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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언하기 어렵게 시작하는 메이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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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9, 2018 22:22에 작성됨.


"괜찮다니까, 진짜. 오라버니는 엄마나 신경써. 그럼 끊을게. 응? 당장 일부터 찾아봐야지. 이번 달 생활비? 괜찮아. 저축해 둔 게 있으니까, 아껴 쓰면 이번 달은 될거야. 응. 난 걱정하지 말고. 응, 알았어."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선 뚝, 하고, 전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이제 어떻게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차비나 식비같은 건 최대한 절약하면 되겠지. 되도록이면 시급이 높은 아르바이트로 찾지 않으면 안된다.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순간 삶에 지장이 오는 정도의 시급은 곤란할 텐데. 그게 어느정도지? 거기다가 교통비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개학은 한달 보름 뒤고 ─ 계약직은 역시 무리. 그렇지만 아르바이트가 시급이 높아봐야 호프집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구인 사이트에 들어간 히비키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우으...그건 싫은데..."


예전에 높은 시급에 끌려서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술 취해서 추근대는 남자에게 화를 내고 결국 그만두게 된 것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은 사태가 사태니 화를 내지 않을 자신은 있었지만, 글쎄. 싫은 건 싫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히비키는 목록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집 중인 아르바이트를 본 순간, 히비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뭐, 이거, 진짜...?"

 

 
 

 

 

 

 

어쩐지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히비키는 눈 앞의 집을 바라보았다. 들어가도 되는 걸까? 자신도 모르게 주소가 맞는지 손에 든 쪽지와 몇 번을 대조해본다.

그렇게 긴장할 정도로 히비키의 눈 앞에 있는 집이 크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겉으로만 보면 보통 크기의 단독 주택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만 봐서. 이 안에 살고 있는 인물에, 히비키는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도 제대로 찾아왔다면, 이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팬- 이라고 할 수 있다면 팬이니까.
하아, 히비키의 입에서 새하얀 한숨이 흩어져나왔다.

목록에서 이 아르바이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물론 엄청난 급여 때문이다. 몇 달 생활비는 우습고, 잘만 모은다면 학교 등록금까지 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급여였다. 계약직도 아니고, 일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시한이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1개월만 일할 수 있다면, 월급은 제시한 대로 준다.

그 일의 내용은, 어찌 보면 그 파격적인 조건에 비해선 한없이 간단했다. 장황하게 할 것 없이 줄여서 말하자면 「가정부」를 구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가정부를 구하는 집 주인이, 히비키에겐 꽤나 충격을 주었다.


"어디어디... 긴장 풀고... 응, 문제없을거야."


이 집의 주인은 시죠 타카네라는 이름의, 신진 화가.

물론 히비키 자신은 그림엔 큰 관심이 없었다. 적어도 그 사람의 그림을 접하기 전까진. 학교에서의 과제로, 투덜거리면서 그녀의 전시전에 찾아갈 때까지만 해도 그 이름은 아예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직접 가서 그 그림을 접하고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천재라는 말이 붙을 정도의 실력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나이는 자신과 비슷한 정도로 젊었지만, 그 어떤 다른 화가들보다도 놀라울 정도의 극사실주의의 세심한 묘사는, 그림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처음 그녀의 그림을 접했던 전시전에서, 히비키는 한 동안 멍하니 그 그림 앞에 서 있을 정도였다. 사람을 압도할 정도의 생명력이 넘치는 그림은 처음봤었다.

그리고 그 날 그 때부터, 아무에게도 말하진 않았지만 그의 전시전은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찾아가면서 이런저런 정보까지 찾아볼 정도로, 나름 팬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 상대의 집에서 일하기로 신청했다니, 정말로 자기 자신도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

그렇지만,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었다.
모입 인원은 한 명이었다. 그 날 올라온 걸 본 것이었지만, 이 정도로 파격적인 급여였다면 자신보다 앞서 신청한 사람도 많았을 텐데? 그런데 3일만에 자신에게 연락이 왔다. 거기다가 면접이고 뭐고 없이, 주소와 주의사항 몇 개, 그리고 확실하게 부탁한다는 당부만 전화로 받고, 집열쇠는 우편으로 배달 되어 왔다. 혹시 집에 없거나 안 열어줄 수도 있으니 열고 들어가라고. 사실은 신청해놓고도 반 포기하고 다른 알바를 찾고 있었는데, 의심하지 않을래야 안 할 수 없는 일 처리 방식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온 자신도 한심하지만.


"자아, 그러면..."


겨우 어느정도 긴장이 풀린 히비키는, 마지막으로 크게 숨을 내뱉고선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새소리를 본딴 기계음이, 집 안에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삐리리리리-

그리고, 히비키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집에 없는건가?"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 사실에 고개를 갸웃한 히비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가방 안에서 열쇠를 꺼냈다. 우편물로 배달되어 온 열쇠. 안 열어줄지도 모른다니, 어째서일까, 라고 계속 생각했지만, 역시 조금 이상한 사람인걸까. 아니면 집에 없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히비키는 자물쇠를 풀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저기, 오늘부터 일하기로..."
"앗, 타카네씨, 잠깐만, 누가..."

 
그리고 문을 열었던 히비키는, 그 자리에 굳을 수 밖에 없었다. 현관에는 사람이 둘 있었던 것이다. 은발의 여성, 그리고 짧은 머리칼의 훤칠한 여성. 그것까지야 괜찮았지만.

여성의 스커트가 올라가, 하얀 속옷이 보인다. 두 사람은 반쯤 겹쳐서, 입을 맞추기 직전에 멈춰서 그녀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히비키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었지만.

? 뭐, 이거, 뭐야?


"그러니까, 누가 왔다고 했잖아요. 또 뒤치닥거리를 할 사람인가요?"
"새삼스럽군요. 언제는 오지 않았습니까?"
"어휴, 참... 정말이지,"


히비키의 얼굴에, 뒤늦게 피가 몰렸다. 확,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자마자, 히비키는 뒤로 돌아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자마자, 긴장이 풀린건지, 다리에 힘이 빠져 그 현관문에 기댔던 히비키는 안에서 묘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화들짝 놀라 현관문에서 떨어졌다.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머리가 식으며, 히비키는 겨우 침착을 찾곤 생각했다.

 
방금, 뭐였지?

 

 

 

 

 

"돌아가지 않다니 대단하군요? 보통은 그냥 관두고 간다고 하였는데."
"...그럴 법도 하네."

 
싱긋, 미소지으며 말하는- 눈 앞에 앉은 은발의 여성을 꺼림칙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히비키는 그렇게 대답했다. 누구라도 현관에서 그런 걸 봤으면 당황하고, 그런데도 태연하게 일을 진행시키는 걸 보면 윤리적 사고가 마비되는 걸 느끼겠지. 그런데도 그 사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 자신도 대단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히비키는 눈 앞에 있는, 자신의 사고를 잠시 멈추게 했던 여성을 살펴보았다.

언젠가 보았던 인터뷰 사진 그대로다. 멀리서 보아도 눈에 띌 듯한 선명한 은발, 자주빛 눈동자. 미소지은 얇은 입술. 하지만 역시나, 왠만한 아이돌 스타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녀. 사진에서 잘 몰랐던 일이라면, 의외로 꽤 몸이 잡혀있다는 것.

그 외에 모든 기본적 인상은 일치하니까, 아마도 ─ 이 여성이 이 집의 주인인 시죠 타카네겠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히비키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인터뷰 기사의 대답이나, 그런 걸 봤을 땐 꽤 신사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 역시 환상은 환상대로 두는게 낫구나.

 
"많이 놀라셨는지? 여기서 일하려면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될텐데 말입니다."
"...자주 있는건가...?"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는 동물이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태연하게 잇는 타카네의 대답에, 히비키의 얼굴이 또 다시 붉어졌다. 저런 말을 하고선, 정말로 태연하다. 그렇게 생각한 히비키는, 흠, 하고 목을 가다듬곤 말했다.


"일단 되도록이면 자신이 오는 시간에는 자제했으면 하지만...."
"노력은 해보겠습니다만 어떨진 모르겠군요. 그런데, 계속 올 생각이긴 하십니까?"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니까. 그러니까, 주의사항이라는게 있으면 알려달라고."

 
태연하게 받아친다.
그런 히비키를 잠깐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던 타카네는, 그렇습니까, 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곤 소파에 기대며 말했다.

 
"간단하옵니다. 딱히 신경 쓸 건 없고, 좋으실대로 청소하고 정리하면 됩니다. 전 별로 집에는 신경 쓰지 않으니. 혼자 사는 집이니 딱히 할 것도 없고... 다만, 저쪽 방은 건드리지 말아주시길."
"저쪽 방...?"
"제 작업실입니다. 건드리면 곤란하니까, 그냥 내버려두시면 되겠습니다."

 
그 말에, 히비키의 시선이 타카네가 가리킨 방의 문에 멈췄다.

 
작업실.
그 말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 그림을 보고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도 못 할 것이다. 저 방 안에서, 그녀 자신이 보고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반한 그림들이 그려지고 완성되는 것이다.
 

"...왜 그러시는지?"

 
보고 싶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히비키는 그 질문에 고개만 내젓고선 시선을 다시 타카네에게 돌리고 말했다.
 

"알았다고... 그럼, 음식 취향이라던가는?"
"음식... 말입니까?"
"못먹는 것이라던가, 싫어하는 것이라던가, 좋아하는 거라던가. 되도록 반영할테니까."
"흐음...딱히 못먹거나 싫어하는 건 없사옵니다. 음식은 가리지 않으니까. 특별히 좋아하는 거라면 라멘을 좋아하지만...딱히 신경쓸 필요는 없습니다. 맛만 있다면 뭐든지 잘 먹으니."
"간단해서 좋네."
"...그대는 받아 적지 않는군요?"
"응? 그야 뭐, 간단한데다가...자신은 완벽하니까."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스쳐 지나가는 듯 듣고 마는 히비키가 다른 이들하곤 달라 신기해 보였는지, 그렇게 묻는 타카네에게 히비키는 냉담한 대답으로 돌려주곤 말했다.
 

"그럼, 그 외의 주의 사항은?"
"없습니다. 얼마나 버티실지 기대되는군요."

 
하지만 자신의 질문에 돌아온 대답과, 그녀의 조용한 미소에, 히비키는 어쩐지 눈 앞이 캄캄할거라는 본능적인 예감이 들었다. 아무래도 성격이 굉장히 나쁜 것 같다.
아,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그렇지만 지금 이만큼 괜찮은 건 없는데.

 
그래, 한 달만 버티자. 이 아르바이트 한 달 월급이면 세달은 버틸 수 있다. 그럼 그 사이에 적어도 다른 아르바이트는 구할 수 있겠지. 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히비키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하아...그럼 내일부터 나올테니까... 열쇠는 계속 갖고 있어도 되는거지?"
"좋으실대로. 아, 잠시... 제 쪽에서 묻고 싶은게 있사옵니다만"
"응?"

 
하지만 그렇게 달랬든 어쨌든, 기분만은 황급히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말하고선 일어서려던 히비키는 타카네가 제지하는 바람에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타카네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성함은?"
"에?"
"말씀해주신 적이 없습니다만... 제 쪽으로 서류는 오지 않았고. 부르는데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아...그랬나. 가나하 히비키야."
"히비키, 군요. 음, 그리고..."

 
이름같은 걸 묻는 걸 보니 의외로 제대로 된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고용주의 입장이라면, 거기다 저런 성격이라면 그냥 대충 부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히비키는 다음 질문을 생각하는 상대를 보았다.
 

"...아까의 반응에 혹시나해서 여쭤보는거지만... 히비키, 아직 경험은 한번도 없는것인지?"
"경험? 무슨 경험?"
"그야 몸을-"
"그, 그럼, 내일부터 나올테니까!!"
 

그리고 그 질문에 히비키는 폭발하듯이 그렇게 외치며 테이블을 쾅, 소리가 나게 짚고 일어나선 현관 쪽으로 성큼성큼, 거의 달리듯이 걸어갔다. 그리고 신발을 신고 나가는 그녀의 뒤에, 쿡쿡, 하고 웃는 작은 소리가 들리고, 타카네의 인사가 들려왔다.

 
"-후훗. 그럼 내일 뵙도록 하죠, 히비키."

 
최악.
환상은 환상대로 두는게 나았다.

그걸 절실하게 다시 한 번 느끼며, 어쨌든 좋아했던 작가가 저런 사람이라는 사실에 거의 울고싶은 심정으로 몸을 돌려 인사해 보인 히비키는 현관을 나왔다.
앞으로 있을 다사다난한 일들이 눈 앞에 보이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물론 앞 일이 실제로 다사다난했을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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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라기보단 써있는대로 가정부지만 말이죠! 하! 속았지!(?)

뭐 아무튼...딱히 묘사가 나오진 않았으니 세이프..? 아직 아랫동네 열리지도 않았고 (._.
대충 둘 다 비아이돌, 대학생 정도로 생각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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