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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OYAO×XIAOXI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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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4, 2018 20:54에 작성됨.

 YAOYAO×XIAOXIAO



 "...다음 소식입니다. 어제 저녁 7시경, 시부야 구 ○○○ 상점가의 한 점포 안에서 조직폭력배들에 의한 집단 폭력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긴급 출동했지만 가해자들은 이미 현장에서 사라졌고..."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가 신경 쓰였던 나는 일을 하다 말고 시선을 돌렸다. 사무실에 같이 있는 세 여성도 내 시야에 들어왔다.

곧게 뻗은 금발을 블랙-화이트 땡땡이 리본으로 나눠 묶은 트윈테일 모습의 여자아이는 메어리. 그녀는 지금 뉴스보다는 공부가 더 중요한지 탁자 위에 책과 필기구를 늘어 놓고 그것들을 특유의 연파랑빛 눈동자로 노려본 채 인상을 쓰고 있었다. 저 표정을 보면 아마 막히는 부분이 있으리라.

 옆에 앉아 있는, 세련되게 웨이브진 연갈색 꽁지머리와 오렌지빛 눈동자의 여성은 미즈키 씨이다. 또 그 옆으로는 검은 만두머리와 녹안의 소녀인 페이페이가 있다. 두 사람은 패션 잡지를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텔레비전의 뉴스로 관심을 바꾼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이 세 명의 아이돌을 담당하는 별 볼 일 없는 프로듀서이다. 비록 미즈키 씨를 제외한 두 사람은 다른 아이돌에 비해 인기가 적지만 모든 프로듀서들이 그렇듯 나 또한 이들을 탑 아이돌 자리에 앉히기 위해 오늘도 일에 전념하던 중이었다.

 신경 쓰였던 뉴스의 내용을 보고 나서 슬쩍 시계를 보았다. 오후 5시,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시간대, 당연히 사무실의 아이돌 세 명도 오늘의 일정을 끝마친 뒤였고 귀가 준비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 또한 오늘 분량의 업무를 대부분 끝낸 참이다. 이제 그녀들을 승용차로 바래다 주어야겠다.

 "미즈키 씨, 퇴근하실 시간이예요. 페이랑 메리도 이제 귀가할 준비 하고."

나의 부름에 그녀들은 대답과 함께 각자의 소지품을 챙기기 시작했고, 나는 먼저 내려가서 차 문을 연 뒤 바로 들어가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네야?"

 "그래. 혹시 오늘 뉴스 봤어? 시부야 ○○○의 가게에서 조폭들이 한 따까리 하셨다던데."

 "혹시 중국에서부터 내가 쫓던 그 일파인가...?"

 "얼핏 봤지만 방식 자체는 엇비슷하던데, 뉴스만으로는 나도 모르겠고 혹시나 해서 자네한테 미리 말해 두는 거야. 뭐라도 알게 되면 다시 연락할게. 그럼 끊는다."

 통화를 끝마칠 무렵에 귀가 준비를 마친 그녀들이 차로 다가왔다. 아까 통화한 상대는 협력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고만 말해 두겠다.

 "프로듀서 군? 방금 누구랑 통화한 거야?"

 "아, 그냥 지인이예요. 그 친구에 대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야 하니 양해해 주세요."

 "혹시... 나를 두고 다른 여자랑 밀담을 나눈 건 아니지이~? 아잉~"

 "그런 거 읎어요."

 "에에~ 프로듀서, 바람은 안 돼!"

 "바람은 안 된다예요-!"

 "요것들이?"

 실없는 만담을 하며 그녀들과 함께 차에 탄 뒤 프로덕션 사무소 주차장을 떠났다.

 "참, 오늘 뉴스 보셨겠지만 여기서 멀지 않은 상점가에서 폭력배들이 행패를 부렸다니까 되도록 외출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괜히 돌아다니다간 위험해지겠지, 나도 알아."

 "알겠다예요-!"

 "응!"

 그녀들에게 주의를 주머 차례대로 메리와 페이를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나서 미즈키 씨를 자택 앞에 내려 놓았다.

 "프로듀서 군~ 퇴근하면 다른 데로 새지 말고 바로 여기로 와야 해~?"

 "허나, 거절합니다!"

 "우엥, 너무해~"

 미즈키 씨의 귀여운(?) 어필을 적당히 흘려 넘기고 나는 업무를 마저 끝내러 사무소로 다시 향했다. 제기랄, 다시 말하지만 귀엽고 꺄르르르한☆어필이었다.


 누군가와의 통화를 마친 한 남자는 바로 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시부야 구의 ○○○ 상점가에 위치한 가게이다. 그 가게는 아직 영업해야 할 시간대임에도 다른 가게들과는 달리 셔터를 내린 상태였다. 조폭들이 가게 안에서 행패를 부렸다던 것이 타격이 된 것이리라. 셔터로 가려진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 조폭들에 의해 난잡하게 어질러진 뒤일 것이 불 보듯 훤하다.

 닫힌 가게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생각에 잠긴 남자를 행인들이 이상하게 여기며 힐끔힐끔 쳐다보며 지나갔다. 닫힌 가게 근처를 서성이는 행동도 충분히 수상하지만 남자의 인상착의 또한 특징적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남자 치고는 땅딸막한 키에, 얼굴은 흰색 페도라로 가렸고 그 외의 복장은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한 모습이었다.

 행인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아랑곳 않고 생각에 잠기던 남자는 우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아, 그러고 보니 저녁거리를 사 놔야 했는데... 깜박했다예요-!"

 "그러면 해 지기 전에 얼른 사러 가자!"

 페이페이는 같이 있던 소녀와 함께 장을 보러 기숙사 건물을 나섰다. 갈색 피부에 검은 단발과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나탈리아이다.

 두 소녀가 상점가 입구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가급적 외출은 삼가도록 주의를 받았지만 어쨌든 식재료는 사야 했기에 그대로 상점가 안으로 들어섰다.

 약 삼십 분 후, 먹거리를 모두 구한 두 소녀는 기숙사로 돌아가고자 몸을 튼 순간 페이페이는 누군가와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꺄!"

 "앗, 페이페이?!"

 넘어지면서 장바구니를 놓친 탓에 식재료의 일부가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런, 미안하군. 다친 데는 없나?"

 다행히 페이페이는 다치지 않았고 부딪힌 사람이 넘어진 그녀를 일으켜 준 것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식재료를 주워 주었다.

 "고맙습니다예요!"

 "여기에 식재료를 사러 온 모양인데 이 근방에 폭력배들이 있다고 하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다. 그럼."

 비슷한 말을 프로듀서에게도 들었다. 남자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그대로 두 소녀를 지나쳐 제 갈 길을 갔다.

 "......"

 그리고 몸을 추스른 두 소녀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또다른 누군가가 말없이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옷차림은 좀 특이했다예요-!"

 다음 날 정오, 사무소에 출근한 페이가 돌연 나에게 꺼낸 이야기가 특이한 옷차림의 남자에 대한 것이었다. 이 녀석, 그 상점가에 여자애들끼리만 다니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당분간 페이나 메리가 외출해야 할 때는 언제든지 연락할 수단을 지니고 있도록 일러 두어야겠다.


 "보스, 저희가 청과점에 독촉하러 간 것을 그 놈이 눈치 챈 것 같습니다."

 "...역시 그 놈인가? 중국에서부터 따라오다니, 역겨울 정도로 집요한 작자군."

 붉은 수트를 입은 남자가 방 안으로 들어와 업무용 책상에 앉은 남자에게 보고를 올렸다. 보고를 받은 보라색 수트의 남자는 인상을 쓰며 붉은 수트의 남자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두 남자가 있는 방은 창문을 블라인드로 가려 놓았기 때문에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어두웠다.

 "그렇지만 놈을 처리할 방법이 생겼습니다. 어제 저녁에 그 놈과 접촉한 외국인 계집 둘을 봤습니다."

 "......"

 책상에 앉은 남자는 붉은 수트의 남자가 하는 말을 계속 들으며 이내 간사한 웃음을 지었다.


 며칠 뒤, 오늘은 페이와 나탈리아의 오프 날이다. 한창 놀고 싶어할 나이기도 하니 막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쪽에서 연락하면 바로 받도록 하라고 일러 두었다. 그리고 오후 네 시 삼십삼 분이 된 지금, 페이에게 통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르.]

 연결되지 않은 통화는 결국 부재중으로 넘어갔다. 뭐지? 두 시에 건 전화까지는 바로 받았는데... 다시 걸어 보자.

 [뚜르르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르.]

 안 되겠다. 몇 번이고 계속 걸었으나 모두 받지 않았다. 나탈리아에게도 전화를 걸었으나 역시 받지 않는다... 나는 하던 업무를 그대로 내팽개치고 나탈리아 담당 프로듀서에게 알리러 갔다.

 "류타로 프로듀서 님!"

 "윽, 깜짝이야. 무슨 일인데 그렇게 거칠게 문을 여세요?"

 류타로 프로듀서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내 입사 동기이자 나탈리아를 담당하는 프로듀서이다.

 "지금 당장 나탈리아에게 전화 걸어 보세요! 그 애랑 같이 놀러 나간 페이가 제 통화를 받지 않아요...!"

 류타로 프로듀서도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는지 내게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주며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도 아까부터 계속 전화를 걸었는데도 안 받더라고요. 안 그래도 요즘 조폭이 돌아다닌다고 해서 걱정되는데..."

 "으음... 류타로 프로듀서 님은 우선 경찰에 신고를 해 주시겠어요? 저는 먼저 가야 할 곳이 있어서요!"

 류타로 프로듀서의 사무실을 나온 나는 곧바로 지하층으로 내려가 직원 인증 절차를 거쳐 복도로 통하는 잠긴 문을 연 뒤 한 방을 찾았다. 지하층은 몇몇 인원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내게 주어진 개인실에는 각종 기계들이 설치되어 있다. 만일의 상황을 위해 내가 설치한 것들이다.

 그 중 GPS 신호 수신 장치를 켜고 등록된 장비들 중 페이에게 붙인 발신 장치를 검색했다. 스티커 형태의 물건으로, 담당 아이돌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지니고 있으라고 나눠 준 것이다. 잠시 후 붉은 점으로 위치가 표시되었는데, 그 점은 이미 시부야를 벗어나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전화를 꺼낸 다음 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지?"

 "잠깐 나 좀 도와 줘. 알고 지내는 여자아이 두 명이 아까부터 내 전화를 안 받는데, 혹시 며칠 전 뉴스에 나왔던 일당에게 납치된 게 아닌가 싶어."

 "알았다. 어디서 찾으면 되나?"

 "연락이 두절되기 전까지는 시부야에 있었고, 지금은 위치 신호가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어."

 "찾아 보겠다."

 전화를 마치고 나는 또다른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서버런티 양, 잠시 저 좀 도와 주시겠나요?"

 "그럼요. 이번엔 무슨 일인가요?"

 참고로 서버런티 양 또한 협력 관계에 있다고만 밝힌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알고 지내는 여자아이 두 명이 아까부터 전화를 안 받는데, 납치된 게 아닌가 싶어요."

 "위치 신호는 확인하셨나요?"

 "제공받은 장치로 보니 시부야를 벗어나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군요."

 "알겠어요. 촬영용 드론을 말씀하신 곳으로 보낼게요."

 십수 분 뒤, 서버런티 양에게서 연락이 왔다.

 "말씀하신 지점을 촬영한 실시간 영상이예요. 그런데 두 분이라더니 나머지 한 분은 어디 계신가요?"

 "예?"

 나머지 한 명? 나는 촬영용 마이크로 드론으로 촬영중인 영상을 보았다. 도로를 질주하는 검은 밴 안에는 자주색 수트를 입은 남자들과 잠든 것처럼 보이는 여자아이 한 명이 타고 있었다. 정말로 나머지 한 명이 없다!

 "자, 잠시만요. 나머지 한 명도 확인해 볼게요..."

 맙소사, 그러고 보니 페이의 위치만 보고 나탈리아에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가졌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얼른 나탈리아의 위치도 확인했다. 그녀의 위치를 나타내는 점은 시부야에서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잠깐, 설마 두 명이 각각 다른 곳으로 납치되고 있다고? 이 수법을 동시에 행할 수 있는 자는... 그가 쫓아 다녔다던 놈들뿐이군.

 서버런티 양에게 이를 말하고 동쪽으로도 드론 촬영을 부탁한 뒤 나는 다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납치범들 말이야, 네가 쫓는다던 그 일파인 것 같아. 같이 다니던 두 아이가 각각 다른 장소로 동시에 납치되는 수법이 그 증거야."

 "일이 좀 성가시겠지만 내가 찾아다니는 수고는 덜겠군."

 "시부야를 기점으로 남쪽과 동쪽으로 끌려가는 중인데, 동쪽은 먼저 경찰에 맡기고 우린 남쪽부터 가자."

 "좋다."

 나는 서둘러 개인실을 나와서 그와 접선할 준비를 했다. 제발 늦지 않기를...


 "......으으음... 우읍, 읍-?!"

 잠들어 있던 페이페이는 캄캄했던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은 묶여 있고 입과 눈도 가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페이페이는 자신이 정신을 잃기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자신은 분명 친한 동료 아이돌인 나탈리아와 함께 △△△ 게임 센터에서 나와 □□□ 백화점으로 가려고 했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자신의 입을 손수건으로 막았고 그대로 눈이 감긴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아무래도 어디론가 납치된 것 같았다. 같이 있던 나탈리아는? 그녀 역시 페이페이처럼 납치되었을까? 움직일 수도 없고 말도 할 수 없으며 주변을 볼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인 페이페이는 어느덧 공포심에 사로잡히려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나탈리아도 어딘가에서 정신을 차렸으나 몸이 묶여 있고 입과 눈이 가려져 있어 몸을 일으킬 수도 없고 입을 열거나 눈을 뜰 수도 없었다.

나탈리아 또한 의식을 잃기 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 냈다. 이게 뉴스로만 보던 납치란 말인가? 나탈리아를 납치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녀는 이제 어떤 짓을 당하게 되는 것일까? 폭행? 강간? 매매? 장기 적출? 인체 실험? 혹은... 살해? 같이 있던 페이페이는 또 어떻게 된 것인가? 끔찍한 상상이 꼬리를 물고 나탈리아의 머릿속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 드론을 보면 자네도 일반인과는 참 동떨어져 있단 생각이 들어."

 "어디까지나 다른 지인의 물건일 뿐이지만."

 남자와 접선해서 같이 남쪽으로 내려갔다. 현재 시간은 오후 여섯 시 이십일 분. 참고로 메리와 미즈키 씨에게는 납치 사건이 발생했으니 안전한 사무소에서 기다려 달라고 말한 상태이다. 페이의 위치 표식은 요코하마 남단의 한 건물에서 멈춰 있었다. 무슨 속셈이지? 납치범들은 항구를 통해 빠져나갈 생각인가?

 "이걸 받고 따라와. 한국 남자라면 이런 것쯤은 다뤘겠지?"

 "TMP라... 내 손엔 안 맞을지도, 혹시 다른 건 없어?"

 "자네에겐 아쉽겠지만 그거 말고 이 자리에 가져올 수 있었던 건 QSZ92 두 정과 컴팩트 나이프 하나밖엔 없다."

 "그나마 이게 제일 낫군. 어서 들어가자."

 우리는 가져온 무기를 나눠 가진 뒤 마이크로 드론을 길잡이 삼아 건물로 접근해 구조를 확인했다. 3층 구성이고 정문 하나, 뒷문 하나, 창문 다수에 옥상으로 통하는 사다리 하나.

 "여자애를 발견하면 자네에게 넘길 테니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가. 그 동안 난 놈들을 소탕하고 있을 테니."

 "1층 창문 중 하나를 깨고 같이 침입하자. 정문이나 뒷문은 아무래도 경비가 있을 것 같아."

 "이 창문이 좋겠군. 준비 됐나?"

 "좋아, 셋을 세면 동시에 들어가는 거다. 하나... 둘... 셋...!"

 [쨍그랑!!]

 "뭐, 뭐야?!"

 "?!?!?!"

 "침입자다...! 조져!"

 1층 로비 안에 있던 남자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우리를 보고 당황하며 이내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지만 이미 창문을 깨고 넘어오는 동시에 총구를 미리 겨누고 있는 침입자들을 격퇴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포워드 덤블링으로 진입함과 동시에 손에 든 총기를 남자들에게 발사했다.

 "...!"

 "커헉..."

 "윽!"

 우리가 일어나 자세를 고쳐 잡았을 땐 로비 안에 원래 있던 남자들은 모두 쓰러진 뒤였다.

 "역시 당신이야. 실력 녹슬지 않았네."

 "자네야 말로 그 사이에 잘 싸우게 되었는걸?"

 "심심한 칭찬은 여기까지, 우선 1층은 같이 찾자."

 1층 전체를 뒤지는 데는 약 십오 분이 걸렸으며 그 동안 총성을 듣고 달려온 다른 인원들을 처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페이는 1층에 갇혀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혹여 지하층이나 숨겨진 공간 같은 건 없는지 지형지물을 조사하기도 하고 마이크로 드론의 공간 식별 기능을 켜기도 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결국 2층이나 3층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우리는 각자 맡을 곳을 분담해 나는 2층, 그는 3층을 찾기로 하고 서로의 건투를 빌어 준 뒤 그대로 흩어졌다.


 3층으로 올라온 남자는 가장 구석에 있는 방부터 수색하기로 했다. 물론 올라오면서 마주친 인원들은 모두 쓰러뜨려 놓은 상태이다. 남자는 가장 구석에 있는 방부터 차례대로 뒤지고, 마지막으로 가운데에 위치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크읍... 흡... 흐으..."

 울다 지친 페이페이는 반복적으로 숨만 쉬고 있었다. 엄마... 아빠... 프로듀서 씨... 그러고 보면 프로듀서는 지금쯤 그녀를 미친 듯이 찾으러 다니고 있으리라.

 [달칵, 끼이이익... 철컥철컥철컥!]

 눈과 입은 가려져 있었으나 귀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별안간 들려온 그 소리를 페이페이도 들을 수 있었다. 아마도 문을 여는 소리, 그리고 몇 자루의 총이 장전되는 소리 같았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소리들이 난 걸까? 장전된 총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그녀는 이대로 숨을 거두게 되는 것일까?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는 그 순간이었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한 차례 총성이 울리리라는 건 상황을 파악하기 힘든 페이페이조차 이미 감겨 있는 눈을 더욱 세게 감을 정도로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총탄 세례는 그녀에게 쏟아지지 않고 막 들어온 누군가를 향한 듯했다. 잠시 후, 어리둥절해 하는 페이페이를 두고 두 남자 간에 거친 대화가 오갔다.

 "중국에서부터 참 집요하게도 쫓아 오셨군. 할 짓이 어지간히도 없었나?"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성격이라 말이지."

 "그렇겐 안 되겠는걸. 이 계집의 목숨은 네놈에게 달려 있다."

 "......"

 페이페이는 어느 샌가 자신의 옆머리에 닿는 총구를 느꼈다. 설마 하던 인질극이었다. 그녀는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무기를 버리고 벽에 붙은 다음, 두 손은 머리 위로 들어라. 허튼 짓 하면... 알지?"

 금속 물질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몇 초간의 정적.

 "자... 그럼 네놈을 어떻게 망가뜨려 줄까..."

 페이페이의 머리에서 총구가 떨어지자 그녀는 잠시 안심했지만 벽에 붙어 있을 남자는 어떻게 되는지 걱정되었다.

 "나 하나 죽이겠다고 인질극까지 벌이다니, 댁도 참 추해졌군."

 "하, 곧 내 손에 죽을 놈이 입은 동동 떠서는. 인질이 있어야 어느 정도 상대가 되니까."

 "원하는 대로 날 묶어 뒀으면 여자애는 놔 주는게 어떻겠나?"

 "지금 당장 풀어 주면 네놈이 뭘 할 줄 알고?"

 서로를 비꼬는 대화가 잠시 끊기더니 뭔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납치범이 벽에 붙은 남자를 구타하는 모양이었다.

 "어디서 굴러먹던 짱돌 주제에... 감히 내 사업을 방해해? 네놈은... 중국에서부터, 골칫거리였어."

 납치범은 벽에 붙은 남자를 계속 구타하느라 말을 마디마디 끊는 듯했다. 페이페이는 겁에 질려 있는 와중에 생각했다.

 '말한 것으로 보아 나는 살아 나가더라도 저 사람은... 결국 죽고 말 거야... 그런 건 싫어...'

 한참 동안 남자를 때리던 납치범은 어느 정도 지쳤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후우... 후... 분이 가라앉질 않는군... 이제 네놈을 지옥으로 보내 주마..."

 스릉, 납치범이 어디선가 칼을 가져온 듯했다. 칼을 뽑는 소리였다.

 그런 건 싫어.

 생각한 순간 페이페이는 이미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기어간 다음 그대로 납치범의 다리를 향해 몸을 휘둘렀다.

 "?!"

 납치범은 훼방꾼이 끼어든 것이 매우 불쾌했는지 페이페이에게 감정이 실린 발길질을 먹였다.

 [퍽!]

 그 발길질에 맞은 페이페이는 힘 없이 날아가 바닥에 굴렀다.

 "이 계집년이... 상관 없지. 어차피 인질로 잡은 이상 곱게 보낼 생각은 없었으니... 그 예쁘장한 얼굴부터 짓뭉개 줘야겠군..."

 페이페이는 그 말을 듣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녀는 잡혀 왔을 때부터 결국 살해당하게 되어 있던 것인가?

 그 순간.

 [퍽, 퍽!]

 "윽!"

 들려온 소리는 뜻밖에도 납치범의 신음이었다. 페이페이는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어 그저 멍하니 누워 있었다. 이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듯한 소리가 난 후,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바깥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린 것을 보니 바깥으로 뭔가를 집어 던진 듯했다.

 "용감히 나서 준 덕분에 빈틈을 노릴 수 있었다. 다친 데는 없나?"

 몇 초간의 정적 후,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눈과 입을 가리고 있던 헝겊이 풀렸다. 페이페이는 불빛에 적응하느라 잠시 얼굴을 찡그린 뒤 감은 눈을 천천히 떴다. 이 남자는... 상점가에서 페이페이와 부딪혔던 사람이다. 예의 인상착의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남자 치고는 땅딸막한 키, 얼굴을 가린 흰색 페도라, 검은색으로 통일한 나머지 복장...

 "상점가에서 본 적이 있는 아이군. 나는 이런 사람이다."

 이 말과 함께 남자가 품 속에서 뭔가를 꺼내 페이페이에게 보여 주었다. 들여다 보니 형사임을 나타내는 신분증이었고 '샤오샤오(Xiaoxiao)'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시간이 별로 없다. 2층으로 내려가면 네가 아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 사람이랑 같이 여길 빠져 나가. 어서."

 어느 새 페이페이의 결박을 모두 풀어 준 남자, 샤오샤오는 그렇게 말하며 페이페이를 일으켜 준 뒤 방 밖으로 내보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샤오샤오가 시키는 대로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찾았다.


 페이는 2층에도 없었다. 그럼 남은 건 3층... 얼른 그 친구와 합류하고자 3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찾았다... 응? 누군가 3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천장에 가려서 아직 다리밖에 안 보이는데... 페이다!

 "아, 프... 프로듀서 씨...!"

 내려오던 페이도 나를 발견하자 그대로 내 품으로 달려들었다. 잠시 그렇게 있자니 페이가 흐느끼는 것이 가슴을 통해 느껴졌다.

 "훌쩍... 프로듀서 씨이... 무서웠어...예요... 흐윽..."

 "지금은 울고 싶은 만큼 울어..."

 수 분 후, 페이가 진정했을 때 그 친구에 대해 물었기에 나는 숨김 없이 대답했다. 그 친구는 중국 출신 형사인 샤오샤오이며 이곳, 일본으로 건너온 이유는 옛날에 놓쳤던 한 조직의 우두머리를 체포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를 들은 페이는 조만간 감사 인사를 전하러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페이의 말에 수긍하며 나탈리아 쪽은 어떤지 류타로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녀를 무사히 내보낸 샤오샤오는 자기가 보스를 집어 던졌던 창문을 넘어 단번에 내려가기 위해 그대로 뛰어 내렸다. 굳이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에는 시간을 좀 지체했다. 보스가 또 달아나도록 방치했다간 다시 몇 년을 찾아 다녀야 하니까. 그는 낙법을 통해 안전하게 착지한 다음 보스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소녀를 풀어 주느라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침 시야 윗쪽 끄트머리에 사람의 발이 보여서 외벽의 사다리를 올려다 보았다. 보스가 사다리를 타고 옥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샤오샤오는 곧바로 그를 뒤쫓았다. 옥상에 다다른 보스도 뒤쫓는 존재를 눈치 채고 뭔가 커다란 물건을 밑으로 떨어뜨려 샤오샤오를 저지하려 했다. 샤오샤오는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바로 발사했다. 견제사격이 주효한 듯, 떨어뜨리려던 물건을 손에서 놓치고 보스가 뒷걸음질했다.

 "이 자식이...!"

 그 동안 샤오샤오도 옥상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보스가 도망치기 위해 올라간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샤오샤오는 보스씩이나 되는 자가 어떤 대비도 없이 스스로 막다른 골목에 가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아직은 아무 것도 없는 옥상이지만 보스는 여기서 시간을 끌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무언가가 일어나기 전에 보스를 제압한다. 두 남자는 잠시 서로를 노려보다가 이내 덤벼들었다.

 "언제까지 도망갈 것이냐, 더군다나 여자애를 인질로 쓸 생각을 하다니... 악취미도 이런 악취미가 없군."

 "정말 끈질기구나...! 대항할 생각 말고 곱게 죽어라!"

 두 남자의 주먹과 발이 서로를 쓰러뜨리기 위해,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아내기 위해, 쉼 없이 오갈 뿐이었다.

그러던 중 샤오샤오는 마비된 듯이 잠시 동작을 멈췄다. 3층에서 뛰어내렸을 때의 충격이 발목을 괴롭혔던 것이다. 보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샤오샤오의 얼굴, 옆구리, 허벅지에 차례로 정권과 축을 날렸다.

 "크윽...!"

 "네놈은... 곱게 죽이지 않는다..."

 그렇게 한동안 보스의 현란한 공격을 감당하지 못한 샤오샤오가 일방적으로 맞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기습적으로 날린 윈드밀에 보스의 공격이 일순간 끊어졌다. 겨우 빠져나온 샤오샤오는 재빨리 몸을 추스르고 방어자세를 취했다. 보스는 어떻게든 샤오샤오를 몰아붙이려 했으나 유효타를 거두지 못했다. 그 동안 샤오샤오는 마지막 일격을 위해 보스의 공격을 계속 막아내며 동작을 읽었다. 보스의 공격 빈도가 조금 늦춰진 것을 감지한 샤오샤오는 몸을 밑으로 숙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튀어올라 어퍼컷을 시도했고, 그것을 맞은 보스는 잠시 공중으로 떠올랐다. 샤오샤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기도 뛰어오른 다음 내려차기로 보스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악... 이, 이 놈이...!"

 보스는 애써 정신을 차리며 일어났으나 이미 보스의 면전에는 샤오샤오의 점프킥이 기다리고 있었다.

 "으으윽-!!"


 나탈리아도 무사히 구출되었다고 한다. 전직 경찰관인 카타기리 씨와 11.5등급 초능력자인 호리 양이 활약한 덕에 조직원들을 잡기 한결 쉬웠다고. 안심한 나는 이 소식을 함께 있는 페이에게도 전해 주며 프로덕션 사무소로 돌아갔다. 페이에게는 며칠간의 휴가를 줘야겠다.

 다음 날, 페이가 내게 전화를 걸어 샤오샤오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했지. 나는 샤오샤오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안 그래도 납치 사건 피해자 진술이 필요해서 그 아이를 불러 달라고 전화하려던 참이었다."

 이어지는 그의 말에 따르면, 납치 대상으로 페이와 나탈리아가 찍힌 이유는 외국인 소녀라 실종되어도 아무도 찾지 않을 거라는 조직원들의 판단에서였단다.

나 참, 그 작자들은 중국에서 하던 것처럼 일본에서도 완전범죄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나.

 취조실에서 조사를 마친 페이는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나왔다.

 "형사님... 고맙습니다, 예요-!"

 샤오샤오는 그녀의 인사에 간단한 목례로 답한 뒤 그녀를 내보냈다.

 "저기, 프로듀서 씨."

 "응?"

 "제가 정식으로 데뷔하는 날... 형사님을 위한 자리도 있으면 좋겠다예요!"

 "그래, 샤오샤오 형사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데뷔할 수 있으면 좋겠네."



 2018.06.07. - 시작.
 2018.06.13. - 완성.


 P.S. - 스틱맨 샤오샤오의 진면모인 봉술도 묘사하고 싶었으나 글쓴이 역량의 한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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