 크게 뜬 건 나였다. 어찌나 놀랐는지 바로 입술을 떼고 몇 걸음 물러설 정도였다.

"유키호?"
"앗, 엑..."

무어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입술을 맞대는 두 개의 입이 막히는 소리가 아무런 방해도 없이, 시죠 씨가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와 내가 숨을 내쉬는 소리가 뒤섞여서 전철 바퀴소리만큼 크게 울려대었다. 처음 플랫폼에 왔을 때 그저 상기되었을 뿐인 얼굴은 이제 벌겋게 달아올랐다. 전철이 멈춰서서 문을 열었는데도 시죠 씨도 나도 섣불리 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죄, 죄송해요오..."
"무엇, 무엇을 말입니까?"

두 번째로 문이 닫히고 전철은 다시 출발해 버렸다. 머릿속에 울려 대는 숨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난 머리를 털고 다시 시죠 씨를 마주보았다.

"갑자기 그래서..."
"아닙니다."

불완전연소된 말들은 침묵을 불러왔다. 여기서 완전연소를 시키기에는 정말 내가 부끄러워서 죽어 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시죠 씨는 그대로 내 옆에 와서는 손을 잡았다. 하지만 무어라고 더 말을 하진 않았다.



그 다음 날도 전철역 플랫폼에 서기 전까진 별 일이 없었다. 사실 퇴근해서 역에 오기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 일이 있다면 있는 것이었다. 외부적으로만 변화가 없었을 뿐이지 난 어젯밤 내내 나의 충동적 행동과 키스할 때 들리던 숨소리를 머릿속에서 끄집어 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그건 퇴근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르게 말하면, 잠 잘 시간부터 지금까지 쭉 그 생각만 했다.

"그러고 보니 유키호."
"녯?"

생각에 잠겨 있다 클리셰한 발음 실수를 저질렀다. 하마터면 단번에 삽을 꺼낼 뻔했지만 그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애써 자신을 타일러야 했다.

"귀하의 집에 내방하는 것,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

요 이틀간의 소동...이라고 할 만한 것에 치여서 완벽하게 까먹고 있었다. 시죠 씨가 처음으로 전철 승강장에서 내 귀를 막은 뒤로 이틀이 지났으니 오늘은 금요일. 즉 시죠 씨가 놀러 오는 건 주말인 바로 내일이다.

"그, 그러네요! 그, 저기, 부모님한테 얘기해서, 그, 저녁 차려놓고 기다릴게요!"
"후훗, 분명 무엇을 먹든 진미일 터이니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죠 씨와 나는 또 말이 없어졌다. 다음 전철이 들어오기까진 오 분 정도. 가장 시끄러운 음원이 사라진 전철역은 고요했다. 분명 대화를 잘 주고받았을 텐데. 아직도 그 때의 키스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시죠 씨."
"무슨 일이시죠?"
"어제는 죄송했어요. 갑자기..."
"어제라 함은?"
"어제... 그... 으으..."

키스하는 것 정도는 괜찮은 게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 이다지도 부끄러워하는 데에는 거기에 따라붙은 다른 이유들이 더 컸다. 이례적으로 크게 들렸던 그 소리들 때문이다. 그 음파들이 부딪히면서 만들어낸 비상한 감정 때문이다. 아직도 시죠 씨의 속셈을 알 수 없었다. 속셈 같은 건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속셈이 없다고 확신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혹, 유키호도 '성공하신' 겁니까?"
"네?"
"후훗, 그렇다면 저희는 또 다른 코뮤니케-숀 방법을 익힌 거로군요."
"무슨 말씀을..."
"실은 저,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했으나 처음으로 유키호의 귀를 막고 난 뒤에 집에 가서 제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엣..."

이젠 얼굴이 빨개지는 대신에, 정말로 부끄러워졌다.

"비록 연을 맺었다고 하나 저에게는 비밀을 지켜야 하는 사명이 있기에, 이렇게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이외에는 유키호와 교류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밤마다 유키호를 위해 사명을 어기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수십 번은 생각했습니다."
"시죠 씨..."
"그럼에 얼굴을 볼 때만이라도 좀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냥 귀를 막을 뿐인 행동이었지만 결국 그러한 욕구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성공'했다 함은 사실, 더 많은 것을 얼굴을 마주보고 나누는 것에 성공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열차가 역에 접근 중이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시죠 씨도 나도, 아직은 귀를 막지 않고 있다.

"...죄송해요."
"무언가 미안할 일이 있었습니까?"
"사실 저, 혼자서 고민하기만 했어요. 그, 어제 했던 그게... 그..."

여기서 더 어물거리다간 방금 전으로 되돌아가 버리는 행위였지만,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니까. 열차 바퀴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이윽고 육중한 소음이 플랫폼을 덮쳤다. 시죠 씨는 이제 익숙하다는 듯이 팔을 들었지만 그 뒤에 한 행동은 다른 행동이었다. 먼저 내 손목을 잡아서 손바닥을 자신의 귓가에 대고, 그 다음에야 내 귀를 손가락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곤 허리를 숙여 이마를 내 이마에 대었다.

- 이제는 말할 수 있나요?

숨이 턱 막혀 올 정도로, 심장이 아주 크게 뛰었다.

- ...어제 그 때, 소리가 무척... 기분 좋았어요.
- 그럼 '성공'했다는 말은 맞는 말이었군요.
- 네.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귀를 막은 손을 떼었다. 플랫폼에는 전철이 또 서 있었다.

"탈까요?"
"그러죠."



그 날 밤 시죠 씨는 메신저로는 처음으로 나한테 근무 시간 외에 연락을 해 왔다. 영상이나 목소리를 전하지 않는 이상 사명에 어긋나는 일은 없다고 고향의 사람들한테 허락을 받은 모양이다.

많은 이야기를 했다. 주로 귀를 막고 키스하는 것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에 관한 이야기였다.

-- 즉 유키호가 부끄러워했던 이유는, 그 때의 자극이 너무 강해서...?
-- ...네. 어쩌면 그게 시죠 씨가 노렸던 것일 수도 있고요.
-- 하지만 너무 부끄러워하는 것도 곤란하니, 육체적 코뮤니케-숀을 다시 시도할 적에는 참고하겠습니다.

아무 것도 마신 게 없는데 물을 뿜는 느낌이 들었다. 시죠 씨는 채팅에서조차 카타카나를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지만.

-- 그...렇군요.
-- 내일은 유키호의 집에 방문하는 날이로군요. 대면하여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 그러네요! 저도 기대돼요!
-- 대면하여 할 수 있는 많은 코뮤니케-숀 방법에 대하여 연구해 오겠습니다.
-- 메신저로는 부족한가요?
-- 지금이라도 통화 버튼을 누르고 싶습니다.
-- 역시나 그렇군요...

어쩌지. 퇴근할 때도 그렇고, 시죠 씨가 귀엽다가 멋있다가 영문을 모르겠다.



시죠 씨는 처음으로 일 이외의 이야기를 채팅으로 하게 되는 것에 흥분해서인지 새벽까지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비밀 외에도 할 말이 많다는 것은 아이돌 활동 덕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시죠 씨는 그다지 과묵한 사람은 아니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오랜만에 맞은 주말 휴일에도 그다지 개운한 아침을 맞지 못했다. 이윽고 잠이 깬 시죠 씨가 자신의 이동 상황을 모조리 보고해대는 통에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몇 번씩이나 메신저를 확인해야 했다.

-- 네 정거장 남았는데, 왜 이 쯤에서 알려달라고 한 것인지요...?
-- 데리러 나갈게요. 먼저 도착해도 기다리고 계세요.

노트를 덮고, 간단하게 외투를 걸친 다음 집을 나섰다.



* * *



--- 1번선에 각역정차, OOO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시작은 사소한 계기에서였다. 시죠 씨는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 위험하니 노란 선 뒤까지 물러나 주십시오.

별 문제 없다면 시죠 씨는 이 열차에 타고 있을 것이다. 그럼 반갑게 맞이한 다음, 우리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단지 전철 바퀴가 구르는 소리가 날 뿐인데 가슴이 뛰었다. 낮은 소음과 심장박동을 혼동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오고 가며 타고 내릴 뿐이었던 전철 플랫폼은 요며칠 가슴이 뛰는 장소가 되었을런지도 몰랐다.

멀리서 전차가 보이고, 그리고...

- 누구... 게?
"에?"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곧바로 따뜻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 후후, 눈을 가리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런 식으로 [누구게]를 해 보았습니다.
"시죠 씨?! 어떻게..."
- 죄송합니다. 꼭 이것을 하고 싶어, 이미 내렸는데도 네 정거장 전이라고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열차는 그대로 정지했다. 

"그 방식이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
- 네. 유키호도 좋아하는 듯하여.

모양새는 조금 이상하지만, 이런 식의 대화법도 나쁘지 않다.

"잠시만 손을 떼 주시겠어요?"
"네."
--- 1번선, 문이 닫힙니다.

뒤로 돌아서자 언제나와 같은 사복을 입고 있는 시죠 씨의 모습이 보였다. 지는 해가 머리에 딱 맞게 가려진 채, 시죠 씨는 오렌지 색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었다.

"무엇을 하시려고..."
"이렇게요."

주말 저녁이라 한산한 전철 플랫폼에서, 난 또 다시 살짝 뒷꿈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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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만에 복귀해서 쓴 글인데 이런 의미없는 백합이라니 실례했습니다... 후. 그래도 홀가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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