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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사 「히비키가 담배 피는걸 발견해버렸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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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9, 2018 19:26에 작성됨.



1.

765 프로와 같은 소규모 프로덕션의 경우에는 입사가 곧 아이돌 데뷔나 다름없지만,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아이돌들은 사실상 아이돌 지망생들이나 다름없다.

매장 행사라던가 등의 싸구려 행사를 하루종일 받는 와중에도 밤 늦게까지 레슨을 받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간에 시간이 없다면 새벽에라도 나와서 받아도 모자른게 현실이니까.


대형 기획사에서 대형 프로젝트에 속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거친 다음에 데뷔해도 모자른 점이 많은게 보통인데,

매일 행사에 레슨까지 받는다는 것은 아직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는 무리일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765프로도 그런 전형적인 소규모 프로덕션에 가까웠다.

일단 아이돌 데뷔부터 먼저 시키고, 적당히 연습을 병행하면서 무대에 올려 대중에게 선을 보여서

수익을 거두어서 다시 투자하는 식으로 아이돌을 완성시키겠다는게 타가키 사장의 방침이였는데,

현실은 매일 싸구려 행사에 연명하는 나날의 연속일 뿐이다.


트레이너 「(짝짝)..자 오늘도 수고했다. 유키호, 야요이는 집에서도 연습 계속해라.」


아이들 「수고하셨습니다! (ㅡ다조)」


왁자지껄. 언제 지쳤냐는 듯 다른 아이들은 서로 격려하다, 이내 탈의실로 발걸음을 돌린다.

아즈사는 잠시 주저앉아 숨을 고른다. 송글송글 맺었던 뜨거운 땀방울은 레슨장에 찾아온 적막과 함께 이내 차갑게 식어 목덜미를 훝고 내려간다.

레슨장 안에는 어느새 허무한 적막감만이 맴돈다.


치하야 「저기..혹시 뭐 잃어버리신거에요? 다른 아이들 다 갈아입고 있어요.」


아즈사 「아라아라. 미안, 신경쓰이게 만들어버렸네? ..잠깐 다른 생각 좀 했단다?」(미소)


오늘은 왠지 유달리 피곤하고 지치는 하루였다. 아즈사는 싸구려 레슨장의 미적지근한 물로 대충이나마 샤워를 마친 다음,

대형 마트에서 떨이로 산 외출복을 걸친다. 스마트폰을 확인해본다.

오늘도 엄마한테서 선자리 만남을 은밀히 강요하는 문자가 와 있었다.

왠지 답답한 마음이 차오른다. 아즈사는 핸드폰을 락커룸의 수건 아래 덮어놓는다.


그녀는 락커룸 주변에 다른 아이들을 둘러봤다.


유키호 「후애앵..역시 나는 아직 부족한가봐..땅 파서 들어가있을래!」


마코토 「우악! 괘, 괜찮다고 유키호. 연습하면 괜찮을꺼니까ㅡ」


하루카 「응응! 우린 이제 막 시작했잖아. 분명 언젠가는 다들 엄청나게 멋진 아이돌이 되어 있을껄?」


치하야 「후훗. 하루카는 언제나 긍정적이네.」


이오리 「뭐 너무 과해서 탈이지만. 그래도 그 부분에는 동의한다고?」


야요이 「웃우! 저도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요!」


오늘 하루도 힘들었을 텐데, 아이들은 참 긍정적이다. 데뷔해도, 소리소문없이 묻히는 아이돌들이 태반인데.

저 아이들은 지금 그런 현실을 알고 말하는 걸까?

이런 작은 프로덕션에서는 성공하는게 기적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는걸?


우린 아마ㅡ


아즈사 「아라아라.」


아즈사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다른데로 돌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너무 피곤한 모양이야.

푹 쉬고 다시 집중해서 레슨 받아야지. 정작 나도 스텝 부분에서 틀려버렸는걸?

그리고 내일 다시 집중해서 열심히 연습하자. 그리고 연습하고..또 연습하고..

..아무도 봐주지 않는 시장바닥에서 행사하고,

핸드폰 매장에서 이상한 옷이나 입고 풍선 인형이랑 같이 춤추고..


ㅡ우리는, 언제쯤 진짜 아이돌이 되는 걸까?


하루카 「흐음? 그나저나 오늘 아즈사씨, 정말 말이 없으시네요. 혹시 어디 아프신거에요?」


아즈사 「아라라? 그렇게 보였니? (미소) 아냐, 괜찮아. 그냥..잠깐 생각할 일이 많아서.

아, 그나저나 히비키짱은 어디갔니?」


하루카 「히비키짱이라면..아까 동물들 밥 줘야한다고 일찍 나갔어요. 

(미소) 히비키는, 착하고 성실하니까요.」


유키호 「응응! 히비키짱은 정말 착하고 순진한 것 같아.」


이오리 「참, 걘 너무 순진해. 난 타카네랑 같이 쿠로이 사장 밑에 있었다길래 좀 강한 이미지일줄 알았다고?

뭐, 그래봐야 이 몸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말야.」


타카네 「후훗. 실로 부당한 말씀이시로군요. 히비키에겐, 당찬 면도 제법 있답니다?」(미소) 


아즈사 「정말로 그렇네.」(미소)


아즈사까지 모두 갈아입자,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레슨장 바깥으로 나갔다.

아즈사도 함께 섞여서 나온다. 저녁 노을 질 즈음에 들어갔었는데,

어느덧 하늘은 짙은 검푸른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즈사 「아차! 얘들아, 먼저 가줄래? 놓고간게 있어서..」(곤란)


이오리 「헤에? 또 놓고온거야? 길도 잃고 물건도 두고 오고..참나」


아즈사 「후훗, 미안해, 이오리짱.. 난 여기서 갈림길로 가야 하니까, 다들 먼저 가렴.

다들 늦었는데 푹 쉬고, 오늘도 수고했어!」


하루카 「수고 많으셨어요!」 야요이「웃우! 내일뵈요!」


아즈사 「응응. 다들 내일 보자!」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즈사는 발걸음을 다소 재촉하며 레슨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바보! 왜 또 실수한걸까? 왜 난 자꾸 까먹는게 많은거지?

..이런 주제에, 아이돌을 해도 되는 걸까?


아냐아냐. 그런 생각하지 않기로 했잖니 아즈사.


다행스럽게도, 아직 락커룸은 열려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락커룸 키는 아이들 다 하나씩 들고 있고, 마지막에 이오리가 잠그고 나갔었는데..

혹시 누가 다시 오기라도 한 걸까?


아즈사는 락커룸에 놓고 온 핸드폰을 다시 챙겨서 주머니에 넣고 방을 나갔다.

그런데 문득, 위층 옥상에서 찬바람이 부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은은한 담배 냄새가 섞여 들어온다.

혹시, 레슨 선생님이신가? 그런데 어떻게 해야하지? 이제 곧 잠가야 하는데..


아즈사는 조심스레 옥상 문을 열었다. ㅡ끼익, 날카로운 녹슨 철문 열리는 소리와,

시려운 냉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온다.

옥상 발코니 쪽에서 한 여성이 등을 기댄채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런데 레슨 선생님은 아니였다. 그녀는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다.


아즈사 「..히, 히비키니?」


히비키 「..아즈사네?」




2.

한동안, 아즈사와 히비키 사이에는 ㅡ후후, 하는 히비키의 담배 피는 소리 말고는 적막만이 맴돌았다.

그 잠깐의 순간 동안 아즈사의 머리는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당황한 상태로 한참을 고민하던 아즈사는 히비키의 동그런 입술 사이로 다시 한번 독한 담배 연기가 밤하늘 위로 흩어질 즈음에야 간신히 말문을 열었다.


아즈사 「저, 저기.. 히비키, 그거 혹시 담배니?」


히비키 「응. 」(무심)


히비키 「후우...」


깊은 한숨 소리와 함께, 짙은 담배 연기가 다시 한번 밤하늘로 흩어진다.

점퍼 차림에 옥상 발코니에 삐딱하게 몸을 기댄 채로, 

무심하게 담배 연기를 흩뿌리는 히비키의 모습은 9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 속 여주인공에 비견될 정도로 아름답다고ㅡ

아즈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휘휘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즈사 「저..히비키?」


히비키 「왜?」


아즈사 「그..아직 히비키는 담배 필 나이가 아니지?」


히비키 「..그런데?」


아즈사 「그러면..담배는 피면 안되는거 아닐까, 해서..」


히비키 「..무슨 상관이냐죠.」(후ㅡ우)


한 번도 본 적 없는 히비키의 태도에, 아즈사는 당혹감을 느꼈다.

히비키가 이런 모습과 태도를 보여줄 것이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으니까.

솔직히 이제는 무서울 정도였다.

마치, 지나가는 길에 공중 화장실 옆에서 옹기종기 모여 담배 피는 고등학생 불량배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어느새 담배 한개피를 다 태운 히비키는 남은 꽁초를 옥상 바닥에 버리고는, 노련하게 발로 밟아 지졌다. 발치 아래에는 벌써 꽁초 수 개비가 납작하니 나뒹굴고 있었다.

그녀는 뻘줌하니 서 있는 아즈사를 잠시 노려보고는 이내 흥미가 떨어졌는지, 

주머니 속에서 코끼리들이 그려진 아프리카 룰라 담배갑을 꺼내들어서 그 안에서 담배 한 개피를 입에 꼬나물었다.


아즈사 「저기..」(어색)


히비키 「뭔데? 한개피 달라고?」


아즈사「아니 그게 아니라..」


짝퉁 지포 라이터를 꺼내든 히비키가 라이터 불을 지폈다. 흐릿한 기름 냄새와 함께, 어둠 속에서 작은 불이 라이터 끝을 타고 올라왔다.

히비키는 그 끝에 아프리카 룰라 한개피를 살짝 가져다 대었다. 

곧 흐린한 연기와 함께, 약간 고소한 헤이즐넛 향 같은 것이 주변에 훅하고 퍼져나갔다.


조금 강하게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아즈사는 히비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히비키의 입가에서 담배를 뽑아서 손에 쥐었다.


아즈사 「아뜨뜨!」


아즈사 「...」


아즈사 「히, 히비키! 담배는 히비키 나이에는 안 되는ㅡ」


히비키 「뭐냐?」(싸늘)


아즈사 「그, 그렇게 반말도 하면 안되는 거잖니 히비키! 나, 나는 히비키짱보다 연장자구..」


히비키 「뭔데. 아..시X. 진짜 뭐냐조?

평소 애들 앞에서 좀 세워주니까 지x하네? 여기서 함 다리 박을까 응?」


아즈사 「으, 응?」


히비키 「하..X발..아즈사..시X 잘해줄 때 잘해라. 하..

X발 가슴만 존나 커서 뵈는게 없지?」


아즈사 「..그, 그게..」(울먹)


어느새 주눅이 든 아즈사 앞으로 히비키가 다가와서는 기습적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겁먹은 아즈사가 ㅡ앗! 하고, 눈을 질끈 감으며 짧은 비명과 함께 움찔거렸지만,

올라간 히비키의 손은 아즈사의 한 손에 쥐어진 담배 한 개피를 다시 뺐어갈 뿐이였다.


아즈사 「...앗!..응?」(힐끗)


히비키 「사장이랑 애들한테 말하면 알지?」(주먹)


아즈사 「으, 응..그.. 그럼 먼저 가볼께..요..」(주눅)


히비키 「하..시X..」


히비키 「그거 좀 욕했다고 찌질하게 왜 그러냐조..(한숨) 야, 아즈사.」


아즈사「..응?」


히비키 「같이 가자고. 다 필 때까지 기다려. 시x 의리없게 먼저 가면 뒤진다.」


아즈사 「..아, 알았어..」(주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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