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보드카 마티니(Vodka martini), 젓지말고 흔들어서 下

댓글: 6 / 조회: 1438 / 추천: 1



본문 - 04-16, 2018 04:12에 작성됨.

-일러두기-

링크된 곡은 Grover Washington Jr  의 명곡 'Just the two of us' 입니다.

같이 감상하시면서 읽으신다면  어울릴....까요?


"......그리고 또 왠지 첫 키스신이라 잘 못해서 NG를 자꾸 내면 그건 그것대로 상대방이랑 스태프들에게 민폐일 것만 같아서....고민이야......"  

"Однако(그래도), ....괜찮아요. 처음은 누구나 서투니까. 실수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긴 한데.........."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망설이는 듯한 미오의 눈빛이 아냐의 눈과 마주쳤다.

저 눈빛.....그때 처음으로 아냐에게 손을 내밀어주던 그때의 진심이 담긴 눈빛이다.

 

늘 장난기 가득한 미오가 어느날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아냐를 찾아왔을 때 아냐는 이미 그녀의 말을 직감하고 있었다.

아니 오래전부터 예상했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먼저 고백을 해준 미오를 와락 끌어안고서 아냐는 또 울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엔 연약한 눈물이 아니라

아픈 이 사랑을 끝까지 지켜나가리라는 다짐을 담은 것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흐르는 뜨거운 눈물 두 뺨으로 느끼며

두근거리는 너의 심장 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들은 그 날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싶었다.

네가 나를 먼저 찾아와 보듬어주고 사랑해주고 안아준 것처럼.

나 역시 너를.....사랑하고 싶으니까.



  

"제가.....미오쨩의 키스....연습 상대가 될 수....있을까요?"

"....?"

"....어디까지나....Практик(연습)....연기 연습이니까........미오쨩이라면 괜찮으니까.."

"....아냐쨩....."

 

아냐의 갑작스런 말에

다소 놀란듯한 눈치의 미오는 이내 웃음을 터뜨린다.

 

", 아하하하....아하하......아냐쨩, ....너무 마셨어."

нет(아니에요), .....취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얼굴....빨간 걸.”

저 미오쨩에겐....언제나 진심인걸요.”

 

미오는 웃음을 거두고

아냐의 별처럼 반짝이는 두 눈을 바라보았다.

이미 결심한 듯 아냐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미오는 침을 꿀꺽 삼킨 채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손등으로 발그레한 홍조가 감도는 아냐의 두 뺨의 체온을 느껴보다가

이내 입술로 손끝을 옮겼다. 부드럽다. 그리고 따뜻하다.

 

심호흡을 크게 한 다음에 두 눈을 감고 살며시 다가선다.

어색함도 잠시 이내 포개어진 숨결 사이로

혀끝에 흐르는 달콤한 알코올의 향기.

사랑에 목마른 입술은 불처럼 타오른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치 영원과도 같았던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눈길도 두렵지가 않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다시 바라보았을 때

아냐는 잔뜩 빨개진 미오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미오쨩, 텐구(天狗)씨처럼 얼굴이 빨개요!”

쑥쓰러워서 숨을 참고 있었더니......에헤헤..키스...어렵네.”

да(그렇네요). 첫 키스.....무척 떨리고 숨 막혀서 혼났어요.”

그래도 아냐쨩과의 연습...덕분에.....현장에서는 숨 막힐 일이 없겠는걸.”

도움이 되었다니.....기뻐요.”

 

각자 발그레한 얼굴로 재빨리 주변을 살펴보는 두 사람.

다행히 서로의 연인에게 신경 쓰기 바쁜 사람들은

두 사람의 퍼스트 키스를 목격하지 못한 것 같다.

설사 누군가 보았다 하더라도....취기가 좋은 변명거리가 될까....

 

진심을 담은 입맞춤에 이런 궁색한 변명을 찾는 것이 한심스러웠지만

입술에 아직 남은 서로의 온기는 그런 마음을 달래주었다.



   

아냐는 미소를 지으며 칵테일을 한 모금 머금었다.

  

후훗...블루 라군의 보드카와 마티니의 베르무트를 섞은.... 첫 키스는.......보드카 마티니.....맛이네요?”

?”

어느 영국 첩보원이 좋아하는...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vodka martini, shaken not stirred.)”

, 그건 제임스 본드의 전매특허 대사!”

후후...사람들의 눈을 피해야만 하는 우리에게.....정말 잘 어울리는 첫 키스인걸요.”

그러네....마치 스파이 같이..., 그럼 아냐쨩은...무시무시한 KGB이려나!”

정말, 미오쨩은 심술궂어요!”

미안, 미안. 그래도 아냐는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ie who loved me)’인걸.”

 

아늑한 재즈 선율을 타고 달과 별이 흐르며 깊어가는 밤,

소녀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알싸하고도 쌉싸름한 보드카 마티니의 맛을

또 하나의 비밀로 서로에게 알려주었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레시피로.

 

그것은 이 도시의 밤이 간직한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한 가지에 불과하지만.

 

오늘 밤은 이 한 잔으로 충분하리라.

보드카 마티니, 젓지도 흔들지도 말고 감미롭게. 사랑을 담아.


<끝>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3124 / 보드카 마티니(Vodka martini), 젓지말고 흔들어서 후기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2209&sfl=mb_id%2C1&stx=weissmann / 2018 우상주역(偶像酒歷)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