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퍼스널리티P 시리즈] 시마무라 우즈키 - Like a Fastball (下-2)

댓글: 2 / 조회: 885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2-12, 2018 02:36에 작성됨.

시마무라 우즈키 - Like a Fastball (下-1)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자, 다 왔다.”


프로듀서가 우즈키를 데리고 향한 곳은 사무소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자그마한 공원의 주차장이었다. 차 안에서도 히터가 없으면 입김이 나올 정도로 싸늘한 날씨였지만,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져 있는 공원에는 이런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나와서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추우니까 잠깐만 앉아서 기다려. 준비 다 되면 부를게.”


그 말을 남기고 프로듀서는 휴대전화를 들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우즈키의 부모님과 통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혼자 남은 우즈키는 조수석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통화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부모님과 통화를 마친 프로듀서는 운전석으로 돌아오는 대신 트렁크로 향했다. 트렁크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거기서 무언가를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차체가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적잖이 무거운 물건인 듯 싶었다.

가만히 앉아서 앞유리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을 바라보던 우즈키는 똑똑, 하고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프로듀서가 내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우즈키는 곧바로 안전띠를 풀고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나른할 정도로 난방이 잘 되어있던 자동차와 대조적으로, 한겨울 공원의 밤공기는 무척이나 싸늘했다. 어깨를 움츠리며 옷깃을 여미는 우즈키에게, 언제 준비해 둔 것인지 프로듀서는 품 속에서 두툼한 목도리를 꺼내어 둘러 주었다. 히터라도 쐬고 있던 것인지 목도리는 무척이나 따뜻했다.


“자, 가자, 여기서 조금만 가면 되니까.”

“네.”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는 프로듀서의 등에는 마치 골프용 가방처럼 보이는 커다란 가방이 매달려 있었다. 거의 사람 몸뚱이의 절반 정도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가방이었지만, 그것을 한쪽 어깨에 메고 있는 그는 무겁다는 내색조차 하지 않고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촘촘하게 가로등이 설치된 산책로를 따라 공원의 안쪽으로 5분 정도를 걷자 널따란 공터가 나타났다. 학교 운동장의 절반 정도쯤 되어 보이는 넓이의 공터에는 마치 골프 연습장처럼 사람 키의 네댓 배는 되어 보이는 높이의 그물망이 사방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운동장에 설치된 조명은 꺼져 있었지만, 운동장 가장자리에 띄엄띄엄 설치된 가로등의 불빛 덕분에 어둡거나 음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두텁게 모래가 깔려 있는 바닥에는 새하얀 석회가루의 잔재가 가로등의 불빛을 받아 희미하게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는데, 운동장의 한쪽 모퉁이에서 시작되는 석회가루의 흔적은 정사각형을 약간 비스듬하게 돌린 마름모처럼 보였다. 우즈키는 발걸음을 조금 재촉해 앞서 걸어가던 프로듀서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여기는 야구장……인가요?”

“맞아. 내가 자주 신세지는 곳이기도 하고.”


”그치만, 오늘은 추우니까 여기 말고 안에서 할 거야.” 프로듀서는 손을 들어 운동장의 한 켠에 서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것은 체육관처럼 생긴 자그마한 건물이었다.

지어진 지 제법 세월이 흐른 듯, 건물 외벽의 금속 난간이나 계단 따위가 여기저기 떨어져 나간 건물의 입구에는 ‘시립 제14 체육관’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자, 들어가자.”


프로듀서는 품 속에서 꺼낸 카드로 입구의 보안을 해제하고 우즈키를 안으로 안내했다.

외견과 달리 건물 내부는 무척 깔끔했다. 리모델링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은은하게 건축용 접착제나 실리콘 특유의 냄새가 감돌고 있었다.

입구 근처에 위치한 ‘휴게실’이라고 적힌 방과 ‘창고’라고 적힌 철제 문을 지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회의실에서나 볼 법한 묵직한 방음문이 나타났다. ‘연습실’이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 있는 문 앞에 멈춰 선 그는 가방을 내려놓고 벽면에 설치된 배전반을 열어 스위치를 켰다.


‘여기서 뭘 하려는 걸까……?’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우즈키는 뒤늦게 떠오른 의구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P라는 사람이 쓸데없는 짓을 할 정도로 가벼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시간에 이렇게 인적이 드문 장소로 데려온 것에 대한 이유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1분 정도 지났을까, 두툼한 문에 달린 자그마한 창 너머로 반짝이는 불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자 프로듀서는 문고리에 손을 댔다. 묵직한 외양과는 다르게 문은 경첩 소리조차 내지 않고 부드럽게 열렸다. 프로듀서는 우즈키를 먼저 연습실 안으로 보내고, 곧바로 가방을 들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와아…….”


환하게 불이 밝혀진 연습실의 전경을 돌아보던 우즈키는 자신도 모르게 작게 탄성을 질렀다.

벽면에는 그물망 대신 관객들이 좌석을 가득 메운,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야구장의 전경이 인쇄된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바닥에는 비록 인조 잔디였지만 마치 진짜 그라운드처럼 푹신하게 잔디가 깔려 있었다. 비록 녹색의 안전그물이 쳐져 있었지만, 하늘색으로 칠해진 천정까지 돌아보면 마치 정말로 야구장 한 가운데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연습실의 한쪽 모퉁이, 포스터가 걸려 있지 않은 그 곳에는 벽면 전체를 전신거울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생각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을 거야. 하지만 그 전에…….”


좀처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우즈키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돌아보면 프로듀서가 커다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프로듀서가 꺼낸 물건. 사람의 팔 길이보다 조금 더 길고, 조명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그것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야구 방망이였다.


“그 전에, 시원하게 가슴에 맺힌 것부터 좀 풀고 시작하자. 배팅 해 본적 있어?”

“네, 친구들이랑 몇 번 해 보긴 했어요……잘 하는 건 아니지만요.”

“어떻게 하는 지 요령만 알면 됐어. 그 다음은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어때, 해 볼래?”

“……네, 해볼게요.”


우즈키가 고개를 끄덕이자 프로듀서는 테이핑이 되어 있는 배트의 손잡이 부분을 우즈키에게 내밀었다.

자신을 향해 불쑥 내밀어진 손잡이와 프로듀서를 번갈아 바라보던 우즈키는 자신 없는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 손잡이를 가볍게 쥐었다. 프로듀서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준 뒤, 연습실의 벽에 서 있는 L자 모양의 그물망으로 다가갔다.

우즈키가 서 있는 타석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그물망과 가방을 세운 뒤, 프로듀서는 가방 속에서 장갑을 꺼내어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자, 배팅센터에 왔다고 생각하고 세 번만 휘둘러 봐. 장갑 끼고”

“이, 이렇게요?”

“으음…….”


우즈키의 자세를 바라보던 프로듀서는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턱을 쓰다듬었다.


“……뭐, 오래 하는 것도 아니고. 괜찮겠지. 좋아. 그렇게 세 번 휘둘러봐. 힘껏.”

“네!”


우즈키는 배트의 손잡이를 고쳐 쥐고는 힘껏 휘둘렀다. 프로듀서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우즈키가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안경 너머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가 가만히 우즈키의 배트가 그리는 궤적을 따라가고 있었다.


“응, 이제 됐다. 대충 이해했으니까.”

“이해했다뇨……?”


대답 대신 프로듀서는 빙그레 웃으며 그물망이 서 있는 자리로 돌아가 옆에 세워둔 가방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성인 남성의 주먹 크기만한 새하얀 공이었다. 야구공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특별한 장치가 되어 있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공도, 배트도 둥그스름하니까, 처음 한두 번 정도는 빗맞거나 안 맞을 수도 있어. 그래도 굳이 맞추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아까처럼 휘두른다고만 생각해.”

“네!”

“그럼, 시작한다?”


그는 왼손에 들고 있던 공 하나를 오른손으로 옮기며 우즈키를 바라보았다. 준비가 되었다는 뜻으로 우즈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오른손이 기다렸다는 듯 가볍게 호를 그렸다. 우즈키는 쥐고 있던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첫 번째 공은 힘껏 휘두른 배트의 약간 아래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우즈키는 금속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배트의 아랫부분을 스쳐 지나가 자신의 등 뒤에 설치된 그물망으로 쑥 들어가는 야구공을 아쉬운 듯 바라보았다.


“아, 아깝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다음 간다?”

“네!”


두 번째 공은 힘껏 휘두른 배트의 약간 윗부분에 걸렸다. 캉! 하는 날카로운 금속성이 울리면서, 위로 치솟은 공은 천장에 걸린 그물망에 걸려 다시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음, 알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뭐라 중얼거리던 프로듀서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공을 꺼냈다.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우즈키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고, 있는 힘껏 배트를 크게 휘둘렀다. 방금 전과 같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던 공은 그녀가 서 있는 장소에서 네 걸음 앞에서 갑자기 그 궤적을 떨어뜨렸고, 그 결과 배트의 정 중앙에 정확하게 적중했다.

펑! 하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하얀 물체가 저 멀리 튕겨 날아갔다. 탄력을 받아 쭉쭉 뻗어가던 그것은 방 안에 설치된 그물망에 걸려 힘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아…….”


그 순간 들려오는 소리와 배트를 타고 전해져오는 감촉에 우즈키는 눈을 크게 떴다. 빗맞을 때 들려오던 날카로운 금속성도, 아슬아슬하게 스쳤을 때 들려오던 긁히는 소리도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공기로 가득 차 있는 것이 터지는 듯한 소리, 듣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만 같은 소리였다. 배트를 타고 전해지는 느낌 또한 빗맞혔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딱딱한 것에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흐름에 따라 그대로 튕겨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멍하니 공이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던 우즈키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에 느꼈던 감각. 공을 때리는 순간의 여운이 짜릿하게 손에 남아 있었다.


“어때, 느낌 좋지?”


우즈키는 고개를 들어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그물망 뒤에 서 있던 프로듀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씨익 웃으며 가방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자, 계속 간다!”










가방 속에 집어넣은 손이 허우적거리며 허공을 헤집었다.


“뭐야, 벌써 다 썼나?”


“몇 개나 던졌다고……” 중얼거리며 프로듀서는 가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공으로 가득 차 있던 가방 안은 어느샌가 텅 비어 있었다. 고개를 돌려 우즈키를 바라보면, 배트를 지팡이 삼아 짚고 서 있는 우즈키는 약간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프로듀서와 눈을 마주치자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을 매달고 있던 우즈키는 그녀 특유의 방긋 웃는 미소를 띄웠다. 조금 전까지 침울해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뭐, 기분전환은 이 정도면 됐으려나.”


프로듀서는 그물망을 적당히 벽 쪽으로 밀어내고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우즈키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하자. 내일을 위해서 체력을 아껴 둬야지.”

“네! 수고하셨습니다!”

“자, 이걸로 땀 닦고. 한숨 돌리고 가자.”


하핫, 작게 웃으면서 프로듀서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너무 늦게 보내면 내가 부모님께 혼날테니까.”




*****






“대강 정리하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심심하면 좀 둘러봐도 되고.”


저를 휴게실로 안내한 프로듀서는 “금방 돌아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휴게실을 나갔습니다. 휴게실의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던 저는 방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칸막이로 분리되어 있는 휴게실의 입구 쪽의 공간에는 테이블이 딸린 소파와 컴퓨터가 설치된 사무용 테이블이 있었고, 그 옆에는 여러 가지 책이 꽂혀 있는 책장도 세워져 있었습니다. 어떤 책이 꽂혀 있을까, 흥미가 생긴 저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을 향해 다가갔습니다.


“바이오메카닉스……? 생물역학……세이버매트릭스……타격이론?””


책장에는 제목만 봐도 현기증이 일어날 것만 같은 전문서적들이 잔뜩 꽂혀 있었습니다. 뭔가 읽을거리라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저의 오산이었습니다.

책장 옆에는 천장에 닿을 정도로 커다란 투명 장식장이 있었습니다. 트로피와 상패가 진열되어 있는 장식장에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찍은 사진도 놓여 있었습니다. ‘연식야구대회’나 ‘동네야구대회’ 같은 타이틀을 봐서는 아무래도 체육관을 사용하는 팀이 찍은 사진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제 눈높이와 비슷한 높이에 있는 사진을 계속해서 바라보았습니다. 사진에 찍혀 있는 사람들이 신경 쓰였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즐거운 듯, 행복한 듯이 웃고 있는 사람들의 옆에는…….


“……프로듀서 씨?”


언젠가 강변의 산책로에서 자주 마주쳤던, 체육복 차림의 프로듀서 씨가 함께 찍혀 있었습니다.

그 때, 똑똑, 하고 두 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이어 휴게실의 문이 열리며 프로듀서 씨가 들어왔습니다. 프로듀서 씨는 진열대 앞에 서 있던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미안하다. 많이 기다렸지?”

“아, 아뇨! 괜찮아요.”

“얼른 가자. 부모님 기다리시겠다.”


저는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화면에 떠오른 시계는 어느덧 저녁 10시에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체육관을 나와, 프로듀서 씨와 나란히 주차장으로 연결된 길을 걸으면서 저는 조금 전 휴게실에서 본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그 사진 속의 사람들도, 그리고 신데렐라 걸즈의 사람들도,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로 즐거워 보였습니다.

가슴 속은 후련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의문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프로듀서 씨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습니다.


“……시마무라는.”

“네, 네?!”

“평범하다는 게 단점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장점이라고 생각해?”


저는 고개를 들어 프로듀서 씨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앞을 보고 있던 프로듀서 씨는 제 시선을 느낀 것인지, 시선을 낮추어 저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화들짝 놀란 저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되돌렸습니다.


“……적어도, 장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평범한 아이입니다. 그렇기에 평범한 것이 마이너스가 된다, 디메리트가 된다, 손해가 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평범해서 좋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가.”


기대한 대답이 아니었던 걸까요, 프로듀서 씨의 짤막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너무 쉽게 대답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조금 더, 프로듀서 씨가 만족할만한 대답을 골랐어야 했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프로듀서 씨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적어도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네?”


뜻밖의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돌려 프로듀서 씨를 바라보았습니다. 조금 전과 달리, 앞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프로듀서 씨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래서 너를 뉴 제너레이션즈에 넣은 거고.”

“네……?”

“시마무라, 너는 네가 평범하다고 생각하지. 평범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그랬었죠…….”

“그런데, 평범하다는 건 뭘까?”

“네?”


저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평범한 건 평범한 거죠. 평범하다는 게 뭐라니……프로듀서 씨는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걸까요? 고개를 들어 프로듀서 씨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던 저를, 프로듀서 씨는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야구에는 패스트볼이라는 게 있어. 이 나라 말로는 직구라고도 하더라만. 이게 뭔지 알고 있어?”

“네. 직선으로 날아가는 공……아닌가요?”

“그래, 맞아. 투수에서 포수까지 아주 정직하게 날아가는 공이지. 그런데, 이걸 평범한 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평범한 공 아닌가요? 변화구처럼 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볼 수도 있지.” 프로듀서 씨는 작게 웃으면서, 주머니 속에서 자그마한 공 하나를 꺼냈습니다. 가로등 아래에서 보이는 그것은 빨간 실밥이 들어가 있는 진짜 야구공이었습니다. 프로듀서 씨는 손 안에서 야구공을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야구는 변화구라는 게 있어. 이렇게 떨어지는 것도 있고, 잘 오다가 갑자기 느려지는 게 있지.”


“하지만 말이다.” 프로듀서 씨는 잠시 말을 멈추었습니다. 그의 손 안에서 빙글빙글 돌던 공이 뚝,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저 두 가지가 변화구로써 성립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해. 바로 ‘변하지 않는 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변하지 않는 공……이요?”


변하지 않는 공. 그 말을 듣던 제 머릿속에는 조금 전에 나누었던 ‘패스트볼’에 대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고개를 들어 프로듀서 씨를 올려다보면, 저를 내려다보던 그 사람과 눈을 마주쳤습니다. 제 생각을 읽은 것인지, 프로듀서 씨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래. 그게 바로 패스트볼이야. 투수와 포수를 직선으로 연결하는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이지만, 그렇기에 변화구들의 방패가 되어줄 수 있는 공이지. 만약 패스트볼이 없다고 생각해 봐라. 그러면 변화구가 변화구라고 불릴까? ‘빠르게 날아오는 공’이 있기 때문에 ‘느린 공’이 ‘느림’의 개성이 생기는 것이고, ‘직선으로 날아오는 공’이 있기 때문에 ‘떨어지는 공’이 ‘떨어진다’는 개성이 생기는 법인데.”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머리를 강하게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프로듀서 씨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건지, 어렴풋이 이해가 가는 것 같았습니다.

프로듀서 씨는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몇 걸음을 더 나아간 뒤, 뒤늦게 멈춰선 저는 뒤를 돌아 프로듀서 씨를 바라보았습니다. 


“개성 좋지. 분명히 아이돌 업계는 ‘변화구’를 요구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구’의 수요가 없는 건 아니야. 잘 떠올려 봐. 시부야가 어디 가서 귀엽다는 소리를 듣는 걸 본 적이 있어? 아마 없을걸?”

“그, 그런가요……?”


저는 곰곰히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러고보면 린에게 귀엽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정말로 보지 못한 것 같네요. 눈 앞의 이 사람만 빼면 말이에요.


“그래. 그렇기에 시부야 린이라는 아이돌은 변화구다. 이건 혼다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넌 아니지. 너는 평범해. 모난 구석이 없고, 그렇다고 해서 유난히 돌출된 것도 아니야. 하지만, 그렇기에 네가 필요한 거다.”


프로듀서 씨는 제 머리에 손을 얹었습니다. 크고 투박한 손이 제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시마무라, 너는 ‘패스트볼’이다. 가장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개성이 있는 아이들의 방패가 되어 줄 수 있는 존재. 네가 있기에 시부야와 혼다는 각자의 색을 챙길 수 있고, 뉴 제너레이션즈는 세 가지 색깔이 모인, 신데렐라 걸즈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거야.”

“그런가요…….”


프로듀서 씨의 말씀은 마치 송곳처럼 제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저 자신조차도 단순하게 몰개성하다고만 생각하던 저를, 이토록 진지하게 보고 계셨을 거라곤 상상도 못 하고 있었으니까요. 정말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을걸……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프로듀서 씨가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런 고민이 있었으면 진작 나한테 이야기를 하지 그랬어.”

“프로듀서 씨는 계속 바쁘셨잖아요……괜히 저 같은 게 상담을 걸었다가 발목을 잡는 건 아닐까 싶어서…….”


제 대답을 들은 프로듀서 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한 걸까, 라고 생각하던 그 순간, 프로듀서 씨의 오른손이 번개같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따악! 하는 소리와 함께, 눈 앞에 불똥이 튀었습니다. 익숙한 느낌. 다름아닌 몇 시간 전, 프로듀서 씨의 차 안에서 맞았던 딱밤이었습니다.


“아얏!!”

“뭐? 발목을 잡아? 저번 달까지만 해도 새벽까지 전화 걸어서 통화하던 애가 잘도 그런 소릴 한다. 응?”

“아으으으, 죄송해요.......”

“자, 봐라.”


얼얼한 이마를 문지르고 있자니, 제 눈 앞에 휴대전화의 액정이 불쑥 나타났습니다. 휴대전화의 화면에 떠오른 것은 메신저의 채팅 로그. 대화 상대는 다름아닌 미오였습니다.


“너, 혼다가 너를 따라오는 게 재능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정곡을 찔렸습니다.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프로듀서 씨는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너네랑 합동 연습 시작한 뒤로 이 녀석이 얼마나 징징댔는지 알고 있어? 보충레슨 잡아주고, 어드바이스 해주고, 아주 그냥 귀찮아 죽는 줄 알았다. 그렇게 나온 결과가 네가 본 혼다의 모습이야.”


프로듀서 씨의 말씀이 가슴에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미오도 저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네요. 저는 대체 무엇을 보고 저 스스로를 자책했던 것일까요…….

프로듀서 씨의 손이 또다시 푹, 하고 제 머리를 덮었습니다. 마치 저를 위로해 주려는 것처럼, 부드럽게 제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시마무라. 노력하는 건 나쁜 게 아니야. 잘못된 것도 아니지. 하지만 말이다.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건, 방향을 설정하는 거야.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알고 있다면 노력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네…….”

“그러면서 넘어지는 건 별 수 없지. 그래, 사람이 살다 보면 넘어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목표를 놓치면 안 된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그 방향을 모른다면 노력은 말짱 헛수고가 되는 거야. 네 시간을 헛되이 날려먹지 마. 네 스스로가 했던 노력을 공회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알겠지?”

“네. 명심할게요.”


머리카락 너머로 전해지는 프로듀서 씨의 온기를 느끼면서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 멀리 함께 타고 왔던 프로듀서 씨의 자동차가 보였습니다.










두 사람을 태운 자동차는 곧바로 우즈키의 집으로 향했다.

번화가를 지나 주택가로 막 접어들었을 무렵, 막 생각났다는 듯 프로듀서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시마무라 너 나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었지?”

“그, 그랬었죠……프로듀서 씨가 어째서 저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우즈키의 말에, 운전석에 앉아 있던 프로듀서는 몇 시간 전의 대화가 떠올랐던 풋, 하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 동정심 어쩌고 하는 말도 했었지.”

“그, 그건……!”

“알아. 네 생각이 아니라 그 작자 생각인 거. 그런데 말이다. 나도, 상무님도 명색이 프로거든. 고작 동정심 하나 가지고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물러터진 사람은 아니란 말이지.”

“그럼……지금 물어봐도 되나요?”

“물어봐? 뭘?”

“어째서 저를 선택하셨는지에 대해서요. M씨에게 들었어요. K프로덕션의 사장님과 거래를 하셨다는 것 정도는요. 그러면, 프로듀서 씨는 처음부터 저를 염두에 두고 계셨던 거죠?”

“뭐야, 거기까지 들었어?”


프로듀서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 남자가 진짜 별의 별 얘기를 다 했구나.


“……그거, 꼭 듣고 싶어?”

“네! 꼭 듣고 싶어요!”


“뭐……그런 걸 내 입으로 직접 말하려니까 부끄럽긴 한데.” 프로듀서는 쑥쓰러운 듯 뺨을 긁적였다.


“네가 K프로덕션으로 갔던 오디션 기억하지?”

“네.”

“거기서 내가 했던 얘기 기억해? 심사위원들한테 했던 말.”

“네, 아주 잘 기억하고 있어요.”

“’아주 잘’까지는 필요 없는데……아무튼, 그거, 내 욕심도 조금 섞인 말이었거든. 구체적으로는, ‘좋은 걸 좋다고 하는 데 이유가 어디 있냐’고 한 거.”


그 말을 듣는 순간, 우즈키는 프로듀서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얼굴에 피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 좋아하는 거 좋다고 하는 데 이유가 어디 있겠어? 그러니까 나는 너를 선택한 거야. 네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 그랬었군요…….”


상상하던 대로의 대답이었기 때문일까, 프로듀서의 대답을 들은 우즈키는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우즈키의 집 앞에 도착한 프로듀서가 다 왔다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저,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감사는 무슨,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인데. 조심해서 들어가라. 자기 전에 스트레칭 꼭 하고. 알겠지?”

“네, 그렇게 할게요.”

“그래, 그럼 내일 다시 만나자. 푹 쉬어.”

“네, 프로듀서 씨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너나 잘 해.”

“에헤헷, 네!”


차에서 내린 우즈키는 꾸벅, 허리 숙여 인사를 한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현관으로 향했다.

프로듀서는 운전석의 차창 너머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결국 내가 저지른 일이었어. 생각이 그렇게 짧아서야, 나도 머릿속이 꽃밭이 된 건지도 모르겠군.”


프로듀서는 왼손을 들어 가볍게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결국 그 때의 자신의 선택이 돌고 돌아서 그 아이의 발목을 잡은 격이었다. 불가항력이었다곤 하지만, 어리석은 선택이었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면? 그 때로 되돌아 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 건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그는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불성설이다. 아마 그 때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그리고 또 같은 후회를 했겠지.”


현관문이 닫히기 직전, 자신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우즈키에게 손을 흔들어주면서 그는 또다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녀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길래……?”


현관문이 닫히는 것을 바라보던 그는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겨울의 밤하늘로 흩어지는 새하얀 한숨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그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다시 자신의 집을 향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




“하아, 시원하다~!”


마음에 짊어지고 있던 것을 덜어냈기 때문일까,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개운하게 느껴지는 목욕을 마치고, 머리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우즈키는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가 반짝거리는 것을 눈치챘다.


“응? 메일이라도 왔나……?”


우즈키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잠금을 풀었다. 그러자, 장문의 메시지가 기다렸다는 듯 화면을 가득 메웠다.


-시마무라, 네가 그 곳에서 보낸 시간을 실패에 허비한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쓸데없이 낭비한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 때에도, 그리고 지금도, 네게는 너를 지켜봐주고, 너를 기억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네게 주었던 것, 그리고 네가 그들에게 받았던 것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서는 안 돼. 자신을 가지렴. 트라이어드 프리무스와 당당하게 맞서던 그 때의 너도, 그리고 지금 그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지금도, 너는 변함없는 ‘시마무라 우즈키’니까.


“’너의 담당 프로듀서이기 이전에, 시마무라 우즈키의 첫 번째 팬이었던 사람으로부터……’라니, 뭐에요 이게……”


메시지를 읽던 우즈키는 코를 훌쩍이며, 잠옷의 소맷자락으로 눈가를 훔쳤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우즈키는 커튼을 열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비록 달은 보이지 않았지만, 가로등의 불빛이 닿지 않는 저 하늘에는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고마워요, 프로듀서 씨. 아니, 나의 첫 번째 팬 씨. 저,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해서, 다시 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갈게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즈키는 내려놓았던 휴대전화를 다시 집어 들었다. 메시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은 그녀는 그것을 가슴에 꼭 품고, 자기 자신에게 되새기듯 작게 말했다.


“시마무라 우즈키, 열심히 할게요……!”



시마무라 우즈키 – Like a Fastball (끝)







며칠 뒤, CG프로덕션의 사장실.

사장의 다급한 호출을 받고 올라온 상무는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렇게 급하게 호출하시고.”

“이거 봐라.”


상무는 사장이 내민 편지를 받아 살펴보았다.


“뭡니까, 이게?”

“메리엇 재단 법무팀에서 보낸 통보문이다. 그 녀석의 일을 자기 쪽에서 처리하겠다는군.”


그 ‘일’이라 함은 며칠 전에 있었던 K프로덕션의 K라는 남자와 있었던 일에 대한 것이었다. 본인 말로는 싸움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떡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싸움’이라고 하지는 않으리라.


“메리엇이면……설마하니 그 ‘메리엇’입니까?”

“그래, 맞다. 거기다 이런 것도 왔어.”


상무에게서 편지를 받은 사장은 그것을 적당히 책상 구석에 던져넣고,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상무는 서류를 받아 그것을 구석구석 읽기 시작했다.


“출연 오퍼로군요. R호텔의.”

“그래.”


R호텔. 몇달 전, 첫 번째 애니버서리 파티를 했던 곳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P는 자신이 이곳에 있음을 그들에게 노출시켰다. 사장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적이 흐르는 사장실의 조용한 공기를 사장의 가벼운 한숨 소리가 흔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무는 서류를 사장에게 다시 내밀었다.


“타카가키 카에데라면 최근 절호조에다 전 경력도 있으니 그렇다고 치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조건은 납득이 안 가는군요. 무슨 생각인건지…….”


말꼬리를 흐리며 상무는 기획서의 내용을 떠올렸다. 타카가키 카에데를 홍보 모델로 기용하겠다는 제안. 다만 그 조건이 다소 꺼림직했다. 계약 조건에 적힌 것은 다른 것도 아닌, 프로듀서 본인이 직접 본사에 내방해야 한다는, 해괴하기 짝이 없는 조건이었던 것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무와 대조적으로 사장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무언가, 그녀는 모르는 한 가지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짐작이 가는 건 하나 뿐이지. 여기까지 들어와서 구태여 그를 다시 끌어내겠다는 건.”


서류를 책상 위에 내리치듯 내려놓은 사장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P. 아니, 윌리 존슨. 그 남자를 노리는 거야. 이제와서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정말 이것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야기 하나 가지고 대체 몇 달을 질질 끈거지.....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