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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나와 아이들의 지잡대 생활기.」 -마지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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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6, 2018 19:53에 작성됨.


3.

몇 일간은 지독한 우울감과 상실감에 빠져 살았다. 그냥 조용히 누워서 천장만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버렸다.

만약에, 내가 먼저 나서서 하루카를 붙잡았다면.. 결국엔 내 두려움과 비겁함 때문이였다.

그런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4일이 지난 날 오후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치하야 「누구세요..」


미키 「미키인거야!」히비키 「자신도 있다조!」


이오리 「..뭐야. 그 꼬라지는?」


치하야 「..미키, 히비키, 이오리..마코토까지? 다들 왠일이야?」


미키 「거봐.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미소)


히비키 「저기..그나저나 왜 위쪽은 따로 안 입은ㅡ」


치하야 「우앗! 보, 보지 말아줘!」(당황)


이오리 「..뭐, 이유는 따로 안 물어볼께. (측은)

그나저나 왠일이라니! 그나저나, 뭐야 연락도 안되고 죽은 줄 알았잖아 나 참..

당신, 정말로 아이돌 하던 사람 맞아? 머리는 떡지고 얼굴은 기름에 꼬질꼬질한 냄새..한심하다고 정말!」


마코토「이오리..그냥 솔직하게 걱정됬다고 말하면 덧나는거야?」


이오리 「..흥!」


치하야 「그냥..좀 힘들어서.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바쁜 일이 아니라면ㅡ」


미키 「바쁜거나노! 문자 좀 확인하지 그랬어. 늦을 것 같으니까 치하야씨도 빨리 나가는거야!」


치하야 「우아악! 자, 잠깐만! 나 아직 팬티바람이라고!!」(당황)


4.

느기적 거렸다가는 그대로 속옷 바람으로 끌려나올 것 같은 예감에, 서둘러 옷을 대충 챙겨입고 나왔다.

나오자마자 미키가 말한다. 아즈사씨의 돌 잔치가 있는 날이라고.

..솔직히 조금 충격이였다. 결혼했다는 소식은 익히 들었고, 결혼식에도 예전에 갔었지만 벌써 애가 돌이라고?

세월이 무상하게만 느껴진다.


그건 그렇고..

핸드폰을 꺼내서 문자란을 살펴본다.


다행히도, 아즈사씨의 돌잔치 초대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정말 다행이야. 프로듀서 따위야 뭐 알 바 아니였지만, 아즈사씨까지 문자를 안 보냈다면 제법 슬펐을지도?


미키 「그나저나 치하야씨, 왜 집에 혼자서 있을 때에 브라를 안하고 있었던거야?

혹시 치하야씨는 혼자 있으면 알몸족인거야? 그런데 그러기에는 팬티는 입고 있었잖아?」


치하야 「(당황) 그, 그게 그러니까..」


치하야 「..바, 바스트 업에 노브라가 효과적이래서 ..큿!」(부끄러움)


이오리, 마코토 「...」(측은)


히비키 「에에? 너무 무리하지 말라조! 그리고 커봤자 좋은거 하나도 없어. 무겁기만 무겁다조!」


치하야 「...닥쳐줄래?」

..

돌잔치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 있지는 않았다.

일단 코토리씨가 와 계셨고, 프로듀서는 바빠서인지 오지 않으셨다. 다행이네.

있었다면 일단 미키가 신경쓰였을 것이고, 다음으로 내가 짜증났을 것이다.

..지난번에 결혼식 때 문자 안 돌린게 아직도 안 풀린다.

생각하니 아직도 짜증난다. 아이돌 시절에 좀 갈궜기로서니, 너무한거 아냐?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아즈사씨는 이제는 한 명의 어머니 같은 느낌이였다.

푸른 파마 머리에, 약간 푸근해진 몸매와 후즐근하고 펑퍼짐한 차림. 그리고.. 

내 가슴과 아즈사씨의 것을 번갈아 바라보며 비교해본다. 아니, 그 컸던 것이 더 커질 수가 있는거야? 큿!


아즈사 「아라아라. 다들 와줘서 고마워.」


이오리 「뭐, 그래도 류구코마치의 정이 있잖아. 아미 녀석도 왔겠지?」


아즈사 「응.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후훗. 추운데 오느라 고생했어 다들. 어서 들어가자.」


돌잔치가 열린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뭐 익숙한 얼굴이 몇몇 보였다.

무엇보다 타카츠키씨..역시 와줬구나! 내 삶의 몇 안되는 활력소!

..그리고 아즈사씨의 남편도 보인다. 결혼식 때 뵙고 오래간만이네..

여전히 곰 같은 외모에, 어리숙한 이미지는 그대로였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는다. 물론 타카츠키씨 옆이다.


치하야 「타, 타카츠키씨!」(흥분)


야요이 「웃우! 아직도 버릇 못 고치셨어요. 지난번에 야요이라고 불러달라 했잖아요.」(미소)


치하야 「그 그랬지 참? 그러면..야, 야요이! 자, 잘 지냈어?」


야요이 「웃우! 이번에도 치하야씨 덕분에 보험판매 할당량 채울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꾸벅)


치하야 「그, 그런걸 가지고..」(우쭐)


그리고 덤으로 옆에 아미ㅡ마미도 있었다.


아미 「어이..옆에도 신경 좀 써 주라Gu, 치하야 언니!」 


치하야 「아..오래간만이네. 응 그래 뭐 잘 사니?」(귀찮음)


마미 「와..진짜 성의 없어..」


마미 「뭐, 아미 대원과 이 몸은 지금 엄청나게 성공했다Gu? 이른바 궐련상대라고?」


이오리 「괄목상대겠지. 그나저나 뭐 따로 하는거라도 있어? 너희들 대학교도 안 갔잖아.」


마미 「응후훗!」 아미 「무시하지 말라궁?」


아미 「우리들은 지금 게임 유투버라Gu!」


치하야 「...게임 유투버? 그게 뭔데?」


아미 「뭐 간단히 말하자면, 인터넷에서 게임을 방송하고 돈을 버는 거야!

우리들 그래도 달마다 제법 많이 벌고 있다궁? 조만간 트위치 쪽으로도 확장할꺼야! 대~에박이징? 헤헷」


..유투버라. 신기하네. 게임으로도 돈을 버는 직업이 있었을 줄이야..

2ch에서 엉덩이에 양초 꽂는 이상한 엽기 쇼 같은걸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몇 번인가 봤지만,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다니..


ㅡ뭐, 상관은 없지. 수고해 아미 마미.


치하야 「그나저나 야요이는 요즘 뭐해? 호, 혹시 괜찮으면 우리 나중에 차나 따로 같이..」


야요이 「웃우! 중요한 고객 미팅 약속들이 잡혀서 한동안은 바빠요. 

ㅡ그나저나 아미랑 마미는 그렇게 번 돈은 따로 안 쓰는거야? 

그렇게 묵혀놓기보다는 투자를 해보는건 어때? (스윽) 여기 적금처럼 연 이자가 붙으면서 투자하는 보험 상품이 새로 나왔는데..」


치하야 「...」(충격)


..말도 안돼.

사, 상품 설명하는 타카츠키씨..아니 야요이 너무 멋지잖아!

...

그렇게 오래간만에 야요이의 옆에서 뜻 깊고 가치있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제 돌잔치의 핵심인 아이가 떡 메고 걸어다니는 행사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의 박수와 응원 아래, 1.8kg짜리 떡을 메고 아이가 영차영차 걷는 모습은 제법 귀여웠지만..


히비키 「우갸앗! 너, 너무 이쁘다조! 자신, 나중에 아기 엄청 낳을꺼다조!

한 소대급으로 낳을꺼야 엄청나게 펑펑 낳을꺼다조!」


코토히「삐욧!! 나, 나는 더 많이 낳을꺼야앗!! 우헤헤..」


치하야 「..저 둘은 또 언제 저렇게 마신거야?」(한심)


미키 「우우, 둘이 엄청 소란스러운거야..」


마코토 「아기 정말 귀여워! 나도 언젠가는 저런 귀여운 아이랑 만날 수 있겠지?」


이오리 「뭐, 좋은 여자 만나면 가능하겠지. 풉」


마코토 「응응! ..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좋은 여자라니!」(분노)


..저 쪽은 여전히 소란스럽네.


아이는 떡을 메고 조금씩 걸어가다가, 이내 넘어졌다. 넘어진 아이를 안아드는 아즈사씨의 얼굴 위로 함박웃음이 꽃폈다.

..가다가 넘어지면, 경사스러운 일을 하는 경우라고 그랬던가?

....

그렇게 돌잔치가 끝나고, 답답함에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찬 바람을 맞으니 제법 상쾌한 느낌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딸기 냄새가 섞인 연기 비슷한게 흘러나왔다. 담배인가?

그 쪽을 향해 눈을 돌리자, 아즈사씨와 눈이 마주친다.


입에 상콤하게 담배 한 까치를 문.


아즈사, 치하야 「...」


아즈사 「아라라.. 들켜버렸넹? 데헷.」


치하야 「..그런 식으로 귀엽게 말해봤자에요..」


치하야 「언제부터 피신거에요?」


아즈사 「고등학교 1학년 때부ㅡ아라아라, 방금 전 말은 못들은거야? 담배는 남편에게도 비밀이라서.」(미소)


치하야 「..충격이네요. 765프로 시절에는 어떻게 참으셨데요?」


아즈사 「..정말 급할 때 프로듀서껄로 몰래 한 까치씩만 폈었어.

임신 전후로는 끊었다가, 이제는 그냥 급하면 냄새 안 남게 몰래 피고 있단다? 

후훗, 이제 우리 애는 모유를 떼서 상관없거든.」


..그러고보니, 예전에 765 프로 연습생 시절에 아즈사씨 집에 살 때가 생각났다.

왠지 이상하게 담배 냄새가 올라와서, 아래집에서 담배 피는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아즈사 씨였구나..아아. 죄송합니다. 쓸데없이 오해를 받으셨던 아랫집의 누군가 분.


충격적인 사실을 잊기 위해, 아즈사씨에게 가벼운 안부를 물어본다.


치하야 「그..결혼 생활은 행복하세요?」


입에서 뻐끔뻐끔 도너츠를 만드시던 아즈사씨가 질문을 받고선 허둥지둥 담배 연기를 흩어버리며 답했다.


아즈사 「아라아라..결혼 생활이 다 그렇지 뭐. 눈 뜨면 밥 차리고, 빨래 넣고 널고 애 기저귀 갈고,

저녁밥 차리고 빨래 걷고 개고 눈 감으면 애가 울어서 다시 깨서 달래고 또 깨면 달래고..정신없어.」


치하야 「..힘드시겠네요.」


아즈사 「솔직히..가끔은 힘들어. 아직 애는 애거든. (미소)」


치하야 「그러면 혹시 결혼하신거.. 후회하세요?」


치하야 「..그리고 담배 연기로 도너츠 좀 그만 만드시고요.」


아즈사 「아라아라. (훌훌) 고등학교 때부터 버릇이라..

그나저나 후회라 ..후훗. 뭐, 처음에 결혼할 때에는 솔직히 조금?

왜냐하면ㅡ솔직히 결혼식 전날까지도 프로듀서를 잊지 못했었거든. 알잖아 치하야짱도.」


..솔직히 몰랐는데요.. 아즈사씨도 프로듀서를 좋아했어요? 맙소사..

그 한심한 작자가 뭐가 좋다고..

뭐, 그래도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다.


아즈사 「그래도 지금은 행복해. 후회는 없어.

매일 눈 뜨면 바쁘고 눈 감아도 다시 일어날 때가 많지만..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니까.

함께하는 그 모든 순간이 기쁘거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그 순간은 항상 언제나 아름답단다? 후훗」


아즈사 「..잠깐 한 개비만 더 필께. 아라아라, 벌써 돛대네? 에쎄 골드는 필터가 너무 빨리 타서 아쉽다니깐?」


..감동이 확 깨지네.

아즈사 「아라아라. 그나저나 우리 치하야짱은 혹시 사귀는 사람 있니?」


치하야 「아뇨. 아직은..」


아즈사 「어라라? 이상하네..치하야짱은 참 좋은 아이인데? 슬림하고 성격도 참 조ㅈ같ㅡ 아니 좋고, 몸매도..」

아즈사 「...」(힐끗)


아즈사 「..치하야짱은 성격이 참 좋은데 남자들이 뭘 모르는구나?」


..말이 왜 바뀌는거죠? ..큿! 뭔가 심하게 속이 쓰리다.


치하야 「..모르겠어요. 아직까지 누굴 좋아해본 적은 없어서..」


..아니 사실은 있다. 사랑이라 할만한걸 해본 적이 없어서, 그게 아즈사씨가 말한 사랑과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최소한 보고 싶은 사람은 있다.


아즈사 「아라아라, 너무 걱정하지 말렴. 치하야짱도 분명히 좋은 사람 만날꺼야.」


그렇게 말하는 아즈사씨의 미소는 기억 속 그대로처럼 부드러워서,

나는 오래간만에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미키가 물어보았다.


미키 「치하야씨는 누구랑 결혼하게 될까?」

치하야 「그러게..」


결혼이라.. 곰곰히 생각해본다. 나도, 언젠가는 결혼할 수 있을까? 좋은 누군가랑 만나서?

..상상이 잘 안 간다.


대신에, 왜일까, 그리운 얼굴이 떠오른다.

보고 싶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지금 뭐 하고 있는거니?


잘 살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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