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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해드셋을 끼고 노래만 듣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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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8, 2018 20:27에 작성됨.



1.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마냥 비가 쏟아지던 날이였다.

격한 레슨에 지쳤던 나는 자취방 문을 열자마자 현관 앞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너무 오래 젖어서일까, 땅바닥 아래로 올라오는 한기에 몸이 으슬으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열어둔 문 바깥으로 숨을 조르는 듯한 눅눅하고 바람이 불어오며,

그 축축하고 불쾌한 손길로 피로에 지친 내 몸을 스치며 지나갔다.


바깥에서 몰아치는 빗줄기 사이로 무언가 들리는 것 같았다.

무언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문득 오늘 낮에 히비키와 함께 들었던 이오리의 무서운 이야기가 떠올랐다.

비가 쏟아지는 날 밤에,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죽은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던가..

거기에 귀를 기울이면 결국엔 미쳐서 자살하게 되어버린다고ㅡ


「치하야ㅡ」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착각한 것이라고.

하지만 차갑게 식은 몸 위로 오싹한 기분과 함께 소름이 올라왔고,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가 스멀스멀 꿈틀대며 심장을 옥죄기 시작했다.


ㅡ큿. 나중에, 이오리에게 더 무서운 이야기를 준비해서 들려줘야겠어.


나는 그런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내뱉은 이오리를 속으로 욕하며, 

하루카와의 일이라던가ㅡ 하는 그런 쓸데 없는 잡생각으로 억지로라도 그 공포를 지워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문을 닫았다. 그제서야, 마음 한 켠으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올라왔다.

바깥의 빗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문을 닫았음에도, 거세지는 빗줄기를 타고 무겁고 눅눅한 바람이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치하야ㅡ」


「치하야ㅡ」


「치하야!!!」


나는 도망치듯 화장실로 달려나가서, 있는 대로 안정제를 입에 털어넣었다.

어쩌면, 옛날에 유우 때문에 생긴 우울증이 도진 건지도 몰랐다.

사실은 지금까지도 유우 때문에 죽는 생각을 많이 하긴 했었ㅈ마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어.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면 괜찮아질거야. 걱정마 치하야, 다 너의 착각이야.

지금 너는 정상이야. 정상.


따뜻한 물이 몸을 타고 흘러내린다. 마음 속에 자그마한 안식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수돗물은 샴푸 거품과 함께 수챗구멍 안으로 소용돌이치며 사라진다.

뽀글뽀글 소용돌이치는 물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소리가 섞여 들린다.

「치하야 언니ㅡ」


「대답해ㅡ


「들리잖아.」


치하야 「꺄악!」


나는 서둘러 옷을 걸쳐입고는 화장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거실 쪽으로 차갑고 축축한 바람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2.

왈칵 올라오는 두려움에 휩싸인 나는 종종걸음으로 현관으로 달려나가

누가 볼새라 두려운만치 문을 재빠르게 닫고 잠가버렸다.


그래, 덜 닫혀서 바람 때문에 열린 걸꺼야. 상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게 옳겠지.


자취집이였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제법 큰 구조에 방도 하나 딸려 있는 구조였다.

작은 방이였지만, 아무래도 거실에서 잔다는 것보다는 나을듯하여

(사실 넒은 거실에서 잔다는건 왠지 꺼림직하기도 하여)

잠은 그쪽에서 자고 있는 중이였다.


내일 아침부터 하루카와 함께 홍보 행사가 있었기에 나는 일찍 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방에 잠자리를 깔고, 거실로 돌아가 환하게 켜져 있는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ㅡ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거실은 사실상 암흑에 잠겼다.

창문 유리를 통해, 흐릿한 바깥의 밤하늘과 창문 위로 흐르는 물줄기가 어둠 속에서 그나마 빛을 발하며,

마치 잔잔한 수면 위처럼 거실 바닥 위에서 울렁이고 있었다. 그 너머는 완전히 어둠.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을 떼다가, 이윽고 발견한 것에 다시 멈추었다.


어둠 속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그것은 실로 기괴하다ㅡ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마치 종이로 오린 듯한 어둠의 형체가 벽면과 바닥의 경계쯤 되는 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그것은 어린아이 정도의 크기로, 보기에 행사 때 사용하는 풍선 인형마냥 골격 없이 흐느적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혹은 무언가 단단한 형체를 지닌 것 같이도 보이는 요상한 형태였다.


그런 것이 현관 방향으로 몸을 돌린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치하야 「꺄악!」


공포에 휩싸인 난 반사적으로 거실 불을 켰다.

암흑 속에 잠겨있던 거실에 한순간 다시 빛의 우세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치하야 「..뭐야?」


정말로, 정신병이 다시 도진 걸까? 765프로의 아이들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우울증과 망상증이라는 정신병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 나는 이미 떠나버린 유우를 비롯하여ㅡ 온갖 이상한 것들을 보았다고 엄마는 말했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부모님의 의견 충돌이 잦아져서,

이혼까지 간 것이기도 했었다.


병이 다시 도진걸까?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는걸까?

그러면 레슨은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나는 다시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그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ㅡ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치하야 「...」(꿀꺽)


스위치를 눌렀다. 다시 빛이 거실을 지배한다.

나는 공포 속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건 정신병이 아니였어..아니야.

그건 분명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뭐지? 도대체 뭐야?


불 켜진 거실에는 그 어디에도 아까 전에 그것은 보이지 않았다.

고민 끝에, 나는 떨리는 손으로 거실 불 스위치를 다시 한 번 눌러봤다.

어둠 속에서도 똑똑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긴장 속에 암흑에 잠긴 거실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

(....)


「치하야ㅡ」


치하야 「꺄악!!」


스위치를 누르자, 거실에 빛이 돌아오기까지 걸린 순간은 1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이였다.

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뒤에서 귓가로 무엇인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싸늘한, 한겨울의 무덤가와도 같은  냉랭한 숨결이 아직도 귓볼을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공포에 휩싸인 나는 거실 불은 그대로 내버려두고 

안방에 들어와 불을 키고선 문을 닫고 이불을 뒤집어 썼다.


공포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였다. 도대체 뭐야? 강도? 

아냐 정신차려 치하야, 도대체 무슨 강도가 어둠 속에서만 보이는건데?


그 순간, 거실에서 무언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나는 뒤집어쓴 이불을 살짝 올려, 문 아래 틈새 쪽을 바라보았다.


문 틈 아래로, 불이 꺼졌다. 어둠이 찾아왔다.

누군가 거실의 불을 껐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ㅡ정체불명의 검은 발 두 개가 나타났다.


치하야 「ㅡ오, 오지마!」(울먹)


바깥에서, 그것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뒤편으로 끝없는 어둠을 등지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문을 조곤조곤 두드리고 있었다.

그것이 마침내 내 이름을 불렀다. 세찬 빗바람과 수챗구멍에 들렸던 그 목소리로ㅡ


「치하야 언니」


「문 좀 열어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것은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니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쥐어짜내듯이 말한다.


치하야 「..유우니?」


「문 좀 열어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미지의 공포에 대한 압도적인 무력감과 공포 속에서, 이성이 일순에 마비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간에, 마치 문만 열면 다 해결될 것만 같은 기묘하고 근거 없는 생각이 들었다.

유우라면, 정말로 유우라면

그 어린아이가 그저 나를 만나고 싶어서 부르는 걸지도 몰라ㅡ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붙잡고, 천천히 돌려서 열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끝 없이 펼쳐진 어둠이 날 반긴다. 새삼 오싹한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치하야 언니.」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순간 나는 미묘한 찰나의 괴리감을 느꼈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제서야 난 너무나도 간단하고도 끔찍하리만치 무시무시한 사실을 깨달았다.

유우는 남동생이였다.


고로 언니ㅡ가 아니라, 누나ㅡ라고 불렀었다.



단 한번도 언니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그 순간, 안방에 불이 꺼졌다. 「꺅!!」 나는 공포 속에서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드러누웠다. 

무언가 어린아이 같은 것이 ㅡ다다다다 하고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나는 침대 머리말 옆 화장대 위에 올려놓은 스탠드가 떠올랐다.

공포 속에 오들오들 떨리는 손을 뻗어, 스탠드 버튼을 더듬더듬 찾아 눌렀다.


희미한 빛 아래, 나는 다시 근거없는 전의를 되찾는다.

이불을 내리고, 주변을 살핀다. 검은 그림자 따위, 어디에도 없었다.


스탠드 빛이 약간 흐렸다. 안심과 함께, 스탠드의 빛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고개를 돌려, 스탠드 버튼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light out gif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숨이 멎는듯한 공포가 몰려오는 순간, 고요와 어둠 속에서,

치하야의 귓가에 차가운 속삭임이 들려온다.


「치하야」


「죽어.」


「죽어.」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ㅡ」

치하야 「꺄악!!」


엔딩

치하야 「..라는, 이야기야. 일단 여기가 끝이야.」


바깥엔 하늘에 비라도 내린듯 아직도 비가 주륵주륵 쏟아지고 있었다.

히비키 「우갹!!」 천둥 번개가 섬광과 함께 하늘을 가르자, 긴장 속에 치하야의 이야기에 집중하던 히비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쫙 뻗었다가ㅡ

쟁반에 녹차가 담긴 찻잔을 올리고 조심스레 지나가던 유키호의 옆구리를 찌른다.


 유키호 「꺅! 아야.. 어, 어떻게 해..(울먹) 치마가 다 젖어버렸어.」


아미 「에에? 유키뿅 팬티 보인다궁?」마미 「유후~ 의외로 유키뿅의 팬티 색은 분홍색이넹.. 섹-찌, 한데? 응후훗~」


유키호 「우우..」(울먹)


히비키 「미, 미안하다조! 그리고 아미 마미 너희들 장난치지 말라조!」


타카네 「..후후, 본녀는 겨우 그 정도로는 놀라지 않습니다. (우쭐) 공포 이야기 따위는, 이미 히비키와 함께 거듭된 훈련을 통해 면역이 되어있기에..」


타카네 「...」(울먹)


타카네 「저기..히비키, 잠시 귀 좀..(속닥속닥) 송구하오나..(울먹) 그..실금하여버려서ㅡ」


히비키 「괜찮다조, 타카네.. 탕비실 가서 갈아입자..」(귓속말) 


히비키 「저기.. 애들아, 타카네가 그..많이 놀란 것 같아서, 자신이 좀 달래고 와야 될 것 같다조! 금방올께.」(휙)


아미, 마미 「나는 마미 대원이랑 같이 화장실 좀 갈께!」마미 「응후훗. 유키뿅 팬티 가지고 더 놀려야징~」


이오리 「..」


이오리 「뭐랄까,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잠깐 동안에 쏟아졌네..」


이오리는 타카네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뭐야, 안 놀란척 그러더니만..

손가락 끝에 따뜻한 액체가 문득 느껴져서, 이오리는 쇼파를 바라보았다. 타카네가 있던 자리에, 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그런데 왜 쇼파에 물이 고여 있는거지? 유키호의 녹차가 여기까지 튀었나? 킁킁..

ㅡ뭐야, 감기 때문에 뭔지 모르겠네..녹차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타카네가 놀란 것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였다. 지금 우중충한 바깥 분위기에 맞물려, 그만큼 무서운 이야기였으니까.

..사실 이오리는, 자신의 팬티도 조금 축축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오리는 바깥을 쳐다보았다. 바깥에서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소란의 주 원인인 치하야는 그 와중에 헤드셋을 끼고 태평하게 노래 감상이나 하고 앉아 있었다.


이오리 「치하야 당신, 이 와중에도 노래나 듣고 있는거야?」


치하야 「미나세씨, 혹시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거야?」


이오리 「..뭐야, 듣고 있었잖아? (피식)」


이오리 「저기 말야, 당신. 그렇게 노래도 제대로 안 들을 꺼면서 왜 헤드셋은 맨날 끼어다니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정작 대답은 제대로 안해주고 쓸데없이 이상한 이야기나 해서 애들 놀래키고 말야..한심하다구!」


치하야 「응?」


치하야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반문했다.


치하야 「이게 이유인걸?」


이오리 「뭐? 그게 무슨 말인ㅡ」


그 순간, 번개가 내리치고,

찰나의 순간 사무소의 전등 불이 몇 번인가 어둠과 빛을 번갈아가며 깜빡였다.

그리고 이오리는 보았다.


무언가 흉측한 것이ㅡ 치하야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1초의 순간도 안되는 짧은 순간에,

어둠 속에서 그것이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암흑의 얼굴 위로, 그것은 입꼬리가 찢어지는 괴상한 미소를 지어올렸다. 

그 안에 누릿하고 뾰족한 송곳니들이 가득히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깜박임이 멈추고, 다시 빛이 찾아왔다. 그것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치하야가 비릿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치하야 「봤구나?」


그제서야 이오리는 어째서 치하야가 노래만 듣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오리는, 이제 자신의 치마가 완전히 축축해졌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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