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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아가씨와 웃지 못하는 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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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4, 2018 21:33에 작성됨.

전편인데도 제목이 다른 이유는 심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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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와 타카네가 그렇게 최악인 만남을 가진지, 3일정도 지난 어느 날 밤이었다.


"...타카네씨?"

 
자신의 허리 위에 올라 앉은 여성이, 평소와 다르게 유혹에 응하지 않는 자신을 이상한 듯한 시선으로 내려보며 그렇게 부르는 목소리에 타카네는 허공을 향해 던지고 있던 시선을 여성에게로 돌렸다.

눈 앞에 보이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짜여진 신체. 남성의 몸과는 상대도 안 될 정도도 부드러운 그 곡선은 미려하다는 말로 표현될 정도로 완벽하다. 아름다운 그 곡선은 그 자체로도 완벽이다. 그래서 남자보다 여자를 좋아한다. 그 신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유연한 아름다움. 그 선을 시선만으로 천천히 잡아내며, 타카네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정말. 평소하고 너무 다르신데요? 무슨 일인데요?"

 
시선만 자신에게로 돌렸을 뿐, 대답은 하지 않는 타카네에 불만스레 여성이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타카네는 여전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참으로 기이하군요..."
"...뭐가요?"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인지, 뭐가 어떤건지... 시험해보고 싶어질 정도군요."
"에...타카네씨, 무슨 소리??"

 
이해할 수 없는 말들에, 여성이 물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 듯 타카네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말했다.

 
"그렇군요, 조금 시험해보는 게 좋을 것 같사옵니다."
 

아마 그 중얼거림을 히비키가 들었다면, 질겁을 했었을지도 모른다.










후─하. 히비키는 심호흡을 했다.
4일째.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역시 긴장된다. 매번 긴장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떻게든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루하루가 모험하는 기분이다. 가끔은 몸이 안 좋았으면 생각하기도 할 정도로.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든 해내지 않으면 정말 앞은 없지. 그렇게 생각한 히비키는 음, 하고 속으로만 기합을 넣곤 문 쪽으로 다가섰다.

하지만 그렇게 단단히 마음 먹은 것도 불구하고 문을 조금 여는 순간, 문 안쪽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여성의 톤 높은 신음에 히비키는 멈칫했다가 황급히 문을 다시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방금 그 소리.

 
'...또야?!'
 

타카네라는 인간에 질리는 기분을 느끼며 히비키는 속으로 그렇게 절규했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문에서 상당히 가까운 곳이었다. 지금 문을 열면 아마도...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히비키는 문 앞에서 멈춰선 채 멍하니 문만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대낮이고, 여긴 현관이다. 적어도 밤에 방에서, 아니, 하다 못해 현관 문을 잠근다던가 하는 정도의 매너는 보여줄 수 없는거냐?! 아, 그래봐야 열쇠 가지고 있지만.

그렇게 속으로 절규하듯 외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완전히 굳어버린 채 문 손잡이만 멀거니 바라보며 히비키는 고민했다.

어째야 하지.

문을 열고 들어갈 자신은 없다. 그 장면을 눈 앞에서 보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쓱 지나칠 정도의 무덤덤함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돌아갈 순 없다. 이것도 아르바이트고, 일이다. 자신에겐 지금 돈이 필요하다. 되도록이면 여유있게 지낼 수 있을 정도의. 어머니에게 돈이 필요하다고 연락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그러니까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근처 어디선가 시간을 때울 수도 없다. 어디에 들어가려면 돈이 필요한데 자신에겐 지금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는 것 따윈 허옹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지.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우물거리던 히비키는 차가운 바람에 몸을 움츠렸다. 매서운 추위가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바람에 인상을 찌푸렸다가 하얗게 흐려지는 입김을 보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어.
 
그리고 히비키는 바깥쪽에서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도록, 그리고 동시에 차갑게 몰아치는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담 안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털썩 앉았다.

 
기다리자.
어차피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거야.
그러니까 여기서 기다리자.

 
히비키는 그렇게 머릿속으로 중얼거리며 몸을 좀 더 움츠렸다. 조금이라도 더 차가운 공기에 닿는 면적을 줄이기 위해서.
차가운 겨울이 그녀의 곁에 자리했다.

 
그리고 히비키는 아무 말 없이 현관 쪽을 지켜보았다.










"흐음... 돌아가버린 것일지..."

 
시계를 보며 타카네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시간은 어느새 5시 반. 벌써 밖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히비키가 오는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나있다. 그 시각 즈음 현관 문이 열리는 기척이 났지만, 곧장 그대로 닫고 가버렸나보지. 그렇게 생각하며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띄운 타카네는 거실에서 TV를 딸깍거리고 있는 여성을 보곤 말했다.

 
"당신도 슬슬 돌아가시는게 어떠신지요? 더 어두워지면 곤란할 것이옵니다."
"응?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타카네씨."

 
타카네의 말에 여성은 거실에 있는 시계를 보고선 그렇게 말하며 일어섰다.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린다. 그 모습만 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여성이었지만 타카네는 그녀에게는 딱히 긴 시선도 주지 않았다.
어차피 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대도 아니다.

 
"...그럼 다음에 또 봐요, 타카네 '선생님'."
 

타카네는 문을 열고 나가는 여성의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무반응에 여성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몸을 돌려 우아한 걸음걸이로 사라져갔다. 하지만 문은 닫지 않고 가버리는 그녀의 작은 짜증에 타카네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곤 일어서서 문을 닫기 위해 현관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타카네는 그 자리에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끝났나봐?"
"당신...?!"


타카네가 문을 닫기 위해 손을 뻗기도 전에 손잡이를 잡은 사람.
어쩐지 지친 듯한 표정으로 문 앞에 히비키가 서 있었다.
 

"...돌아갔던 게 아니었던겁니까?"
"일이니까. 그럼 잠깐 실례할게. 늦었으니 얼른 끝내고 돌아갈거라고."

 
타카네의 질문에 차가운 어투로 그렇게 답한 히비키는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고 들어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주방 쪽을 둘러보곤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시간이...식사를 못했겠구나. 저녁밥은 해두고 갈게."
"대체..."
"밥만 앉혀두고 바로 청소하도록 할테니까... 평소처럼 좋을 대로 있으라고."

 
입고 온 코트도 벗지 않은채 주방 쪽으로 걸어가 쌀을 꺼내며 딱딱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는 히비키를 멍하니 바라보던 타카네는 히비키의 코트에 노랗게 변색된 풀잎이 묻어있는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그 때부터 이 시간까지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겁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조심스레 물어본 것이 힘이 빠질 정도로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답에 타카네는 어이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돌아가지 않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 시간까지?


이 날씨에?


쌀을 씻어 물에 담가놓고선 손을 닦는 히비키는 코트의 소매 끝이 젖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 신경을 쓰기는 커녕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거실 쪽으로 걸어가 청소기를 붙잡는 그녀를 보던 타카네는 결국 더 이상 보지 못하고 걸어가 히비키의 손을 낚아챘다.

빨갛게 얼은 차가운 손가락의 감촉이 질릴 정도로 잘 느껴졌다.


"...뭐하는 거야?"


그렇게 바라보며 묻는 차가운 시선에 타카네는 자신이 진심으로 상대를 화나게 했음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자신이 오는 시각을 의도하고 한 일이었다는 것쯤은 그녀도 깨달았겠지. 하지만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이 추위에 밖에서 꼼짝않고 기다리고 있을 줄은. 당연히 돌아갔을 줄 알았는데.


"자, 잠깐만, 갑자기 뭐... 으걋!"
"됐으니까 거기서 얌전히 그거나 두르고 앉아 계십시오!"
 

그 사실에 떠오른 감정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대신 히비키를 거의 떠밀듯이 강제로 소파에 앉힌 후, 소파 한 쪽 구석에 있던 이불을 집어 그 쪽으로 던졌다. 얼떨결에 이불을 받은 히비키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어쩐지 짜증까지 느끼며 타카네는 말했다.

그게 적반하장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답답해서 견딜 수 없었으니까.
 

"동상이라도 걸리면 어쩔 셈이십니까? 제정신입니까? 이 날씨에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다는 게?"
"뭐, 뭐...!"
"그렇게 손도 얼굴도 새빨갛게 얼어서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라는 얼굴로 들어와 일해봐야 누가 괜찮다고 믿겠습니까?"
"뭐, 누, 누구 탓인데!!"
 

인상을 찌푸린 채 그렇게 말하는 타카네를 보고 순간 확 머리 끝까지 열이 올라 그렇게 외친 히비키는 아, 하고 입을 가렸다.

실수했다.

화내면 안되는데.

그 바람에 타카네의 눈치를 살핀다. 하지만 오히려 타카네는 히비키에게 뭐라고 하지 않고 멍하니 히비키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그렇게 화를 내시니 차라리 안심되는군요. 코트는 벗으시고, 그거 덮어쓰고 얌전히 앉아계십시오."
"......"

 
더 이상 말을 했다간 더 크게 실수할 것 같다. 그렇게 느낀 히비키는 더 이상 반항하기보단 그냥 타카네가 시키는 대로 코트를 벗고 얌전히 앉아있기로 했다. 어쨌든 추운 건 사실이었으니까. 손이고 발이고 하기 전에 온 몸이 얼어있다.

코트를 벗어 소파 한 쪽에 놓는 히비키를 본 타카네는 몸을 돌려 주방 쪽으로 향했다.

이불을 덮은 채 몸을 움츠린다. 따스한 온기가 몸을 녹여 피부가 간지러울 정도였다. 오랫동안 밖에 있긴 했구나. 추위에 곱은 손을 마주 붙잡았다가, 얼굴에 갖다 대 본다. 얼굴도 그렇게 손과 온도 차이는 나지 않을 정도로 차가웠다. 무식했다. 하지만 도중에 오기가 생겨서 돌아갈 수 없었는걸. 그렇게 생각하며 입술을 삐죽이는 히비키의 눈 앞에, 갑자기 커다란 머그컵이 들이밀어졌다.
 

"어?"
"...코코아이옵니다."
"...마시라고?"
"그럼 이걸 어디다 쓰라고 드리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좀 더 머그컵을 들이미는 타카네의 모습을 보고 히비키는 얼떨결에 머그컵에 손을 댔다가 아, 하고 황급히 손을 뗐다. 얼어버린 손에 따뜻한 음료의 온기는 너무 높다. 정신 차리고 조심조심 머그컵의 손잡이를 잡은 히비키는 잠시 타카네를 살피며 머뭇거리다 고개를 숙이곤 말했다.

 
"고마워."
"...아뇨, 그런 말 들을 입장은 아니니 괜찮습니다."

 
어쨌든 히비키를 시험할 생각으로 그녀가 올 시간에 그런 일을 벌인 건 자신이니까. 화내주는 편이 차라리 마음이 놓인다. 그런 생각과 함께 한숨을 내쉰 타카네는 말했다.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 몸이나 녹이고 계시길."
"어...아니, 이것만 다 마시고 정리하고 갈거라고."
"흐음...그렇게 사양할 것 까진 없지 않습니까, 히비키?"
"아니 그게 아니라, 이대로 있으면 잘 것 같아서..."

 
딱 잘라 거절하는 히비키의 태도에 조금 투덜거린 대답으로 돌아온 말에, 타카네는 히비키를 돌아보았다. 하얀 이불을 몸에 두른채, 코코아가 담긴 머그잔을 기울이는 그녀의 표정은, 정말로 피로에 지친듯 보였다. 그 모습에 전혀 느낄 리 없다고 생각한 죄책감이 다시 고개를 내미는 것을 느끼며 타카네는 시선을 돌리곤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정리는 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 그렇지만 밥은..."
"...어떻게 하면 되겠는지?"
"응? 무슨 뜻이야?"

 
쌀은 벌써 다 씻어서 담가놓았는데, 라고 생각하며 한 말에 돌아온 반문에 히비키는 고개를 들어 타카네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타카네는 히비키의 시선을 회피하며 뺨을 긁적였다.

 
"할 줄 모르니... 어떻게 하면 되는겁니까?"


그 말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히비키는─


"...아니, 그 나이 그 때까지 뭐 한거야? 혼자 살면서. 어휴, 곱게 자란 아가씨란..."
"......"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쏘았다.
그리고 히비키의 그 말에 타카네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지은 죄가 있는 입장이라는 탓에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우음...."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나서야 눈을 뜬 히비키는, 일어나자마자 힘없는 손을 뻗어 옆에 있는 휴대폰의 액정을 확인했다. 시간은 20시 30분. 시간이 꽤 지났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가 눈을 깜빡인다.


나, 언제 방으로 돌아왔지?

 
멍한 머릿속에서 기억을 끄집어내봐도 기억이 없다. 일하러 갔다가 또 그 짓을 하고 있어서 밖에서 떨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찌어찌 들어갔더니 되려 소파에나 앉아있으라하고, 밥도 못한다는 소리에 잠깐 도와주고 다시 이불덮고 앉아있었는데.

...그 뒤로는 전혀 기억이 없다.
아니, 오히려 오늘 겪었던 일이 사실이 꿈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 옷..."

 
꿈이라도 꾼 건가 생각하며 멍하니 있던 히비키는 문득 어두운 방 안에서 눈에 들어오는 자신의 옷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옷은 잠옷이 아니다. 평상복이었다. 그리고 아래엔 이미 미지근해진 물이 들어간 비닐 주머니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거, 뭐야? 그렇게 생각하며 멍하니 바라보다 시선을 돌리자 책상 위에도 뭔가 있다. 겨우 이불에서 빠져나와 걸어가 방의 불을 켠 히비키는 강한 빛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책상 위의 물건을 확인했다.

 
약국에서 사온 듯 한 약봉투.
레토르트 포장재에 담긴 죽.
결국 감기걸렸던건가.
 

"...꿈은 아니었던건가..."
 

어딘가 몽롱하니 지친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약과 자신은 산 기억이 없는 죽을 보며 멍하니 있던 히비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침대를 돌아보곤 그제서야 저 굴러다니는 물주머니가 얼음이 들어있었을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리곤 봉투를 들고 지친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왔다.

 
"이상한 사람이라니까..."

 
그렇게 투덜대곤 주방으로 걸어가 주방의 식탁 위에 봉투를 올려놓는다. 뭐 좋다. 덕분에 힘도 없는데 귀찮게 요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많이는 못 먹으니까 필요없는데.

 
"...아니, 이렇게 많이 살 거면 먹고 가라고... 엣, 먹고 남은 게 이 정도인건가?"
 

─어쨌든 아프다는 건 정말로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몸도 마음도 약해지니까.
자신을 감기에 걸리게 만든 당사자까지 아쉬워지는 걸 보면 정말로 많이 지치긴 지친 모양이다. 옷이 전부 땀에 젖은 탓에 끈적거리고 조금 기분이 나쁘다고 느낀 히비키는 일단 먹고 나서 바로 씻기 위해 물을 받으러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 참 보기 그렇군요. 적당히 옷이라도 갈아입는 편이 좋지 않습니까?"
"...에?"


가는 도중 들려온 목소리에 히비키는 멍하니 시선을 돌렸다.
거실 쪽에서 책을 한 손에 든 채, 살짝 한쪽 눈살을 찌푸리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은발의 여성.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히비키의 시선이 타카네가 들고 있는 책에 멎었다.
 

"...으갸아아앗!!! 뭐, 뭘 보고 있는 거야, 지금?!!"
"어떤 거 말씀이신지...? 아, 이 책 말씀이십니까? 방 책꽃이에 있길래 심심해서 빼왔사옵니다만."
"멋대로 남의 집 책장에 있는 걸 가져가지 말라고!!!"
"흐음, 아무래도 좋지 않습니까, 그런 건. 그런데 히비키, 미대생이셨습니까?"
"아, 아무래도 좋은게 아니잖아!!! 그리고 타카네하곤 연관도 없으니까!!"

 
그렇게 외치며 타카네가 들고 있는 책을 확 낚아챈다. 타카네의 손에 들려있던 것은 미술 관련 책자였다. 물론 히비키가 그 책자를 산 이유는 단 하나. 지금 저 책을 들고 있는 당사자의 그림이 실려있기 때문이었다.


절대 안된다.
저런 사람에게 자신이 저 사람이 그리는 그림의 팬이라는 사실을 알리게 된다면 어쩌면 계속 놀림 당하거나 그걸로 이용 당할지도 모른다. 절대로 알게 해선 안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책을 사수해 뒤로 물러섰던 히비키는 그제야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왜 여기 있는거야?"
"...히비키... 그 질문이 너무 늦다고 생각하시진 않습니까...?"

 
그리고 히비키가 던진 질문에, 타카네는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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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로 상경한지 얼마 안된 시기라 애완동물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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