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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자신과 치하야와 치질과 그리고 좀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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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8, 2018 21:43에 작성됨.


「」


1.

흠집 하나 없는 마리나 블루(marina blue) 광택의 도요타제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도쿄의 민간 도로 위를 주행하고 있었다.

뒤에서 빵빵 울리는 경적음 따위는 가뿐히 무시하는 그 차 안에는 두 명의 아이돌이 타고 있으니,

우켠 운적석에는 765 프로의 가희 치하야와, 조수석에는 오키나와산 765프로 아이돌 가나하 히비키다.


ㅡ빵빵! 치하야 「아 뭐야, 뒤에 초보 운전 딱지도 못 보는 장님인건가?」


자꾸 뒤에서 경적이 울리자, 키사라기 치하야는 짜증 가득 섞인 불평을 늘어놓았다..

사실은 급발진 급정지를 밥먹듯이 하는데다가, 주행 속도까지도 느린 본인의 탓이 컸지만, 아무튼 치하야는 불쾌하고 억울했다.

그러던 중에 앞에 엄마 딱지가 붙은 차가 느리게 이동하며 앞길을 막자 치하야가 경적을 신경질적으로 눌렀다ㅡ빵빵


치하야 「아 뭐야, 딱지만 붙이면 다야? 빌어먹을 맘충 같으니라고.」(짜증)


히비키 「...」 (한심)


히비키 「..저기 치하야, 확실히 안전하게 운전하는거 맞는거냐조?」


치하야 「뭐야, 지금 나 못 믿겠다는거야 가나하씨?(정색). 실망이네, 기껏 동료라고 생각했더니.」 


히비키 「그,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애초에 못 믿었으면, 어제 치하야가 태워준다고 했던걸 바로 거절했을 거라구..」


히비키 (지금은 안 그랬던게 후회되지만.)


치하야 「뭐, 그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해. 덕분에 앞으로 안전하게 잘 운전할 수 있겠지.

성가신 프로듀서 없이도 스케쥴 이동에 문제 없을거야.」


히비키 「그건 다행..자, 잠깐! 자신은 그러면 액땜이였던 거냐조!」


치하야 「아니. 당연히 아니지.」


치하야 「좀 급해서..병원에 가야 하거든.」


히비키 「뭐? 시, 심한거야? 혹시 자신이 도와줘야 하는거냐조?」


히비키가 놀란 기색을 보였다. 치하야가 다쳤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였으니까.

하지만 히비키가 놀라거나 말거나, 

치하야는 엉덩이 부분을 수시로 꾸물꼼지락대면서 그저 귀찮다는 듯이 짦막하게 덧붙였다.


치하야 「아니. 사실은 내가 악설 치질이라..치질 수술 받아야 하거든. 별 도움은 필요 없어.

병원 가는 길에 내가 심심해서 말동무나 하자고 부른거야. 어차피 오늘 한가하잖아, 가나하씨.」


히비키 「...」(진짜 때리고 싶다조..)

 

치하야 (진지)「..오늘 아침에 살짝 X을 누어보려고 했는데,

그만 터져버려서..그 느낌 알아? 마치, 칼날을 먹어본 느낌이랄까ㅡ

후후, 나중에 거울을 내려서 거기를 비쳐보니까 피뭍은 빨간 살이 똥X 주변에 삐져나와서ㅡ」


히비키 「우갹! 그, 그런말은 하지 말라조!」


치하야 「..뭐야. 가나하씨는 지금 오랬동안 같이 아이돌했던 동료가 조금 병에 걸렸다고 벌써부터 더럽다는거야?

실망이야 가나하씨. 가나하씨가 그런 사람인줄 몰랐ㅡ」


히비키 「그, 그런게 아니다조.. 아 진짜!! 미안하고 병원 안까지 같이 가줄테니까 운전에나 집중하라조!」


치하야 「쉿(정색). 지금 밟아야 하니까, 조용히 좀 해줄래? 뭐 운전면허가 없으니 모르겠지만.」


히비키 「누가 먼저 시작했ㅡ자, 잠깐!」


히비키 「앞을 보라ㄱㅡ」


ㅡ끼이익!!!


2.

제법 넒은 2인 병실 한켠에 걸린 75인치 대형 벽걸이 티비 위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3월 10일부 일본 상공을 통과한 혜성을 목격한 이후 원인 불명의 두통 및 고열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늘고 있어 관계당국이 조사에ㅡ'

히비키가 뉴스를 집중해서 보고 있는게 왠지 아나꼬워진 치하야가 대뜸 리모컨을 집어들더니 티비를 꺼버렸다.


ㅡ픽


치하야 「뭐야, 그 시선은? 그저 가나하씨와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인데..설마 나만 동료로 생각하고 있었다던가?

거참 슬프네, 이렇게 병실까지 같이 사용해주고 있는데 말야.」


히비키 「그게 무슨! 그리고, 애초에 다 치하야 잘못이잖아! ..자신,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오싹하다조..」


치하야 「그러게. 가나하씨가 조금만 더 방해했어도 정말ㅡ」


히비키 「우갹! 자꾸 잘못 떠넘기지 말..아구구구!」


침대 위에 드러누운 히비키가 얼굴을 찡그린다. 그녀는 양 팔에 석고 붕대를 두르고 있다.

그녀의 옆 침대에는 나란히 누운 치하야는 외상적으로는 다친 부분이 없으나ㅡ


치하야 「..악! 가나하씨가 구박해서 내 똥X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ㅡ」


히비키 「우, 우갸악! 지, 진짜로? 가, 간호ㅡ

..뭐야 그 진짜로 믿었냐는 표정은? 우갸! 자꾸 거짓말하지 말라조!」


..어제자로, 그녀는 치질 수술을 끝낸 참이였다. 

하늘에다 구멍이라도 낼 기세로 엉덩이를 들어올린 자세로 침대 위에 엎드려 누운 그녀의 자세는 추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나마 다행으로 이 곳은 조용한 2인용 병실이였다. 그것도 유명인사 전용으로 마련된.

병원 측에서 765 프로의 유명 아이돌인 치하야와 히비키를 위해 특별히 제공해준 개인 특별실이였다.


운 좋게도 치하야와 히비키 둘 다 몸에 심각한 이상은 없는 상태이지만,

최소 2주는 입원하며 휴식을 취해야 되는 상황이였다. 

꼼짝없이 드러누운채로 뒹굴거리기만 한 탓에 퍽 심심했는지, 치하야가 그녀의 취미 생활을 시작한다ㅡ불평 늘어놓기.


치하야 「그나저나..당장 약 좀 사달라고 말했는데ㅡ

도대체 하루카랑 마코토는 왜 이렇게 안오는 걸까? 전화했더니 갑자기 앞에 사고가 났다고 그러고..

가나하씨, 진심으로 걔들은 그런게 핑계가 된다고 생각하는걸까?」


히비키 「..충분하다고 생각한다조..」


치하야 「그건 그렇고, 물 좀 떠다줘.」


히비키 「..치하야도 이제 슬슬 걷는게ㅡ」


치하야 「하, 항문에서 피가!」


히비키 「우갹! 아, 알았으니까 그만 말하라구. 특히 그 단어는 그만 좀!」


히비키 「잠깐 나갔다 올께.」 


-끼이익


간호사를 호출하는 편이 더 빠르겠지만,

히비키로써는 물 한잔 떠달라고 바쁜 사람을 부르기가 미안했다.

치하야의 게으름에 대해 꿍얼거리며, 히비키는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그런데, 바로 아래층 병원 복도는 이상하리만치 한산했다. 평소에는 환자들이랑 보호자들로 붐비던데, 다들 어디로 간 걸까?

정수기 앞에 선 히비키는 로봇처럼 팔을 낑낑거리며 힘겹게 보온통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히비키 「...」


어느덧 엄습하는 불안감에, 히비키는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복도는 이상하리만치 음산했다.

그 순간 무엇인가가 옷 소매를 강하게 당겼다. 히비키는 기겁하며 그대로 자빠졌다.

보온통이 쏟아지며, 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미적지근한 물이 쏟아졌다.


히비키 「..뭐야, 어린애였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창백한 아이였다. 많이 아픈가, 하고 측은함을 느끼며,

히비키는 아이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말을 건냈다.


히비키 「저기 꼬마야. 혹시 뭐 필요해서 그런거냐조? 싸인이라두 해줄까??」


아이 「...」


그러나 아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멍한 눈으로 히비키만을 응시할 뿐.

다가서려 한 순간, 아이의 입에서 누릿한 타액이 질질 흘러나왔다.

닦아주려 손을 내밀자, 아이가 으르렁거렸다. 

그 짐승과도 같은 소리에 히비키가 겁을 먹고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히비키 「저, 저기..」


히비키 (..으으, 왜, 왠지 이상한 아이야.)


히비키 「그, 그러면 나중에 보자구! 오, 오면 싸인해줄 테니까ㅡ」


히비키 (이상한 아이였다조..)


ㅡ끼이익


히비키 「자신 왔다조!」


치하야 「늦었네 가나하씨. 뭐 용서해줄게. 그건 됬고, 얼른 들어와.」


히비키 (아 진짜 치질만 아니였어도..)


치하야 「그나저나..」




치하야 「히비키, 뒤에 저 아이는 누구야?」


히비키 「아이라니..」


히비키 「우갹! 여, 여기까지 따라온거야?」


치하야 「야 꼬마야. 미안한데 여기 다른 병실이란다. 

언니는 쉬어야 하니까, 어서 사라..아니 나가줄래?」


그러나 아이가 미동도 보이지 않자, 히비키가 핀잔하는 말투로 말했다.


히비키 「치하야! 아이가 팬이라서 온 걸텐데 그렇게 막 대하면 어떻게 하냐조!」


치하야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리고 결정적으로, 귀찮아. 

어차피 꼬맹이인거 같은데, 대충 돌려보내 가나하씨. 그렇게 해줘봐야 성가실 뿐이라고?」


가나하 「..말하는거 하곤. 뭐 됐어! 정 그렇게 나오겠다면 자신이라도 싸인해줄거다조.. 자 꼬마 친구, 자신에게 오라조!」


그러나 아이는 미동도 없었다.

대신 쾡한 눈으로 바로 앞에 히비키만을 노려보고 있을 뿐.

그 사납고도 왠지 익숙한 눈빛에 히비키는 주춤거렸다. 

생각해보니, 아이의 눈빛은 동물농장 TV 촬영시에 보았던 야생 늑대의 그것과 같이 느껴졌다.


히비키 「저, 저기..」


그 순간, 아이가 기괴한 울부짖음과 함께 달려들었다. ㅡ키에에엑!!

아이가 기묘하게 변이된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며 달려들자,

기겁한 히비키는 문을 세차게 닫았다. 간발의 차로 아이가 들어오기 직전 문이 닫혔지만,

요란스레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아직도 들리고 있었다.


히비키 「아, 아아! 뭐, 뭐야? 뭐인거냐조!」


치하야 「역시나..」(진지)


히비키 「뭐, 뭐야? 치하야씨 뭐 알아낸거야?」


치하야 「역시 가나하씨는 틀렸어! 내가 맞았잖아!」(신남)


히비키 「..그쪽이였냐조..」(한심)


치하야 「간호사나 불러야겠네. 전화 때릴 테니까, 가나하씨는 문이나 붙잡고 있어.」


아이 「끼에엑!!」ㅡ쾅쾅! 


히비키 「우갹! 아이가 문고릴 잡고 늘어지고 있다조! 치하야 도와줘! 자, 자신은 손이 아픈 사람이다조!」


치하야 「발로라도 막아봐! 난 치질이라고 치질! 한걸음 뗄 때마다 똥X가ㅡ아악!!(거짓비명)」「우갸악! 알았으니까 그만!」


살짝 열리며, 마치 고름 색마냥 샛노랗게 물든 아이의 눈이 틈 사이로 보이는 순간,

엘리베이터 버튼 소리가 들렸다. 문에서 힘이 사라지자마자, 히비키는 바로 문을 닫고 잠갔다.

ㅡ또각 또각, 간호사의 구두 소리가 복도 너머로 작게 들려왔다. 그리고 문 너머로 사무적으로 나긋나긋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호사 「꼬마야 무슨 일로ㅡ꺄악!!


히비키 「무, 무슨!」


갑작스런 간호사의 비명에 문을 연 순간, 히비키는 충격 속에 말문이 닫혔다.


복도 위로 간호사가 드러누워 있었다. 




목이 물어뜯긴채로. 


목 주변으로 검붉은 피가 솟구치고 있었고,

그 가운데서 아이는 입가에 피범벅이 된 채로 간호사를 말 그대로 파먹고ㅡ


히비키 「우ㅡ우웨엑!!」


치하야 「히비키, 빨리 들어와 빨리!」


히비키 「하, 하지만 구해야ㅡ」


치하야 「어차피 그녀는 죽었어!」ㅡ그 순간 아이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빨리 들어와 빨리!」


치하야는 억지로 잡아 끌듯이 히비키를 병실 안에 내던지고는 바로 문을 잠갔다.

몇 번인가 문 두들기는 소리가 났지만, 이내 끊겼다. 

치하야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치하야 「..역시 부르길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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