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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나와 아이들의 지잡대 생활기.」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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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9, 2018 20:09에 작성됨.


5.

시작은 나였다.


악의적인 찌라시 기사에, 나는 결국 아이돌의 길을 접었다.

그렇게 나를 시작으로, 하나 둘씩 다들 아이돌을 그만두기 시작했다.

..결국엔 프로듀서까지, 생계를 위해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만 했다.


그리고 껍데기만이 남은 765프로에 마지막까지 남은 건, 유키호와 리츠코 두 명 뿐..

하지만..


히비키 「저기, 저기 보라조! 유키호가 왔다조!」


그녀의 말에, 무대를 올려다본다. 작고 가녀린 여자 아이 하나가 가련할 정도로 오들오들 떨면서 마이크를 붙잡고 어색하게 무대 멘트를 날리고 있다. 

분명히 유키호다. 하기와라 유키호.


유키오 「여, 여러분 안녕하세요오..」


하지만 아무런 호응도 돌아오지 않는다. 당연하다.

톱급의 아이돌이 와도 지잡대에서 반응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하물며,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미 식어버린 인기의 765프로 아이돌일 뿐인걸?


유키호 「그..그..다들 반갑고 그러니까..(덜덜) 노래 시, 시작하겠습니다!

이예에에에~~」(기합)



ㅡ마지막으로 유키호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결국 어떤 중요한 무대에서 도망쳐버렸다고 했었다.

어쩌면, 이전에 그녀는 모두가 함께했기에 무리해서 버텨왔던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녀로서는 최선을 다한 건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결국 그 무대에서 그녀는 주저앉았고,

덕분에 지금은 지방의 싸구려 행사나 전전하는 비주류 지방 아이돌이 되어버렸다.


유키호 「大丈夫!!」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녀가 무대 위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작은 호응조차도 돌아오지 않는다.


관객으로써의 배려심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유키호는 지금 석상들 앞에서 노래부르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게 지잡대의 행사다. 어쩌면 혐오보다도 더 가혹한건지도 모른다. 무관심이라는건..


그래도 유키호는 꿋꿋하게 노래부른다. 어쩌면, 그토록 나약해 보였던 그녀야말로 우리들 중에서 제일 강했는지도 모른다.

한 번 주저앉을지언정, 그녀는 다시 무대 위로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럼에도 유키호는 노래부르고 있었다. 아무도 봐주지 않더라도.


유키호 「さあ出發オ-ライ*ㅡ」


물론 그 끝에, 기적 따위는 없었다.

그녀의 작고 초라한 무대는 결국 이대로 끝날 것이다. 결국 아무런 호응과 관심 없이.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건,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어른이 어린이들에게나 속삭이는 달콤한 거짓말일 뿐이다.

현실은 이처럼 가혹하다.


유키호 「다들..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미소)


그런데도, 가슴 속에서 무언가 뜨겁게 차오른다. 

작고 초라한 무대에, 낡고 촌스러운 싸구려 행사복을 걸쳤을 뿐인데도,

무대 위 그녀는 누구보다도 빛나보였다.


왜일까. 결국엔 그녀도 나와 똑같은 처지 아닌가?

불투명한 미래.. 알 수 없는 내일과, 초라한 오늘.

애써 고개를 돌려봐도, 결국 마주하는 무서운 현실..

그녀 또한 별 다를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깨달았다.


ㅡ사실은, 그녀는 나랑은 다르다고.

그녀는 지금, 내일을 위해 끝없이 달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몇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서 미친듯이 달리고 있는 중인 것임을.


미키 「유키호! 화이팅인거나노!」(짝짝짝)


미키에게서 불연듯 시작된 목소리는 마치 신호탄처럼, 곧 나와 다른 아이들에게로 번져갔다.

이오리와 마코토 히비키ㅡ모두 함께 유키호를 향해 뜨거운 환호성과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남의 시선 따위는 상관 없었다. 남의 시선 따위를 신경쓰기에는,

지금 이 순간, 가슴에서 뜨겁게 차오르는 무언가를 참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학생들이 모인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자리는 우리 5명에 의해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유키호 「가, 감사합니다아..」(울컥)


유키호 「..」(미소)


무대는 끝이 났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무대 위를 떠난지 오래였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유키호는, 그 끝에 미소짓고 있었다. 

그제서야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6. 

무대가 끝나고, 무대 뒤편에서 우리는 유키호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때에는, 언제까지나 약하고 겁 많은 아이일 것만 같았던 유키호는,

이제는 어느새 제법 심지 굳센 한 명의 어른이 되어 있었다.


..몸으로도.


치하야 「(힐끗)..예전보다 가슴이 더 자랐.. 큿!」


미키 「유키호! 무대 엄청 잘 본거야!」(미소)


유키호 「고마워 다들 응원해줘서..(울먹) 그리고 이렇게 보게 되니까 너무 좋아..」


이오리 「뭐, 내 기준으로도 제법 괜찮았어.

그래도 더 열심히 하라고? 겨우 그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니까!」


마코토 「또 쓸데없이 까칠거리네. 좀 솔직하게 잘했다고 말해라!」


이오리 「무, 무슨 말이야! 아니거든!」(화끈)


타카네 「후훗. 실로, 감동적인 무대였습니다.」


히비키 「우갹! 어, 언제 나타난거야 타카네? 가게는 어쩌고?」


타카네 「아, 오늘은 방문 판매라는 것으로..이렇게, 신제품 골뱅이 더블 챠슈 라멘 무침을 돌아다니며 팔고 있답니다?

저 또한, 유키호의 무대 덕에 큰 즐거움을 느꼈으니, 그 답례라는 것으로..」(스윽)


유키호 「아..헤헤. 고, 고마워..잘 먹을께!」


히비키 「..타카네도 대단하다조..도대체 그렇게 열심히 벌어서 뭐할꺼야?」


타카네 「후훗. 과거의 저희들을 위해, 메세지를 보낼 생각이랍니다?」


히비키 「..에에, 또 이상한 말 한다조..」


유키호 「헤헷. 시죠씨는 여전하네요. 모두들, 이렇게 보게 되서 다들 반가워.」(미소)


유키호 「다들 어떻게 살까, 정말로 궁금했었거든.. 다들 예전이랑 똑같아서 다행이다. 헤헷」


우리들도, 타가키 사장님도 심지어는 프로듀서까지 떠나버린 765 프로였지만,

유키호는 리츠코와, 새로운 사장에 오른 타가키 사장님의 친척 분과 함께 아직도 765 프로의 끈을 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제는, 새로운 후배들도 한, 두명씩 들어오고 있고, 

예전에 재발한 공포증도 이제는 노력으로 제법 많이 이겨낸 모양이였다.


유키호 「그래서, 다들 나중에는 어떤 일을 할 생각인거야?」


마코토「당연히, 유도 선수지! 야리~」 미키「아핫~ 미키는 동대문 패션계로 진출할 생각인거나노!」


히비키「자신은, 사단장이 될 거다조!」 이오리「뭐, 이몸은 가상화폐 전문가 정도?」


치하야 「...」(회피)


그나저나 신기했다. 몇 년을 못본 사이인데도, 이렇게 어제 헤어졌던 사람들마냥 반갑게 인사하고 대화할 수 있다니.

동시에 부럽고 부끄러웠다. 불안하고 답답한 오늘일지언정, 내일의 꿈을 안고 사는 아이들이,

그리고 아무런 꿈조차 없이 사는 내가.


미키 「자 그럼 이차 가는거다 이기야! 마시고 죽는거나노!」(신남)


유키호 「그, 그게..미아안! (꾸벅) 리츠코씨가 후배 레슨 좀 도와줘야 되니까 빨리 와달라고 해서..」


마코토 「치..아쉽네. 오래간만에 유키호를 만났는데..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히비키 「그래두 뭔가 이대로 헤어지기엔 아쉽다조..」


치하야 「...」


치하야 「저기, 혹시 괜찮다면 하기와라씨. 다 같이 사진 한장만 찍어도 될까?」


이오리 「사진? 아! 그러고보니, 치하야 너 사진과라고 했었지?」


치하야 「꼭 그래서 그런건 아니지만..잠깐만 기다려줘.」


그냥, 왠지 이 순간을 앞으로도 남기고 싶었다. 그런 기분이였다.


기껏해야 조잡한 핸드폰 카메라에 불과한 일이였다. 

하지만 예전에 교수님께 배운대로 조잡하게나마 임시 삼각대도 만들어보고,

조명과 구도, 포즈도 최대한 고려해서 결국엔 제법 그럴싸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타카네, 유키호 「후훗. 제법 괜찮군요.」「여기..나랑 리츠코씨 번호야! 치하야짱 사진 꼭 보내줘야 해?」


마코토 「오올~ 치하야, 괜찮게 찍은 것 같은데?」


이오리 「뭐, 사진학과 다운 사진이야.」


히비키 「응응! 멋지게 찍었다조. 문자로 꼭 보내줘. 그나저나 제목은 뭐가 좋을라나?」


치하야 「글쎄..아직 그런 것까진 생각하지 않아서..」(머슥)


유키호는 곧 돌아갔고,

그렇게 나의 마지막 대학교 축제도 슬슬 끝나가고 있었다.

마코토와 이오리는 자존심에 서로 술 대결을 하다가..


마코토 「와..시파! 야! 한병 더ㅡ우웨엑!!」이오리 「너..너 따위에게는 안 진ㅡ응기이잇웨엑!!!」


ㅡ테이블 위에 같이 토하고선 뜬금없이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더니 그냥 돌아갔고,

히비키는 폐회식 때 총장님 머리 위에 예도 칼을 떨어트려서 다른 동기들과 함께 기합받으러 학교 뒷산으로 끌려갔다.

결국, 그렇게 나와 미키만이 멀쩡히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미키 「오늘..고마운거나노!」


치하야 「어떤..? 오늘, 나는 별로 해준게 없는데..」


미키「아냐! 치하야씨 덕분에, 정말로 재미있었던거나노! 대학교 와서 아싸로만 살다가 처음으로 재미있었던거야!

내년에도 또 하면 좋겠는거야!」(싱글벙글)


치하야 「저기..나 내년에 졸업인데?

그래도 미키 소원이라면..(미소)」


미키 「아아! 그리고 있잖아, 미키, 그 사진 제목 생각해봤거든..아까 전에 치하야씨가 찍은 사진 말이야.」


미키 「우정! 우정 어떤거나노!」


치하야 「우정이라..괜찮은 것 같네.」(미소)


그렇게 내 인생 마지막 대학교 축제는, 내 인생 처음으로 미소 아래 끝났다.



엔딩.

치하야 「...」


당황스럽다. 그러니까 미키랑 헤어지고 나서..

난 자취집으로 돌아갔는데 어째서 그 앞에ㅡ


하루카 「저기..오래간만이야? 헤헷.」


ㅡ하루카가 있는걸까?

혹시 내가 취한걸까?


치하야 「..저기, 진짜 하루카야? 호, 혹시 술이 덜 깬건가..」


하루카 「미안! 갑자기 나타나서 당황했지? 미안해!」


치하야 「아니..진짜 맞구나.」


분명히 하루카였다. 두꺼운 코트를 입은 그녀는 하루카가 맞았다.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렇게 보고 싶고 궁금했었는데, 정작 만나버리니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

..차가운 바람을 너무 오래 쐐서 그런 걸까?

아니면 술을 과하게 마셔서 그런 걸까? 왠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루카 「그게..부탁이 있어서 치하야짱.」


하루카 「호, 혹시..」


하루카 「내가 당장에 급하게 써야 될 데가 있어서 그런데..도, 돈 좀 조금 빌릴 수 있을까?」


치하야 「..돈?」


갑자기 머리가 차갑게 식는 느낌이였다.

..오래간만에 봐서 하는 소리가 겨우 그딴거야?


치하야 「저기 하루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ㅡ」


하루카 「미, 미안해! 하지만 정말로 급하니까..

치, 치하야한테 해줄 수 있는건 다 해줄 테니까!」


치하야 「..다?」(꿀꺽)


차갑게 식은 머리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는 것 같앗다.

정말로..다 해준다고?

무슨 짓이든? 정말로?


치하야 「그러면 하루카..」


치하야 「여기선 하기 그런 부탁인데..정말로 무엇이든 해주는거지?」


하루카 「..으, 응.」


약하게 떨고 있는 하루카를 보자 가슴이 무언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직도 술이 덜 깨서 그런걸까? 이 야심한 밤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심지어는ㅡ


치하야 「그러면 있잖아..일단 내 자취방으로 올라갈래?」


치하야 「같이 밤새도록 하고 싶은게 있어..」(히죽)


ps. 뭐..봐주는 사람은 딱히 없지만 ..ㅠ

일단은 다음 화에서 끝낼 예정입니다. 뭐 보시는 분이 없거나 그런게 아니라 원래 그럴 예정이였으니,

스토리가 산으로 끝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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