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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마 마유 - 마유는 나쁜 아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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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7, 2018 13:37에 작성됨.

아침 6시도 되기 전에 깨어나 출발 했는데 기숙사에 도착하니 벌써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마유는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의 기숙사 방 문으로 들어간다.

쇼코도 코우메도 없다. 오롯이 그녀 혼자다. 아무도 없고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어서인지 마유는 그제서야 자신의 가슴을 옥죄고 있는 사슬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왜...그랬지'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마치 지금 이 기분을 느끼고 있는 사쿠마 마유 말고 다른 누군가가 마음속에 있는 기분 같았다. 자신 스스로도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갔다.

히로미를 해치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은 없었다. 그녀를 곤경에 빠뜨리고 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고 힘겨워하던 그녀가 불쌍해보였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그런 짓을 해버렸다. 몸이 멋대로 그런 것도 아니었다. 분명 그땐 느끼고 있었으니까,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몸을 너무도 생생히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더욱 끔찍한 것은, 히로미의 그릇을 밀어버릴 때 느껴진 기묘한 쾌감이었다. 그녀가 살며 느낄 수 있었던 기쁨은 단순히 무언가를 성취해서 얻은 그런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마유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방 안에 켜진 LED등이 그런 그녀를 적나라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마유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인정하기 싫었는데, 자꾸 스스로의 마음이 인정해버린다. 내가 히로미의 접시를 밀어버렸단걸, 그 일이 오롯이 나의 정신으로 한 행동이란 걸, 그리고 그 행동이 자신에게 기쁨을 주었다는 것

나쁜 짓을 하고도 쾌감을 느끼는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스스로가 혐오스러웠고 욕지기가 나왔다. 눈물 때문에 앞은 흐릿하게 보이고 콧물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흐아앙....흐앙..."

프로듀서가 그런 자신을 좋아 할 리 없었다. 마유의 생각에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자신을 위해 노력해주는 마유가 좋다고 말했는데, 그런 프로듀서가 다른 아이를 밀어내기 위해 그를 괴롭히는 나쁜 짓을 하는 아이를 좋아 할 리가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당당히 고백해야 할까? 이런 자신을? 본능적으로 남을 해치려 하는 스스로를 고백하면 프로듀서가 받아 줄까?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이 스스로의 노력이었다. 프로듀서를 얻기 위해,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한 노력이었다. 그에게 두 여자가 있을 수는 없었다. 그것이 당연한 이치였고 세상의 규칙이니까

그것 뿐이었다.

그렇게 마유는 스스로 자신의 가슴을 너무도 강하게 옥죄고 있던 쇠사슬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잔뜩 꼬여버려 풀어내는 게 쉽지많은 않았지만, 그렇게 천천히 풀어가고 있었다.

'나쁜 아이'

스스로 스스로의 죄를 덜어내던 마유의 마음 속에 순간 그런 그녀를 뒤덮을 만큼 커다란 외침이 들려온다. 마유는 그런 목소리를 들리지 않는다는 듯 무시하려 했지만 스스로의 외침은 아무리 무시하려 한다 한 들 무시 할 수 없었다.

'나쁜 아이'

'뭐가'

'히로미한테 사과해'

'싫어'

'사과해'

'싫어'

'나쁜 아이'

'아니, 그 아이가 잘못한거야. 프로듀서는 내꺼니까'

'어째서'

'내가 프로듀서를 그만큼 사랑했어, 오랫동안, 내 모든 걸 줄 수 있을 만큼, 그를 사랑했으니까'

가슴속의 목소리가 들리자, 마유는 그제서야 본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의 외침은 아까의 나쁜 마유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이전의 착한 마유의 목소리인지 마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머릿속의 나도, 가슴속의 나도 모두 나 라는 사실만 어렴풋이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부터, 히로미가 그에게 오기도 훨씬 전 부터 나는 그를 사랑했어,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무엇이든 했어, 그리고 그때 나도 느낄 수 있었어, 히로미가 품고 있는 그 마음을, 사랑이 아닌 그 마음을, 나는 그 마음이 뭔지 잘 알아 사랑이 아니야 존경이고 감사라는 거거든, 그래서...그래서 무서웠어, 저런 아이에게 프로듀서가 떠나갈까봐, 남이 보기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된 마음을 고백하는 그 아이가 무서웠어, 프로듀서는 말했으니까, 우리가 노력하는게 좋다고 했으니까, 용기를 낸 히로미가 더 좋아질까봐...그게 무서웠어...프로듀서가...그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떠나갈까봐...'

'그래서?'

'그래서...'

마유 본인의 목소리는 그제서야 모든 것을 인정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가 되어서야 마유를 강하게 옥죄어오던 쇠사슬은 마유가 애써 풀려하지 않아도 스스로 사라져버렸다.

'미웠어...뭣도 모르면서 나는 장난이네 뭐네 하던 히로미가...그래서...그래서...괴롭히고 싶었어...'

자신과의 대화가 그 곳에 까지 미치자 마유는 그제서야 진심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자신이 품은 마음이 잘못된 마음이란걸 인정하는 것이, 자신이 한 행동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괴로울 줄 몰랐다.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자 마음속의 죄책감이 사라져서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미운 마음이 더욱 크게 와닿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유는 서럽게도 울었다. 정말, 서럽게도 울었다.

그가 보고싶었다. 이렇게 힘든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가 보고싶었다.

마유는 고개를 푹 숙인채 핸드폰을 들어올린다.

"프로듀서...만날 수 있을까요?...네...꼭 하고싶은 얘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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