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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마이다이긴죠 카구야 (純米大吟釀 輝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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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4, 2018 17:24에 작성됨.

취한듯 몽롱한 기분이 들지만 결코 낯설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편안하고 익숙한 기분이다.


유리색으로 물들어가는 저녁놀이 사그라들 무렵

지평선 저 너머 구름이 피어오르는 곳까지 세상은 온통 은빛으로 물들어 있다.


후지산이 그리 멀지 않은 하코네의 센고쿠하라 고원,

삼나무 숲이 우거진 산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가운데 탁 트인 평원이 자리하고 있는 곳.

 

파도처럼 일렁거리는 달빛의 춤사위에 추수를 기다리는 가을 벌판 같은 이곳은

참억새의 군무가 펼쳐진 9월의 들녘.

교교한 만월을 두 눈 가득 담고서, 꿈을 꾸는 눈동자로 슈코는 서있다.

 

겹겹이 옥죄는 갑갑한 옛 추억들을 영겁의 시간 속에 벗어버린 채,

지상에 그리움만 남겨두고 떠나버린 카구야 공주는 지금 어디에.


메말라가는 잎새 위에 내려앉은 시간.

그것은 예토(穢土/지상)에 남기고 떠난 향수(鄕愁)이런가

 

세상의 모두가 사랑하였지만 결국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그 가련한 여인의 심정을 헤아리며 저 편의 달을 바라본다.

  

하나 둘 반짝이기 시작하는

별들 사이로 고운 자태를 드러낸

달은 여느 때보다 더 맑게 보인다.

 

"슬퍼하라고 달이 떠있는 건가 그렇지 않네, 달을 탓하는 내 마음에 흐르는 눈물이여"

(けとてやはものをはする かこちがほなるわがかな / 西行法師)

 

바람에 실려오는 은은한 누룩의 향과 함께

저도 모르게 마음에 스며드는 와카(和歌) 한 수,

슈코는 어쩐지 달을 보며 그립고도 슬픈 기분이 든다.

 

카구야...그 외로운 소녀는...

무엇을 위해 이 지상에 내려와, 무엇을 위해 떠나갔던가.

어찌하여 모든 칭송과 사랑을 저버리고 망설임 없이 저 편으로 떠나버렸을까.

 

회자정리(會者定離/ 모든 만남에는 이별이 있다), 그것이 운명이라면,

월영즉식(月盈則食/ 달도 차면 기운다), 그것이 세상의 법도라면

어찌하여 천년토록 당신은 이지러지고 다시 태어나며

쉼 없이 이 땅의 어둠을 밝히고 있는 것인가

 

천 년 전에도, 천 년 후에도 달은 지금과 변함없이

이 땅을 바라보고 있겠지. 그때나 지금이나

갈피를 못잡는 애틋한 마음에 방황하는 사람들의

하소연 들어주며 말없이 밤을 지새고 있을테지.

 

무작정 교토를 뛰쳐나오며 정처 없이 거리를 헤매던 그 때도

헌혈을 하고난 후, 피가 채 멎지 않은 손 가득 차와 과자를 안고 휘청거리던 날들도

닳고 구겨진 명함을 소중히 가슴에 안고, 마침내 상경을 결심하던 그 날도

 

꾀죄죄한 몰골로 자신을 찾아온 그녀를, 그 사람이 놀란 눈으로 맞이한 순간에도

처음으로 받은 궂은 일거리들을 힘겹게 해내며 함께 울었던 지난날들에도

자신과 너무도 달라보였던 사에와 처음으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한 후로도

 

프로듀서와 팬들과 동료들의 응원에 힘입어, 비로소 세상이 인정하는 아이돌,

부모님께...부끄럽지 않은 딸, 비로소 자신을 믿고 거둬준 그 사람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된 순간에도


저 달은 거기서 그렇게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온 몸을 휘감는 이 부드럽고 따뜻한 새하얀 달빛.

마치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길과 같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발가벗겨진 느낌이지만,

언젠가는 전해야할 마음. 제대로 전하지 않으면 안 돼.

 

설혹 만월에 쫓겨난 태양이 질투를 한다 하더라도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국화가 슬픈 꽃비 내리더라도

 

혹시나 그 사람에게 고백을 한 다음에도

혹시나 아이돌 이후에 기다리고 있는 삶에도

혹시나 이 생의 다음에 마주할 운명에도

 

그대와 같은

저 달빛이 길을 밝혀준다면

 

쏟아지는 별들의 시선도

쉬지 않고 짙은 연기 피어나는 계곡도

우거진 억새숲의 거친 바람도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고

슈코는 생각했다.


아아,

먼 곳에 아른거리는 임의 그림자.

닿을 듯 닿지 않는 그대의 마음은

별빛에 휩싸여 언제나 나를 희롱하는구나.

 

달이 지는 이 길의 끝에

기다리는 이가 그대이기를

나는 오늘도 꿈을 꾸네.

 

달빛이 너무 눈부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감는다.

말로는 다 전할 수 없기에 한 줄기의 눈물로 써내려가는 시.

 

님 향한 마음 조릿대 숲 들판에 숨겨보아도, 어찌하여 이토록 그대가 그리운지

(浅茅生小野篠原忍ぶれど, あまりてなどかしき/ 参議等)

 

사랑한다고 말 한마디 못하는, 불타는 듯한 속절없는 마음을 너는 알고 있을까

(かくとだにえやは伊吹のさしも, さしもらじなゆるひを/ 藤原実方)

 

다시 만난다면........분명 사랑했다 말하리라.

그대.



つづく / 계속


원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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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마이다이긴죠 카구야 (純米大吟釀 輝夜) 下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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