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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cità Rosso(붉은 행복) 2018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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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0, 2018 16:34에 작성됨.

-일러두기-

링크된 곡은  Luis Bacalov 의 명곡 'Bicycle (from Il postino)' 입니다.

같이 감상하시면서 읽으신다면  어울릴....까요?


도쿄에서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니

마치 유럽의 어느 목가적인 마을을 찾아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돼, 다들 좋으신 분이시니까. 무엇보다 시라기쿠 씨는 우리 집의 손님이니까 다들 잘 대해 주실 거야.”

 

....네에.....”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자꾸만 발그레 해지는 두 뺨과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가 어려웠다.

 

차로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프로듀서 씨네 친가,

그곳은 포도원이다.

....여긴....? 포도 밭....이 있네요?”

 

...그리 크진 않지만, 나름대로 유서 깊은 와이너리....라고 할까.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새하얀 농가를 두고 펼쳐진 광활한 포도밭은

한창 잘 익은 포도들이 여물고 있었다.

 

싱글벙글한 표정의 프로듀서 못지않게

프로듀서의 양친도 쾌활하게 호타루와 프로듀서를 맞이하였다.

그동안 프로듀서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지 전혀 낯설지 않은

살가운 대접에 호타루는 여태까지의 걱정이 괜한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호타루가 어떤 일을 겪고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말하지 않아도 모두 다 알 고 있다는 눈치였던 터라

호타루는 괴로운 과거를 다시 떠올리지 않도록 해준 프로듀서가 무척 고마웠다.

 

앞치마를 두른 채로 두 사람을 맞이한 프로듀서의 아버지와

포도원에서 갓 돌아온 차림으로 환하게 웃는 프로듀서의 어머니

구름이 피어나는 산자락 아래에 자그마한 포도밭이지만

오랜 세월의 연륜에 묻어나는 노부부의 품격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도쿄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와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우리 아들이 항상 자랑하는 아가씨를 이렇게 만나 뵐 수 있어서 나도 무척 기쁘답니다.

, 다들 시장할 텐데 어서들 손 씻고 부엌으로 와요.”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들라는 인자한 아버지의 말과 달리

한 상 가득 푸짐한 정찬 요리에 호타루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숙사 식당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그리운 맛은 담은

노스탈지아(Nostalgia)의 요리.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화기애애한 만찬의 분위기 속에서

프로듀서씨네 어머니 아버지는 연신

호타루의 다소곳함과 예의바람을 눈여겨보는 눈치였다.

 

다들 좋은 분이시구나.

진심으로 호타루를 환영하는 분위기에

호타루는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멋진 식사가 끝난 후

프로듀서의 어머니는 여태 숙성시켜두었다는

와인을 호타루에게 권하였다.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가 우리 집에 와주었으니,

나도 무척 기쁘군요. 앞으로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향긋한 와인 함께 들도록 해요!“

 

스무살에 마셔보는 첫 술이다.

루비처럼 반짝이는 투명하고 붉은 보석.

 

‘Felicita Rosso'라는 이름의 와인은

프로듀서씨 네의 양조장에서 라벨링 한 수제 일본 와인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토종 품종을 이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이곳 야마나시 와인 중에서도 와인 비평가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와인이었다.

단점이라면 수작업으로 인한 높은 가격과 한정된 수량이었지만

맛은 훌륭했다.

 

처음으로 마셔보는 와인은

모두의 축하와 격려가 담겨 아주 달콤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음주,

와인이 품은 알코올의 향미에 목이 간질거려

켈록 거리는 호타루를 보며 프로듀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발그레해진 호타루의 두 볼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프로듀서씨 네에선 모든 것이 처음이었지만

특히 포도밭에는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포도를 수확하는 설비나

와인을 만드는 양조장이며

숙성된 와인을 저장하는 저장고를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 제법 본격적이다.

 
 

수확을 기다리는 포도들이 붉게 물든 가운데

프로듀서의 안내를 받아 직접 포도를 따보며

 

호타루는 프로듀서가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호타루는 프로듀서가 건네는

갓 딴 포도알을 한 입 머금어 보았다.

달콤하고도 새콤한 풍미.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맛이다.

 

....정말 달콤해요.”

 

보다 달콤한 열매를 맺는 포도는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포도가 아니라

거칠고 척박한 환경에 맞서 자란 품종이지.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맺은 열매는 그 어떤 포도보다 향기로워.”

 

“....프로듀서씨 네가 이런 포도 농장을 하셨다니....전혀 몰랐어요.”

 

다른 누군가에게 딱히 알려지고 싶진 않았으니까. 시라기쿠씨가...처음일까?

여기서 계속 있었다면 아버지, 어머니의 뒤를 이어 포도 농장의 후계자가 되었겠지만

젊은 날의 나는 아무래도 도쿄의 화려한 빛에 이끌렸었지. 가업을 잇지 않고 프로듀서가 되어

꿈을 꾸는 사람들을 가꾸는 것에 부모님은 처음엔 반대하셨어. 도시엔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만 두 분 모두....지금은 프로듀서님을 응원하고 계시는 걸요?”

 

아이러니하지, 시라기쿠씨를 만나기 전까지...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까 수도 없이 생각을 했었지만 그럴 때마다 반대하는 부모님의 말에 오기가 생겨서 더욱 열심히 살게 되었으니까. 메마른 콘크리트 사막 속에서 그런 복잡한 인간관계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많은 일들 속에서 고민하던 와중에 나는 시라기쿠씨를 만났던거야.”


프로듀서 씨....”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왔지만 굴하지 않는 시라기쿠 씨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많은 위로를 받고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어.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을 통해 나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만 했었지. 그렇기에 나는 나 스스로 꿈을 이룰 수가 없었던 거야. 하지만 시라기쿠 씨를 통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게 되었어.”

 


  

풀벌레의 속삭임과 철새들의 울음.

메말라가는 잎새들의 바스락거림과 찾아오는 황혼의 시간,

흐르는 구름 너머로 달이 떠오를 채비를 하는 파스텔 톤의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포도잎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이 두 사람을 어루만진다.

 

그것은 시라기쿠 씨를.....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야.”

 

말없이 프로듀서의 어깨에 살며시 기댄 채

호타루는 자신의 자그마한 손에 들려진 포도송이가 흐르지 않도록 꽉 움켜쥐었다.

가늘고 작디작은 손이지만 야무지다.

 

프로듀서씨 당신은....알고 계시나요?

저 역시 프로듀서씨를 만나 행복을 알고

보다 행복해지고 싶어졌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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