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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cità Rosso(붉은 행복) 2018 下

댓글: 6 / 조회: 1080 / 추천: 1



본문 - 04-20, 2018 16:45에 작성됨.

-일러두기-

링크된 곡은  Andrea Bocelli 의 명곡 'Mai piu' cosi lontano'입니다.

같이 감상하시면서 읽으신다면  어울릴....까요?


주문하신 식전 와인,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아가씨.”

 

호타루는 자신 앞에 놓인 와인글라스에

능숙한 솜씨로 이름 모를 와인이 채워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일렁이는 붉은 행복의 빛깔이 아름답다.

 

이제는 장성한 어른이 된 한 소년의 유년 시절과

마을의 오래된 전설과 신화들을 머금고

 

자라난 포도밭에서 함께 속삭이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소녀는 꿈만 같다고 생각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던

그때 프로듀서씨의 말은....

고백...이었을까?

  

이후 호타루는 종종 이런 고민에 빠져들었지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는 프로듀서를 보며

쉽사리 마음을 내비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의 말과 눈빛은 확실히...

 

잔에 담겨진 와인의 향미를 음미하던 호타루는

문득 아주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테이블에 놓인 와인의 라벨을 확인해보았다.

 

‘Felicita Rosso(펠리치타 로쏘/ 붉은 행복) 2018년 산



 

이건.....”

 

야마나시 현에서 국산 포도 품종인

머스캣 베일리 A(Muscat Bailey A)'로 만든 선홍색의 적포도주다.

선명하게 새겨진 와이너리의 로고를 보면서 호타루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프로듀서씨네.....와이너리에서 만든.....

 

내가....무의식 중에 이걸 주문했었나...”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호타루는 문득 와인 병 아래에 작은 쪽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먹음직스런 브루스케타(bruschetta) 에피타이저를 곁에 두고서

식는 줄도 모른 채 쪽지를 펼쳐 본 호타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생일 축하해. 시라기쿠 씨. 항상 행복하길 바라.’

 

분명 프로듀서의 필체다.



  

호타루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인을 주문받고 가져다 준 그 웨이터...?

왜 미처 알지 못했지?

 

그 사람을 찾으러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멤버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고 폭죽을 터뜨렸다.

 

호타루!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요. 시라기쿠 씨!”

 

파티장의 고요함을 깨는

갑작스런 요란함에 얼떨떨한 표정이었지만

호타루는 금세 자신의 앞에 서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프로듀서 씨....! ...오늘 오지 못한다고 하셨던게...!”


담당 아이돌의 생일이자 경사스러운 음반 차트 1위 기념일인데 빠질 수야 있겠어?”

 

....프로듀서씨!”

 

아아, 프로듀서씨는 짖궂은 사람.

지금껏 다 지켜보고 있었던거야?



  

호타루는 부끄러움과 동시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여태 수 많은 눈물을 참고 또 참아왔지만

너무 행복해서 눈물을 흘리기는 처음이다.

 

유닛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모인

주변의 환호성와 박수 갈채 속에서

호타루는 프로듀서의 품에 안겼다.

 

그동안 정말 수고했어. 고생 많았어.

시라기쿠씨, 앞으로...앞으로 더 행복하게 해줄게.”


다독여 주는 프로듀서의 손길에

하얀 와이셔츠가 젖는 줄도 모른 채

 

화장이 번지는 줄도 모른 채

호타루는 울음을 터뜨렸다.


마치 그동안 걸어온 가시밭길을 위로받는 듯이

자신을 둘러싼 모든 행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향기로운 한 잔의 와인이 탄생하기까지

숱한 비와 바람, 메마름과 벌레들을 상대하며

얼마나 오랫동안 견뎌 온 것일까

인내의 미학,  그 끝은

달콤하고 쌉싸름한

붉은 행복.


그것은 역경이 빚은 한 조각의 미소

굴하지 않는 용기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걸작.

뜨거운 피가 끓고 심장이 뛰는 한

누구나 꿈꾸고 바라는 것이리라.

 

그것을 위해 드넓은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희망을 찾아 나서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척박한 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척박한 삶 속에서도

포기 하지 않는 사람은 영글어 간다.


진정한 행복을 알기에.  

 

고난에 직면할수록 좋은 열매를 맺는

광야에 심어진 한 그루의 포도나무처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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