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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이의 달: 하늘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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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5, 2018 10:10에 작성됨.

* 예고편 및 에피소드 목록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1773
 
* 유의 사항

  1. 저는 직접 일본이나 두바이에 가 본 경험이 있는 게 아니어서, 해당 지역들에 대해서 부정확한 내용들도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 오른쪽 정렬 + 이탤릭체로 적힌 대사는 아랍어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야, 오늘도 빵집에서 빵 귀퉁이를 잔뜩 받은 것이에요!
상점가의 빵집에서 빵 귀퉁이를 잔뜩 받은 라이라 씨는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예요. 그거 아십니까예요? 빵 귀퉁이는 정말로 다양한 요리에 쓸 수 있습니다예요. 송송 잘라서 샐러드나 스튜 같은 데 넣어서 먹을 수도 있고, 그렇게 자른 것을 기름에 튀기면 크루통이 되기도 하는 것이에요. 또, 오래 방치해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건 빻아서 빵가루로 쓸 수도 있는 것이네요. 이렇듯 빵 귀퉁이 하나만으로도 라이라 씨, 행복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이지만, 사실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예요. 이 빵 귀퉁이는 친구들에게도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에요.
아, 친구라고 하는 건, 사람 친구도 있습니다이지만,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새 친구들입니다예요. 사실 라이라 씨, 두바이에 있었을 때는 아빠가 가끔 매 사냥을 하기 위해 기르던 매들이나 동물원에서 보는 걸 빼고는 새를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인 거예요. 그런데, 일본에선 도시 한복판에서도 다양한 새들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볼 수 있었으니까, 깜짝 놀란 것이네요. 길거리를 유유히 걸어 다니는 비둘기들, 전깃줄이나 나무 위에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는 참새들... 가까운 곳에서 새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인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렇다면 이 새들과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예요. 뭐,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생활을 했습니다이니까, 친구를 사귈 정도의 여유는 없었습니다이지만...
그러다 이곳에 정착한 뒤, 하루는 웬일로 아무도 없었던 공원의 벤치에 홀로 앉아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예요. 빵집에서 사온 빵 하나를 먹으며 공원의 풍경이나 하늘을 보고 있었던 것인데, 어디선가 비둘기 한 마리가 라이라 씨를 향해 날아온 것이네요. 그리고는 라이라 씨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습니다예요. 라이라 씨가 먹고 있는 빵을 원하는 것일까요? 한 번 물어보기로 한 것이에요.

“저... 이 빵을 먹고 싶은가요?”

하지만, 머리를 갸우뚱할 뿐 아무 반응이 없는 비둘기. 아, 생각해 보니 라이라 씨, 아랍어로 말하고 있었습니다네요. 일본에 사는 비둘기에게 아랍어로 말을 걸어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네요. 그럼, 다시 한 번...!
“비둘기 씨, 이 빵을 먹고 싶은 것이에요?”
그러자 구, 구, 구, 구, 하고 우는 것이네요. 역시 이 빵을 먹고 싶었던 것이 분명합니다예요. 하지만, 비둘기의 부리는 작아서 커다란 빵을 주면 먹지 못할 것 같으니까, 빵 부스러기를 조금 주어 본 것이에요. 그러자, 오오... 잘 먹는 것이네요! 게다가 먹고 나서의 반응도 정말 좋아 보입니다네요! 이런 식이라면,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예요! 그렇다면, 이름도 지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네요. 음... 하지만, 라이라 씨는 이름 짓는 센스는 없습니다인데... 비둘기 (はと、鳩) 니까... 그래! 앞으로 이 친구의 이름은 하아토 씨로 하는 것이에요!
“라이라 씨, 앞으로는 비둘기 씨를 하아토 씨라고 부르는 것이에요. 라이라 씨랑 함께 친구 하겠습니까예요?”
다시 한 번 기분 좋은 듯한 울음소리를 내는 하아토 씨. 라이라 씨, 정말 기쁩니다예요.
그 뒤로는, 공원을 찾으면 거기에 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놀이를 하면서도 때때로 비둘기들을 바라보고는 했습니다예요. 비둘기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으면, 비둘기들에게도 비둘기들의 모임이 있고 질서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네요. 하나토 씨는 먹을 것을 찾는 것을 정말 잘했는데, 비둘기들 여럿이 모인 곳에서 하나토 씨가 날갯짓을 몇 번 하고 나면 다들 일제히 한 방향으로 날아가곤 했습니다예요. 그리고 그 목적지를 보면 항상 먹을 것이 있었던 것이에요. 애벌레들이라든가,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이라든가... 그리고, 때로는 다른 곳에서 비둘기들이 날아와 하아토 씨나 하나토 씨 같은 비둘기들을 괴롭히기도 했는데, 라이라 씨가 아무리 괴롭히지 말라고 말려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이들을 하야토 씨는 날갯짓이나 울음소리로 정말 잘 쫓아내는 것이었어요. 라이라 씨도, 하야토 씨처럼 강해지고 싶은 것이네요.
아무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서 배고파할 때는, 라이라 씨가 먹을 것을 주고는 했습니다예요. 주로 빵 귀퉁이 같은 것들을 작게 잘라서 준 것이에요. 그러면, 배고픈 비둘기 친구들은 그것들을 곧잘 먹었습니다네요. 라이라 씨도 넉넉하게 지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남에게 부족한 것이 있으면 나누라고 배웠습니다이니까, 비둘기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 라이라 씨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에요.
그런데 하루는 하아토 씨에게 빵을 주고 있었는데, 참새 두 마리가 날아와서는 하아토 씨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습니다네요. 참새들도 빵을 먹고 싶었던 것일까요? 셋이서 오랫동안 묘한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네요. 그러더니 하아토 씨가 빵 한 조각을 양보하는 것이었어요. 그러자, 조각을 물고 그대로 자신들이 지내던 나뭇가지로 돌아가는 참새들. 이 아이들, 왠지 마음에 드는 것이네요. 둘에게도 이름을 지어주고 싶습니다예요. 음... 저 아이들은 참새 (スズメ、雀) 니까, 스즈미 씨랑 스즈무 씨인 것이에요!
스즈미 씨랑 스즈무 씨는 금슬이 정말 좋습니다예요. 라이라 씨가 언제 둘을 바라보더라도, 서로 떨어질 줄을 모르는 것이네요. 아까처럼 비둘기에게 날아가 당돌하게 먹을 걸 요구할 때도, 머무를 곳을 바꾸려고 날아갈 때도, 언제나 둘은 함께였습니다예요. 정말 풋풋한 사랑인 것입니다예요.
...라이라 씨도 저런 풋풋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라이라 씨랑 새들과는 많이 친해져서 새들을 따라 이 도시의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예요. 다른 공원에서 조금은 다른 풍경과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이고,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이고, 시내 중심가로 가서 다양한 음식점들을 구경할 수도 있었던 것이네요. 물론 라이라 씨는 돈이 많지 않았으니까, 맛있는 음식들을 보고 침을 삼키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만요. 때로는 멀리까지도 갔으니까, 라이라 씨 혼자였으면 금방 헤매버리고 말았을 텐데, 비둘기들과 함께하면 아무리 처음 보는 곳으로 가도 마지막엔 원래 라이라 씨와 함께하던 공원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네요. 역시 이곳에 오래 머물렀으니까 여기 지리에는 이골이 난 것이네요. 대단합니다예요.
비둘기들이 이 도시의 다양한 모습들을 가르쳐 주었으니까, 한 번은 라이라 씨도 보답을 하고 싶어서 하아토 씨를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습니다예요. 메이드 씨에게 혼이 나서 그 뒤로는 초대를 못한 것이지만요.


그렇게 새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길을 걷다 보니, 어느 새 집 근처의 공원인 것이네요. 저기 공원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할아버지 한 분이 라이라 씨를 반기고 있습니다예요.
“라이라 쨩, 항상 고생이 많아. 상점가에서 오는 길인가?”
“오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인 거예요. 네. 빵집에 가서 빵을 사고, 빵 귀퉁이도 잔뜩 받은 것이에요.”
“허허, 빵 귀퉁이라... 힘들 것 같구먼 그래.”
“그렇지 않은 것이에요. 빵 귀퉁이가 있으면 정말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니까, 정말 좋습니다예요. 게다가 친구들에게도 줄 수 있는 것이고요.”
“친구들이라면... 그 비둘기들 이야기군 그래. 라이라 쨩은 정말 착하구먼.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빨리 가 버리라고 발길질을 했을 텐데 말야.”
“그렇습니까예요? 그건 너무한 것이네요.”
“뭐, 생각해 보면 요즘 들어서 이 근방에 새들이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
그런 것인가요. 하지만 새들도 우리랑 똑같은 생명인데, 그렇게 내치면 안 되는 것이에요. 하아토 씨도, 하나토 씨도, 하야토 씨도, 그리고 스즈미 씨랑 스즈무 씨도, 친해지고 나면 정말 착한 아이들인 것인데, 사람들은 왜 이 새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인가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더니, 시간이 늦어진 것 같습니다네요. 어서 가야 하는 것이에요.
“할아버지, 라이라 씨는 시간이 늦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예요.”
“오오, 그래. 그러고 보니 추운 데 오래 세워 놨구려. 미안하이.”
“편안한 하루 되세요인 거예요.”
할아버지에게 인사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라이라 씨.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가야 겠습니다예요. 라이라 씨, 배가 슬슬 고파오고 있기도 하고, 메이드 씨도 일이 끝나서 슬슬 집으로 올 것인데 라이라 씨가 없으면 걱정할 것입니다예요.
그런데, 집이 가까워 오니까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이 들려오는 것이에요.
“...뭐? 또 그 까마귀야?”
“그래. 까마귀가 지나가던 사람 장바구니에서 먹을 걸 홱 낚아채고 쏜살같이 사라졌대.”
“얼마나 빠르게 낚아챘으면 그렇게나...”
“그래서, 이 부근에선 먹을 건 절대 놓치지 않는 포악한 헌터로 소문이 다 나 있다니깐? 너도 장 보고 집에 갈 때는 조심해.”
까마귀인 것인가요. 라이라 씨도 조심해야겠네요, 하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라이라 씨 앞에 나타나서는,
라이라 씨가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스치고는,
그대로 반대편으로 빠르게 사라진 것이에요.


...방금 무언가 날아간 거예요? 너무 순식간이어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파악이 잘 안 되는 것이네요. 그러고 보니 라이라 씨의 장바구니를 스친 것 같았습니다인데... 어라?


빵 귀퉁이가 어디 갔습니까예요?


불안한 마음에 반대편을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네요.
혹시 까마귀에게 빵 귀퉁이를 빼앗긴 것이에요?
라이라 씨, 가슴이 쿵쾅대는 것이 멈추질 않습니다예요.


빠르게 뛰는 가슴을 집으로 돌아온 라이라 씨. 그런데, 메이드 씨가 있는 것이네요. 메이드 씨, 라이라 씨의 표정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 같습니다예요.

“아가씨, 무슨 일 있으셨나요?”
“메이드 씨... 빵집에서 받은 빵 귀퉁이... 전부 빼앗겨 버렸어요.”
“아... 까마귀로군요. 그러고 보니 오늘 사장님도 그 이야기 하시던데...”

여전히 진정이 되지 않은 채로 메이드 씨에게 이야기한 라이라 씨. 하지만, 진정이 되지 않는다고는 해도, 이건 무슨 감정인 것이에요? 화가 난 것은 아닙니다예요. 그야, 까마귀 씨도 배가 고팠을 것이고, 먹을 것이 필요했을 것입니다니까요. 무서웠다, 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네요. 라이라 씨, 일이 너무 순식간에 흘러가서 무서움을 느낄 새도 없었던 것이에요. 그것들이 모두 아니라면... 지금 라이라 씨가 떠올리고 있는 것은... 메이드 씨... 그리고 새 친구들...
...라이라 씨, 라이라 씨가 해야 할 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예요.
생각해 보면, 두바이에 있었을 적에는 라이라 씨가 잘못한 일도 많았고, 그래서 엄마 아빠에게, 또는 메이드 씨에게 혼났던 적도 많았습니다네요.
실은 그 때는 왜 라이라 씨가 혼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적도 많았습니다예요.
하지만, 지금은...
...라이라 씨의 잘못 때문에, 메이드 씨도, 그리고 하아토 씨랑 다른 친구들도... 모두 힘들어지는 것이네요.
그냥 장을 보고 집으로 가지고 오면 될 뿐인 간단한 일인데도...
그것을 제대로 못해서 생긴 일의 결과가, 라이라 씨의 눈앞에 뻔히 보이는 것이에요.
라이라 씨, 자신이 받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고 완수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예요.
하지만, 빵 귀퉁이를 빼앗기고, 라이라 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네요.
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헤매는 라이라 씨.
라이라 씨는, 그런 스스로에게 화가 나 있었던 것이에요.
게다가, 이제 메이드 씨에게도 혼납니다겠죠? 하지만 라이라 씨는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습니다네요.
그런데...

“아가씨, 홀로 그렇게 낙담해 있지 말아주세요. 그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아요. 아마 저였어도 까마귀의 습격을 받으면 어찌할 수 없었을 거예요.
게다가, 당장 빵 귀퉁이가 없어도, 식사 준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걸요.”

어?
메이드 씨... 라이라 씨를 감싸 주는 것이에요?
라이라 씨, 아직 완전히 납득할 수는 없습니다이지만... 그래도, 고맙습니다예요.
그와 함께 촉촉해지는 눈가, 그리고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라이라 씨는 그대로 메이드 씨에게 안겨들어,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흐느꼈습니다예요.
이렇게 어리광 부리는 것도, 정말 오랜만입니다네요.


다음 날 아침.
메이드 씨가 일을 나간 뒤, 라이라 씨는 힘없이 공원으로 터덜터덜 걸어와서는 벤치에 주저앉아 버린 것이에요. 아침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은 것이네요. 아, 저기 하아토 씨가 보이네요. 라이라 씨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습니다예요. 그러더니 라이라 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하아토 씨. 그 모습을 보니, 하아토 씨도 어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 같습니다네요.
“하아토 씨... 어제 빵 귀퉁이를 까마귀에게 전부 빼앗겨 버렸습니다예요.”
그러자, 상황을 이해한 듯 구슬프게 우는 하아토 씨. 하지만 라이라 씨, 빵 귀퉁이를 빼앗겼다고 해서 빈손으로 이곳을 찾을 수는 없었으니까,
“대신 오늘 아침에 메이드 씨가 만들어 준 스튜를 조금 갖고 왔습니다예요. 추운 곳에서 지내야 하니까 큰일일 텐데, 이거라도 먹고 몸을 녹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네요.”
그것을 본 하아토 씨는 고개를 숙이고는 부리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예요. 하아토 씨에게 줄 만큼을 남겨야 했으니까 그만큼 라이라 씨는 배가 고픈 것이지만, 라이라 씨가 가져온 요리를 잘 먹는 것을 보니, 그래도 기분이 편안해 지는 것이네요.
하아토 씨가 잘 먹는 것을 보고서, 라이라 씨는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예요. 오늘은 왠지 나침반을 들고 오고 싶어졌습니다네요. 두바이에서 엄마가 준 나침반을 높이 들어올려 보았습니다예요. 원래 일본에 이걸 가지고 온 이유는 메카 방향을 알기 위해서이지만, 때로는 나침반을 들고 고향의 방향을 보며 엄마 아빠를 떠올리기도 합니다예요. 네. 오늘 따라 엄마 아빠가 더 떠오르는 것이네요.


라이라 씨랑 즐겁게 이야기하면서도 가끔 어두운 표정을 보이던 엄마.
라이라 씨를 사랑해 주었지만, 때때로 고지식했던 아빠.
라이라 씨가 보는 겉모습 뒤에 숨겨져 있던 스스로의 책임, 자기 일은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는 중압감, 자신이 없어도 그걸 티내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
엄마 아빠가 느낀 감정은 이런 것이었습니다인 거네요.
메이드 씨와 함께라고는 하지만, 라이라 씨, 일본에서 잘 생활할 수 있는 것일까요?


하고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푸드득 하는 소리가 들린 것이에요.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니까, 쓰레기통 앞에 까마귀 한 마리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네요. 그리고, 그 앞에는 어제 빼앗긴 빵 귀퉁이. 어제의 그 까마귀인 것이네요. 반쯤 없어진 것을 보니, 어제 저녁 식사도 저것으로 한 것 같습니다예요.
그런데 어쩐지 봉지를 찢은 흔적이 보이지 않더라니, 까마귀는 봉지를 묶어놓은 것을 자신의 부리로 풀어버리고, 그 안의 내용물을 하나하나 집어먹기 시작한 것이에요. 게다가 다 먹은 뒤에는 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기까지... 정말 똑똑합니다예요.
이 때, 까마귀가 라이라 씨가 있는 걸 알아챈 것 같습니다예요. 라이라 씨와 까마귀 사이에서 묘한 신경전이 오가는 것이네요. 그러더니...


...재빠르게 날아와 라이라 씨의 나침반을 그대로 채어가 버렸습니다예요.


잠깐! 그것만은 안 되는 것이에요!

그대로 멀리 날아가려는 까마귀를, 이번에는 빼앗길 수 없다는 심정으로 쫓아갔습니다예요. 하지만 아무리 뛰고 또 뛰어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 숨이 턱까지 차올라 온 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지만, 저 나침반만큼은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되는 거니까, 이 악 물고 까마귀를 쫓아 계속 뛴 것이에요.
그러다 얼마나 뛰었을까, 라이라 씨, 외곽의 강변 둔치까지 온 것이네요. 그런데,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빠르게 도망가던 까마귀가 갑자기 날갯짓을 멈추고 땅으로 내려온 것이에요. 그리고 한쪽 발을 내밀고 까악까악 하고 우는 까마귀.

"어? 돌려주는 것이에요?"

하고 나침반을 돌려받긴 했는데, 이렇게 돌려줄 거였으면 왜 이것을 가지고 도망간 것인가요? 다시 돌아가려고 하니까, 뒤돌아서자마자 까마귀가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습니다예요. 왜 그러나 하고 생각하며 다시 뒤를 돌았더니, 옆을 보라는 듯이 까마귀가 고갯짓을 하는 것이네요. 그 곳에는, 갈고리 같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예요. 그리고 갈고리 끝에는 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빼앗은 것으로 보이는 지렁이 모양 젤리가 하나. 그런데, 이 갈고리가 어쨌다는 것인가요?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까마귀는 갈고리 줄을 부리로 물고는 강물 속을 향해 갈고리를 던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예요? 게다가 물에 풍덩 빠진 갈고리, 그리고 참을성 있게 언제까지고 가만히 기다리는 까마귀.


...혹시, 지금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에요?


까마귀가 낚시까지 할 줄 안다는 데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어? 입질이 온 것 같습니다네요. 강에 빠진 갈고리 줄이 살짝 움직인 것처럼 보였습니다예요. 그러자 까마귀도 그걸 느꼈는지 안간힘을 쓰며 줄을 당기기 시작한 것이에요. 그런데 생각보다 큰 물고기가 잡힌 것 같습니다네요. 그냥 힘을 주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낮게 떠서 날갯짓까지 하며 잡힌 물고기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이에요. 이건, 라이라 씨도 도와줘야 할 것 같습니다네요. 사람의 힘이 함께라면 분명 쉽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에요. 하고 생각했지만, 생각 외로 그렇지 않습니다네요. 갈고리에 붙잡힌 물고기가 발버둥치는 힘은 생각보다 훨씬 센 것이었어요. 그렇다면, 까마귀랑 함께,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그렇게 오랜 사투 끝에 잡아 올린 물고기 하나.
무슨 물고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큰 것이네요. 라이라 씨 팔뚝 길이 정도는 되어 보이는 것이에요. 그런 물고기가 여전히 힘차게 팔딱대는 모습에 라이라 씨가 감탄하고 있는데, 까마귀가 울음소리로 라이라 씨를 부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예요? 음... 날갯짓이나 고갯짓을 하는 모습을 보니...
“...에? 라이라 씨, 이거 가지고 가도 되는 것이에요?”
그러자 기분 좋게 울음소리를 내는 까마귀. 아, 혹시!
“...이거, 빵 귀퉁이에 대한... 보답입니까예요?”
하고 물어보니, 까마귀가 다시 한 번 그렇다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네요.

그렇구나.

까마귀는 라이라 씨에게 감사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어요. 라이라 씨가 쫓아올 수밖에 없도록 나침반을 가져간 것도 그렇고, 또 생각해 보면 처음에 빵 귀퉁이를 가져갈 때랑 달리 아까는 전속력으로 날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네요. 라이라 씨가 따라올 수 있도록 배려도 해 준 것이었군요.

사람들에게 미움 받고 있는 이 까마귀도, 사실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뿐이었습니다예요. 단지, 그 방법이 서투를 뿐.
“까마귀 씨. 감사합니다예요.”
라이라 씨는 까마귀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뒤, 까마귀가 준 소중한 물고기를 들고 여기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갔습니다예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신기하네요.”

이후, 메이드 씨에게 아침의 일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예요. 메이드 씨, 처음에는 믿지 못하는 듯한 눈치였지만, 까마귀가 준 그 물고기를 직접 보고, 물고기를 맡아 준 생선 가게 아저씨의 말까지 들으니 믿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네요.
아, 라이라 씨네 집에는 냉장고가 없습니다이니까, 이 물고기는 메이드 씨가 올 때까지 항상 가는 생선 가게의 아저씨에게 맡겨달라고 했습니다인 거예요. 아저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물고기는 붕어라고 하는 것인데, 라이라 씨가 갖고 온 정도의 크기면 낚시를 오랫동안 해 온 사람도 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엄청 큰 것이라고 합니다네요. 주로 간장이나 된장 베이스의 양념으로 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뼈가 많으니까 조심하라고 이야기한 것이예요. 이걸 까마귀가 직접 잡아서 주었다고 이야기하니까, 아저씨도 정말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예요. 그야, 까마귀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물고기를 낚시해서 잡는다니, 보통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이니까요. 더군다나, 이곳에서 까마귀는 포악한 헌터로 소문이 자자한 것이지 않습니까예요?

“표현이 서툴기는 해도, 알고 보면 좋은 아이인 거예요.”
“그러게요. 이걸로, 까마귀에 대한 오해도 풀렸으면 좋겠네요.”

까마귀와 함께 했던 일을 다시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

"그렇다고 전처럼 까마귀를 집으로 데려오고 그러면 안 돼요? 집안이 더러워지는 데다가, 새들은 새들이 지내야할 곳이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메이드 씨, 역시 이 말은 빼 놓지 않는 것이네요. 네에, 알았습니다예요...

생각해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에서 새들은 남의 영역을 멋대로 침범한 이방인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네요.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새들을 쫓아내려고만 하니까, 새들은 사람과 가까이하고 싶어도 다가가지 못하거나, 또는 그 까마귀처럼 서투른 방식으로 자기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라이라 씨도 일본에서는 이방인인 것이어서, 라이라 씨로서는 그런 새들에게 더 끌리고,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네요.
덕분에 친구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예요. 게다가, 그 친구는 라이라 씨에게 소중한 선물을 주었습니다예요. 까마귀가 준 소중한 선물,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늘의 저녁 식사는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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