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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츠키 야요이와 소꿉친구입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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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7, 2018 01:02에 작성됨.

1. 남주 오리캐

2. 약간 스레체


이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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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 야쿠 소라타와 타카츠키 야요이와의 첫 만남은 초등학생 3학년이었다.


그 때부터 특유의 밝음으로 반의 중심에 있던 야요이와 음침한 기운을 두른 채 있는 듯 없는 듯 있는 나. 당연하게도 한동안은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 계기는 나와 골목대장과의 싸움이었다.


“야 소라타! 너 엄마 아빠 없다며?”


하교 길 우리 학교의 골목대장 격인 한 녀석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추종자로 보이는 남자애들과 여자애들을 대동한 채 기세등등한 웃음을 보내는 소년. 그런 행동이 아이들 사이에서 자신의 위신을 올려준다고 굳게 믿는 그에게 내가 했던 대답은 무뚝뚝함을 넘어 띠꺼운 표정을 지으며 가운데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것이었다. 물론 목표는 골목패거리들.


척보기에 유약해 보이는 내가 그런 반응을 할 지 몰랐는지 골목대장 녀석은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얼굴을 붉히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얼굴로 빠르게 뻗어오는 주먹. 얼굴을 비틀어 피하며 두 손으로 그의 팔목을 잡은 나는 그 팔뚝을 깨물어버렸다. ‘으그적으그적.’ 소리가 날 만큼 강하게. 골목대장이 소리를 지르며 팔을 흔들어도, 추종자 녀석들이 내 머리와 몰을 마구 때려도, 절대 입을 벌리지 않았다. 결국엔 나가 떨어졌지만 골목대장의 팔에선 피가 흥건히 흘러나왔다. 살점이 뜯겨나갔으니 당연하다. 골목대장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도망갔다. 추종자들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그를 따라 갔다. 그리고 남겨진 나는 일어설 생각도 하지 않고 대자로 누워서 하늘을 봤다.


볼에 물기가 느껴졌다. 비라도 오는 건가 싶어서 시선을 구름에 향했다. 먹구름은커녕 처연하리만치 맑았다. 얼마안가 시야가 흐릿해졌다.


“으으윽...흑... 윽.”


겨울방학 중, 결혼기념일이라며 2박 3일을 여행을 떠난 부모님들은 영정사진으로 돌아왔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 꼬맹이가 견뎌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겨우 겨우 버텨내던 그 서러움이 봇물 터지듯 밀려왔다. 같이 축구를 하며 하이파이브를 해주던 아빠, 뭐든지 열심히 하면 된다고 격려해줬던 엄마와의 추억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더 나올 눈물도 없이 울고 일어나려 할 쯤,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괘, 괜찮아?”


쪼그려 앉아 걱정스럽게 날 쳐다보는 소녀. 양갈래 머리와 프릴 가득달린 고급 진 원피스가 인상적이었던 그녀는 타카츠키 야요이. 내 소꿉친구다. 생각해보니 첫 만남이 너무 비참한데.



2


“우리집으로 가자!”


야요이는 다친 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치료해 주었다. 으리으리한 단독주택의 휘향찬란한 인테리어들에 눈을 뺐기는 새에 저녁대접까지 받아버렸다.


집에 돌아가자 반창고를 잔뜩 붙힌 나를 본 할머니가 무슨 일이냐고 추궁했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고 할머니는 불같이 대노해 학교를 찾아갔다. 골목대장에 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둘의 사이에서 중재를 하던 선생님이 불쌍하다.


그 후부터 나와 야요이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내가 야요이를 따랐다는 게 맞다.


어느 주말, 내 손을 잡고 앞장서 걸어가는 야요이가 말했었다.


“소라타. 오늘은 어디 놀러 갈래?”


“야요이가 좋은 곳이 좋아.”


“그래? 그러엄...”


그런 것 있지 않은가. 게임에서 다친 동물을 치료해주면 길들여져서 펫으로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마음에 상처를 깊게 입었을 때 내밀어진 야요이의 손길에 나는 길들여진 것 이다. 이때부터 사람을 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하여튼 무서운 애라니까 야요이.


그렇게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4학년 쯤 인가. 음악수업에서 가창평가를 받는 일이 있었다. 나는 문제없었다. 하지만 야요이는 음치끼가 다분했다.


야요이의 방에서 놀던 중, 야요이가 말했다.


“소라타 나 가창시험 어쩌지?”


“야요이만큼 못 부르는 사람도 많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웃우... 하지만 부끄러운 걸.”


침대위에서 무릎을 끌어안으며 표정을 구기는 야요이를 보며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 했다.


“그럼 연습해 볼래?”


나는 방구석에 기대어져 있던 멜로디언을 꺼내 들었다. 그 뒤로 아요이가 능숙해 질 때 까지 계속 반주를 해줬다. 그보다 생각해 보니 그거 야요이가 불던 거 잖아? 어후, 그 때의 나 완전 대담.


“소...소라타. 나 힘든 데 조금 만 쉬었다가... 하면...”


“안 돼.”


“웃우... 소라타가 괴롭혀.”


결국 야요이는 가창시험 만점을 받았다. 나는 어땠냐고? 그딴 거 당연히 만점이지. 그리고 이 일은 내가 음악에 취미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야요이의 노래를 반주해주던 그 감각이 재밌었던 나는 옷장위에 파묻혀 있던 아버지의 어쿠스틱기타로 기타연습을 했다.


4학년 2학기엔 악기연주 평가가 있었다. 단상 위에서 무슨 악기로든 한곡을 연주하면 된다라는, 어려우면서도 쉬운 평가. 나는 기타를 가져갔다. 이유는 단순히 악기 중 제일 잘 다루니까. 이를 계기로 날 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물론 긍정적으로. 주변의 반응이 그러니 나도 조금은 밝아지고 사교적이 되었다. 동성친구라 불릴만한 녀석도 몇 명 생겼다.


그 반대급부로는 야요이와는 조금 멀어졌다. 물론 그 전까지 너무 심각하게 달라 붙어있던 전보다 멀어진 거지 평범하게 친했다.


노을 지는 하굣길, 나는 말했다.


“내일 놀러가기로 한 거 다음에 가지 않을래? 토모자키가 내일 놀자고 해서...”


“어음...”


야요이는 잠깐 미묘한 표정을 짖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자!”


“미안...”


“아니야. 소라타에게 친한 친구가 많아지면 나도 기쁜걸.”


초등학교 5학년 쯤 인가부터 야요이와 나의 관계는 꽤나 달라졌다. 먼저 내가 야요이를 조금 멀리하게 됐다. 동성친구들의 “너 야요이랑 사귀어? 에에에?” 같은, 그 나이 남자애들이 흔히 하는 놀림을 신경 쓰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의 나에겐 ‘친구관계=야요이’ 라는 공식이 성립 되었지만, 동성친구가 늘어나면서 스스럼없이 손을 잡거나 집에 놀러가거나 하는 일은 못하게 됐다. 야요이도 이렇게 저렇게 바빠 보였다. 반도 달랐기에 연말쯤이 되어선 소위 ‘복도에서 인사하는’ 관계가 됐다.


...그 때 언제나 깨끗하고 고급스러웠던 야요이의 옷이 낡은 옷이 되고 그 밝던 표정이 어두워지던 걸 눈치 챘더라면,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었을까? 이제와선 다 의미 없지만.


5학년에서 6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 옆집에 한 가족이 이사왔다. 누군가 궁금하긴 했지만 딱히 신경 쓰지는 안았다. 그 날 밤 2층에 있는 내 방의 창문이 두드려지기 전까지는.


‘툭툭툭.’


침대에 앉아 기타를 치고 있을 때. 창문에서 노크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창문을 열어보니 그곳엔.


“안녕?”


장대를 든 야요이가 인사하고 있었다.


“...나 지금 참고 있긴 한데... 너무 놀라서 소리 지르고 싶은데.”


“웃우... 밤에 그러면 안 돼. 다들 놀랄 거야?”


“알았어. 그럼 설명 좀 해 줘.”


“오늘부터 이웃으로 오게 된 타카츠키 야요이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꾸벅하고 허리 숙여 인사하는 야요이에게 나도 허리를 숙였다.


학교 친구에서 이웃으로 업그레이드(?)가 된 우리들은 다시금 가까워졌다.


“...소라타. ...소라타.”. ‘쿵쿵쿵.’


“그러다 창문 부서져. 무슨 일이야?”


“이거, 도저히 모르겠어.”


교과서를 내밀며 수학문제를 가리켰다.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닌데.


“알려 줬잖아?”


“그렇긴 한데... 모르겠어. 웃우....”


풀이 죽은 야요이를 보고 왠지 미소가 나왔다.


“그럼 대신 십자수 좀 알려줘. 이거 도저히 제출일 까지 못해.”


야요이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응! 맡겨만 줘! 고마워 소라타!!”


...예전의 관계랑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신분차이라고나 할까... 서로의 위치가 동등해졌다. 내가 야요이를 동생처럼 따르던, 과장해서 말하면 주종관계에서 동등한 친구 관계가 된 것이다. 물론 이 때는 몰랐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 변화에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나를 ‘지켜줘야 될 아이.’ 로 만들던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어 평범한 소년이 된 것. 둘째는 부잣집의 착한 공주님이었던 야요이가 가난한 집안의 딸내미가 된 것. 나의 상승과 야요이의 하락이 겹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초등학교의 마지막 1년을 보내고 같은 중학교로 진학했다.


“소라타. 뭔가 옷이 너무 큰 것 같아.”


“할머니가 더 클 거라면서 크게 사줬어.”


“나도 그래. 내가 줄여줄까?”


“할 수 있는 거야?”


“응! 바느질은 자신 있는걸!”


“그렇다면 부탁할게.”


“열심히 할게~.”


행운이 따랐는지 야요이와는 같은 반에 배정됐다. 이렇게 반이 자주 겹치는 걸 보면 야요이와 나의 사이엔 뭔가 인연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평생을 함께할 친구로서의 인연.


하지만 그 인연은 나의 감정으로 인해 격변을 맞이하게 됐다.




3


중학교 1학년 1학기 말. 1박 2일 간의 임간학교시기가 왔다. 청소년 시절의 첫 이벤트라서 그런지 모두가 들떴었다. 여자애들은 잘 모르겠지만. 남정네들은 한창 성에 눈 뜰 시기이기도 해서 맘에 드는 여자애와 뭘 해보겠다느니 하는 녀석들도 많았다. 난 좀 조숙한 편이었기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성에 대해 아예 몰랐던 건 아니고, 포르노욕구 단계에서 연애욕구 단계로 넘어가기 전이었다. 포르노는 한창 봤다. 원숭이마냥.)


야요이는 임간학교 2주일 전부터 기대에 부풀었었다.


내 방 침대에 누워있던 야요이가 임간학교 가정통신문을 보며 말했다.


“임간학교 갈 때 뭐 필요할까?”


“소풍가는 것처럼 하면 되는 거 아니야?”


“하룻밤 자는 거랑 안자는 건 천지 차이인걸.”



“그런가?”


“그럼그럼!”


카드 가져가서 애들이랑 텐트에 모여 게임을 하자는 둥 3분 카레를 가져가겠다는 둥 시시한 이야기로 기대를 부풀리는 야요이를 보며 시큰둥하던 나도 들뜬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야요이의 기대의 결과는 즐거움이 아닌 실망으로 마무리됐다.


임간학교 4일 전. 등교길부터 야요이의 표정이 안 좋았다.


“야요이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아.”


“으음? 아니야. 내가 어디 아플 리가 없잖아? 건강해. 건강!”


알통포즈를 하며 웃어 보이는 야요이. 하지만 그 밝던 웃음마저도 씁쓸한 맛이 감돌았다.


그 씁쓸한 웃음에 의미를 알게 된 건 쉬는 시간 이었다. 눈이 피로해서 엎드려 눈을 감고 있는 데 문득 야요이가 속한 그룹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야요이! 우리 임감학교 갈 때 각자 과자를 나눠서 사오기로 했는 데. 괜찮아?”


“아...음... 그게... 하하하.”


누가 봐도 곤란함 가득한 웃음. 야요이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나 임간 학교 안 가게 됐어. 미안해.”


그 뒤로 “에에? 왜? 갑자기?” 같은 소리가 웅성거렸지만 머릿속이 혼란해진 나는 듣지 못했다.


하굣길. 저녁찬 거리를 사러 마트를 경유해 집으로 돌아가던 중. 나는 말했다.


“임간학교. 안가?”


“으응?!?!?!??“


야요이는 정말 놀랐는지 고양이 마냥 풀쩍 뛰었다. 웅얼거리며 어떻게든 넘어가려했지만 나의 완고한 표정을 보더니 포기한 듯 쓴웃음을 지었다.


“...응. 그렇게 됐어.”


“왜?”


“...채권자분이 갑자기 급전이 필요하다고 해서... 응. 그렇게 됐어.”


어떻게든 웃어 보이는 야요이를 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린 그저 나란히 노을이 진 거리를 걸었다.


“오늘 저녁 먹으러 올래? 숙주나물 파티야”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기 전, 야요이가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들어왔다. 가볍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비디오 게임기를 야요이네로 갔다. 나를 맞이한 건 야요이네의 장남 쵸스케였다.


“야요이~. 나왔어.”


“형! 게임기 가져왔어!?”


“게임기한태 인사를 하지 말고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게 예의야. 초스케”


“응! 빨리 들어가자!.”


“...어휴.”


야요이네는 6남매인데다 부모님들이 맞벌이인지라 야요이가 어느 정도 부모의 역할을 하고 있다. 부엌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요리냄새도 야요이의 작품. 야요이가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할 때에는 내가 놀러와 5남매와 놀아주고, 그 대가로 저녁을 얻어먹는 건 꽤 자주 있은 일이었다.


거실의 앉은뱅이 식탁에 숙주나물 파티셋팅이 완성되었다. 평소 같으면 그대로 바로 식사를 시작하지만 그 날은 왠 일인지 차녀인 카스미가 아직 집에 오지 않았었다.


“웃우...카스미가 늦네...”


“곧 올 거야. 놀다 늦게 들어올 수도 있지 뭐.”


얼마 안 있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요이는 카스미를 맞이하러 현관으로 나갔다.


“어서와. 카스미. 왜 이렇게 늦었어? ...얼굴이 왜 그래?! 울었어?! 뭔 일 있었던 거야?!”


갑작스러운 전개의 대화에 나도 현관으로 나갔다. 카스미는 란도셀을 가슴에 안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언니. 나 란도셀 사 줘.”


나지막히 내뱉은 카스미의 말을 쩍쩍 갈라져있었다. 몇 초간에 숨 막히는 정적을 깬건 야요이였다.


“...란도셀 있잖아?”


“이건 언니거잖아... 낡았고...”


“...카스미도 안 돼는 거 알지?”


“...”


“...들어가자. 밥 해놨어”


란도셀을 받아주려는 야요이의 손길은


착.’


카스미에 의해 내쳐졌다.


“싫어!!! 나도 사줘 란도셀!!!!!! 왜 난 언니거만 물려받아야 돼?!?!?!?! 애들이 놀린단 말이야!!!!!!!!!!!! 언니거 훔쳐 쓴다고!!! 옷도 책도 전부!!!!!! 다른 애들 다 먹는 과자도 못 먹고 용돈도 없고!!!!!!”


카스미가 폭주하는 기관차 마냥 고함을 내질렀다.


“엄마도!!! 아빠도!!!! 바쁘다고 참관수업도 안 와주고!!! 진짜 다 싫....!!!”


사그러지지 않을 듯한 분노를 잠재우는 건 더 분노였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악!!!!!!!!!!!!!!!!!!!!!!!!!!!!!!”


말 그대로 집어 떠나 갈 듯한 외침. 아니 비명이었다. 야요이의 기세에 눌려 나도, 카스미도, 다른 남매들도 모두 조용해졌다. 특히 소리치다 그대로 굳어버린 카스미는 이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통곡을 하며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신호가 된 것 마냥. 쵸스케를 제외한 나머지 3남매들도 울기 시작했다. 이성을 되찾은 야요이는 당황과 미안함, 그리고 슬픔이 섞인 표정을 짓더니 허둥지둥 카스미를 안았다.


“미안해. 언니가 미안해.”라는 야요이의 사과와 남매들의 울음소리만이 집안에 들렸다.




4


겨우겨우 수습을 하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야요이의 외침이 머릿속에 계속 아른거렸다. 그 야요이가 그런 소리를...


‘툭툭’


갑자기 창문이 울렸다. 창문을 여니 야요이가 쓴웃음을 짓고있었다.


“오늘은 고마워.”


“한 일도 없는 데 뭐.”


“혼자였으면 애들 진정시키는 것도 애 먹었을 거야.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응? 뭐라고?”


“앞으로도 힘들 일 있으면 도와 줄 태니까. 말해줘.”


“아... 가,갑자기 무슨 소리...”


야요이는 어떻게든 미소지어보려고 했으나 결국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한동안 정적이 이어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야요이를 기다렸다.


야요이가 앉아서 창틀 아래쪽으로 몸을 숨겼다. 나도 창문 옆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지금 나 말이야? 무슨 기분인질 모르겠어.”


야요이가 말했다. 가래 낀 듯 잠긴 목소리였다.


“엄마 아빠는 힘드니까. 내가 도와줘야 한다고. 일하느라 힘드니까 동생들은 내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요즘은 그게 너무 힘들어. 육체적으로 힘든 게 아니야. 뭐랄까... 내가 왜 해야 돼? 나는 부활동도 못하고? 친구들이 노래방 갈 때 장 봐와서 밥해야 되고... 그런 것들이 머릿속에 마구마구... 예전엔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나 사춘기인 걸까?”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


“너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것도 너무 부끄러워. 정말 너무 고마운데 그런 만큼 너무 부끄러워서. 널 못 보고 있겠어. 미안해.”


“괜찮아.”


“동생들에게도 너무 미안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그리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는 데... 정말아는 데... 엄마, 아빠가 가끔 ...싫어.”


“...응.”


“임간학교... 가고 싶었어. 정말. 가고 싶었어. 정말... 정말... 흐윽.”


푸념을 이어가던 목소리는 점점 습기를 머금어 갔다.


“정말... 가고 싶었... 흑. 데... 기대... 했는 데에.... 임간학교... 소라타 너랑... 가고 싶었는 데에엑....”


눈물 소리와 함께 밤은 깊어져 갔다.


다음 날 아침. 창 너머로 본 야요이의 상태는 심각했다. 눈이 퉁퉁 붓고 얼굴은 초췌해서 ‘나 어제 밤에 울었어요!!’ 라고 광고하는 얼굴이었다.


“웃우. 어쩌지...?”


“아직 학교 갈 때 까지 좀 남았으니까 얼음찜질이라도 좀 해봐.”


“응. 그래야겠네. 아. 소라타.”


“응?”


“어젯밤엔 고마웠어.”


미소를 머금은 감사인사를 한 야요이는 얼음을 가지러 달려갔다. 그리고 나는 야요이의 미소가 머리에 어른거리고 얼굴이 붉어진다는, 인생초유의 사태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사연 많고, 지켜주고 싶고, 보듬어주고 싶은 여자가 스트라이크 존인 나의 취향이 발현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야요이가 아이돌로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건 얼마 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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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리만치 청춘을 쓰고 싶어!+프로듀서와의 연애 분위기가 다분한 아이마스에서 야요이는 유독 없네...이미 임자가 있나?!

라는 조합식으로 나온 연성물


'소년과 소녀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며 성장한다.' 라는 청춘물의 골자는 정말 나이를 먹고봐도 도키도키한거 같아요.


이것들이 고삐리 졸업 할 때까지 대충 잡아두긴했는데 군인 신분인지라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쨋든 재밌으셨다면 덧글 좀 주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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