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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이의 달: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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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3, 2018 09:55에 작성됨.

* 예고편 및 에피소드 목록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alk&wr_id=11773

 

* 유의 사항

  1. 저는 직접 일본이나 두바이에 가 본 경험이 있는 게 아니어서, 해당 지역들에 대해서 부정확한 내용들도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 오른쪽 정렬 + 이탤릭체로 적힌 대사는 아랍어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 이름은 라이라.
고향인 두바이에서 머나먼 일본으로 메이드 씨와 단 둘이 떠나온 지도 며칠, 라이라 씨는 어느 목조 건물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에요.

 

네. 드디어 집을 구해서 머무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예요.

 

라이라 씨의 새 보금자리가 된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라이라 씨는 신발을 벗고 쓰러지듯이 몸을 누인 것이에요.
그리고 뒤따라 들어오는 메이드 씨를 보았습니다예요.

“고생 많았어요, 메이드 씨.”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아가씨께서 더 고생하셨죠...”

...그렇네요. 라이라 씨도, 메이드 씨도, 얼마 전만 해도 이런 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이니까요.

 

집으로 들어온 메이드 씨는, 우선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는, 지퍼를 열고 그 안에 있던 물건들을 하나하나씩 꺼내기 시작했습니다예요.
아, 저기 나침반이 보입니다네요. 두바이에 있을 적에는 스마트폰을 쓰면 되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갖고 올 수가 없으니까, 엄마가 메카 방향을 확인할 때 쓰라고 주신 거예요.
또, 말린 대추야자 몇 알과 이미 갈아놓은 약간의 커피콩. 이것도 엄마가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한 알씩, 또는 한 잔씩 맛보면서 기운을 내라고 주셨습니다예요.
그 뒤, 몇 벌의 여분의 옷가지를 꺼내고서 마지막으로 집어든 것은...

“방을 들 때 작성한 계약서네요.”
“...네.”

계약서를 꺼내든 메이드 씨는 그 때의 일을 상기하듯 그 내용을 잠시 읽어보더니...

“...28,000엔이라...”

거기에 적힌 비용을 보고서는 갑자기 생각난 듯이 라이라 씨에게 말을 건 것이에요.

“그러고 보면, 이렇게 싼 값에 방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네요.”
“그렇네요. 두바이에서는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을 텐데...”
“네. 아무리 작은 집이어도 최소 지금 이 비용의 5~6배는 돼야...”

사실, 라이라 씨가 집을 구할 수 있었던 건 꽤나 의외였던 것이에요. 일본의 물가는 두바이 못지않게 비싸다고 알고 있었고, 실제로도 먹을거리 하나하나도 많이 비싸서 일본에서 살아가기는커녕 얼마 안 가 굶어 죽는 게 아닌가 걱정했을 정도였습니다이니까요.
물론...

“...이렇게 방이 좁을 거라고도 생각 못했지만요.”

바닥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건 볏짚으로 짠 것으로 보이는 카펫 6장,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화장실... 이렇게 작은 집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라이라 씨는 놀라웠던 것이에요.

“그래도 이렇게 지낼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지요.”

네. 메이드 씨의 말대로인 것이에요. 일본에 오고서 정처 없이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나날이 얼마간 반복되다 보니, 고향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만 여겼던 머무를 수 있는 곳, 편히 몸을 누일 수 있는 곳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예요. 아, 정말로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이네요. 눈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예요. 그런 기분으로 잠시의 안락함을 즐기고 있는데,

 

꼬르륵~~~

 

아, 라이라 씨의 배가 귀여운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네요.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밥 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도 당연한 일일 테지요. 메이드 씨도 이 소리를 들었는지

“그러고 보니 종일 식사를 못했군요. 하지만, 지금이라고 해서 딱히 먹을거리를 준비할 형편은 안 되는데...”

하고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합니다예요. 그러다가 한 구석에 놓아둔 대추야자랑 눈이 마주친 모양이네요. 잠시 고민하던 메이드 씨는 이내 그것을 집어 들고는 한 알을 꺼내 라이라 씨에게 권하는 것이에요.

“...이것이라도 드시겠습니까? 사실, 빈속에 바로 무거운 음식을 들이는 것도 좋지는 않으니까요.”

오오... 마침 라이라 씨도 정말 달콤한 것을 먹고 싶었던 참이어서, 라이라 씨는 바로 몸을 일으켜서 그것을 받아들었습니다예요. 그리고 그것을 입안에 넣자...

“으음....”

순식간에 특유의 달콤함이 라이라 씨의 입안을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예요? 일본에서 지내온 며칠 동안 낯선 경관, 낯선 사람들, 그리고 낯선 음식들만을 접하다 온 입으로 고향의 향수를 접하니 라이라 씨는 그 순간이나마 행복한 기분이 된 것이에요. 이러고 보니 라이라 씨가 어릴 적에 읽었던 서양 동화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것이네요. 추위에 벌벌 떨며 거리의 사람들에게 성냥을 팔던 소녀가 언젠가는 성냥 하나에 불을 붙였더니 소녀가 원하던 온갖 따뜻한 것들의 신기루가 떠올랐다는...
그래서인지 라이라 씨가 두바이에 있었을 적의 일들이 여러 가지 떠오릅니다네요. 할아버지께서 물담배의 연기로 고리나 분수를 만들어 주던 것이나, 경기장에 가서 축구나 크리켓 경기를 보았던 기억들. 때로는 낙타 경주를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예요. 쌍안경을 들고 경기장을 보고 있으면 자그마한 로봇 기수가 낙타를 모는 모습이 라이라 씨의 가슴을 뛰게 한 한편, 귀여워 보이기도 했던 거예요. 아, 직접 낙타를 타고 해변가를 거닐었던 적도 몇 번은 있었던 것이에요. 낙타에 직접 타 보면 백사장이 생각보다 멀게 보여서 라이라 씨, 많이 두근거렸습니다네요. 그리고 두바이몰. 거대한 쇼핑몰 안에서 쇼핑을 하는 것도 신나는 일이었지만, 수족관 같은 곳에 가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것들을 경험하는 것은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예요. 또, 가족들과 외국으로 여행을 갈 때 항상 거치던 공항도 생각나는 거예요. 터미널에서 창문 너머로 시선을 돌리면 거대한 A380 항공기가 끊임없이 공항으로 들어오고 활주로를 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광경도 장관이었던 것이네요. 아, 물론 일본에 올 때는 돈을 아껴야 해서 좁디좁은 이코노미 클래스에 앉아야 했습니다예요.

 

그렇게 고향의 달콤함에 빠져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라이라 씨의 옆을 보았습니다예요. 어느 새 메이드 씨도 대추야자를 음미하고 있습니다네요. 라이라 씨가 메이드 씨를 보고 있으니, 메이드 씨도 라이라 씨의 시선을 느꼈는지 시선을 이쪽으로 돌리는 것이네요. 그리고, 아마 일본에 와서는 처음으로 서로 눈을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예요. 달달한 행복이 온 방안을 가득 채운 것 같은 거예요.
그리고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는 몇 마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일본에서도 이 이름 모를 곳까지 오게 되었을까요.”
“그러게요. 분명 입국할 때는 오사카로 들어와서...”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어느 날은 전차(電車)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일본의 한자는 아직 잘 읽을 줄 모르다 보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전차에 몸을 맡기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싶어서 내린 곳이 이 부근이었죠.”

그런 것이네요. 그리고 도착하고 나서야 역명판에 히라가나 독음이 적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예요. 라이라 씨가 읽은 게 맞다면, 아마... 후쿠이... 였을 것이에요. 라이라 씨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인 거예요. 하지만, 이곳은 왠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친절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여기에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에요.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일본에 와서도 이래저래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이네요.

“일본에 오기 전에 나름대로는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네요.”
“후훗, 그렇네요...”

라이라 씨의 한 마디에 같이 웃어 보이는 메이드 씨. 메이드 씨는 라이라 씨가 어렸을 적부터 쭈욱 라이라 씨를 돌봐 주고, 라이라 씨와 함께 놀아준 사람이었습니다예요. 때로는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라이라 씨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자가 되어 주기도 하고, 가끔 라이라 씨가 잘못하거나 해야 할 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에는 따끔하게 혼내 주는 선생님이 되기도 했습니다네요. 그래서인지, 엄마 아빠는 일을 하느라 바쁘시니까, 어떨 때는 엄마보다도 더 엄마 같은 존재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에요. 라이라 씨가 무작정, 두바이에서 가장 멀다는 이유로, 일본으로 가출하겠다고 말했을 때도 메이드 씨, 처음에는 많이 걱정했지만, 가장 먼저 라이라 씨를 이해해 주고 라이라 씨와 함께하겠다고 해 주었습니다예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라이라 씨와 함께 일본어 공부도 했던 것이네요.
...그래서인지, 일본에 와서는 라이라 씨가 말하는 것도 메이드 씨가 말하는 것도 왠지 사람들의 이상하다는 듯한 시선을 받는 일이 많았습니다예요.
아무튼, 메이드 씨가 함께여서 다행인 것이에요. 메이드 씨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집도 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이고,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라이라 씨 혼자서 이겨내야 했을 것입니다이고... 아니 무엇보다도, 애초에 일본에 올 수는 있었을까요? 라이라 씨, 지금까지는 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말,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예요.

“메이드 씨...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지금까지 나와 함께 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러자, 메이드 씨는 잠시 라이라 씨를 바라보더니,

“...아가씨께서 원하신 일인 걸요. 저는 아가씨께서 가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따라갈 수 있답니다.”

하고 말해준 것이예요. 메이드 씨,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예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소를 짓던 메이드 씨의 표정이 서서히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네요. 그리고 라이라 씨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예요.

“하지만... 아가씨는, 정말로... 후회 안 하시나요?”

에? 갑작스런 메이드 씨의 물음에 라이라 씨는 당황해서 눈이 크게 뜨인 것이에요. 그야, 정말로 최소한의 것들만 가지고 일본에 왔으니까, 일본에서의 며칠은 정말로 힘들었습니다예요.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고향에 계속 남아 있으면, 더 심한 꼴을 당할 게 아니에요.”
“.......”

라이라 씨의 대답에 메이드 씨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이었어요. 두바이에서 라이라 씨는 풍요롭고, 가족들과도 화목한, 그야말로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했지만,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이 한 가지 있다는 것을 메이드 씨는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인 것이에요.
...그렇게 서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메이드 씨가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예요.

“아가씨. 저는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이라도 할 겁니다. 지금 당장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하겠지만, 어떻게든 일을 구해서, 앞으로 먹고 살 수 있도록 할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살아나갈 문제는 크게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메이드 씨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주인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혹시 우리를 추적하고 있거나 한 건 아닌지...”

하고 말한 것이에요. 아빠라... 하지만, 라이라 씨는 아빠도 라이라 씨를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예요. 사실, 라이라 씨가 일본에 오겠다고 생각할 즈음부터 아빠는 라이라 씨에게 심한 소리를 늘어놓기도 했지만, 그런 아빠도 속으로는 슬퍼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아빠의 입장 때문에 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그걸 숨기고 있다는 걸, 라이라 씨는 분명히 보았으니까인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라이라 씨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예요.

“...아버지도 분명히 이런 저를 이해해 주실 거예요. 나는 그렇게 믿어요.”

그 대답을 들은 메이드 씨는 잠시 라이라 씨를 바라보더니, 이내

“...그렇네요. 하긴, 이미 돌이키기엔 늦기도 했고요.”

하며 현재의 상황을 수긍하는 것이에요.
긴 이야기를 하고 나서 창밖을 쳐다보니, 어느 새 초승달이 지고 있었습니다예요. 라이라 씨가 모르는 사이에 한밤이 된 것이네요.

“메이드 씨. 이제 슬슬 자야 할 시간이네요.”
“아, 그렇군요. 잠에 들기 전에 기도를 드리도록 하죠.”

그 말과 함께, 라이라 씨와 메이드 씨는 그 동안 바깥에 있느라 더러워진 손을 깨끗이 씻은 뒤, 고향에서 가지고 온 카펫 2장을 바닥에 깔고,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잠깐의 기도를 시작한 것이에요.

 

하루의 끝에 이르러 오늘의 일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밤하늘은 정말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습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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