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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네 "손만 잡고 잘.." 히비키 "그게 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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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05, 2018 13:22에 작성됨.


히비키는 굳게 닫힌 방문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방 안에 있는「선생님」은 일단 좋아하는 인간은 아니지만─ 아니, 그 사람의 작품은 좋아하고, 이런 사이로 알기 전까진 나름 팬이었으니까 꼭 싫어한다곤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렇게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그런 사이의 수준을 벗어나서 인간으로서 이럴 때는 걱정이 된다.
 

"오늘도 대답 없으려나..."

 
자신에게는 일단 출입금지인 방. 타카네의 작업실이다.

 
이틀 전부터 타카네는 작업에 들어가 있다. 솔직히 진짜 자신이 반할 정도의 그림을 그리는 인간이 맞긴 한가 싶을 정도로 인간 이하의 성품을 지닌 인간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의 타카네의 집중력은 굉장하다. 완전히 캔버스에 몰입해서 작업실 밖으론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그 땐 불러도 반응이 없다. 배고플 법도 할텐데, 어제도 점심과 저녁 식사 전부 하지 않아서 걱정하다 결국 퇴근하고 오늘 출근하니 아침이나 되서야 간신히 한 끼 먹고 잠깐 자는 듯 하더니 다시금 작업실에 틀어박힌 상태였다.

솔직히 인간으로서 걱정되는 상태긴 하다. 그 그림의 모델을 억지로 섰을 적에는 전혀 몰랐지만 실제로 작업에 들어갔을 때의 타카네는 정말로 이 세계에 있는 것 같지 않다. 천재 화가는 천재 화가인가─ 싶기도 하지만 지금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오늘 점심은 어떻게 할 것인가다.
 

"나 혼자 먹어야 하나?"
 

문을 열어보고 싶긴 하지만 완벽한 집중인 동시에 타카네의 상태는 매우 신경질적이다. 약간이라도 귀찮게하면 짜증을 내기 십상인 타카네의 상태에 괜히 피해를 입고 싶지 않은 히비키는 고민하다가 결국 오늘 점심도 혼자 차려먹기로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려고 했다.
돌아서는 순간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아... 히비키...?"
"엣? 나, 나왔어?"

 
비척거리며 나온 타카네의 모습에 깜짝 놀라 돌아본 히비키는 그렇게 물었다. 그 말에 타카네는 별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잠시 바라보던 히비키는 아, 하고 물었다.
 

"잠깐, 괜찮은거야? 또 밤 샌 것 같은데?"
"...아무래도 좋으니, 물부터 주시겠습니까..?"
"아, 물? 잠깐만."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은 채 말하는 타카네의 요청에 히비키는 우선 주방으로 향했다. 비틀거리며 걸어가 소파에 거의 쓰러지듯 털썩 주저앉은 타카네는 히비키가 내미는 물컵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컵을 받아들어 한숨에 들이켰다.
 

"아아, 이제 좀 살 것 같군요."
"...설마 물도 한모금 안 마셨어?"
"잊어 버렸습니다."
"......바보냐고..."
 

맙소사. 히비키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속으로 내뱉곤 말했다.
 

"타카네, 먼저 씻는게 어때?"
"으음..."
"씻고 나오면 점심 준비해 둘게. 크림스튜로 괜찮지?"
"...알겠습니다"

 
타카네는 별다른 이견없이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도중에 벽에 부딪혀서 쿵, 하는 소리가 울렸지만 히비키는 놀라지 않았다. 그제도, 어제도 똑같은 장소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거의 버릇같으니 저 벽을 어떻게 하지 않는 한 무리다.
 

"자기 집인데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고 히비키는 식사 준비를 위해서 주방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괜찮은거야?"
"......"


타카네는 히비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괜찮지 않은 것 같다. 히비키는 다시 물었다.
 

"이봐 타카네...제대로 먹고 있어?"
"...예에..."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먹기보다는 졸린 것이 먼저인 것 같지만 일단 스튜를 입으로 옮기고 있긴 하다. 거의 씹지는 않고 있는 것 같지만. 씹을 필요가 적은 크림스튜로 하길 잘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히비키는 먼저 자신의 그릇을 치웠다.
 

"다 먹을 수 있겠... 잠깐, 먹다가 자지 말라고?!"
"예에..? 아, 아아..알겠습니다, 소리는 지르지 않아도 됩니다."
 

그릇에 물을 붓다 말고 돌아본 순간 거의 그릇에 얼굴을 박을 뻔한 타카네를 간신히 제지한 히비키는 안도했지만 타카네는 그런 건 신경도 안쓴 채 인상을 찌푸리고 그렇게 말했다. 머리가 울리는 듯 관자놀이를 짚는 타카네를 보고 히비키는 물었다.
 

"얼마나 잔거야?"
"잠은 안잤사옵니다만..."
"...이틀 내내?"
"삼 일...정도 인걸로 기억을..."

 
엊그제 저녁부터 시작하고 어제 30분 가량 잔 것 외엔 잠든 적이 없었나.
한숨을 내쉰 히비키는 그릇에 남아있는 스튜의 양을 보고 말했다.
 

"우선 그럼 좀 자는게 어때? 절반 정돈 먹었으니까..."
"...그게... 좋겠군요. 그럼..."
"에? 자, 잠깐, 왜 그러냐고?"

 
히비키의 권유에 비틀거리며 일어선 타카네는 히비키의 손을 잡아 끌었다. 수면 부족으로 거의 빈사상태나 다름없는 것 치곤 의외로 강한 힘에 뿌리치지도 못한 채 타카네의 방으로 끌리듯이 들어간 히비키는 타카네의 손에 밀려 풀썩, 침대 위로 쓰러졌다.

 
"우걋, 잠깐, 뭐하는...! 으앗!!"

 
타카네의 행동에 화를 내며 몸을 일으키려던 히비키는 자신을 끌어안듯 풀썩 쓰러지는 타카네의 몸에 눌려 다시 침대 위로 쓰러졌다.
 

"잠깐만, 일어나라고!! 이게 뭐야!"
"소리지르지 마십시오... 머리 아프니까..."
"그런 거 생각할 새가 있으면 비켜보라고, 좀!"
 

히비키의 화난 목소리에 약간 인상을 찌푸렸지만 타카네는 절대로 히비키를 놓진 않은 채, 오히려 히비키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힉, 하고 숨을 삼키는 소리와 함꼐 히비키는 순간 몸을 움츠렸지만 잠시 뒤 깨달았다.
 

"...잠깐...자는거야? 어이, 타카네?"
"......"
"...이러고?!"
"......"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히비키를 아예 몸으로 누른 모습으로 순식간에 잠든 것이다. 어이없어서 타카네를 바라보던 히비키는 손을 뻗어 타카네의 뺨을 꼬집어보았지만 타카네는 약간 고개만 저을 뿐 깨어나질 않았다. 그런 현실에 히비키는 어쩐지 울고 싶어졌다.
이 사람의 집에서 일하기로 한 게 내 인생 최악의 선택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히비키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일하러 왔더니 문이 잠겨있어서 별다른 생각 없이 늘 가지고다니는 열쇠로 자물쇠를 열고 오늘은 뭐부터 해야하나 고심하며 안으로 들어간 히비키는 눈 앞에 보인 집안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분명히 어제 깨끗하게 치워놨었는데 왜 앞에 보이는 건 쓰레기장으로 변모 직전인 거실의 모습인 것인가.


"뭐... 이, 이게..."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리던 히비키는 겨우 이런 일이 일어난 진상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이 집의 집 주인 한 명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거실엔 없다.
솜과 깃털, 물감이 범벅이 된 바닥을 조심스럽게 지나 침실의 문을 열어봤다. 침실 안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에 있는 걸까 해서 귀를 기울여봤지만 그 쪽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고 뒤를 돌아본 히비키는 잠시 멈춰섰다.


타카네의 작업실.
타카네가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한 곳. 자신도 타카네가 모델을 급조해야해서 딱 한 번 끌려 들어간 일 외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곳이다. 이 안에 있을 것 같지만 문을 열어도 괜찮은 걸까. 작업 중인데 방해가 됐다고 화내면 어떻게하지, 하고 생각하던 히비키는 안에서 들리는 쾅, 소리에 당황했다.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였다. 그것을 들은 순간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황급히 작업실의 문을 연다.


"무슨 일이야?! 방금 그 소리...!"


말을 잇다가 안에 보이는 광경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멈춘다.
화려한 소리를 내면서 쓰러진 것은 이젤들이었다. 한 두개가 아니라 연쇄적으로 쓰러진 그 이젤들은 전부 타카네가 발로 차 버린 듯 몇개는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박살이 나 있었다. 캔버스는 형편없이 망가져 바닥에 구르고 있다. 그 엉망인 작업실 안에서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서 있는 타카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히비키는 타카네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몸을 움찔했다.


"...히비키...!"


평소보다 조금 격양된 어조로 그렇게 말한 타카네는 잠시 멍하니 그렇게 서 있다가 안색을 바꾸곤 히비키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 모습에 당황할 시간도 없이 타카네는 히비키의 손을 낚아채듯 잡아 침실 쪽으로 끌고 갔다.


"자, 잠깐, 뭐하는 거...!!!"
"잠깐이면 되니까, 협조해주십시오!"
"지금 뭘 협조하라는...! 우걋!!!"


그 악력에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끌려가서 확 던져지듯 밀쳐진다. 그 순간 넘어진 자신에 등에 닿은 것이 침대라는 사실을 깨닫고 히비키는 당황한다.


뭐야, 지금 이 상황?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타카네는 지금 매우 흥분해 있다.
그런 상태의 이 녀석에게 지금........그, 당할지도 모르는 위기인건가?
그 정도의 변태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타카네의 얼굴이 다가오는 것에 당황해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른 히비키는 자신이 당황한 사이에 타카네가 손목을 세게 잡는 것에 더 당황했다. 안돼, 비명이라도 질러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고 비명을 지르려고 한 순간─












타카네는 히비키를 안아 그 가슴에 얼굴을 기댔을 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 정도도 충분히 성희롱이지만 더 무시무시한 일을 생각하고 있던 히비키는 잠시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히비키."
"어, 에?"
"머리 좀 쓰다듬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잠시면 되니까."


품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도 들지 않고 그렇게 말하는 타카네의 모습에 당연히 나와야 할 왜 그래야하냐는 반박도 나오지 않은 채 멍하니 타카네를 내려다본다. 꼼짝도 안 하고 그저 자신을 안은, 아니 자신의 품에 매달린 채로 있는 타카네를 가만히 보던 히비키는 멈칫멈칫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타카네의 은발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그 머리칼을 쓰다듬자 타카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죄송하지만, 잠시만 이러고 있어주시길..."
"아... 어, 어째서 갑자기?"


겨우 나오지 않던 질문이 나왔다. 그 질문을 입 밖으로 뱉자 곧 이어 다른 궁금한 점들까지 쏟아져 나왔다.


"거, 거기다가 거실은 누가 저런거야? 갑자기 작업실에 이젤들은 왜 망가뜨린거고?"
"...제가 했사옵니다, 이유는 잠시 뒤에 말해드릴테니, 지금은..."


여전히 시선조차 들지 않은 채 그렇게 말하는 타카네의 모습에 히비키는 잠시 뺨을 부풀렸지만 이 상태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대로는 조금 부끄럽지만 떨어질 기세도 보이지 않으니 하는 수 없다.


잠시라고 하니까, 협조해주자.
대신 아까의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밥은 해주지 않는 걸로 하지 뭐. 그렇게 속으로 말한 히비키는 타카네의 은발을 다시 쓰다듬었다. 그 손에 타카네는 뭐라 말하는 대신 히비키의 품 안으로 더 파고들 뿐이었다.


아이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히비키는 타카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끔 있는 일이라고...?"

그런 이야기 들은 적 없다라는 시선을 한껏 담아 상대를 바라보며 그렇게 묻는다. 아까보다 안정을 찾은 듯 하지만 이번엔 무릎베개를 요구해 온 덕에 팔자에도 없는 여자 무릎 베개나 해주고 있는 히비키의 무릎을 벤 채 타카네는 히비키의 그 시선을 마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가끔... 뭐랄까, 좀 오랫동안 사람의 체온이나 감촉을 오래 느끼지 않으면 불안해져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른다고 해야 할까... 화가 난다고 할까..."
"...그게 뭔..."


정서불안인가?
불안장애일지도 모른다.
속으로 그렇게 질문하곤 히비키는 타카네 때문에 흐트러진 머리를 다시 묶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건 누가 치우는데.


"그래서 저렇게 한 거야?"
"예. 베개를 해체했으니까. 안정하고서 칼이 손에 들려있길래 좀 무서워져 작업실로 들어가 작업하려고 했사옵니다만..."
"...결과는 그거구나."
"그렇사옵니다. 그 때 히비키가 찾아와서 설명도 않고 그런 짓을 했군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일어날 생각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런 타카네를 내려다보며 히비키는 혼자 의문에 빠졌다. 상당히 사람을 자주 불러다 즐기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째서 이번엔─


"...아?"
"왜 그러시죠?"
"...혹시, 이번에 이 정도로 불안해진건..."
"한동안 못불렀으니까요."


내 탓인가?
그 대답에 의혹은 더 강해진다.


'자신이 있는 시간에는 그런 일은 자제해 달라'라고 한 건 자신. 그리고 그 때 호되게 감기에 걸렸을 때 이후로 자신이 있을 때 타카네가 다른 사람을 집에 들여놓고 있는 일은 없었다. 모델이 아니라면. 하지만, 설마─ 그 정도로 불안해질 정도까지 아무도 들이지 않았을 줄은 몰랐다.
자신 스스로가 알고 있으면서.


"에, 그..."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그럼, 그렇게 밝히는 것도..."
"...밝힌다니,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그렇게 중얼거리는 타카네의 반응에 역시, 라고 속으로 생각하던 히비키는 이어지는 타카네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별개의 문제입니다. 별로 그런 이유에서 그렇고 그런 일을 하는 건 아니옵고, 그저 기분이 좋으니까-"
"......그러십니까-"


자신의 심적인 병을 핑계로 삼지 않는 걸 칭찬해줘야 할까, 변태라고 욕을 해야 할까.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하던 히비키는 이어진 타카네의 한마디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역시 히비키의 가슴, 적당히 크고 부드러워서 기분 좋..."
"지옥에나 떨어지라고, 이 호색한!!!"
"기이한!!"


그렇게 외치며 히비키가 벌떡 일어난 바람에 타카네는 그대로 바닥으로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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