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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cità Rosso(붉은 행복) 2018 上

댓글: 2 / 조회: 1146 / 추천: 0



본문 - 04-20, 2018 16:22에 작성됨.

-일러두기 -

1.  (이 글의 일부 이미지는 공식 이미지를 흥미 위주로 합성한 것입니다.

작성자는 이에 대한 어떠한 권리 주장이나 상업적 이용을 할 의도가 없으며

문제시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절대 공식 일러스트가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2.  (이 글에는 캐릭터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자의적인 해석을  불쾌하게 생각하시는 분들께 미리 사과드립니다. ) 

3.  링크된 곡은 Andrea Bocelli 의 명곡 'Melodramma' 입니다.

     같이 감상하시면서 읽으신다면  어울릴....까요?



아페리티프(식전주/食前酒)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2023419.

도쿄의 고층 빌딩들의 야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스카이 뷰가 아름다운 이탈리안 레스토랑.

 

빨간 리본이 매력적인 어린 소녀 호타루....아니,

이제 스물 다섯이 된 숙녀 호타루는 자못 긴장된 표정이었다.

 

호타루가 소속된 유닛, GBNS(걸스 비 넥스트 스텝) 데뷔 이후 처음으로

CD가 호평을 받으며 차트 1위로 완매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소속사에서 마련한 조촐한 축하연이 있는 날이지만

 

워낙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는 CD 관련 일로 인해 정작

프로듀서씨는 참석할 수가 없었다.

 

프로듀서씨와.....함께 축하하고 싶었는데....”

 

자신은 호타루의 유닛 CD를 더욱 많은 팬들에게 알리고 있을 테니

혼자서 자신의 몫까지 즐기고 오라며 활짝 웃는 프로듀서 씨였지만

내심 가장 열심히 자신을 격려하고 응원해준 프로듀서 씨와 함께 하지 못한 것에

호타루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자신의 생일인데....




거기다 막상 이런 화려한 자리에 앉고 보니

자신이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건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다들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이곳에....내가 어울리는 사람인걸까?

 

진정...진정하자. 괜찮아...아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마음을 가다듬고....행복....행복한 것만 생각하는 거야.‘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 행운.

하지만 어디선가 불행이 이런 자신을 노리고

스멀스멀 다가오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호타루는

바로 눈앞의 메뉴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탤릭체로 멋들어지게 쓰여진

알 수 없는 외국어들이 즐비한 가운데

어렵고 긴 와인과 낯선 술들의 이름이 혼란스럽다.

 

서양 요리는 어째서 이렇게 모든 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걸까.

모든 손님들이 깔끔한 차림으로 능숙하게 식사 예법을 따르는 모습을 보니

호타루는 더욱 주눅이 들었다.

 

저기...손님? 아페리티프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 .....그게 그러니까....."

  

다시금 되묻는 웨이터의 질문에 호타루는 심호흡을 한 다음

차근차근 메뉴판을 되살펴 보았다.

하지만 떨려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두 눈 꼭 감고서 아무거나 주문할 수 밖에

 

......이것으로로....할게요!”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곧 에피타이저와 함께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공손하지만 기계적으로 대답하는 웨이터가

저만치 멀어지고 나서야 호타루는 참아왔던 한 숨을 내쉬었다.

 

와인은 어렵다. 몇 번 마셔본 적은 있지만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가 처음으로 마셔보았던 그,

입술 끝에 맴도는 달콤하고 쌉싸름한 포도주의 향미를 떠올리면,

눈을 감으면 금방이라도 기억 속으로 되돌아갈 것만 같았으니까.

 

프로듀서씨 네에서 맛 본 와인.....그립네.”

 

2018, 그 때는 호타루가 처음으로 어른이 되던 해였다.

늦여름의 무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9월 말,

한층 풀이 꺾인 적란운들 아래

후지산의 산 그림자가 지평선 너머로 어른거린다.

 

점차 길어진 저녁 햇살을 따라 잎사귀들이 점차 울긋 불긋하게 물들어가는

미나미 알프스의 산자락 아래에 자리 잡은 야마나시 현은

도쿄 근교의 자그마한 농촌 마을.

 

지금 제철 과일 수확이 한창이다. 온갖 싱싱한 계절 과일이 유명한 이곳이지만

무엇보다 이 고장이 자랑스레 내세우는 것은 포도’.

100여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국산 와인의 명산지답다.

 

오래되었지만 고풍스런 농가에 딸린 자그마한 포도밭 속에서

그때의 호타루는 묵묵히 전지가위를 들고서 탐스럽게 익은 포도들을 따고 있다.

프로듀서와 함께 바구니 가득 잘 포도를 담고서.

 

파아란 잎새들에 싸여 고이 감춰진 선홍빛의 알알들을 어루만질 때마다

산들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따가운 해살에 새하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지만

묵직한 바구니의 무게에 입가엔 웃음이 피어난다.

 

호타루가 수확기의 포도원으로 초대를 받은 것은

특별히 어떠한 일이나 촬영 스케줄 때문은 아니었다.

8월 무렵, 고향의 축제에 프로듀서를 초대한 것에 대한 답례 차,

프로듀서님의 친가에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호타루네 부모님은 프로듀서씨 네에서 너무 폐를 끼치진 말라고 하시며

이미 암묵적인 동의를 하셨다. 아마 지난 번 프로듀서 씨의 방문에

무언가 깊은 인상을 받으신 모양이셨다.

 

이제 남은 것은 호타루의 마음의 결정이다.

 

....정말 제가....프로듀서님의 자택에......가도 될까요?”

 

그럼, 내가 이렇게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 초대하는 걸?”

 

...그치만 그때 스케줄이...”

 

그럴까봐 미리 그 시기엔 스케줄 조정도 끝내놨고, 며칠 간 오프로 잡아 놨으니까. 문제없어.”


하지만....이렇게 불쑥 찾아뵈면 오히려 폐가 되는 게....”

 

그렇지 않아. 어머니 아버지 모두 호타루를 만나고 싶어 하시니까.

무엇보다 지난 번 시라기쿠씨 네에서 신세진 것도 있고.

아마 함께 가게 된다면 무척 즐거울 거야. 그리고...”

 

눈웃음을 지으며 프로듀서는 호타루를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자란 그곳에서 시라기쿠 씨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들려주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아.”

 

미소를 머금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눈빛에

일전의 걱정들은 온데간데없이

호타루는 어느 새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밤잠을 설치며 기다리는 나날이 지나고

기숙사에 가져 옷들 중 가장 단정하게 차려 입은 채

화장이 번지지는 않았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고 입 꼬리를 올려본다.

 

혹시나 해서 갈아입을 옷과 속옷 몇 벌도 함께 챙겼다.

아직까진 무더운 여름이 남아있으니까,

혹시나 모를 소나기에 흠뻑 젖어버리는 건 아닌 가 불안한 탓이었다.

‘.....좋아. 잘 될거야.’

 

프로듀서의 초대에 대한 기쁨과 자신의 불행에 대한 걱정이 섞인 채로

프로듀서와 함께 야마나시 현으로 떠나는 날은 무척 맑은 가을날이었다.



  

높은 가을 하늘 아래 고속도로를 부드럽게 흘러가는

코발트 빛 도요타 코롤라.

 

일이나 촬영 때문이 아니라 마음은 한결 가벼웠지만

프로듀서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생각에 호타루는 다소 긴장이 되었다.

 

나의 불행한 과거가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면 어떻게 하지?

나의 어디까지 말씀드려야 할까?

프로듀서와 나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도쿄의 기숙사를 나서면서부터

온갖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와중에

차장 밖의 풍경은 어느덧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저편의 깊고 울창한 산등성이로

바뀌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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