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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그라시아 팬픽] Return -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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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0, 2018 15:23에 작성됨.

이 글은 TVA 『아이돌마스터 제노그라시아』의 팬픽으로 시점은 본편 기준으로 9화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각종 설정은 스토리에 맞춰 일부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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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트 아르테미스. 원인불명의 사건으로 지구는 달을 잃었다. 처음 그 사실이 지구에 알려졌을때, 사람들은 동요했다. 각 나라의 수장들은 매일같이 회의를 거쳐 대책을 강구했고 시민들 사이에선 근거없는 지구 멸망설 따위가 유행하며 다들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걱정처럼 달이 사라졌다고 해서 지구가 큰 피해를 입진 않았다. 달이 사라진 밤은 칠흑처럼 어두웠지만 인류는 이미 100년도 더 전에 어둠을 정복했다. 부서진 달의 파편이 지구로 떨어졌지만 어디까지나 대응을 제대로 못했던 초기에만 문제되었을 뿐, 범 국가단체 몬덴킨트가 창설되고 대응을 해나간 이후에는 드롭 역시 그저 해프닝에 불과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인류에게 있어 달은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과거의 유산이 되었고, 대가 바뀌면 바뀔 수록 그들은 달의 존재를 잊었다. 그리고 달이 사라진지 107년이 지난 지금, 은은한 달빛이 지구에 현신하였다.


"저기, 타카네. 여기가 지구 맞지? 지구에는 사람들이 많아? 그럼 친구도 잔뜩 만들어?"


"여기가 지구야? 미키는 지구가 재밌을 것 같은 거야~"


"여긴 정말 아름다운 행성이네요. 잘 봐두세요.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곳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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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르르릉-


  알람 소리가 시끄럽게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침대에 한 소녀가 누워있었지만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도 별로 깰 기색은 없었다. 알람시계와 소녀는 한 사람이 패배를 인정하기 전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듯 전혀 미동이 없었다. 결국 알람이 먼저 포기했다. 여전히 소녀는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그때 방 문이 거칠게 열렸다.


"하루카! 안 일어날거야?"


"어머, 미나세양. 노크는 하고 들어가야죠."


"유키호, 네가 그렇게 깨우니까 하루카가 매일 늦잠을 자지. 야 안일어날래? 벌써 해가 중천이야!"


방 문을 활짝 열고 두 사람이나 들어왔지만 침대 속 소녀는 좀처럼 반응이 없었다. 결국 화가 난 이오리의 이마가 소녀에게 직격하고 난 이후에야 일어났다.


"아야야... 왜이렇게 거칠게 깨우는거야."


"어떤 방식으로든 깨워달라고 한 건 네 쪽이었잖아!"


"아, 맞다! 고마워 이오리~"


침대 위 소녀는 지금까지완 다르게 번개처럼 몸을 일으키고 샤워실로 뛰어나갔다. 매일매일이 같은 모습 반복인 그녀를 보며 이오리는 고개를 저었고 유키호는 입을 가리며 웃었다. 정신없이 뛰는 모습이 그 나이대의 소녀답지 않게 경박해보이기도 했지만 소녀를 아는 사람들은 그녀의 행동이 평상시 흔했던 일이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녀의 이름은 아마미 하루카, 16세의 몬덴킨트 소속 아이돌 마스터 이다. 그녀를 깨운 미나세 이오리 역시 그렇다. 하기와라 유키호는 하루카의 몬덴킨트 입사 동기였지만 아이돌 마스터로서의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오퍼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로스트 아르테미스 이후 지상으로 추락하는 드롭을 처리하고 있는 역할을 맡은 만큼 이 소녀들과 소녀들의 아이돌이 지구를 지키고 있다고봐도 무방할 것이다.



몬덴킨트 내 구내식당은 식사를 해결하려는 직원들로 인산인해였다. 평상시완 달리 일찍 기상한 하루카와 동료들 역시 식당을 찾았다.


"오늘 아침은 맛있네."


"그러게요 하루카씨."


"근데 왜 깨워달라고 한거야? 너 원래 아침에 늦게까지 자다 일어나잖아."


"오늘은 날씨도 좋다고 해서 임벨이랑 놀러가기로 했거든."


"뭐? 너 아이돌을 사적으로 운용할 셈이야?"


"왜? 그러면 안돼?"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서 끌고 나갈려고 했냐... 아이돌이 한 번 출격할때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여야하는줄 알아? 적어도 리츠코한테는 얘기 했어야지."


"리츠코씨가 된다고 했는데?"


"... 뭐? 리츠코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앗! 마코토다. 마코토 여기야 여기~"


마코토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봤지만 부른 대상이 하루카임을 알고 다시 고개를 돌린채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식사는 늘 혼자였다. 하루카는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왜 마코토는 혼자 밥을 먹을까?"


"성격이 글러먹었으니까 그러지."


"이오리는 그런 말버릇을 고쳐야돼."


"내가 뭘! 밥이나 먹어!"


이오리의 눈이 도끼처럼 되고나서야 하루카는 말하는걸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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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가르는 경쾌한 소리를 들으며 하루카는 오랜만의 휴가에 들떴다. 최근 계속되는 드롭 낙하 사건에 거의 매일 출동했던걸 생각하면 아직도 진저리가 났다.


"임벨, 오랜만에 이렇게 날아다니니 좋지 않아?"


임벨이 대답이라도 하듯 더욱 힘차게 가속했다. 드롭 낙하 사건 외에도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연예인 활동 중이던 후타미 아미를 설득해 몬덴킨트에 복귀 시켰다. 그 전에는 정체모를 아이돌과 그 마스터로부터 습격을 받기도 했다. 하루카는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가슴 한 구석이 답답했다. 단순히 적습 정도가 아니었다. 상대편의 공격 한 번, 한 번이 살의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임벨이 자신의 것이라는 발언. 하루카는 임벨을 정지시킨 후 콕핏을 열고 임벨의 몸체 위로 나왔다.


"와~ 날씨 좋다."


하루카는 이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지금 임벨은 자신과 함께한다. 함께 비행하고 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는게 맘 편하지 않은가. 하루카는 임벨의 몸체 위에서 눈을 감았다. 따뜻한 햇살 아래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기 좋았다. 임벨 역시 자신의 몸체를 선뜻 빌려주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깜빡 정신을 놓았던 하루카는 갑작스런 임벨의 움직임에 정신을 차렸다. 하루카가 잠들었을땐 낮이었지만 어느새 하늘이 캄캄해졌다.


"우웅... 임벨 왜 그래? 괜찮아?"


임벨은 몸을 움직여 강제로 하루카를 콕핏으로 유도했다. 그러곤 하루카가 콕핏에 들어가자 마자 바로 기체를 움직였다.


"임벨? 이 쪽은 우리가 왔던 방향이 아닌데? 어디로 가는거야?"


임벨은 평상시와는 달리 하루카의 말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통제 역시 따르지 않았다. 하루카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임벨을 어찌 할 순 없다보니 임벨에게 모든걸 맡기고 지켜보았다. 임벨이 향한 곳은 사람이 살진 않을 법한 작은 섬이었다. 아무래도 무인도에 온 모양이었다. 임벨이 멈춰서더니 천천히 섬을 향해 비행했다. 임벨이 이 곳으로 향한데는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때 메인 모니터의 화면이 확대되었다.


"어? 저게 뭐지?"


섬에 있는 숲 속 나무들 사이로 이상한게 보였다. 위장한 것 처럼 잘 눈에 띄지 않았지만 분명 무언가 빛나고 있었다. 가까이 가면 갈 수록 자세하게 보였다. 하루카는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그것이 거대하고 익숙한 존재라는 걸 알았다. 그것은 아이돌처럼 보이는 무언가, 아니 아이돌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돌 위에 누군가 여인이 서 있었다. 하루카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 여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눈부셨다. 은빛 머리카락은 은은히 후광을 비췄고, 비밀을 숨기고 있는듯한 깊은 눈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한껏 추켜세웠다. 하루카가 어렸을적 동화속에서 보던 공주 그 자체였다. 분위기에 취해 정신 못차리는 하루카 대신 먼저 말을 꺼낸건 그 여인이었다.


"드디어 왔군요. 확실히 클리메네, 당신의 말대로에요."


여인이 말하는걸 듣자 하루카는 정신이 들었다. 확실히 꿈같은게 아니었다. 곧바로 외부 마이크를 연결했다.


"당신은 누구죠? 그리고 그거 아이돌 맞나요? 몬덴킨트 소속인가요?"


"아이돌... 당신들은 그렇게 부르죠. 미안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질문에 답변해줄 수 없겠네요."


신비의 여인은 어떻게 한건지 바람처럼 사라졌다. 하루카가 여인을 이리저리 찾았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순간 아이돌이 기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임벨은 하루카의 통제 없이 독단적으로 튀어나가 아이돌을 공격했다. 쾅! 소리와 함께 지면이 울렸다. 임벨은 무게를 실어 주먹을 내질렀지만 아이돌은 간단히 손을 들어 임벨의 주먹을 가볍게 막았다.


"임벨! 일단 멈춰!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임벨은 별다른 피해 없이도 코어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었다. 하루카는 임벨이 흥분상태라는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하루카는 갑작스런 충격에 정신을 놓을 뻔했다. 순식간에 전해진 충격에 어질어질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섬 위의 상공에 떠있었다. 아이돌의 무게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몰라도 어마어마하게 무겁다는건 하루카도 알고 있었다. 그런 아이돌을 순식간에 지면에서 상공까지 날렸다는건 상대편이 얼마나 강자인지 알수 있는 대목이었다. 임벨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는 몰라도 적대하면 위험하다라는 생각이 하루카의 생각을 지배했다. 일단 여기서 도망가야한다.


"임벨! 이 틈에 도망가자. 빨리! 우리가 상대할 존재가 아닌 것 같아."


하지만 임벨은 또 다시 섬의 한 가운데로 빠르게 하강했다. 하루카는 임벨을 설득하기는 무리라는걸 알았다. 게다가 무슨 연유인지 몬덴킨트와의 통신 역시 작동되지 않아 구조요청을 할 수도 없었다. 섬에 내려오자 아이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신비한 여인이 있을땐 여인에 시선을 뺏겨 아이돌을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아이돌 역시 묘하게 여성스럽다는 느낌이 났다. 임벨이나 네뷰러가 강한 남성의 모습처럼 느껴진다면 이 아이돌은 왠지 모르게 우아하고 기품이 있었다. 마치 신비한 여인의 모습을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당신은 클리메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걸 알면서도 무모하게 덤벼드시는건가요? 과거 당신의 동족처럼?"


"뭐라구요? 동...꺄아아아"


임벨이 다시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전과 같은 갑작스런 움직임이었지만 이번엔 어느정도 맘의 준비를 한 듯 하루카는 조종간을 세게 잡았다. 임벨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건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임벨을 조종할 수 없다면 임벨을 따라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주먹을 뻗었지만 이번엔 아이돌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구 형태의 에너지 쉴드가 아이돌을 감싸고 있었다. 임벨의 주먹은 쉴드에 그대로 막혀 아이돌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이게 대체... 뭐야? 뭐야!"


에너지 쉴드가 붉은 빛으로 변하더니 모습이 변하며 임벨의 주먹을 타고 달라붙었다. 붉은 빛에 삼켜진 임벨은 이도 저도 못하고 동상이 된 것처럼 묶여 움직이지 못했다. 아이돌은 여전히 우아한 자세로 서 있었다. 무언가 손이라도 까딱했다면 모를까 아무렇지 않게 임벨을 제압하자 오히려 하루카가 더 약이 올랐다.


"오늘은 당신들을 적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직 '다섯 번째'를 찾지 못한 모양인데 그를 찾는 순간, 이렇게 순순히 보내드리진 않을겁니다. 지금 느끼고 있는 그 감정. 잘 간직하시길. 그럼 안녕히."


신비의 여인과 아이돌은 그 말을 남긴채 사라졌다. 순식간에 날아가버려 하루카는 한순간 꿈을 꾼 것 같았다. 도대체 그녀는 무엇이었을까. 평범한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카는 자신의 의문에 답을 찾을 수 없었지만, 단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녀와 그 아이돌에 대적하는건 계란으로 바위, 아니 산을 상대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다행히 그들이 사라진 뒤 그물 처럼 감겨있던 에너지도 사라졌다. 하루카가 다시 조종간을 잡자 한동안 그녀의 말을 듣지 않던 임벨이 얌전히 그녀의 통제를 따랐다. 하루카는 몬덴킨트로 돌아가는 내내 말이 없었다. 임벨 역시 그런 그녀의 눈치를 보는지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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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아이돌 이라구요?"


"너 꿈이라도 꾼거 아니야? 어쩐지 어제 너무 밤늦게 돌아왔다 했더니 나가서 퍼질러 잔거야?"


"자긴 했는데... 꿈이 아니라니까? 정말이야. 정말 아이돌이었어."


"네 말대로라면 너하고 임벨이 아무것도 못하고 제압당했다는건데 그렇다면 상대편이 굉장한 강자였다는 뜻이고 그런 아이돌을 트리아비터에서 가지고 있었다면 진작에 썼을걸. 누비엄도 아니라면서."


"그치만 진짜였어. 나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카는 아침식사를 하며 전날의 일을 털어놓았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믿지 않는 이오리와 유키호를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신이 생각해도 꿈같은 일이었다. 과거 트리아비터의 누비엄과 싸워본적도 있지만 그때 초짜였던 자신이 느꼈던 절망감보다 어제 이상한 이들과의 싸움에서 느꼈던 무력함이 더 컸다. 적어도 예전에는 공격은 통했지만 어제의 상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성인과 아이의 다툼 처럼 이미 승패가 정해져 있었다.


"그치만 하루카씨의 말씀에서 맘에 걸리는 부분이 있네요."


"뭐가?"


"'다섯 번째'라고 말한 것 말인데요. 아이돌을 칭하는게 아닐까요? 현재 몬덴킨트에 있는 아이돌이 임벨이랑 네뷰러 2기, 트리아비터에 있는게 누비엄 1기, 과거 사라진 템페스터즈 합하면 총 4기거든요. 만약 다섯 번째라면 다음에 코어가 하나 더 발견되는 것 아닐까 싶어요."


"그건 확실히 신빙성이 있는걸!"


리츠코가 식판을 들고와 이들의 대화자리에 끼어들었다. 몬덴킨트 내 아이돌 정비사로 일하는 리츠코는 이리저리 발이 넓어 은근한 소식통으로 통했다.


"이건 사실 기밀이긴 한데... 최근 다섯 번째 코어의 신호가 잡혔다는 얘기가 있어."


"그게 사실이야? 리츠코!"


이오리가 책상을 치며 번쩍 일어섰다. 지금의 몬덴킨트와 트리아비터는 애매한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데 코어와 함께 아이돌이 한기 더 나타날 경우 그 균형이 깨질건 뻔했기 때문이다.


"야야 이오리 조용히 좀 해. 기밀이라니깐. 나도 정확하게 아는건 아니고, 죠셉이 복도에서 통화하는걸 우연히 들었어. 자세하겐 모르겠지만 상부에선 말이 나오는거 같아."


"혹시 그 위치도 들으셨나요 리츠코씨?"


"글쎄. 내가 들은건 신호를 찾았다는게 다야. 뭐야? 유키호도 새로운 아이돌 등장에 관심있어?"


"아뇨, 전 그냥... 저도 오퍼레이터잖아요."


"아무튼 내가 말한 내용은 어디 떠들고 다니지말고 알고만 있어. 이거 소문나면 과장이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까."


며칠 연속 떨어지던 드롭은 다시 잠잠해졌고 덕분에 하루카는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다. 훈련 내내 딴 생각에 이오리의 핀잔을 잔뜩 들은건 덤이었다. 동료들에게도 말 못한 사실이 계속 머릿 속을 떠돌았기 때문이다. 신비한 여인의 입에서 나왔던 동족 발언은 분명 자신이 아닌 임벨을 향한 발언이었다. 임벨은 로봇으로 개조되기 전 코어의 형태로 지구에 추락했다고 알고 있다. 그런 임벨에게 동족이 있던걸까? 네뷰러와 누비엄 같은? 하루카는 고민 때문에 고된 훈련으로 몸은 피로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침대에 누워서 잠 못자고 이리저리 돌려눕기만 하던 하루카는 바깥에서 나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누군가가 기숙사에서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두워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유키호 처럼 보였다. 유키호도 잠이 안와 산책이라도 가는가보다 생각하고 다시금 내일을 위해 몸을 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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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아비터 내부는 흡사 미로 처럼 설계되어있다. 과거 자신들의 태동이 되었던 여명의 자월 사건 때문인지는 몰라도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나,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나 쉽지 않게 설계되어있다. 경비 병력 역시 촘촘하고 철저하게 배치되어있다. 하지만 그런 조치가 무색하리만큼 누군가가 내부를 유린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경계가 느슨한 새벽인 탓도 있었고, 일반 병력으로 상대하는건 벅찰거라는걸 알고 인원들을 대피시킨 상부의 뜻도 있었다. 덕분에 이 침입자는 편하게 내부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앞을 막은건 거대한 도끼를 든 어린 소녀였다.


"너는 누구야? 왜 여기에 온거지? 너도 마마의 뜻에 거역하는 녀석이야?"


"글쎄. 내 이름은 호시이 미키야. 네가 나랑 놀아줄 거야?"


"호시이 미키라. 카라스, 혹시 이 이름 전산에 등록되있어?"


"미키랑 놀때는 미키하고만 말하는 거야!"


자신을 미키라 칭한 금발머리 소녀가 순식간에 도약했다. 가히 그 나이대의 소녀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어린 소녀는 거대한 도끼를 휘둘러 대응하려 했지만 미키는 인간답지 않은 몸놀림으로 허리를 젖혀 피하고 소녀의 손을 걷어찼다. 무기를 잃은 소녀는 무기력하게 미키에게 붙잡혔다.


"너는 지금까지 봤던 인간들과는 다를것 같은 거야. 미키한테 아이돌이 있는 곳을 안내해달라는거야."


"크으... 누비엄을 노리고 들어온건가? 들었어? 카라스!"


"아까부터 미키의 말을 무시하는거야?"


미키의 손끝이 붙잡힌 소녀의 목으로 향했다. 단순히 손끝이었지만 지금까지 미키가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가히 목뼈를 부술 수도 있을 만큼 날카로웠다. 순간 총성이 울렸다.


탕-!


"치하야! 늦었어!"


"네가 무능하게 일찍 잡힌 탓이지."


"흐응~ 네가 나랑 새로 놀아줄 녀석인거야?"


권총을 들고 등장한 파란머리의 소녀는 키사라기 치하야, 트리아비터의 아이돌 마스터 였다. 미키는 새로운 먹잇감을 찾은 야수처럼 치하야에게 돌진했다. 치하야는 자세를 잡고 사격했지만 한 발도 맞지 않았다. 야수같은 사람이라기 보단 야수가 사람같이 분장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리 저리 뛰며 치하야의 사격 궤적을 피했다. 결국 총탄이 먼저 떨어졌고 미키는 치하야의 앞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너도 이제 끝장인거야!"


미키는 치하야를 죽일 기세로 공격했지만 이내 그만둬야했다. 이번에는 단검이 날아와 미키의 어깨를 정확하게 노렸다. 미키의 눈동자에는 분노가 서렸다.


"치사하게 한 명씩, 한 명씩 나오지 말고 한 번에 나오는거야!"


"그렇다면 나와주지."

"저 년 완전 짜증나는데 여기서 죽여도 되나?"

"안돼, 저 년은 마마의 소중한 재산을 노렸어."

"배후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야해. 몬덴킨트?"

"바보야. 몬덴킨트는 아니라고 치하야가 말했어."


미키는 순간 벙쪘다. 자신이 죽이려했던 소녀가 각자 다른 무장을 들고 수십명이 나왔다. 마치 분신술이라도 쓴 것 처럼 하나하나가 똑같이 생겼다. 미키는 뭔가 잘못되었다는걸 느꼈다.


"미키가 올거라는걸 알고 있었구나? 미키는 깜짝 쇼를 기대해서 조금 실망인거야."


"이쪽에서 네놈들을 전혀 모를거라고 생각한거야? 이쪽엔 꽤 쓸만한 정보원이 있거든. 네가 아이돌을 노린다는 것,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어. 네놈들의 정체나 목적이 뭔지 말해줘야겠어."


"타카네까지도 알고 있을줄이야. 미키는 조금 놀란거야. 하지만 안타깝게 된거야. 오늘의 놀이는 여기까지인거야!"


그 말에 온통 똑같이 생긴 소녀떼가 미키를 덮치려 들었지만 미키는 그 자리 그대로 뭔가를 읊조렸다. 그 순간 천장에서 폭음이 들리고 그대로 천장이 무너졌다. 그 여파때문에 잔해에 깔린 사람도 생기고, 내부는 온통 먼지 투성이에 제대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치하야는 서둘러 미키를 찾으려 했지만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해 두리번거리는 것 밖엔 할 수 없었다. 허공에 미키의 목소리만 메아리쳐 들렸다.


"치하야씨라고 했나? 당신은 재밌는 사람인거야. 또 만나면 그땐 내 손으로 그 목숨을 끊어주고 싶은 거야~"


목소리 만큼은 유쾌한 소녀의 목소리였으나 그 내용은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치하야는 미키를 놓쳤음을 알고 분노에 휩싸였다. 하지만 당장 그녀가 할 수 있는건 마이크에 소리를 지르며, 발을 구르는 것 밖엔 없었다.


치하야가 한창 소리를 지르던 그 때, 몬덴킨트 역시 경보가 시끄럽게 울렸다. 죠셉 과장이 휘하 직원들을 긴급소집했고, 비몽사몽한 상태였던 직원들과 아이돌 마스터들이 모였다. 죠셉의 표정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시간 전, 후타미 아미씨가 정체모를 세력에게 납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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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가요. 제가 쓰는 제노그라시아 팬픽 Return의 1화입니다. 제노그라시아 애니메이션에 나오지 못한 아이마스 2 이후 참여 캐릭터인 시죠 타카네, 가나하 히비키, 호시이 미키가 제노그라시아에 나온다면 만들어질 스토리가 이 아이디어의 시작이었습니다. 항상 3000자 언저리의 단편만 썼지만 Return의 아이디어를 생각하면서 단편으로 쓰는건 도저히 무리라고 생각해 3편 완결작으로 기획하고 스토리를 짰습니다. 2월 초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필력이 부족하여 쭉쭉 글을 쓰지 못하고 있네요. 하지만 금세 스토리를 구상하다가도 질리는 제가 한 달 동안이나 의지를 가지고 글을 썼다면 기어코 완결은 볼 것 같습니다. 메카물이 기반이다 보니 전투 장면을 글로 구현하는게 너무 어렵네요. 평상시 글을 많이 봤다면 이런 걱정을 덜었을까 싶습니다. 제가 미처 알지 못한 맞춤법, 잘못된 어휘 등등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확인 후 수정하겠습니다.

제노그라시아 자체가 아이마스에선 흑역사 취급받을 정도의 마이너한 작품이지만 언젠가 꼭 한번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저는 재밌게 봤던지라 아직도 생각나면 종종 다시보기도 하구요. 저처럼 이렇게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계신다면 부디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화의 예상 연재일자는 다음 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작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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