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잉크를 채우며

댓글: 4 / 조회: 608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2-18, 2018 02:46에 작성됨.

오늘은 오랜만에 오프라서 서점의 카운터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숙부님이 대학교 입학 선물로 주신 만년필이 보였습니다.


‘매일매일 써주지 않으면 안돼. 잉크가 말라버리면 씻어내기가 더 힘들어지기만 하니까. 비싼 물건이라고 너무 모셔만 두면, 계속 모시기만 해야 할거야.’ 


라고 하셔서 매일매일 일기도 쓰고 가끔씩은 사무소의 고마운 분들께, 동료 아이돌 분들께 편지도 써서 드렸습니다. 부끄럽지만, 말로 전달하자기엔 더욱 부끄럽기에... 그렇게 열심히 쓰다보니, 어느새 잉크를 다 써버렸습니다. 판매대 밑의 서랍에...여기가 아닌가요? 아, 두번째 서랍이었군요. 펠리칸 이라는 회사의 잉크입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검은색도 예쁠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흰 종이 위에 검은색 글씨라면, 대부분 가장 보편적인 조합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직접 손으로 글씨를 써내려가다 보면, 글씨의 어딘가에는 잉크가 많이 고이고, 어딘가에는 고이지 않아 획 하나하나에 명암이 생기는 것이 아름답게까지 보입니다. 푸른색이나 붉은색은 이런 깊은 명암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프로듀서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평범해 보이는 소녀라도, 그녀만의 아름다움이 항상 있다고.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아름다움이 특별히 다가올 수 있다고. 

 저는 제가 그저 검은색인줄 알았습니다. 말수도 적고, 손님들과도 눈을 못 맞출 정도로 소심하기에,저에게 ‘아이돌’ 이라는 직업은, 너무나 먼 세상이었습니다. 프로듀서님은, 저에게서 명암을 본 것일까요? 아니, 프로듀서님이 저에게 명암을 준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 스스로가 명암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힘을 주신 것 같습니다. 프로듀서님이 저로 미려한 글을 써주셨다...가 좋은 표현 같네요.


 펜 뒤에 부분을 돌리면, 주사기 처럼 펜 안의 피스톤이 들어가며 병의 잉크를 빨아들입니다. 항상 재미있기도 하고, 새로운 느낌이 드는 작업입니다. 펜의 잉크를 비우고 다시 채울 때마다 제 안의 새로운....것이, 열정이 채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펜 안의 잉크는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제가 무엇을 쓰는지에 따라 더 아름다워 질 수도 있지요. 프로듀서님이 저에게 명암이라는 아름다움을 심어주셨으니, 저는 그 명암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섬세한 글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무대 위에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서 팬분들의 함성을 들으며 행복을 전달해 주는 아이돌이란 직업. 저에겐 너무나 새로운 세계였지만, 프로듀서님이 저에게서 찾으신 그 아름다움을 스스로 빛내 보고 싶습니다. 

편지를 쓸 고마운 분이 생겼네요. 저번주에 써서 드렸지만, 한번 더 쓰고 싶습니다.



으아아아아 저질러버렸다아아아아 글 써버렸다아아아아아앙

처음 쓴 글이니만큼 자유로운 피드백(욕)과 평가(비난) 바랍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