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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미야 아스카 「The mid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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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3, 2018 16:52에 작성됨.

아스카는 시계를 보고 있다.
니노미야 아스카는, 시계를 보고 있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다.
시계의 시침은 이미 11을 넘어서 12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p헤드 자식, 왜 돌아오지 않는거야... 오늘 같은 날에는 꼭 일찍 돌아오겠다고 했으면서....」
 
아스카는, 중요한 이 순간 자신의 곁에 없는 한 남자에 대해서 말하며 입술을 깨문다.
분명히 어제, 오늘같은 날에는 점심이 식기도 전에 오겠다고 말했으면서...
 
「요리, 다 식어버렸잖아...」
 
특별한 날을 기념해 미리 주문해 놓은 음식들은 이미 차가워지다 못해 꽝꽝 얼어 있다.
겨울의 맛이 더 추가되었군, 아스카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식탁 위에 한가득 차려져 있는 음식들을 쳐다본다.
요리를 못 하는 자신을 위해서, 그가 미리 준비해 놓은 음식들은 곧 있으면 쓸모가 없어진다.
그래도 열두시 안에는 돌아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리던 아스카의 품에서 작은 진동이 울린다.
분명히 그녀가 기다리는 사람의 것이리라.
 
「아, 여보세요.」
 
『미안해, 아스카. 아직 안 자고 있어?』
 
『뭐, 그렇지. 일찍 온다는 사람은 오지도 않고 걱정만 끼치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보다 어디인거야?』
 
『그, 미안해. 오늘 아무래도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은 새벽에나 들어갈 것같-』
 
「아아, 너는 항상 그런 식인 거로군.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일에 치여사는 가축같이 일하고!」
 
『저, 저기? 아스카쨩?』
 
「됐어, 더 이상 받을 필요도 없겠지. 먼저 자겠어.」
 
『저, 저기 아스-』
 
오매불망 기다리던 남자의 전화를, 아스카는 너무나도 손쉽게 끊어버린다.
그래, 너는 항상 이런 남자였지.
중요한 날에는 항상 사라져 있고, 중요한 무대에는 항상 뒤에 서 있고...
그래, 이걸로 된 거야.
고독이란 이름의 날... 과연, 특별하다면 특별한 날이군.
아스카는 왠지 모를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끼며 중얼거리고는 불을 끄고 자러 들어갈 준비를 한다.
혼자 쓰기에는 너무나 큰 트윈 사이즈의 침대.
자신의 생일조차도 온기를 느낄 수 없다면 평생 느낄 수 없겠지라고, 아스카는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감정이 격해지려는 자신을 겨우 달래고 막 이불을 덮고 눈을 감으려는 찰나, 대문이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이 집의 다른 주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가서 맞이해야할까, 아스카는 침대에 누운 채로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젓고는 눈을 질끈 감는다.
애초에 자신의 생일조차도 기억 못 하고 야근을 하고 온 사람이다.
일찍 오겠다고 영혼의 공명을 건 약속까지 해 놓고도, 생일에 겨우 맞춰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다녀왔냐고 물어볼 의리같은 건 없어.
 
「저기, 아스카...자?」
 
「....」
 
남자의 말에 아스카는 대답하지 않는다.
아까 시간을 보았을 때 분명히 시침이 12에 가까이 위치했으므로, 그가 들어온 시간은 분명히 12시가 넘어간 시간이리라.
그럼 중요한 날은 지나가버린 모양이니, 평소와 같이 자는 모습으로 그를 맞이해야지.
 
「그, 마음에 들지 모르겠지만 선물을 좀 사왔는데...」
 
「왜 선물같은걸 사 가지고 온 건가! 나는... 나는!」
 
남자의 말에 눈을 꼭 감고 자는 척을 하려던 아스카가 벌떡 일어나 화를 낸다.
역시 생일에 그게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아니라면, 역시 매일 늦게 돌아오는 그에 대한 반항?
그 이유는 알지 못한 채, 아스카는 화가 잔뜩 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노려본다.
 
「그, 미안해. 저녁 쯤에 근무를 끝내서 깜짝 선물을 사려고 했는데, 역시 이것도 좋아보이고 저것도 좋아보여서...」
 
「나는 그런 선물같은건 바라지도 않았어!」
 
남자가 조심스럽게 내민 선물꾸러미를, 아스카는 열어보지도 않고 내팽개쳐버린다.
아스카가 원했던 것은 이런 선물이 아니야.
아스카가 원했던 것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애초에 나라는 아이돌이 있는데도! 너는 다른 아이돌들 때문에 매일같이 야근을 하는 거잖아!」
「나는 그런게 싫었어! 나만의 프로듀서로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나만의...!」
 
머리에 열이 확 올라온 탓인지 그동안 쌓여 있었던 울분을 토해내던 아스카.
남자는 변명 한 마디 하지 않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인다.
그런 남자의 표정을 본 아스카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조금 진정하고는 내팽개쳤던 선물을 집어 풀어본다.
어쨌든 선물이고,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축하하려던 마음에 죄가 있는건 아니니까.
조심스럽게 리본을 풀고 내용물을 본 아스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쳐다본다.
상자 안에 든 것은 갖가지 형형색색의 에쿠스테.
 
그 선물을 받아들은 아스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쳐다본다.
그야 에쿠스테를 자주 착용하는 하지만, 이 정도로 광적으로 모으지는 않는다고.
 
「이게 뭐지?」
 
「에쿠스테잖아. 마음에 드는게 뭔지 몰라서 일단 다 사서 왔는데...」
 
「그런 걸 물어보는게 아니야. 완전히 쓸데없는 고생을 했잖아.」
 
아스카가 우직할 정도로 바보같은 남자를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에쿠스테는 이미 평생동안 쓸만큼 있다.
그러니까, 이런 걸 사오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그래, 너는 이런 남자였지.
바보같이 간단한 건 생각 못하고, 그러면서도 고독을 잘 느끼는 나를 위해서 여러가지 해 주려고 하고.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혼자 있게 두지 않았으면 했는데.」
 
「미안해, 아스카.」
 
「아아, 그래. 바보같은 프로듀서에게는 벌을 줘야겠지.」
 
「벌은, 뭐, 일단 식은 밥부터 먹고 시작할까.」
 
「아, 그랬지. 미안...」
 
「미안할 건 없어. 다만 단단히 혼을 낼테니까 기대하라고.」
 
그래, 오늘은 밤새 혼내주어야겠어.
아무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
그러니까, 화가 풀릴 때까지 혼내주어야겠어.
니노미야 아스카라는,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에 늦은 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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