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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사 「히비키가 담배 피는걸 발견해버렸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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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9, 2018 19:27에 작성됨.


2.

그 때부터 아즈사와 히비키의 기묘한 관계가 시작되었다.

낮의 히비키는 그야말로 천진난만하고 어리숙하기 그지 없는 성격으로,


히비키 「우갹! 아미가 또 등에 낙서 붙이고 도망쳤다조!」


유키호 「헤헷. 히비키짱은 오늘도 씩씩하구나?」


이오리 「풉. 씩씩한게 아니라 어리숙한 거라고 유키호?」


히비키 「우우, 자신은 어리숙하지 않다조!」


ㅡ같은 대화와 태도의 연속이였지만, 일정과 레슨이 끝나고 아즈사와 단 둘이 있을 때의 히비키는..


히비키 「아즈사, 거기서 기다려라. 튀면 뒤진다?」


아즈사 「으, 응..」(주눅)


꼭 한개피씩 입에 담배를 물고 전혀 다른 사람처럼 돌변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아즈사는 혹시 히비키가 때리거나 돈이라도 뺐으면 어쩌나, 하고 고민했고,

심지어는 혹시라도 그럴까봐 맞는 연습부터 시작해서 화 내면서 반격하는 뇌내 망상까지 열심히 굴렸지만,

의외로 히비키가 딱히 요구하는 것은 없었다.

그저 레슨이 끝난 다음에 밤중에 담배 필 때만 같이 있어달라고만 할 뿐.


그녀는 담배를 입에 물 때마다ㅡ 하루에 힘든 일들을 일일히 언급하면서

시x 이라던가, 개x끼라던가 하는 비속어를 아낌없이 남발하였지만,

그나마도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질 뿐이였으므로,

아즈사는 그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곤란함을 느끼지 못하였다.


사무소 안의 아무도 모르는 둘 만의 밤중 밀회는 오늘도 이어졌다.

보통 히비키는 말 없이 담배 연기만 허공에 흩뿌릴 뿐이였으므로,

아즈사는 오늘도 곁에 어정쩡하게 기대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흐릿한 구름 사이로 살짝 고개 내민 둥근 달이 은은히 빛나는 짙푸른 밤과, 

그 아래 대조적으로 인위적인 불빛들로 가득허니 반짝이는 도쿄의 거리.

그리고 그 중간에 놓인 이 황량하니 바람부는 옥상의 아즈사와 히비키..

문득 아즈사는 기묘하리만치 청량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밤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일말의 일탈감 같은 것일런지도 몰랐다.

지금까지 그녀는 남들이 하라고 말하는 삶만을 살아왔다.

부모님이 시켰으니까, 선생님이 추천했으니까 하는ㅡ 그냥 그 뿐인 챗바퀴 같은 삶 속에서

이렇게 오랬동안 밤하늘을 올려다본 적은 없었다.


아즈사가 물었다. 


아즈사 「저기..히비키짱은 꿈이 뭐니?」


아즈사가 먼저 말문을 연 것에 제법 의야함을 느꼈는지,

히비키가 아즈사 쪽으로 슬쩍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


히비키 「톱 아이돌 되는 거.」


한동안 다시 침묵이 흘렀다. 히비키의 작고 동그런 입술 사이로 아프리카 룰라 특유의 인공적인 커피향이 감미된 담배 연기가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히비키 「그러는 아즈사는?」


아즈사 「나는..」 그녀가 말 끝을 흐리더니, 이내 머리를 푹 숙이며 들릴락 말락 조그맣게 말했다.


아즈사 「..아이돌로 성공해서..평생을 같이 할 수 있는 운명의 사람을 찾는거..」(수줍)


히비키 「헤에?」


아즈사 「..웃기지? 그런데, 옛날부터 쭉 생각해오던 거라서..

사실, 다른 꿈 같은건 제대로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그런건지도 몰라.

그냥..남들이 하라는 대로만 살아왔거든. 이 나이 먹도록 그랬어.

..참 웃기지? 대학까지 나왔는데..

느릿느릿하다고 일도 제대로 못해서 아르바이트도 잘리고, 길도 잘 잊어버리고..

우후훗. 생각해보니, 난 제대로 할 줄 아는게 거의 없었네..」


아즈사 「그래서 그랬나 봐. 같이 믿고 나아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즈사 「..아라아라, 바보 같은 말이였네.

그, 그래도 놀리지는 않을..꺼지? 소문 내기도 없기다?」(눈치)


히비키 「안 놀려.」


히비키 「왜 놀려. 멋진 꿈인걸.」


히비키 「..애초에 그런걸로 치면, 맨날 우갸 거리고 멍청한 모습이나 연기하는 자신이 더 웃기지..휴우..」


아즈사 「그, 그거 연기였어?」


히비키 「..뭐야, 이제 알았어? (한심)

타가키 사장 자식이 대중 앞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순진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고 그래서..

내친 김에 애들 앞에서 그런 모습 보여주다보니 이제와선 뭐 이렇게 되버렸다조?

자신의 진짜 모습은 타카네랑 아즈사만 알고 있다고?

그나저나 뭐 성공이고 나발이고 이래서는 언제 앨범이나 한 번 낼런지나 모르겠다. 에휴..

..뭐, 그래도 쿠로이 사장 x끼 아래 있었을 때보단 낫지.」


아즈사 「혹시..어떤 일이라도 있었던거니?」


히비키 「쿠로이 사장? 그 인간은 손버릇이 개 X발 같아서..툭하면 엉덩이랑 이곳저곳 만지려고 하구..

가만 냅두면 타카네한테도 지x할 것 같아서, 걍 x을 발로 차버리고 타카네랑 같이 나와버렸다조?

후우ㅡ그래도 지금 꼬라지를 생각해보면 걍 참을걸 그랬나 싶기도 하구..하..」


마지막 담배 연기가 밤하늘로 뿌옇게 흩어졌다.


히비키 「다 폈다.」


아즈사 「그러면 난 이제 가볼ㅡ」


히비키 「아 섭섭하네 아즈사. 혼자 가려고?」


아즈사 「으, 응?」


히비키 「오늘은 좀 같이 가자. 부탁하고 싶은게 있기도 하구..」(씨익)


아즈사 「..」(긴장)



...

드디어 돈이라도 뺐으려는걸까? 아니면 화가 나서 때리려는 걸까?

아즈사는 오만가지 생각에 휩쓸렸다. 앞장서서 걷는 히비키를 두고 몰래 뒤돌아서 도망칠까도 심각하게 고민해볼 정도였다.

사실 한참 키가 더 큰 어른인 자신 입장에서 이런걸 고민하는게 참 웃기는 일이라고,

비유하자면 쥐 무서워하는 코끼리는 아닐까, 싶었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 놓여본 적이 없는 아즈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였다.

평생을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온건 아닌가 하고, 이제는 자괴감까지 들고 있었다.


한참을 말 없이 걷던 히비키가 마침내 멈췄는데, 집 근처 편의점 앞이였다.


히비키 「아즈사.」


아즈사 「..ㅇ, 어?」


히비키 「나중에 돈 줄테니까, 담배 좀 사오라조? 원래는 지나가던 아저씨들한테 부탁하는데,

오늘은 아즈사한테 신세 좀 질께!」


히비키 「아, 그리고 겸사겸사 술도!」


히비키 「아즈사도 자취하지? 오늘은 아즈사네 좀 가보자!」(미소)


아즈사 「에..엥?」



3.

자취방 문을 열자마자, 히비키는 아무렇게나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히비키 「어어, 아즈사 뭐해? 어서 들어오라조?」(히죽히죽)


아즈사 「...」


아즈사가 신발을 벗기 위해, 현관 앞에 담배와 안주 건어물, 술병이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내려놓자마자

히비키가 부리나케 달려들어 그것을 낚아채고는 담배는 제 주머니 속에 쏙 넣고

술병들만 꺼내어 자취방 거실의 작은 식탁 위에 깔았다.


히비키 「캬! 얼마만에 술인지 모르겠다조! 아즈사, 술잔도 가지고 와줘!」


아즈사 「..저..근데 먹어도 되는 걸까나..?」


히비키 「..왜? 아즈사는 자신 싫어? 와..실망이네 아즈사.」


아즈사 「아, 아라라..그런건 아니구..」


아즈사 「..여기..」


히비키 「키아! 좋다조!」


그렇게, 아즈사는 한밤중에 때아닌 음주를 그것도 한참 어린 히비키와 나누게 되었다.

몇 잔인가 들어가고, 속이 덥혀지자

무슨 용기였는지는 몰라도 제법 취한 아즈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즈사 「저기..히비키짱은..언제부터 술이랑 담배했어어?」


히비키 「..오키나와서부터 조금..」


술 한잔을 입 속에 더 털어넣은 히비키가 이어서 말했다.


히비키 「캬, 사실은 자신, 아방이 없어서..

어망은 매일 일 하느라 바쁘구 오빠도 어린 시절부터 일하고 그래서 자신, 외로웠거든..

그래서 중학교 때에 조금, 삐뚤게 살았었어.. 

아! 그래도, 남한테 못된 짓 한 적은 없다조?..

그러다가 중퇴하고 오빠 공장에서 같이 일하다가 아이돌 하고 싶어서 도쿄로 올라왔고..」


아즈사 「..다 말해줘도 되는거야아? (히끅)

왜 히비키짱은, 그냥 다 솔직하게 말해주는거야?」


히비키 「(피식) 뭐야 아즈사, 취했냐조?

..뭐, 그냥. 솔직히 자신이 진짜 자신의 모습 보여준거, 타카네 말고는 없거든..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는데, 왠지 이제는 아즈사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자신, 아즈사가 맘에 들거든. 왜, 아즈사는 자신이 싫어? 처음에 무섭게 굴어서?」


아즈사 「..아라아라~ 아~니? (히죽) 나도 히비키짱이 좋은걸?

..히비키짱은 나랑 다르게 씩씩하니까..

난, 이 나이 되도록 갈팡질팡하기나 하는걸?

남들이 하라는대로만 하구..앞으로 뭐 할지 아무 생각도 없구..

그러다가 무서우면 당황해서 말이나 버벅거리고..우후훗」


히비키 「..우우ㅡ너무 자책하지 말라조.」


히비키 「아! 그리고 혹시 오늘 자고 가도 돼?

..사실은, 내일부터 휴가라서 일을 좀 따로 해야 하거든..」


아즈사 「..일? 어떤 일인데에?」


히비키 「아, 뭐 별건 아냐. 좀 말하기 그래서 그렇지..

걍 몸만 쓰는 일이야.」



ㅡ술이 확 깬 아즈사가 되묻듯이 말했다.



아즈사 「..모, 몸을?」(당황)


히비키 「응. 걍 들어오는거 열심히 받으면 된다조?

그런데 아침부터 나가서 해 질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라..

돈은 많이 주지만 좀 힘들다조?

그렇다고 지금 이 시간에 자신 집에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어서..오늘만 여기서 잘께.」


아즈사 「..그..그런건 하면 정말 안되는거 아, 아닐까?」


히비키 「(피식) 뭐야, 아즈사도 해본 적 있었어?

꽤나 힘든 일인데..아즈사도 영 쑥맥은 아니였나보네?」(히죽)


아즈사 「아, 아니야! 해, 해본적은.. 대학교 때 몇 번 할뻔 하긴 했는데..」(화끈)


히비키 「킥킥. 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조? 알려진건 좀 그래도, 나름 하다 보면 괜찮아져. 

하다 보면 여러개를 한꺼번에 받는 요령도ㅡ」


아즈사 「여, 여러개?」(충격)


히비키 「우갹! 까, 깜짝 놀랐잖아!

..뭐 어쨌거나, 정말힘든건 아니니까. 그리고 솔직히, 이 일이 없으면..지금 키우는 동물 식구들 먹여줄 길이 없거든.

그렇다고, 누구에게 손을 빌릴 수도 없으니까..대출 받자니 비은행권 대부업체 말고는 방법도 없구..」


아즈사 「그, 그래도..」(시무룩)


히비키 「풉. 아즈사, 그래도 제법 생각해주는게 기특하네.

자! 한 잔 더 하라조~ 쭉쭉쭉 쭉쭉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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