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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자신과 치하야와 치질과 그리고 좀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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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8, 2018 21:46에 작성됨.


5.

치하야는 화장실칸에 들어오자마자 바지를 내리고, 창백하게 탈색된 살덩어리 언덕 두 짝을 변기에 조심스레 착륙시켰다.

곧 묵직한 파공음과 함께, 장 속에서 오래 묵힌 밀도 높은 메탄가스 냄새가 주변에 흘러나왔다.

치하야는 노래를 불렀다. 


ㅡだけど傷ついて

다케도 키즈츠이테

하지만 상처입고ㅡ


치하야 「크으읏!!!」


마침내 작은 덩어리 하나가 떨어졌지만, 그것은 이제 시작이였다.

치하야의 편식 습관과 영양제 중독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고 묵직했다.

치하야는 거대한 갈색 기차가 자신의 출구와 그 옆에 비져나온 탈선한 부분을 툭툭 건드리는 것을 느끼며 공포 속에 노래를 이어나갔다.



ㅡ血を流したって

치오나가시탓테

피를 흘린다 해도ㅡ으악!



또다시 굵은 덩어리 하나가 뚝ㅡ 떨어지며 변기 속에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냈다.

그 위로 붉은 핏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마침내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수술 부위가 터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묵직하게 축적된 원기옥은 막을 수 없는 기세였다.


蒼い鳥

아오이토리

파랑새ㅡ크악!!!


피가 섞인 기다란 갈색 기차가 칙칙폭폭 변기물 속에 입장하고 있었다.

마침내 비좁은 통로에서 빠져나온 기차가 떨어지며 크게 ㅡ풍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치하야의 이마는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얼굴은 헤쓱하게 질려 있었다.

거사를 다 끝낸 변기 속에는 붉은 딸기쥬스와 커다란 갈색 바게트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치하야 「..하아..하아..죽는줄 알았어.」


치하야는 화장실 한켠에 놓인 작은 샤워실 한켠에 치질 환자용이라고 붙여진 좌욕대에 뜨거운 물을 담고서, 그대로 엉덩이를 조심스레 집어넣었다.

따뜻한 물 속에 상처입어 너덜너덜해진 터널이 풀리며, 잠시나마 고통이 가라앉는게 느껴졌다.


치하야 「하아..이대로 오래 있고 싶어.」


치하야 「..그래도 뭐, 귀찮지만 가나하씨도 상대해줘야겠지.

참, 동료라는게 이렇게 피곤한건가? 이제 바지 입고 나가야겠다.」ㅡ털털


치하야 「...뭐야, 아직 안왔네. 설마..무슨 일이라도 있는건 아니겠지? 그러면 곤란해지는데..」


치하야 「저게 뭐지?..」


문득 치하야의 두 눈에, 복도 앞의 대기자용 연결의자에 무언가가 붉은 시트 아래 덮혀져 있는 것이 보였다.

히비키의 말은 금새 까먹은 치하야는, 단지 호기심 때문에 아픈 엉덩이를 부여잡고 지팡이를 짚고 엉기적엉기적 걸어 조심스레 다가갔다.

시트에 손을 댄 치하야가 차갑고 축축한 감촉에 놀라 잠시 손을 뗐다. 손에 붉은 액체가 묻었다. 

그것은 피였다.


치하야 「...」(꿀꺽)


그래도 구태여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시트를 거둬낸 치하야는ㅡ「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엉기적 엉기적 물러났다.


아래 덮혀져 있었던 것은 그 여간호사의 반쯤 난자당한 시체였다. 


그 애새끼 좀비가 끌고 온 것일까?

아니면 여기서 어떻게 처리된 것일까? 

알 수 없었지만, 어찌되었건 시체는 흰자위를 드러내며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어처구니없는 부분에서 치하야는 분노를 느꼈다.


치하야 「..뭐야, 이 사람도 거유잖아? 참, 이제는 개나 소나 다 거유인거야?」(짜증)


난생 처음 제대로 보는 시체에 겁에 질린 것도 잠시,

치하야의 정신병에 가까운 스파이럴이 또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경멸과 짜증을 담아 지팡이로 툭툭 시체를 건들었다. 


그 순간,





시체의 눈동자가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눈이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고름색으로 샛노랗게 타오르는 포식자 짐승의 눈길을 담아.


치하야 「꺄악!!」


소스라치게 놀란 치하야가 발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고,

뒤에서 능기적 능기적대며 일어난 시체는 반쯤 꺾인 기괴한 자세로 부러진 발을 질질 끌며 치하야를 뒤쫓기 시작했다.

치하야는 공포 속에 터진 엉덩이를 부여잡고 게걸음으로 엉기적 엉기적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것은 시속 5km의 가장 느리고 치열한 경주.

한걸음 한걸음마다 터널이 찢어지는 고통이 수반되는 목숨을 건 데스 레이스였다.


치하야 「ㄸ, 똥X가 불타고 있ㅡ그래도..이 모퉁이, 복도 모퉁이만 지나면!」


아래 터널이 찢어진 치하야와 발이 부러진 좀비 둘 다 거북이마냥 느리기 짝에 없었으나,

치하야에게는 불행히도, 그리고 좀비에게는 다행히도, 좀비 쪽이 조금 더 빨랐다.

곧 치하야는 좀비가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가는 소리를 바로 뒤에서 들을 수 있었다. 


치하야 「살려줘! 살려달라고!!」(당황)




차가운 좀비의 손가락이 그녀의 어깨를 스친 순간ㅡ


히비키「치하야 숙이라조!!」


ㅡ퍽!


복도 모퉁이 반대편에서 기습적으로 튀어나온 히비키가 던진 컴퓨터 모니터에 얻어맞고 넘어진 좀비가 버둥거리는 사이,

히비키는 치하야를 업어들고 서둘러 위층으로 도망쳤다.



엔딩.

이후 한동안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

치하야는 수술 부위가 터져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엉덩이만 올리고 빈유에 대한 불평만 하염없이 늘어놓을 뿐이였다.


그 일을 겪고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기에도 참으로 겁나는 일이였다.


그녀들은 병문안 온 친구들 및 가족들이 가지고 온 과일들 및 음식들로 버티며 하염없이 구조만 기다렸지만,

커튼 너머 바깥의 군경들은 수만 늘어날 뿐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이였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느 시점에서 전기가 끊기고, 

휴대폰 배터리도 오래가지 못했다.

휴대폰이 끊기기 전, 히비키의 마지막 전화는 오키나와에 있는 어망에게 보내는 안부 전화였고,

치하야의 마지막 전화는 지난번 주문한 변비약 배송 확인 전화였다.


그렇게 1주가 지나고, 새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이였다.

바깥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히비키가 커튼을 활짝 열었다.


치하야 「..뭐야 가나하씨, 아직 10시인데?」(귀찮음)


히비키 「저기, '벌써' 10시인거다조..(한심) 그리고 치하야는 걱정도 안되는ㅡ

아냐, 됬어. 그것보단.. 바깥에서 이상한 소음이 나서...」


히비키 「...」(경악)


치하야 「뭐야, 가나하씨? 그 썩은 고야 먹고 토한 것 같은 표정은?」


치하야 「..뭔데?」(궁금)


치하야 「정말, 걷기조차 힘든데 꼭 걸어서 봐줘야 속이 시원하겠어?

만약 별 것 아니라면 정말로 화낼..」


치하야 「맙소사.」


도쿄의 거리와 인도 사이로 혼란과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성별과 나이에 구분 없이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고, 찢고 찌르고,

물린 사람이 일어나 다른 사람을 물어버리고 죽이는 거대한 살육이 빚어내는 혼돈과 아비규환의 도가니.


겹겹이 경계 중이던 군경 인원들도 그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는 그저 먼지에 불과하였으니,

귀가 맹맹하게 울릴 정도의 권총 사격음조차도 도시 전체가 빚어내는 지옥의 합주곡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모기 소리에 불과했다.


도쿄 전체가 화마와 연기, 비명소리와 혼란의 휘몰아치는 태풍 속에 휩싸여 있었다.


그 처참한 지옥도의 현장을 같이 침묵 속에 지켜보던 치하야가 문득 한가지 끔찍한 사실을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치하야「..내 변비약 배송은 어떻게 되는거지?」


ps. 일단은 시리즈물..이지만 상황에 따라 여기서 끝일수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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