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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Incognita(미지의 땅)

댓글: 12 / 조회: 1211 / 추천: 3



본문 - 03-28, 2018 01:34에 작성됨.

 -일러두기 -

1.  (이 글의 일부 이미지는 공식 이미지를 흥미 위주로 합성한 것입니다.

작성자는 이에 대한 어떠한 권리 주장이나 상업적 이용을 할 의도가 없으며

문제시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절대 공식 일러스트가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2.  (이 글에는 캐릭터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자의적인 해석을  불쾌하게 생각하시는 분들께 미리 사과드립니다. ) 

3.  링크된 곡은 Luis Fonsi(ft. Daddy Yankee)의 명곡 'Despacito' 입니다.

     같이 감상하시면서 읽으신다면  어울릴....까요?



 소녀들의 앞에는 한 없이 푸른 바다만이 펼쳐져 있다. 눈이 시릴 정도로 맑고 투명한 남국의 바다는 이미 따뜻한 봄 기운을 가득 머금은 채 일렁거린다. 일본에서 봄이 제일 먼저 찾아오는 곳, 이곳은 오키나와 제도의 최남단, 하테루마 섬(波照間島/はてるまじま).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달음에 달려가 시원한 파도에 발을 담근다. 아직은 차가운 3월의 바다지만 이곳의 봄은 해수욕장의 개장과 함께 시작된다. 혼슈(本州)가 겨울잠에서 이제막 깨어 기지개를 펼 무렵, 오키나와는 한걸음 앞서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정말이지 이곳은 알 수 없는 곳이다.


 홋카이도의 생활에 적응하면서 겨울 동안 관동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폭설과 추위에 시달린 OL 미오와 북반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남십자성'을 보러 남쪽으로 가고 싶다던 아마추어 천문학자 아냐, 두 사람의 바람을 담은 오키나와 여행.


알아 듣기 힘든 방언들과 독특한 양식의 전통 유적들, 무성히 자라난 열대의 식물들과 바다, 바다, 바다....남국의 풍광들 속에서 두 소녀는 누구보다 먼저 성큼 다가온 봄 속을 거닐 수 있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로의 여정은 미오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그다지 번화한 곳은 아닌

일본 최남단의 유인도. 일본 혼슈 보다는 대만에 더 가까운 무척 먼 곳이지만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반가웠던 사실은 이곳이 국내에서도 알아주는 '천체 관측의 명소'라는 점이었다.


" Хорошо(굉장해요), 88개의 별자리 중 84개가 보이는 곳이라니.....꿈만 같아요."


여행을 함께 계획할 때부터 아냐는 별들을 바라 볼 생각에 잔뜩 들떠있었다. 그런 그녀의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하테루마 섬의 밤하늘은 하늘이 가장 가까운 곳이라는 말에 걸맞게 쏟아질듯한 별들을 헤아리며 밤을 지샐 수 있었다. 


준비해 간 천체 망원경을 연신 들여다보며 매일 밤 관측 기록을 작성하는 아냐를 보면서

미오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예나 지금이나 별을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은

한 치의 티 없이 맑고 아름다운 순수함이 돋보였기에 더욱 사랑스럽다.

그래, 나는 별처럼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첫눈에 반해버렸지.


 

햇살이 부서지는 해변의 저편에서 피어나는 뭉게구름이 유유히 흐른다.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거니는 해변의 아침.


밤늦게까지 별을 바라보느라 피로할 텐데도 아냐는 미오에게 자랑스레 전날 밤의

별들의 서사시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렇게 밤하늘에 펼쳐진 수 많은 별자리들의

속삼임 속에 둘러싸인 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과연 얼마만일까. 


"아냐는 별을 바라볼 때가 가장 행복해 보이네."

"Да(네), 언젠가 제가 발견해서 이름 붙인 Звезда(별)....별을 가지는 게 소원이었는 걸요."

"별이라...." 


아냐의 손을 부드럽게 쥐며 미오는 눈을 감았다.

한때 별들이었던 두 사람의 과거는 수 많은 가십과 낭설들 속에 가려져있지만

톱 아이돌로서 지낸 생활은 분명 별처럼 빛나고 아름다운 시간들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로인해 포기해야했던 수 많은 것들이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빛나는 대가로 가질 수 없었던 많은 것들 가운데에는 이런 작은 일상의 여유에서부터

온 삶을 뒤바꿀 운명의 상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톱 아이돌의 가혹한 대가, 서로를 그리는 마음이 깊어갈수록

언젠가 선택의 기로에 서야만 한다는 사실을 두 사람 모두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고,

그러한 망설임과 두려움 속에 숨죽인 채 지내야만 했던 시간들은 마치 영원과 같았다.  


" 가장 빛나는 순간들이 돌이켜보면 가장 어두운 시절이었다니....아이러니하네."

" 미오쨩....."


" 생각해보면....우리가 맺어지기 까지, 결코 쉬운 시간들은 아니었지,

  그동안 이룬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미련 없이 떠나야만 했으니까.

  바보같은 결정이라는 말도 있었고, 실수한 거라는 말도 들었어. 

  하지만 봐, 지금은 이렇게.....따뜻한 봄날인걸." 



해변의 비릿한 내음에 섞여  봄바람에 실려오는 달콤한 향기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주 잡은 손을 통해 전해지는 따듯한 맥박.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는 부드럽게 웃음을 짓고 있다. 


"미오쨩은....тепло(온기)....따뜻해요. 몸도 마음도....너무 따듯해서....

 어떤 차가운 아픔이나 시린 슬픔도.....모두 감싸안아줘요. 언제나...

 그렇기에....사랑스러운걸요." 


바람도 바다도 파도도 바다새도 숨을 죽이는 그 순간.

미오는 결심한 듯 아냐를 이끌었다.


 그 순간의 입맞춤이 우리의 몇 번째였는지,

 우리를 지켜보던 그 날의 태양은 알고 있을까.

 

 지난 날의 뜨거운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었는지    

 우리가 바라본 별들은 알고 있을까.  


 빛나는지 않는 시간들 속에서도 눈이 부신 까닭은

 별이 되길 포기한 날,

 별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비로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국의 북극성,  남십자성이 빛나는 밤. 

 방황하는 옛 항해자들은 길을 찾고

 이국 땅의 순례자들은 기도를 하고

 밤을 지새는 연인들은 별을 헤아린다.


 그대라는 이름의 별에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따라 도착한

 성스러운 처녀지에 나는 입을 맞춘다.

 축복받으라. Terra Incognita.

 나의 사랑하는 

 그대는 아름답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에 간밤의 흔적을 새긴 채로

눈을 떠보니 벌써 아냐는 일어난 모양이다.

미오는 두 눈을 비비며 침대 밖으로 나오려다 문득 침상 곁에 놓인 쪽지에

눈길이 갔다.

   

러시아어와 일본어가 뒤섞인 아냐의 필체.

조식을 먹기 전에 먼저 일어나서 잠시 바닷가를 걷고 오겠다는 내용이다.

함께 한 다음날의 어색함을 피하려는 아냐만의 습관인걸까. 이젠 익숙한 걸.

무심코 쪽지를 뒤집어 보다가 미오는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моя звезда (나만의 별), МИО(미오)


몇 번이고 웃음 지으며 쪽지를 읽어보면 미오는

곧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익숙한 솜씨로 차를 끓인다.

조만간 숙소로 돌아올 아냐에게 건네는 보답이랄까,


이것도 역시 그녀에게 새겨진 그녀의 흔적이다.

향기롭게 피어나는 산핑차의 향기 


돌아오면 그녀에게 반드시

かなさんど(카나산도) 라 말해줘야지.

미지의 땅에 전하는 나의 마음을 담아


후기 -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2856


(2018 우상춘추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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