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후쿠이의 달: 따뜻한 밤의 이야기

댓글: 1 / 조회: 394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2-18, 2018 14:55에 작성됨.

* 예고편 및 에피소드 목록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1773
 
* 유의 사항

  1. 저는 직접 일본이나 두바이에 가 본 경험이 있는 게 아니어서, 해당 지역들에 대해서 부정확한 내용들도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 오른쪽 정렬 + 이탤릭체로 적힌 대사는 아랍어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가 뉘엿뉘엿 져 가는 어느 저녁.
저녁 식사도 끝내고,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는 다다미 바닥이 앉아 서로 이야기를 하며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에요. 메이드 씨가 일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들, 라이라 씨가 공원에서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아이들과 공놀이를 했던 이야기 같은 것들이 오간 것이네요. 이렇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돈도 벌어서 집세를 낼 수 있게 되니까, 일본에서의 생활은 정말 만족스러운 것이에요.
그래도 문제가 하나 있다면...

“슬슬 몸을 씻고 싶네요.”

네. 일본에 와서 단 한 번도 목욕을 하지 못한 것이에요. 며칠 동안 손과 얼굴 정도만 씻고 그 외의 몸은 젼혀 씻지 못하다 보니, 아무리 춥고 건조한 계절이라 해도 온몸이 꿉꿉하고 불쾌감으로 가득 차오르는 것이네요. 그런데 왜 몸을 씻지 못했냐 하면...

“...그렇네요. 설마하니 집에 욕실이 없었을 줄이야...”

메이드 씨의 말대로인 거예요. 싼 값 하나만 보고 무작정 방을 구했더니, 욕실이 없었던 것이에요. 하지만, 욕실이 없으면 여기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몸을 씻습니까예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더니, 벽 너머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네요. 사실 노랫소리는 라이라 씨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저녁만 되면 들을 수 있었는데, 때로는 애처로운 선율이 흘러 나와 요 얼마간의 라이라 씨의 처지를 떠오르게 했지만, 어떤 때는 온몸이 상쾌해지는 음색이 라이라 씨를 기분 좋게 해 주기도 했던 것이에요. 지금의 라이라 씨는 집에 TV 한 대도 없어서, 밤에 할 수 있는 것은 하늘의 별을 바라보거나, 메이드 씨와 두바이에 있었을 적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이런 노랫소리는 밤이 되면 무료해지는 라이라 씨의 기분을 신선하게 적셔주는 것입니다네요.
다만, 이런 노랫소리가 매일 계속되니까 라이라 씨, 이 아름다운 가락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예요. 그러니까, 직접 옆집으로 찾아가 보고 싶어진 것이에요. 그런 생각을 하며 라이라 씨는 몸을 일으켜 현관을 향해 걸어갔습니다예요. 그러자,

“아가씨, 어디로 가시려는 건지...”

하고 묻는 메이드 씨. 라이라 씨는 간단히 노랫소리의 주인을 알고 싶어 졌다고 말한 뒤, 집을 나서서 옆집, 204호의 문을 두드렸습니다예요.
“...누구세요?”
이에, 노랫소리가 끊기며 들려오는 목소리.
“203호의 라이라 씨입니다예요.”
“203호...? 아, 네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라이라 씨가 대답하자, 잠시 뒤에 문이 열리며 젊은 여성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에요. 나이는, 라이라 씨보다는 많은 것 같습니다이고, 갈색의 단발머리와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꽤 귀여워 보이는 것이네요.
“저... 그러니까...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나요..?”
그런데 라이라 씨를 보고 있는 이 분, 꽤 당황한 것 같습니다예요. 어째서인 걸까요? 라이라 씨를 무서운 사람으로 느낀 것일까요? 라이라 씨는 무섭지 않습니다인데...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분명 이해해 줄 것입니다예요.
“실은 라이라 씨, 204호 씨의 노랫소리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이어서, 누구인지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예요.”
이렇게 말하면 분명히 안심해 주는 것이겠죠? 그런데, 아니었습니다네요. 204호 씨의 얼굴은 점점 새하얘져서 그 얼굴이 종이와 구분하기 힘들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예요. 왜 그런 것이에요? 하고 생각하니까, 204호 씨가 갑자기 허리를 깊이 숙이더니
“죄,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껏 203호에 아무도 없는 줄로만 알고 있어서... 시끄러운 소리로 피해를 주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는 살짝 고개를 들고
“...저... 어떻게 해야 사죄를 드릴 수 있을지... 정 저를 용서하실 수 없으시다면, 할복이라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예요? 에?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이에요?
“에?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에요? 라이라 씨는 그저 노랫소리가 좋아서 찾아왔을 뿐인 것이에요!”
“그래도... 옆집에 사람이 사는 줄도 모르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제 잘못이...
 ...아!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 잠시 저희 집으로 들어오시지 않으시겠어요?”


집 안으로 초대를 받은 라이라 씨는, 204호 씨가 대접해 준 귤 몇 개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에요.
“라이라 씨는 라이라 씨라고 합니다예요. 두바이에서 왔고, 나이는 13살인 것이네요. 204호 씨는 이름이 무엇입니까예요?”
“아, 네... 그렇네요. 자기소개라...
우선 제 이름은 노나카 카오리라고 하고, 나이는 19살이에요. 어느 가수 오디션의 교토/오사카 지역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서, 집값이 싼 이곳에 지내면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죠. 아침이랑 낮에는 연습실에서, 그리고 저녁에 집에 와서도 틈틈이요...
...그나저나 두바이 출신이라니, 어쩌다 일본에 오시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하네요... 혹시 203호에 살게 된 지는... 얼마나...?”
“음...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이지만, 1주일은 된 것 같습니다네요.”
“1주일?!! 저, 저기... 1주일 동안이나 옆집에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저 정말 정신이 나가 있었나 봐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예요! 라이라 씨는 204호 씨의 노래, 정말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에요! 그러니 사과는...”
“...그래도 저 자신이 용서가 안 되네요... 어떻게 사과를 드려야 할지...”
으음, 이건 곤란한 것이네요. 라이라 씨는 정말로 노래가 좋아서 그 가락의 주인을 알고 싶었던 것뿐인데, 어떻게 된 일인 것일까요.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는데,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것이에요.
“아! 그러고 보니 이 집은 욕실이 없습니다인 것인데, 목욕은 어떻게 하는 것이에요?”
그러자, 고개를 잔뜩 숙이고 있던 204호 씨는 의외의 말을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고는
“네? 아, 이런 곳은 욕실이 없으니까... 여기 사는 사람들은 대중목욕탕을 이용해요.”
하고 라이라 씨의 물음에 대답을 해 준 것이에요. 대중목욕탕... 라이라 씨, 두바이의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들었을 때, 중동에도 대중목욕탕이 있었다고 배웠습니다예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들은 것이네요. 일본에도 그런 좋은 공간이 있는 것인가요? 궁금증이 생겨서
“대중목욕탕인 것이네요. 일본의 대중목욕탕은 어떤 느낌입니까예요?”
하고 물어봤습니다예요. 그러자,
“음...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서,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탕에 몸을 담그고 있기도 하고, 샤워를 하기도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하는 204호 씨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네요. 그렇다면, 모두가 보고 있는 가운데서 알몸을 드러낸 채로 있어야 하는 것이에요?
“라이라 씨, 다른 사람 앞에서 알몸을 보이는 건 부끄러운 것이에요. 메이드 씨에게도 그런 것입니다네요.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예요?”
“그, 그게... 죄송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이 방을 통째로 라이라 씨의 욕실로 개조해 버려도 할 말이 없지만... 일단은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음...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거기에 몸을 가릴 만한 무언가가 있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네요.
“혹시, 거기에 몸을 가릴 수 있는 물건은, 있는 것이에요?”
“네? ,,,아, 네. 수건 같은 걸 몸에 감싸면... 가릴 수 있을 거예요.”
“오오, 감사합니다예요!”
수건이 있는 것이네요. 모처럼의 반가운 대답에 라이라 씨, 204호 씨에게 감사를 표하며 방을 나서려고 한 것인데,
“...잠시만요! 모처럼 이렇게 되었으니, 저도 같이 갈 수 있을까요? 비용은 제가 내 드릴 테니!”
하는 말을 들은 것이에요. 그러면, 세 명이 되는 것인가요? 오늘 밤은 재미있어질 것 같습니다예요.


그렇게 되어서, 라이라 씨는 메이드 씨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셋이서 대중목욕탕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습니다예요.
메이드 씨도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곤란해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래도 더러워진 몸을 씻지 않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하는 수 없이 승낙한 것이네요.
목욕탕으로 가면서, 라이라 씨는 동행하게 된 메이드 씨에 대해서도 소개한 것이에요.
“메이드 씨는, 라이라 씨의 메이드 씨로 일했던 것이에요.”
“에? 그... 그런 거예요?”
“그런 것이에요. 라이라 씨, 두바이에 있었을 적에는 부자였습니다이니까요.”
“아, 아아... 그랬구나...”
“그래서, 메이드 씨는 라이라 씨에게 있어서는 때로는 친구, 때로는 엄마 같은 존재였던 것이네요. 라이라 씨가 심심할 때는 같이 놀아주기도 했습니다이고, 배가 고플 때는 맛있는 먹을거리들을 주기도 했습니다이고, 고민이 있을 때는 고민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이고... 때로는 잔소리가 많기도 했습니다이지만요.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더더욱 믿고 따를 수 있었던 메이드 씨였습니다예요.”
“사실, 두바이에서 라이라 씨에게 시중드는 것도 힘들었습니다네요. 시장에서 장을 볼 때도 흥미가 가는 게 생기면 라이라 씨 혼자서 막 뛰어 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때마다 찾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참이 지나서야 미아가 돼서 헤매고 있는 라이라 씨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에요.”
“아하하... 많이 힘드셨겠네요...”
“그래도 거의 일생을 함께 보내다 보니 적응은 됐습니다네요.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생각난 게 있습니다예요. 언젠가는 방에 가만히 앉아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으신가 했는데, 알고 보니까 라이라 씨가 노래 가사였나를 하나 써 와서는 메이드 씨에게 보여 주기도 했던 것이네요. 메이드 씨도 나온다면서...”
“으아아...! 메이드 씨, 그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예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어느 새 대중목욕탕에 도착한 것이에요. 목욕탕 입구로 들어간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는, 204호 씨를 따라 여자 탈의실로 들어갔습니다예요. 탈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는 몸을 가릴 수 있는 큰 수건을 찾아서 가져온 뒤, 지정된 로커로 이동한 것이에요.
...그랬더니, 그 곳에는 한창 옷을 벗고 있는 204호 씨가 있었던 것이에요.
겉옷을 모두 벗고 속옷만 걸치고 있는 모습에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는 당황해서 바로 고개를 홱 돌려버리고 말았습니다예요. 그야, 남의 속옷차림을 보게 되다니 부끄럽습니다인 거니까요.
“아, 오셨어요? 옷은 이 로커 안에 넣으시면 돼요!”
하지만 204호 씨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 것이네요. 라이라 씨는 잘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에요. 일본의 문화라고는 하지만... 일본에 오래 지내다 보면, 라이라 씨도 204호 씨처럼 태연해질 수 있는 것일까요?
“저... 알몸을 보이는 건데... 정말로, 부끄럽거나 하진... 않는 것이에요...?”
메이드 씨가 먼저 물어본 것이네요. 그러자,
“네? 으음... 부끄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기도 하고, 또 동성끼리니깐요. 크게 개의치는 않아요.”
하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에요. 동성끼리는 괜찮은 것인가요... 라이라 씨에게는 낯선 것이네요. 그래도, 어쨌든 대중목욕탕에 오게 된 것이니, 라이라 씨도 목욕을 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아무래도 옆에 있는 204호 씨의 시선은 신경 쓰이는 것이네요. 그래서,
“이쪽 보지 말아 주세요인 거예요.”
“저... 이쪽 보지 말아 주세요인 거예요.”
어, 메이드 씨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라이라 씨와 입을 맞춘 듯 동시에 말했습니다네요. 그러자 204호 씨, 잔뜩 겁을 먹은 듯 떨면서
“네, 네.... 알겠어요.....”
했습니다예요. 라이라 씨, 너무 예민한 말투인 것이었나요?


라이라 씨랑 메이드 씨가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넣고, 몸을 수건으로 두른 뒤, 204호 씨를 따라 여자 목욕탕 내부로 들어갔더니...
“와아~”
굉장히 널찍한 공간이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를 맞이한 것이에요. 두바이의 집에서는 누구도 부러울 것 없이 넓은 욕조가 딸린 욕실을 써 왔는데, 여기는 그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 다양하고, 화려한 것이네요! 게다가 라이라 씨의 온몸을 감싸는 후끈후끈한 공기는, 추위에 떨고 있던 라이라 씨의 몸도 마음도 치유해 주는 것이었어요.
“우선 탕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하고 들어가는 거예요!”
204호 씨의 제안에 따라, 라이라 씨는 입구 근처에 있는 간단한 샤워실로 이동했습니다예요. 샤워실의 샤워기 사이에는 유리 칸막이가 세워져 있었는데, 유리라고는 해도 김이 잔뜩 서려 있어서 건너편에서 보일 염려는 없어 보이는 것이네요. 라이라 씨, 그래도 이 정도라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예요.
샤워기 앞으로 다가가 샤워기에 달린 버튼을 꾹 누르니 따뜻한 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예요. 라이라 씨의 몸에 닿는 따뜻한 감촉, 그리고 온몸에 쌓여 있던 더러움이 깨끗이 씻겨 나가는 느낌... 일본에 와서는 처음 느끼는 그리운 감각인 것이네요. 그렇게 일단 물로 당장의 때를 씻어내고 나면, 다음엔 샴푸로 머리도 감고, 푸석해진 머릿결 케어도 조금 해 주고, 몸도 깨끗이 씻어내고...


샤워를 모두 마친 뒤에는, 셋이서 목욕탕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한 것이에요. 일반적인 온탕이나 열탕이 있는가 하면, 각종 허브나 나무의 향이 배인 물이 담긴 탕이 있는 것이네요. 탕마다 이곳의 온도는 몇 도인지가 적혀 있는데, 라이라 씨에게 딱 맞는 온도인 곳이 있는가 하면, 라이라 씨에겐 조금 뜨거울 것 같은 곳도 있습니다네요. 그리고 저기는... 냉탕?
“이런 곳에 차가운 물이 있는 것인가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204호 씨에게 물어본 것이네요. 그랬더니,
“네? 그... 냉탕이라면, 저도 들어가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온탕이랑 냉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몸에 자극을 주면 좋다고 했던가, 하여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하고 대답해 주었습니다예요. 과연 그런 것인가요.
탕을 둘러보다가 일단 온탕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예요. 다양한 사람들이 알몸인 채로 탕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은 아직 적응이 잘 안 되는 것이네요. 그런데,
“어유, 이게 누구여? 라이라 쨩 아닌겨?”
알고 보니 그 안에는 동네 공원에서 이야기하곤 하던 아주머니들도 있었습니다예요. 반가운 것이네요!
“게다가 그 메이드에다가, 카오리 쨩도 같이 왔구먼!”
“서로 옆집 살더니, 금방 친해졌는가벼.”
아주머니들, 204호 씨하고도 친한 것 같습니다네요.
“아하하... 실은, 옆집에 라이라 씨가 살고 있다는 거, 오늘에서야 알았어요...”
“204호 씨, 노래 정말 잘하는 것이에요! 듣고 있으면 라이라 씨, 울다가 웃다가 하는 것이네요.”
“아아아...! 매일 저녁마다 시끄럽게 해서... 다시 한 번 죄송해요!”
“셋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말만 들어도 알 것 같네. 후훗.”
다 함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라이라 씨는 탕에 몸을 담갔습니다예요. 숨이 턱 하고 막힐 정도로 온몸 구석구석에 전해져 오는 온기,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있어 느껴지는 따뜻함. 이것이 바로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네요.
“그러고 보니, 카오리 쨩 오디션은 언제라고 했지?”
“오디션은... 7월에 있어요.”
“호오, 이제 그리 머지않았군 그래.
 카오리 쨩, 노래하는 거 들어보면 정말 잘 부르던데, 지난번에는 왜 예선에서 떨어졌나 몰라.”
“아하하...”
그 후로는 204호 씨의 오디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든가,
“...의상 디자인 조수로 일하고 있다고 했지? 거기 일은 어뗘?”
“처음에 상점가에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꽤 무서웠던 것인데, 며칠 있으니까 무섭지 않고 오히려 좋습니다네요. 사장님도 메이드 씨 잘 챙겨주고, 어제는 메이드 씨에게 무언가 주기도 한 것이에요. 아마, 누카도코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예요.”
“호오, 키류 사장, 생각보다 상냥한 구석도 있나보이.
 아, 근디, 상점가 사람들 말은 곧이곧대로 듣지는 말어. 괜히 겁주려고 그러는 것도 있으니께.”
메이드 씨의 일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습니다이고,
“라이라 쨩, 목욕탕에서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디, 기분이 어뗘?”
“라이라 씨, 전에는 공중목욕탕에 가 본 적이 없으니까, 부끄러운 것이네요. 하지만 이렇게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따뜻하게 있을 수 있는 건 정말 좋습니다네요.”
“그러고 보니,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있구먼. 이런 데서 부끄럼을 타다니, 역시 한창 때네 한창 때. 나도 그럴 때가 그립구만.”
라이라 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 것이네요. 역시, 어디서라도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좋습니다예요.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라이라 씨, 어딘가에 문이 하나 있는 것을 본 것이에요. 사우나... 라고 적혀 있는 것 같은데, 저긴 무얼 하는 곳이에요? 204호 씨에게 물어보았더니,
“아, 저긴 뜨거운 공기를 맞으면서 땀을 빼는 곳이에요. 들어가 보고 싶으신가요?”
하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네요.
“오오, 그런 것이에요? 그러면 라이라 씨,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예요. 메이드 씨도 같이 가겠습니까예요?”
“아, 네. 메이드 씨도 따라 가겠습니다예요. 그럼, 노나카 씨는...”
“네? 아, 저는 괜찮아요. 전 뜨거운 데는 약해서...”
“그렇습니까예요? 204호 씨도 함께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네요.”
204호 씨가 함께 가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뒤,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는 사우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예요. 그랬더니...

“와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후끈함이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를 맞아준 것이에요. 그러면 어디 앉을 곳이... 아, 저기 있습니다네요. 자리에 앉았더니 라이라 씨의 앞에 온도계가 있는 것이네요. 어디 보자... 지금 온도가...

“110도??”

...정말인 것이에요? 저 정도 온도라면 온몸에 화상을 입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예요? 하지만 지금 라이라 씨는 조금 뜨거울 뿐, 열에 데인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인데... 저 온도계, 고장난 것이 분명합니다예요.

“후훗. 견딜 만하신지요, 아가씨?”
“네. 그야 두바이의 뜨거운 공기 속에서도 잘 지내 왔는걸요.”
“그렇다고 해도, 실외로 나와 있는 시간, 거의 없으셨으면서...”
“하하. 그렇네요. 실내는 항상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었으니까...”

생각해 보니 라이라 씨, 두바이에서 왔다고는 해도 더위는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네요. 실외로 나가는 일이라고 해도 메이드 씨를 따라 시장에 가는 정도고, 그것도 더운 여름에는 엄마가 가지 못하게 말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뜨거운 감촉은 라이라 씨로서는 꽤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에요.

“그래도, 이렇게 따뜻한 곳에서 몸을 씻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좋네요.”
“네. 204호 씨를 따라 오길 잘했어요.”

일본에서 지내다 보니, 고향에서 지낼 적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네요. 라이라 씨의 일본 생활은, 어쩌면 풍요에 가려 행복을 잊어버린 라이라 씨에게,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라는 하느님의 메시지일 지도 모르겠습니다예요.


그 뒤, 사우나를 나와 다시 몸을 헹군 다음, 벗어 놓았던 옷을 껴입고 목욕탕을 나왔습니다예요.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는 204호 씨가 준 딸기 우유를 마시며 집을 향해 걷고 있는 것이네요.
“저, 정말로 이걸로 괜찮으신가요?”
“네. 이런 곳을 알려주신 것만으로도 메이드 씨는 충분히 감사합니다인 거예요.”
“하지만, 그래도...”
하지만 여전히 자책을 멈추지 않는 204호 씨. 음, 이렇게 되면 라이라 씨, 곤란한 것입니다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더니, 메이드 씨가 먼저 204호 씨에게
“저기... 너무 스스로를 낮추려고 하지 말아 주십시오예요. 모두가 자기 나름의 생각이 있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에요? 물론,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고, 실제로 메이드 씨가 고향에 있었을 때는 그것 때문에 심하게 다투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예요. 하지만,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가 화를 낸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서서 미안하다, 사죄하고 싶다 말하는 건 메이드 씨에겐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네요.
 노나카 씨는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예요.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고, 잘못한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를 이렇게나 낮추는 건, 노나카 씨에게도 좋지 않고, 메이드 씨도 보고 싶지 않은 것이에요.”
하고 말한 것이네요. 오오, 메이드 씨 말 잘합니다예요. 그러면 라이라 씨도 거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네요.
“라이라 씨, 앞으로도 204호 씨의 노래, 많이 듣고 싶습니다예요.”
그러자, 204호 씨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표정을 풀고
“네... 정말로 감사합니다.”
했습니다예요. 일이 잘 마무리돼서 다행입니다네요.
그나저나, 따뜻한 목욕탕 안에 있다가 차가운 딸기 우유와 함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어느새 완전히 깜깜해진 밤하늘을 바라보니 기분이 새롭습니다예요. 사실 라이라 씨,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건 정말 좋아하는 것이에요. 하늘에 뜬 수없이 많은 별들에는 천하룻 밤을 이야기해도 모두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사연이 들어 있고, 또 아무 것도 없는 사막을 살아온 옛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이니까요. 라이라 씨가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그런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며 고향과 라이라 씨가 여전히 이어져 있음을 느끼기 위해, 그리고 지금 라이라 씨 앞을 막는 고민거리들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였던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보고 싶습니다네요. 몸을 깨끗이 하고 상쾌해진 기분으로 바라보는 하늘, 그래서인지 어제보다도 더욱 밝게 보이는 별들... 지금은 그저 그것들을 즐기고 싶습니다예요.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길, 라이라 씨는 메이드 씨와 204호 씨에게 지금의 기분을 이렇게 전하는 것이에요.
“오늘 따라, 밤하늘이 무척 아름답습니다네요.”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