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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네 "커스텀 메이ㄷ.." 히비키 "당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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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8, 2018 16:37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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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것은 딱히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자르는 데에 신경을 쓰지 못했더니 이렇게 길게 길어버렸을 뿐. 거기에 엄마가 역시 생머리에는 긴 머리가 어울린다며 자르지 못하게 했던 것도 있지만 말이다.

이 머리 길이가 집안 일을 하는 데엔 얼마나 귀찮은가를 깨달은 히비키는 엄마가 왜 늘 자신의 긴 머리를 무척이나 좋아했으면서 자신의 머리는 어깨 이상으로 기르지 못했는지도 알아 버렸다. 엄청나게 귀찮네, 이거.

그렇지만 머리를 자르러 갈 생각을 할 여유는 없고 매일 저 인간을 봐야하니 스스로 자르기도 뭣해서 대체 방안으로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은 뒤 타카네가 내 준 앞치마의 끈을 묶던 히비키는 옆에서 타카네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멈칫했다.

 
"...왜 그래? 그렇게 뚫어져라."
"흐음..."

 
히비키의 질문에도 타카네는 대답하지 않고 히비키를 천천히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히비키가 그 시선이 조금 기분이 나쁘다고 느낄 때 쯤 타카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코트 입고 있을 땐 잘 몰랐습니다만..."
"에? 뭐... 뭘?"
"아니... 저번에도 생각하긴 했사온데, 이렇게 보니 더 잘 알겠군요... 역시 끈으로 묶어서일지?"
"...뭔 소리야. 뭘 알겠다는 거야?"

 
마치 사람을 관찰하고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듯한 느낌으로 말하는 타카네의 어투에 짜증을 느끼며 히비키는 다시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돌아온 타카네의 대답에 히비키의 짜증은 살의로 변신했다.
 

"히비키, 몸매가 꽤 좋으시군요. 날씬한데도 가슴은 꽤 큰데...그 몸매에 그런 밋밋한 복장은 좀 아까운데 다음번에 동정을 죽인다는 옷이라도 입어보는 게 어떠신지?"
"명치 한대 때려도 돼?"

 










히비키의 감기는 다음 날 거의 하루 종일 잔 덕인지 이후 무리없이 움직일 정도로 나아 있었다. 아직도 완벽히 낫진 않았지만 약의 효과도 있고 하루하루 일하는 데에는 무리는 없다. 그렇게 몸 상태가 좀 낫고 나자 히비키는 그 일을 조금 괜찮았던 일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왜냐면─
 

"타카네, 그 발언 성희롱으로 신고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어?"
"너무 화내는 것 아닙니까? 저는 그저 몸의 곡선이 아름답다고 칭찬한 것 뿐이온데."
"그러니까, 좀 더 완곡한 표현을...! 아니, 애초에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이런 식으로 타카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동시에 타카네가 그 날 이후 적어도 자신이 있는 시간엔 여자를 집안에 들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다른 요구가 늘어났지만 말이다.
 

"점심... 먹는 거야?"
"예. 히비키도 같이."
"...뭐, 식비가 줄어서 좋지만..."

 
첫번째 요구는 식사를 함께 하는 것.
그 일 다음날부터 며칠간은 타카네가 작업에 들어가서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몰랐지만, 작업이 끝난 날 아무 생각 없이 평소처럼 저녁을 준비할 때 타카네가 말했다. 앞으로는 '식사를 함께 해달라' 고.

이유도 단순했다. 단순히 혼자 먹으면 기분도 별로고 맛도 없다는게 이유였다. 딱히 나쁜 의도도 아니었고 자신도 이해할 수 있는 이유였기 때문에 히비키는 그 요구를 수락하기로 했다. 그 이전까지 해왔던 타카네가 먹고 자리를 비킨 뒤에 정리하며 자신의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그렇게 기분 좋은 행동은 아니었으니.
 

"...그런데 말입니다, 히비키. 역시 가슴이 크다는 말은 기분이 나쁜 겁니까?"
"작다고 하는 것 보단 낫...아니, 적어도 나는 나쁘니까 한 번만 더 말하면 손에 들고 있는 걸 집어 던질지도 모른다고?!"
"그런 말을... 절 죽이고 싶다면 죽이고 싶다고 그렇게 말씀하도록 하십쇼, 히비키, 지금 손에 칼을 들고 있지 않습니까."
"우갸-!! 알면 조용히 좀 앉아 있으란 말야!"

 
그리고 두번째 요구는 타카네의 악담에 악담으로 맞받아 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
이전이라면 상상도 못했겠지만, 아무래도 타카네 스스로도 히비키에게 했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덕인지 다음날 나왔을 때 타카네 쪽에서 '싫은 일은 싫다고 말해달라' 라고 했었다. 자신의 말투는 꽤 기분이 나쁠텐데도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타카네는 웃으면서 '그게 저한테 할 말인가요?' 라고 대답하는 걸 듣고 히비키는 그래도 이 사람, 자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처럼 죽이네 살리네하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고용주와 고용인의 사이.


그래, 그 날까지만 해도 타카네의 요구는 여기까지였다. 어디까지나 히비키가 이성으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의. 아니, 어쩌면 히비키 자신에게 좋을 정도의 요구.

 
거실에 울려퍼지는 익숙한 벨소리에 히비키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건 타카네의 휴대폰 소리다. 느긋하게 생선을 손질한다. 오키나와에서도 엄마를 도와 몇번 해본 일이니 생선 손질도 그렇게 못해먹을 일은 아니다. 기왕이면 손질이 되어 있는 걸 사오는게 편하지만 통으로 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으니. 그런 생각을 하며 생선의 비늘을 씻어내던 히비키는 갑작스레 뒤에서 타카네가 크게 외치는 바람에 칼에 손을 베일뻔했다.

 
"그런 무책임한, 그럼 저보고 어쩌란말입니까!!"
"우걋!! 까, 깜짝이야..."
"됐습니다, 당장 끊으십시오! 필요없으니까!!"
"......"

 
휴대폰에 대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곤 확 휴대폰을 소파 위로 집어 던지는 모습을 히비키는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리고 욕설을 중얼거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린 타카네는 부엌에 서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히비키와 시선이 맞았다.

 
"......뭐, 뭘 그렇게 또 빤히 보는거야?"


그대로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다가 그 시선과 침묵이 어색해 히비키가 던진 질문에 말이 트이길 기다렸다는 듯 타카네가 벌떡 소파에서 일어나 히비키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 기세에 밀려 어, 어, 하며 히비키가 뒤로 몇 걸음 물러셨지만 타카네는 그런 건 일말의신경도 쓰지 않은 채 히비키의 어깨를 붙잡았다.
 

"...히비키, 딱 한 번만 모델 하지 않겠사옵니까?"
"......뭐?"
"어찌 이런 일이.. 기껏 힘겹게 구해놨더니 일이 있어서 안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왠만하면 적당히 넘어가겠지만 상대도 그런 걸 본업으로 하는 사람이면서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니까, 딱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 자신은 그런 건 해 본 적도 없어서 할 줄도 모르고, 생각도 없단 말야! 좀 더 전문적인 사람을 찾아보라고!!"
"전문적으로 하는 건 필요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 체형의 아름다움이니까!! 히비키 정도라면 충분합니다, 아니, 이전에 구해뒀던 모델보다 더 낫사옵니다! 그러니까 부탁드립니다, 딱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무, 무슨 모델인데?"
"예? 아, 누드지만."
"...절대 싫다고!!!"
"그,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히비키!!"

 
타카네의 필사적인 요청에 히비키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히비키의 저항은 타카네의 뻔뻔함과 고용인이라는 자신의 입장을 모두 다 합치면 결국 자신은 말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타카네에게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히비키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알려주는 것 외엔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히비키"
"으구우으...."
"뭘 그렇게 괴로워하시는 겁니까. 히비키는 알 지 몰라도, 제 그림의 모델이니 꽤 유명해질텐데 기뻐하셔도 된답니다."
"싫다고, 그런거..."

 
그나마 다행인건 타카네에게 필사적으로 싫다고 거절한 끝에 속이 비치긴 하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걸치고 서 있었다는 것과, <스케치 만으로>라는 요구가 통한 것. 어차피 스케치 이상은 필요없었다고 하지만.

 
"그런데 무슨 그림이길래 스케치만 모델이 필요한 거야?"

 
끝나고 옷을 다시 입고 나서야 좀 안정된 히비키는, 타카네를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고 정수기에서 물을 컵에 따르고 있던 타카네는 무심하게 말했다.

 
"이미지가 필요했던 것 뿐이옵니다."
"이미지?"
"예. 지금 제가 바라는 이미지... 그건 딱히 뭐라고 말씀드리긴 어렵군요. 하지만, 히비키의 이미지가 더 좋았습니다. 생각 이상이라 기쁘군요."
"그런가..."

 
대체 무슨 이미지인 진 모르지만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다는 생각에 히비키는 그렇게 잘라 대답하곤 일어서서 주방으로 걸어갔다. 점심을 먹고 났던 그릇을 타카네의 터무니 없는 요구 때문에 설거지하지도 못했다.
 

"...아, 히비키. 입금할 만한 계좌번호는 있으십니까?"
"응? 아, 있지만."
"그렇군요. 그럼 알려주시길."
"계좌번호는 왜?"
"왜긴 왜겠습니까. 어쨌든 모델료는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입금 해드릴테니."
"엣. 주는거야?"
"모델이었으니."
"그럼 감사히 받기로 하고 메모 남겨놓고 갈게."

 
사양하지 않는 히비키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타카네는 싱크대에 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부수입이 생긴 히비키는 일의 경과야 어쨌든 얻은 결과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 다음 날 타카네가 한 말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히비키는 다음 날도 평온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일은 생각처럼 풀려주지 않았다.

 
"...히비키."
"왜."
"당신, 제 애인이 되 볼 생각은 없습니까?"
 

평소와 다름 없이 타카네가 부르는 것에 무덤덤하게 대답하던 히비키는 뒤이어 나온 타카네의 권유에 들고 있던 유리잔을 떨어 뜨릴 뻔했다. 아주 간신히 유리잔을 손에서 놓치지 않은 채 머뭇대며 뒤를 돌아본다. 타카네는 태연히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방금 뭐라고?"

 
그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한 모습에 자신이 환청이라도 잘못 들었기를 빌며 히비키는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타카네는 책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제 애인이 되어 볼 생각은 없으신지 물었사옵니다."
"싫어."
"...딱 자르는시는군요."
"애시당초 그런 갑작스런 요구에 네, 라고 답할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생..."
"꽤 많았사옵니다만."
"......"

 
안돼, 라고 히비키는 속으로 몇 번을 중얼거렸다. 화내면 안된다. 저 인간은 아직 인간이 덜 된 인간일 뿐이니까. 그런 미숙한 인간에게 화내면 자신이 미숙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 수련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자신을 설득시켜 최대한의 안정 상태를 찾은 히비키는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많았다고 해도 난 싫다고.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뭡, 니까?"
"갑자기 말이 존칭으로 변하시는군요."
"거리를 둬야 겠다고 생각했으니까."
"흐음, 그런 행동도 꽤 재미있습니다만... 이유는 좀 단순한데, 꼭 듣고 싶습니까?"
"...아무래도"
 

듣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그렇게 조심스레 긍정하는 히비키를 보고 피식 웃으며 타카네는 히비키가 원하는 <이유>를 들려주었다.

 
"어제 작업하다 보니까 확실히 히비키가 꽤 아름다운 체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우갸앗! 아니, 됐어! 거기까지!! 자신, 절대 사양할거라고!!!"

 
결국엔 또 다시 몸 이야기냐, 라고 속으로 처절하게 외치며 히비키는 그렇게 거절했다. 그 모습을 흐음 하고 흥미롭게 바라보던 타카네는 말했다.


"왜 그러시는겁니까? 전 단지 히비키에게 반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뿐인데."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이제 됐다고─"
"아뇨, 된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몸'만 생각하는 녀석이 반했다는 이야기를 믿을 성 싶으냐 라는 기세로 타카네의 이야기를 거절하던 히비키는 갑작스런 타카네의 진지한 목소리에 응? 하고 타카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타카네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저도 생각보다 쉽게 포기는 안 하는 성격이랍니다. 그러니까, 히비키가 이제부터라도 제게 반하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옵니까?"

 
그 말과 전혀 안어울릴 정도로 매력적인 미소에 순간 히비키의 얼굴에 열이 올랐지만, 히비키는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저건 순진함과 매력적임을 가장한 악마의 미소다. 그렇게 자신을 제어한 히비키는 외쳤다.
 

"사, 사람의 마음을 멋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는 생각도 말라고!!!"

 
─어제 타카네의 작업실에 들어갔을 때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는 타카네를 보고 두근거렸던 마음은 어느새 히비키의 마음속에서 싹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히비키는 '한 달만' 이라고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아직 일이 순탄하게 풀리려면 몇십년은 먼 듯한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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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거 안되겠는데.
하루치하가 쓰고 싶어졌어요<
히비타카도 하루치하와 비슷한 태양과 달의 이미지란 점에서 좋아하지만 역시 저는 하루치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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