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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코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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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8, 2013 16:54에 작성됨.

"잘 먹겠습니다~"

여기는 신데렐라 프로덕션(가칭) 사무실 안,
오늘도 언제나처럼 '오늘의 한정 케이크'를 앞에 두고
해맑게 웃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무언가 어디서든 볼 수 있을법한 볼살과 체형을 가진,
그렇기 때문에 아이돌들 사이에서는 유달리 눈에 띄는 그녀,
바로 통칭 '표준체형 아이돌'인 '미무라 카나코'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때 들어오는 프로듀서(이하 P)...

P "됐어, 카나코... 해냈다고!!!"

카나코 "(입가에 생크림을 묻힌 채)에? 프로듀서... 무슨 이야기인가요???"

P "지난 주에 봤었던 '최종병기 그녀' 실사판 오디션 말이지..."

카나코 "어? 설마 그거 뽑힌건가요...???"

카나코는 사실 지난주, 실사 드라마화가 결정된
'최종병기 그녀'의 오디션에 응모했었다.
그녀 자신은 스스로를 '눈에 띄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별 기대도 하지 않은 채 오디션을 치렀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기다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아예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하는 쪽이 맞을지도 모른다.

카나코 "제 배역... 어떤건가요? 반 친구 B나 C... 정도????"

P "그게 말이지... 그게 말이지..."

카나코 "프로듀서? 왜 제대로 말씀을..."

P "무려 여주인공인 '치세' 역할이라구~~~!!!!!!!!!!!!"

카나코 "헤에... 에...??? 에에에에에엑~~~~~~~~~!?!?!?!?!?!?!?!?!?!?!?!?!?"

P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번 실사판 감독이 카나코의 오디션을 보았는데
카나코의 이미지가 감독 자신이 찾던
'어디선가 본 듯한 평범한 여자아이의 느낌이지만
왠지 모르게 가까이 있고싶고 지켜주고 싶어지는 소녀'의 느낌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많이 알려진 배우나 아이돌의 경우에는 기존 배우의 이미지가 겹쳐져서
'치세'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기 힘들기때문에
아직까지는 비교적 신인에 가까운 카나코의 경우
그러한 우려가 적을 것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카나코 "저... 저기 하지만... 저... 유치원 학예회때 이후에는
       제대로 연극같은것도 해 본 적이 없고..."

P "괜찮아, 그리고 그 부분과 관련해서 감독님께서 직접 하실 말씀이 있다고
  카나코를 만나고 싶다고 하셨어."

카나코 "감독님이... 직접?"

<장소는 바뀌어 감독의 사무소>

감독 "(카나코의 손을 덥썩 잡으며)오오, 잘 와주었네 카나코양!!!"

카나코 "히이이이익!!!"

소스라치게 놀라는 카나코의 반응에 감독, 황급히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서

감독 "아, 이거 미안하게 됐네... 내가 그토록 찾고 있던 캐릭터가
     이제서야 눈 앞에 나타났다고 생각하니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말일세... 기분 나빴다면 용서하게나.
     으허허허허허허!!!!!!!!!"

카나코는 감독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감독의 모습은 멜빵바지를 입은 중년 아저씨로 콧수염에 빵모자, 뿔테안경이라는
뭔가 '감독'이라는 이미지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아
카나코는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하였다.

카나코 "저... 저기... 죄송한데요 감독님...
       제가 연기쪽으로는 완전히 초보라서
       아무리 그래도 주인공으로는 좀..."

감독 "괜찮네, 나도 감독으로는 완전 초보라네, 허허허허허!!!!!!!!!"

카나코 "...에???"

감독 "아, 농담일세 농담. 아저씨니까 아저씨 개그, 어떤가... 으허허허허!!!!!!!!"

카나코 "아... 아하... 하..."

묘하게 마이페이스적인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친근하기도 하고
긴장해 있던 카나코의 마음도 약간 풀리는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아마도...

감독 "아... 내가 자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건 연기를 잘 하라는 게 아닐세..."

카나코 "네? 그러면..."

감독,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번엔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감독 "'치세'가 되어주게..."

카나코 "'치세'... 가 되다니요???"

감독 "그래, '치세'... 걸음도 느리고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주인공인 '슈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는 소녀를 말일세..."

카나코 "누구보다도... 열심히... 진심으로..."
 
감독 "아, 그리고... 이건 내가 자네에게 주는 선물일세."

감독은 일곱 권으로 구성된 만화책 전실을 카나코의 앞에 내놓았다.
그것은 이 작품의 원작인 최종병기 그녀의 코믹스판이었다.

카나코 "이걸... 저에게???"

감독 "아아. 이 작품을 읽어보고 치세의 마음을 느껴보게나.
     그게 내가 자네에게 부탁하고픈 유일한 사항이네.
     만약 끝까지 읽고나서도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거나 하면
     그 땐 이 작품을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내 자넬 잡지 않음세."

공간은 다시 이동하여 카나코의 집, 카나코는 센베이 그릇과
감독에게서 받아온 최종병기 그녀 만화책을 침대 위에 놓은 채 침대에 엎드렸다.

카나코 "그러고보니 요 근래 만화책같은 건 거의 보질 않았네..."

카나코는 센베이 하나를 뜯어서 입에 물고 1권 첫 페이지를 열기 시작했다.

카나코 "그래, 우선 읽어보자. 그러고 나서 그만둬도 될 것 같으니까..."

그리고 다음날

카나코 "...안녕하세요..."

P "아, 안녕 카나코... 어라...???"

언제나 탱탱하고(?) 생기넘치던 카나코의 눈가에는 다크서클이 내려와있고
카나코의 얼굴에서는 평소의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 "여어~ 카나코쨩~ 오늘은 전혀 기운이 없구만~"

어디선가 지나치게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같은 소속사의 우에다 스즈호,
현재 14세로 17세의 카나코보다 3년 아래였지만
실제로도 워낙 애늙은이같은 만담 캐릭터 성격이라
연상인 카나코에게도 동년배 친구 대하는것처럼 하고 있다.
카나코가 성격이 좋아서 이러한 스즈호를 잘 받아주는 면도 있었지만...

스즈호 "어? 다크서클이네??? 호오...
       이렇게 보니 완전 팬더가 다 되었는걸...???"

카나코 "........."

스즈호 "아, 이런 거 어떨까? 요번에 나랑 같이 동물만담 하는 거...
       카나코쨩은 팬더고 난 코알라... 어때???"

카나코 "...생각좀 해 보고..."

스즈호 "그게 아니지~!!!
       이런 상황에서는 왜 거기서 코알라냐고 츳코미를 넣어야...
       어라? 카나코쨩???"

스즈호는 카나코의 기색이 영 어색한 것을 발견하고는 카나코를 부르지만
카나코는 말없이 스즈호의 옆을 지나간다.

스즈호 "왜 저러지... 어제부터 무리하게 다이어트라도 시작했나...???"

P "........."

P는 카나코를 따라서 사무실 한 쪽 방 안으로 들어간다.
카나코와 마주하는 P...

P "카나코... 이번 최종병기 그녀 촬영건때문에 고민하는거야...???"

카나코 "........."

카나코는 대답하거나 직접적으로 긍정하는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이나 카나코의 반응으로 보았을 때
P는 그 쪽 문제일 것으로 판단하였고,
카나코에게 조심스레 이야기를 건넨다.

P "그렇게 부담이었다면 하지 않아도 좋아. 감독님도 말씀하셨고..."

카나코 "........."

P "미안하다... 연기는 처음인 네가 처음부터 주역이라니...
  부담감이 컸을텐데..."

카나코 "아니에요 프로듀서... 그것 때문이 아니라..."

P "응? 그러면 무슨 문제라도 있니...???"

카나코 "...읽었어요... 어제..."

P "응? 읽었다니??? 어제...
  아, 그 최종병기 그녀 원작 만화책 말이야...???"

카나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P "그거라면 천천히 읽어도 될텐데...
  어젯밤에 무리해서 밤새서 다 읽었구나.
  그러면 오늘은 스케쥴 조정해서 좀 쉬도록 할까..."

카나코 "어째서..."

P "카나코???"

카나코 "어째서... 그렇게 되는거죠???"

P "저기... 무슨..."

카나코 "그렇게... 간절히 서로를 원하고 있는데..."

P "카나코... 너... 혹시..."

카나코 "슈지군... 치세쨩..."

P "정말...이야???"

카나코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카나코, 갑자기 P를 붙잡고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아마도 최종병기 그녀 만화책의 내용에 심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P는 속으로 생각한다.

P '감독님... 진짜 제대로 고르셨습니다요...'

시간과 장소는 바뀌어 촬영장,
촬영은 예상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어 지금이 이번 화의 마지막 장면인
최종병기가 되어버린 치세의 모습을 슈지가 처음으로 발견하는 부분이었다.
P는 카나코의 상태를 다시 한 번 체크하는데...

P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 카나코. 자, 이번 장면만 가면
  촬영 첫 단추는 무사히 채우는거야."

카나코 "네, 프로듀서."

P "아, 그리고 저번처럼 그렇게 펑펑 울면 곤란해."

카나코 "(퍼엉~)저... 저기 프로듀서..."

P "아직 작품은 초반이니까 말야... 벌써 그렇게 울어제끼면
  작품 끝날때까지 버틸 수 없..."

카나코 "그 얘기는 비밀로 하기로 했잖아요오오오오~~~!?!?!?!?!?"

조감독 "자, 촬영개시 3분전~~~ 모두 자기 위치로!!!"

P "그럼 오늘도 열심히 하는거야, 자... 화이팅!!!"

카나코 "프로듀서... 예!!!"

-클라이막스 촬영중-

카나코 "미안해, 슈... 나... 이런 몸이 되어버렸어."

(슈지 역의 배우, 카나코의 어깨를 잡고 카나코를 응시하다
양팔로 카나코를 끌어안는다)

감독 "오케이, 컷!!! 좋았어!!!!!!!!"

감독의 커트 사인이 떨어지고 오늘 촬영은 종료되었다.
그리고 감독은 바로 카나코에게 다가가는데...

감독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카나코양...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나준겐가!?!?!?"

카나코 "가... 감독님..."

감독 "아주 좋아... 오늘이 첫날이지만 바로 알 수 있겠어!!!
     앞으로도 오늘처럼만 해주게나.
     그러면 자네도 나도 모두 성공할 수 있을게야!!!
     으허허허허허허허!!!!!!!!!!!!!!!!!!!!!!"

카나코 "...네, 열심히 해볼께요!!!"

그리고 그 주의 금요일, '최종병기 그녀' 실사 드라마가
공중파를 통해 전국에 방영되었다.
그리고 카나코의 이름이 검색어 순위에 올라갔다.
카나코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아직은 초보라 어색한 느낌이 있지만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연기에서 진솔함이 묻어난다는 것이었다.
예상 외의 호평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회를 거듭하면 할수록
연기력의 향상과 함께 호평쪽으로 기울어갔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카나코의 '아이돌답지 않은' 외모를 트집잡으며
온갖 악플과 비방을 일삼고다니는 안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카나코라고 그러한 말에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상처받은 마음은 눈물연기를 하면서 풀어나갔다.
그리고 당장은 연기에만 모든 것을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 날 촬영분의 내용은 자신과 함께 하면 슈지가 힘들어질 것을 걱정한 치세가
슈지에게 이별을 통보하며 돌아서서 숨죽여 우는 장면이었다.

조감독 "자, 촬영 5분전입니다!!!"

P "카나코, 오늘도 여태껏처럼 잘할 수 있겠지???"

카나코 "...네..."

하지만 대답과는 달리 카나코의 표정은 유달리 무거워보였다.

P "스케쥴때문에 피곤했지? 자... 마지막으로 힘 내.
  이번 촬영 끝나면 카나코가 좋아하는 트로피칼 쇼트 스페샬 먹으러 갈거니까."

카나코 "........"

-촬영 개시-

슈지(역 배우) "치세.. 어째서..."
 
카나코 "미안... 이제 더 이상은 나도 감당하기 힘들어졌어..."

슈지 "하지만 언제까지고 함께하자고 약속했잖아!!!"

카나코 "이대로 가다간 슈우까지도 망가져버리고 말 거야.
       난 이미 돌아갈 수 없어...
       망가지는 건... 나 하나로 충분하니까..."

슈지 "치세..."

카나코 "있잖아... 슈우... 교환일기 돌려줄께...
       그러니까... 교환일기 시작하기 전의 같은 반 친구로 돌아가자...
       아니... 그 보다도 전으로 돌아가서...
       슈지는 공부 잘 하는 클래스의 모범생으로 돌아가고...
       난 눈에 띄지 않는 여자애로 돌아가서...
       이제... 다시는 만나지 말자..."

슈지 "........."

카나코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카나코의 입에서
대본에는 적혀져 있지 않은 대사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순간 촬영 스태프들과 P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카나코 "나... 정말로 슈우를 좋아하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머릿속에서는 슈우의 생각만으로 가득한데...
       정말 부끄럽지만 여자애인데도
       슈우를 상대로 야한 생각 잔뜩 해버리게 되는데...
       슈우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져서 웃다가...
       가슴이 아파져서 울어버리기도 하는데...
       왜 다시 만나면 안되는거야...???"

조감독 "자... 잠깐 커...."

황급히 커트 싸인을 보내려는 조감독,
하지만 감독이 그러한 그를 말없이 제지하고
카나코의 돌발 대사는 고스란히 카메라에 녹화되고 있다.

카나코 "나... 그때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늘 슈우와 함께하고 싶어...
       내가 어떻게 될 지 스스로도 무섭지만...
       그런데도 슈우랑 같이 있고싶다는 마음뿐이야...
       그래도 괜찮다면... 슈우... 날 잡아줘!!!
       다시는 떠나지 말아달라고 말해줘!!!"

슈지 "치세에에에에에!!!!!!!!!!!!!"

카나코 "슈우우우우우!!!!!!!!!!!!!"

그 뒤 해당 씬을 원래 대본대로 다시 촬영에 들어가 촬영시간은 크게 지연되었고
촬영 종료 후 카나코는 P와 함께 조감독에게 불려가 크게 야단을 맞아버렸다.

카나코 "우우... 죄송해요..."

P "하아... 뭐 어쩔 수 없지... 솔직히 나도 많이 당황했지만 말이야..."

P도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였으나
금방이라도 울것처럼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카나코에게 차마 험한 말은 할 수 없었다.
대신 카나코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P "아까 그 대사... 그게 '카나코'의 진심이니...???"

카나코 "...네???"

P "슈지에게 자신을 잡아달라고 했던 말...
  '치세'로써 말한건지, 아니면 치세를 보고 있던 '카나코'로써 말한건지
  그걸 묻고있는 거야."

카나코 "어느쪽이냐고 하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P "하지만???"

카나코 "치세는 정말 착하고 좋은 아이에요...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심한 말도 못하고 무언가 강하게 요구하지도 못하죠.
       그런 치세에게 정말로 함께하고 싶은 사람...
       함께 해달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처음으로 생긴 게 슈우일거에요.
       하지만 둘 사이에는 연이어서 힘든 일들만 계속 생겨버리고...
       그래서 치세도 슈지와의 관계를 그만두는 쪽이
       서로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제껏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이 때 한꺼번에 터져나와버리게 될 것 같아요.
       자신을 봐 달라고... 날 붙잡아달라고... 날 좀 더 세게 안아달라고...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마음 속 깊은 곳의 이야기들이 말이죠."

P "그랬구나... 알았다."

카나코 "프로듀서..."

P "촬영하느라 피곤했을테니 집에 돌아가서 쉬도록 해..."

카나코 "...죄송해요... 그러면..."

카나코는 고개를 숙여 프로듀서에게 인사하고 돌아간다.
그리고 그런 카나코에게 프로듀서가 큰 소리로 말한다.

P "트로피칼 쇼트 스페샬은 스즈호에게 부탁해서 보낼테니까
  그거 먹고 푹 쉬고 있어!!!"

카나코는 차마 프로듀서를 돌아보면서 대답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숙이고 살짝 미소지은 채 되뇌인다.

카나코 "프로듀서...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그 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회의가 열린다.
거기에는 앞으로의 촬영 스케쥴 및 카나코의 지속적인 출연을 비롯하여
방송의 조기종영까지를 망라한 심각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일부에서는 카나코에게 연기자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감독은 자신의 권한으로 카나코의 출연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거기에 더 나아가 이번주 방영분으로
카나코의 즉흥연기가 나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거기에 '드라마'로서의 '최종병기 그녀' 자체의
각본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도...

조감독 "하지만 감독님, 멋대로 내용을 바꾸어버린다면 원작자 뿐만 아니라
       원작을 알고 있는 팬들의 반발도..."

감독 "그래, 하지만 그것을 위한 '미디어 믹스'인 걸세!!!"

감독은 원작 그대로 따라가기만 해서는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
그 자리에서 장문의 이메일을 작성하여 원작 코믹스 작가에게 보냈다.
잠시 뒤 작가로부터 전화가 왔고,
작가는 의외로 각본의 수정을 흔쾌히 승낙하였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작가 본인도
카나코가 연기하고 있는 치세를 매우 인상깊게 보고 있다고 하면서
카나코만의 치세가 탄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격려 및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해당 에피소드가 마침내 공중파를 타고
인터넷 및 SMS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작사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카나코의 연기를 보며 자신도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사람,
원작을 보면서 자신이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공감하는 사람 등
드라마판의 신전개를 옹호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리고 후반부의 전개는 원작과는 크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고
마지막화에서는 전쟁이 끝난 뒤 평화로워진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 슈지가 치세와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전쟁도 끝나고 더 이상의 용도가 없어진 '치세'의 기억은
모두 소거된 상태였고...

슈지 "치세... 맞지???"

치세(카나코) "........."

슈지 "나... 계속 기다렸었어... 치세를..."

치세 "........."

슈지 "전쟁이 끝나면... 언젠가 다시 돌아와줄 거라고...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도... 치세는 돌아와주지 않았지..."

치세 "........."

슈지 "그렇지만 이제 됐어. 지금 치세가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나주었는 걸.
     그러니까 나와 함께 가자. 예전에 약속했었잖아.
     다시는 치세를 보내지 않겠다고..."

치세 "...죄송합니다."

슈지 "치...세...???"

치세 "방금 하신 말씀들... 제 기억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치세는 슈지의 옆을 스쳐가려고 하고 슈지는 그런 치세의 손목을 잡는다.

슈지 "잠깐만!!!"

치세 "......!!!"

그리고 돌아서는 치세를 끌어안는 슈지.

슈지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어... 그 때 치세가 말했었지...
     날 생각하면 행복해진다고... 그러면서도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프다고...
     그러니 치세를 꼭 잡아달라고... 나 또한 그랬어.
     표현이 서툴러서 말로 할 순 없었지만... 나 또한...
     치세와 같은 마음이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출격하는 널 붙잡지 못했을 때
     스스로에게 엄청나게 실망하고 후회하고 그러면서 또 다짐했어.
     네가 다시 돌아와만 준다면... 다시는 널 보내지 않을 거라고.
     치세도 언젠간 기억하게 될거야... 아니, 평생 기억하지 못해도 좋아.
     나... 다시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절대 놓지 않을거야.
     그 때의 치세가 그랬던것처럼... 나도 내 마음에 솔직해지고 싶어."

치세 "(옆모습으로 흘러내리는 눈물 한 줄기)...바보..."

슈지 "치세... 치세 맞지???"

치세 "나 같은 거... 그냥 잊어버리고 살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버린거... 그냥 모른 체 보내주지...
     그저 슈지가 행복하기만 바라면서...
     혼자... 그렇게 남겨지게 내버려두지..."

슈지 "바보... 그럴 수 있을리가 없잖아..."

치세 "슈우..."

슈지 "네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나에게는...
     키도 작고 걸음도 느리고 눈에 띄지 않지만...
     내가 마지막까지 함께 있고 싶은...
     그런 소중한 사람일 뿐이니까..."

치세 "우우... 슈우우우우우우~~~!!!!!!!!!!!!!"

그 뒤 치세와 슈지의 뜨거운 포옹과 키스가 이어지고
둘의 모습은 점점 멀어지더니
우주에서 지구를 지켜보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두 배우의 목소리로 이어지는 나레이션

-우리는 지금, 이 별 위에서
누구보다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방송이 종영된 후, 신데렐라 프로덕션쪽으로 인터뷰 전화가 쇄도해왔다.
그들의 목적은 한결같이 장안의 화제가 된
'천재 여배우' 미무라 카나코와 인터뷰하는 것...
언론에서는 잇따라 아이돌로서는 약간 부적합한듯한(?)
카나코의 매력을 분석하여 요란스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하였고
카나코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이슈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카나코가 즐겨 먹던 모 케이크 체인점의 트로피컬 쇼트 스페샬은
급격하게 인기가 상승하여 품절사태가 계속되었고
케이크점에서는 급기야 몇몇 제품의 발매를 중단하면서까지
트로피칼 쇼트 스페샬의 대량증산에 나서고
카나코를 CF 모델로 기용하여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
카나코의 인기와 더불어 가게의 매상도 크게 올랐지만...

카나코 "우에에에엥~~~!!!!!!!!! 프로듀서어어어어어어!!!!!!!!!!!!!!!!!!!!!"

어째서인지 울면서 P에게 달려오는 우리의 톱스타 카나코양,

P "왜 그래, 어디서 심한 악플이라도 들은거야???"

카나코 "그게 아니라요... 요번에 케이크가게에서
       '바나나 봉봉 디럭스'가 없어졌어요...
       그거... 토요일이면 꼭 그것만 먹었는데에에에엥!!!!!!!!!!!!!!"

P "아... 그... 그래...??"

카나코 "그리고 이젠 케이크가게 가고싶어도 사람들이 죄다 알아봐서
       더 이상 마음놓고 먹지도 못한다구요!!!
       흐에에에에에에에엥!!!!!!!!!!!!!!"

P "아하... 하... 하..."

이미 탑스타의 반열에 오른 카나코였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느낀 P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P는 그런 카나코와 함께하게 될 날들이 기대되기도 하였다.

P '앞으로도... 내가 늘 곁에서 지켜봐줄께, 카나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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