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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나와 아이들의 지잡대 생활기.」 -마지막(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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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6, 2018 23:10에 작성됨.


엔딩.

마지막을 장식하는 친구들과의 시끌벅적한 최후의 만찬을 끝으로, 나는 사회에 본의아닌 출사표를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마찬가지로 본의 아닌 백수 생활이 줄을 이었다.

이 순간에는 돌이켜봐도 꽤나 대책없이 낙관적이였던 것 같다.

심지어는 고장난 핸드폰을 대신해서(졸업식 저녁 식사 때 마코토가 토하는 바람에 고장나버렸다. 큿!) 

비싼 최신형 스마트폰까지 샀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다가 정말로 슬슬 막막해질 즈음에..


치하야「그러고보니..교수님이 졸업식 날에 문자 확인해보라고 그러셨는데..」


치하야 「..어디보자..치하야군, 지난번에 과제로 제출한 사진을 보고 감탄한 여자 선배가 있는데..

그 선배가 자네를 자기 사진관에 조수로 채용하고 싶다고..어..」


치하야 「헉!!!」


..그렇게 해서, 정말 예측하지 못하게도,

대충 제출한 사진 한 장 덕에 나는 취업하게 되어버렸다. 사진관 조수로.

이 소식을 들은 아이들이 또 쏘라고 난동을 부리긴 했지만..


뭐, 백수로 사는 것보다는 나은 셈이다.

이처럼, 인생이란 참 묘한 것이다.


사진관이 대학가 근처라, 새로 살게 된 월세집도 예전 자췻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 되어버렸다.

예전처럼 혼자 살지만, 그래도 쓸쓸하지는 않다. 가끔씩 아이들이 놀러오니까.


오늘도 그런 날 중에 하나다. 

오늘은 타카네정에 모여, 아이들과 함께 이제 곧 학군단 훈련소에 입대할 히비키를 기념하기로 한 날이다.


이오리 「와..히비키 단발머리봐라 엌ㅋㅋㅋ」


마코토 「왜! 그래도 나름 잘 어울리는..풉!」


히비키 「우갹! 노, 놀리지 말라조!」


치하야 「몸 조심해서 잘 다녀와, 히비키. 

그리고 가는 날에 말해줘. 배웅이라도 하게.」(미소)


미키 「그러면..건배 제의는 미키가 히비키를 위해 하는걸로 하는거야..

히비키 건강하게 일남들 다 이기고 오는거나노! 건배인거야~」


봄 여름 가을 겨울..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이오리와 마코토는 사이좋게 학기별 학생회장에 선발되었다. 히비키는 어느덧 ROTC 2년차가 되었고,

(아, 덤으로 료는 과거에 여장 아이돌이였던 경력이 들통나서, 완전히 매장당해버렸다. 잘 됬다, 변태X끼.) 

그렇게 시간이 더 지나자, 아이들도 하나 둘씩 졸업하기 시작했다. 그 때마다 나는 사진기를 들고 졸업하는 아이들을 찍으러 나갔다.


이오리는 졸업하고 나서 빗썸이라는 기업에 취직했다. 뭐, 가상화폐 거래소라던가..?

같은 날에 졸업한 마코토는 얼마 안가 유도관에 사범 지위로 취직했고,

히비키는 뭐 예정대로 중위로 임관해서 군생활을 계속..


히비키 「아 X발! 중대장 X새끼 때문에 못해먹겠다조! 자신, 단기로 전역할꺼라조!」


미키 「..히비키, 언제는 뭐 사단장 된다고 그랬던거 같은거야..

근데 그러면 나와서 뭐할꺼야 히비키는?」


히비키 「그, 그게..」(우물쭈물)


타카네 「후훗. 그렇다면 히비키, 저와 함께 오순도순 행복한 결ㅎ..이 아니라, 같이 타카네정에서 일하는건 어떠하실런지요?」


히비키 「바로 그거다죠, 타카네! ..중간에 뭔가 이상한게 들어갔지만 어쨌든! 우리 둘이 함께라면, 난쿠루나이사!」


..뭐 그렇게 해서, 히비키는 타카네랑 같이 지내면서 라멘집 장사를 이어가게 되었다.


유키호와 리츠코는 예전에 우리처럼, 막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765프로의 후배들과 함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하고,

마미 아미의 유투브 방송은 승승장구해서 이제는 광고 출연까지 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즈사씨는 벌써 둘째를 가지셨다고 하고,

코토리씨는 마침내 오매불망 바래왔던 귀여운 여자 아이를 가지게 되셨다.


ㅡ그렇게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제각기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매번 봄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으레 버릇처럼 학교 후문의 벚나무 아래를 찾았다.


지난 봄에도, 그리고 이번의 봄에도.


핑계야 그 나무 아래서 졸업생들을 위한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라지만,

사실은, 어쩌면 그 순간까지도 나는 우리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참 헛된 생각이야. 이미 졸업한지 오래인데, 이제 와서 만날 수 있을까..

하지만 여전히 그립고 보고 싶어, 하루카.


그때,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고, 그만큼 그리웠던 목소리로.


「..치하야짱?」


거기에는, 하루카가 있었다. 

어느샌가 하루카를 쏙 빼닮은 작은 여자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하루카가.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왠지 모르게, 목이 울듯이 메여버려서,

나는 한 마디조차도 간신히 짜내듯이 말해야 했다.


치하야「..오래간만이야.」


치하야 「그리고 아기 귀엽다.. 너랑 똑 닮았어.」


하루카 「고마워, 치하야짱..」


치하야 「..포기하지 않았구나.」


하루카 「..막상 포기하려니까, 포기할 수 없겠더라고..죄책감에 무섭기도 했고..

그래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잘한 것 같아. 

왜냐면 정말로 똑똑하고 착하고 이쁜 아이랑 만날 수 있었으니까. 그치 우리 딸?」(미소)


하루카 딸 「안녕하쎄요! 헤헷」(해맑)


치하야 「아, 안녕?」(어색)


하루카 「..이렇게 보니까 정말로 반갑다..솔직히 정말로 만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구?」


치하야, 하루카 「..」(침묵)


치하야 「..너무 늦었어, 하루카.」


하루카 「그, 그게..사실 당일날 갈 생각이였는데 대학교 졸업날짜를 착각해버려서..

대학교에서 온 문자 보고 갔는데, 알고보니 그 전날이였더라.」


치하야 「..황당하네.」


하루카 「그, 그러는 치하야짱도 잘못이라구! 전화를 몇 번이나 해도 안 받구..살던 집에 찾아가봐도 이미 나가서 없고..」


치하야 「..계속 기다렸어, 하루카.」


하루카 「미, 미안..(시무룩)

나도 계속해서 봄마다 오고 싶었는데, 아이 낳고 나서는 먹고 사는 일이 바빠서..

그, 그래도 작년부터 빵집에 취직해서, 조금 형편이 나아져서 앞으로는 계속 올 생각이였으니까ㅡ」


치하야 「괜찮아, 하루카. 다행이야.

이렇게 귀여운 아기랑 만날 수 있게 되어서. 그리고..」


치하야 「나..정말로, 보고 싶었어. 그러니까..」(울먹)


치하야 「..안녕, 하루카.」(미소)


ㅡ끝끝내 참지 못하고 터져버린 눈물 속에서도,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엔딩.2

사진관 사장 「수고했어 치하야씨.」


치하야 「수고하셨습니다.」


치하야 「휴..」


오늘도 퇴근 후에 가볍게 한잔하러 타카네정에 들린다.

같이 살게 된 하루카에게는 먼저 자라고 말해놨다.

훈훈히 덥힌 정종에 따끈한 오뎅 국물이면 피로가 씻기는 기분이니까.


타카네 「후훗. 오늘도 오셨군요 치하야.」


타카네「그나저나, 하루카와는 잘 지내시는지요?

이제 둘이서 같이 살게 되신 것도 어연 한 달이 다되가는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치하야「뭐 그냥 그렇죠.. 눈 뜨면 차려준 밥 먹고, 덜렁대는 하루카 대신에 빨래 널고 애 기저귀도 갈아주고,

오면 저녁밥 먹고 빨래 걷고 개고, 그러다가 눈 감으면 애가 울어서 다시 깨서 달래고 또 깨면 달래고..뭐, 정신없네요.」


타카네 「힘드시겠군요..」


치하야 「그래도 괜찮아요. 가족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치하야 「하루카도 누군가와 재혼할 생각은 없고..저도 뭐, 남자를 만나서 결혼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잘 맞으니까, 아마 한동안은 이렇게 살지 않을까 싶네요.」(미소)


타카네 「행복해 보이시는군요..」(미소)


치하야 「함께하는 그 모든 순간이 기쁘거든요.(미소) 그러는 타카네씨는 어떤가요?」


타카네 「후훗, 저 또한.. 아, 그리고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히비키에게는 비밀로 하는 걸로ㅡ

헛된 데에 돈을 사용하였다고, 히비키에게 크게 혼이 날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사실은, 일전에 말했던 것이 완성되었답니다?」


치하야 「..일전에 말했다는게 무슨?」


타카네 「축제 때 말씀드렸던, 과거로 메세지를 보내는 기계를 마침내 구했답니다?」


치하야 「..풉. 축제 때라..정말 예전이였는데.. 나름 진담이셨네요.

그래서, 그 기계로 뭔가 메세지를 보내면 현재의 우리들 모습이 바뀌는 건가요?」


타카네 「아뇨..안타깝게도, 그건 불가하답니다.

시간대는 모두 수직선상에 놓인 듯이 보이지만, 실은 개개가 모두 평행한 다른 차원들인 것이므로ㅡ

대신, 그 순간의 치하야에게 놓인 미래를 바꿀 수는 있지요.」


타카네 「흠..지금 출력으로는 대략 10년 전 시기 정도가 가능하겠군요.

그 때의 치하야를 위해, 혹여 남기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요?」


치하야 「10년 전이면 765프로의 마지막 시기겠네요. 그 당시에 저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라..」


치하야 「..사실은, 가끔 생각해요. 제가 가장 힘들었던 그 순간의 저를..

아, 물론 이제 와서 후회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저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니까요.

하지만.. 고작 조잡한 악성 기사 따위에 주저앉았던 그 때의 그 멍청한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정신 차리라고. 그리고 다시 일으켜주고 싶어요. 넌 혼자가 아니라고.

너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달라고.. 그때 그 멍청이한테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러면 그 아이는 어쩌면, 지금의 저보다도 더 바람직한 모습이 되어있을지도 모르죠. 

지금의 저와는 다르게, 가족들이랑 화해했을지도 몰라요. 후후..」


치하야 「하지만 상관 없어요. 어떻게 됬던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그 멍청이는 진즉에 사라지고 그 자리엔 어느덧 시간이 지나버린 제가 남아있으니까..」


타카네 「(미소)그래도.. 자, 편지 한 장 쓰시는건 어떨까요? 그 아이를 위해서, 진심을 담아..」


치하야 「진심이죠? 타카네씨도 참 이상하네요..」(미소)


...

웃기는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치하야는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 한참 동안 편지를 써내려갔다.

그녀가 편지를 다 쓰자, 타카네는 마치 작은 우체통 같은 고철 박스 안에 그 편지를 집어넣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시간과 공간을 지나 아이돌 시절의 하루카가 치하야를 만나러 가는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하루카 「..그럼 이거, 포스트에 넣어둘 테니까 꼭 봐!」


치하야 「...」


치하야는 하루카가 넣어둔 것들을 열어보았다.


아이들의 진심어린 격려와 응원이 쓰인 편지, 유우의 낙서가 그려진 스케치북.

그리고 언제부턴가 모르게 그 옆에 놓인, 자신과 똑같은 글씨체의 누군가가 남긴 진심이 담긴 편지 한 장.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중에 돌아오고 나서는,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므로ㅡ


어린 치하야는 그것들을 읽어내려간다. 유우의 낙서와 아이들의 응원이 빼곡히 적힌 편지를 읽고서는 구슬 같은 눈물을 두 뺨 위로 떨군다.

누군가의 편지를 끝으로 읽고서는, 그녀는 무언가 결심한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아이들「765프로ㅡ!!」


치하야 「잠깐만요!」


치하야 「죄송합니다, 늦었어요!」


하루카 「...」(울먹)


하루카 「안녕, 치하야!!」(미소)



ps. 뭐, 이제 끝났습니다.

엔딩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쓰기로 정해두고 쓴 엔딩이라 바꾸진 않았음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은 아마 제 본특인 혐오 공포로 돌아갈듯하네요. 

마지막으로 댓글 부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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