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IM@S Rainbow] 린 - 1주차 일상 "다시하는 결의"

댓글: 6 / 조회: 1984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1-03, 2013 01:25에 작성됨.


1.

시부야 린은 그녀의 프로듀서와 약속했던 장소에서 살짝 들뜬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기분은 최근 매일 즐거운 상태였다. ‘프로듀서가 붙었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드디어 아이돌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한 달간의 레슨은 그녀를 평범한 일반인에서 그럭저럭 아이돌 흉내는 낼 수 있는 연습생 정도의 수준으로 바꾸어 놓았고, 그 정도만 되어도 F랭크 아이돌로서 데뷔하여 활동을 시작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일을 전담해서 관리해줄 프로듀서가 붙게 되었으니, 이제 몇 년 전부터 줄곧 꿈꿔온 아이돌로서의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오늘의 그녀를 더욱 기쁘게 만들 소식은, 바로 같은 프로듀서가 관리하는 사무소의 동료 “모리쿠보 노노”와 “사쿠마 마유”가 오디션에 참가한다는 소식이었다. 셋 다 비슷한 시기에 사무소에 들어왔고, 또 같은 프로듀서가 붙는다는 인연으로 셋은 꽤 친해진 상태였다. 비록 노노는 언제나 구석으로 들어가길 원했기 때문에 대화하기가 쉽지는 않았고, 마유는 평소에는 아주 여성스럽고 순한 인상이었지만 프로듀서에 대한 화제만 나오면 때때로 날카로운 감정을-린은 언제나 ‘프로듀서’에 대한 화제가 나왔을 때 그랬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언뜻언뜻 드러냈기 때문에 조금 대화가 쉽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둘 다 착했기 때문에 그리 개의치 않았다. 그 날도 그들은 곧 있을 클래식 토너먼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노와 마유가 오디션에 참가한다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때문에 린도 조만간 자신도 오디션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를 했고, 그녀의 예상은 그리 틀리지 않아 보였다.

린이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때로 혼자 빙긋거리고 있는 동안, 프로듀서가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어 도착했다.

“안녕, 린. 오늘도 좋은 날이구나.”
“안녕, 프로듀서.”

인사를 서로 건내고 프로듀서는 자리에 앉았다. 프로듀서가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다이어리를 꺼내는 것을 보고, 린은 혹시 오늘은, 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짝 기대하는 눈길로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프로듀서의 말은 린의 기대를 배신하는 형태가 되었다.

“그럼 오늘의 일정을 말해줄게. 뭐 이렇게 거창하게 말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것과 다르진 않아. 오전에는 댄스 트레이닝이고, 점심을 먹고, 목을 좀 풀었다가 오후에는 보컬 레슨이야. 내일 학교도 있으니까 오후 5시에는 끝낼 생각이야. 어때, 알겠지?”
“에......”

분명히 오디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던 린은 살짝 아연했지만, 표정에는 드러내지 않고 조심스레 프로듀서에게 물어봤다.

“저기, 프로듀서. 오디션 말인데......”
“아 맞다. 그것 때문에 할 말이 있는데.”

린의 말허리를 자른 프로듀서는 이어서 계속 말했다.

“내일부터 노노와 마유의 오디션이 있어서 동쪽 에어리어로 가야하니까, 오늘부터 사흘 정도는 린과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레슨 일정은 치히로 씨에게 맡겨뒀으니까 이틀간은 치히로 씨에게 물어봐줘.”

오늘은 갈 준비를 해야 돼서, 그렇게 말하고 살짝 웃는 프로듀서를 린은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직 모자란 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 문득 뭔가가 울컥 치민 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맥락 없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린을 본 프로듀서는 놀라서 말을 걸었다.

“어...... 저기, 린?”
“알았으니까, 난 먼저 가볼게. 레슨 시간 얼마 안 남았고.”

빠르게 내뱉듯이 말한 린은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 문을 벌컥 열었다. 멍해진 프로듀서과 등으로 마주한 채, 린은 고개를 숙이고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오디션, 힘내.”

쾅!
린은 문을 꽤 세게 닫고는 그대로 댄스 레슨을 하러 나가버렸다.

“......”

어이없이 린을 보내고, 프로듀서는 잠시 멍해져 있었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었다.

“저 녀석도 참......”

그렇게 혼자 중얼거린 프로듀서는 비교적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업무를 하기 위해 사장실로 향했다.
그에게는 적어도 린에 대한 걱정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2.

“왜 그러니, 린. 오늘은 꽤 움직임이 둔하구나.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뇨, 딱히.”
“됐어. 그래도 만족할 만큼은 췄으니까. 컨디션이 안 좋다면 오늘은 일찍 쉬고 점심을 먹자. 알았지?”
“......네.”

방금 전까지 댄스 레슨을 봐주던 트레이너의 약간 쓴웃음 섞인 말에, 린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레슨실을 나섰다. 아직 마음이 복잡했기에, 트레이너의 말은 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지금 복잡한 상태였다. 여러 가지 감정의 실타래가 엉켜 가슴 속 깊이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스트레스를 비교적 드러내지 않는 타입이었고, 그저 조용히 마음속으로 삭히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허용치를 넘어버린 것 같았다. 내가 뭐가 모자랐을까하는 자책. 더 잘할 수 있다는 자만. 왜 믿어주지 않을까하는 분노......

그렇게 린이 조용히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사무소에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 거기에는 그녀가 잘 아는 사람이 있었다.

“어, 린~ 안녕~”
“오랜만이야~ 린~”

린이 자신을 부른 사람을 찾자, 보인 것은 친구인 “시마무라 우즈키”와 “혼다 미오”였다.

“우즈키, 미오. 오랜만이야.”
“정말~ 진짜 오랜만이다.”
“린, 반가워!”

며칠만의 회포를 푼 그들은, 같이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밥을 먹으면서 그들은 그동안 있었던 일이나 재밌는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린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며 조금은 마음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던 와중, 미오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그나저나 린 부럽다~ 벌써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니~ 나같은 건 연습만으로도 벅찬데에~”
“아니, 뭐......”

난 딱히 데뷔를 한 건 아니야. 오디션도 미뤄지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린은 그 말을 깊이 억눌렀다. 이래서야 마치 내 안좋은 감정을 미오한테 쏟는 거잖아. 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거기에 우즈키도 말을 덧붙였다.

“맞아~ 정말 부러워. 나랑 린은 비슷하게 사무소에 들어왔는데 린이 먼저 프로듀서가 생기다니, 우우~”

그렇게 생각하지 마. 나도 결국은......
린은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다시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부러워한들 소용없었다. 자신도 노노와 마유에게 밀린 것이다. 먼저 앞서가는 그들을 허겁지겁 뒤쫓아야 하는 건 린도 마찬가지였다. 매우 불합리한 감정이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린이 더 잘 알고 있었지만, 그 부의 연쇄를 끊기에는 그녀는 너무나 어렸다.
린은 말을 잃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아직 눈치 채지 못한 그들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지만, 린이니까 납득할 수 있지?”
“응. 린이면 어쩔 수 없지.”

우즈키와 미오는 그렇게 말하고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듣고 놀란 린은 그들에게 말했다.

“에, 저, 정말......?”
“응! 린은 귀엽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성격도 좋고 귀엽고! 완전체라구, 완전체~ 그러니까 우리 중에 가장 먼저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건, 린이라고 생각했어어~”
“미오, 귀여운 게 두 번인데...... 아하하, 아무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야 조금 분하기는 하지만, 린이라면 인정할 수 있다~ 뭐 그런 느낌? 에헤헤.”

그렇게 말하고 린을 보며 웃는 우즈키와 미오를 보고, 린은 어느새 자신의 좋지 못한 감정들이 서서히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생각해보면 스스로 너무 초조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보다 마유와 노노가 앞섰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다 같은 F랭크 아이돌이었으며 막 데뷔한 병아리들에 불과한 것이다. 앞으로 톱아이돌로 향하는 길에는 해쳐나가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린은 조그마한 초조감 때문에 그것들을 전부 잊고 있었다. 눈앞을 단단히 막고 있었던 검은 안개들이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눈앞의 동료를 믿고, 프로듀서를 믿고, 스스로를 믿는다면, 염려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녀는 다시금 결의를 되새겼다.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그 마음을. 그 감동을. 지금 여기서 주저앉기엔 너무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이제 부정적인 생각은 전부 사라져 있었다. 아무런 걱정도 없었다.

린은 말끔하게 개인 깨끗한 마음으로 미오와 우즈키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응,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기뻐. 고마워, 두 사람 다.”

린의 상냥한 말투와 미소를 보고, 우즈키와 미오는 살짝 멍해졌지만 이내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아하하, 나야말로 고맙지이~”
“응, 앞으로도 열심히 해, 린.”
“응, 미오도 우즈키도, 정말 고마워.”

린은 그렇게 말하며 식사를 마무리하고 나온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기분 탓이지만, 차 맛은 조금 달아진 것 같았다.

3.

보컬레슨까지 전부 끝마치고 린은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사무소로 잠깐 들렀다. 치히로 씨에게 퇴근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무소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카에데 언니와 미나미 씨를 맡고 있는 프로듀서만이 자리에 앉아 데스크워크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 린은 치히로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지만, 그녀는 자리에 없었다. 짐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아 퇴근한 것 같지는 않았기에 그녀는 휴게실에 앉아 잠깐 기다리기로 했다. 오늘 오후 일정이 있는 동료는 없는지, 휴게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린이 혼자 차를 타 홀짝거리며 자리에 앉아 쉬고 있는 사이에, 그녀의 프로듀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의 서류가방과 함께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온 그는 동료들에게 인사를 한 다음, 린의 모습을 발견하고 짐가방을 내려놓은 뒤 휴게실로 들어왔다.

“안녕, 린. 또 만났네. 오늘은 좋은 날이었어?”
“......안녕, 프로듀서. 무슨 일이야? 오늘부터 만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어?”

린이 의아하다는 듯 질문하자, 그는 알듯말듯한 묘한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침에 말했던대로, 내일부터 외근이니까 말야. 아예 숙소를 거기로 잡기로 했어. 이동하다 컨디션이 무너지면 안 되니까.”
“헤에, 그렇구나. 괜찮아?”
“괜찮고말고. 걱정해줘서 고마워, 린.”

프로듀서는 린의 머리에 살짝 손을 올려놓고 그렇게 말했다. 살짝 부끄럽긴 했지만, 그녀의 아버지도 종종 그렇게 해주었기에 그리 안 좋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머리에서 손을 뗀 프로듀서는, 그 묘한 미소를 그대로 유지한 채 그녀에게 말했다.

“......기분은 조금 풀린 것 같네. 다행이야.”
“응?”
“아침부터 말야, 린의 표정이 좀 안 좋았거든. 그래서 조금 걱정했는데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네.”
“......뭐, 그렇지, 뭐. 으음.”

린은 멋쩍게 웃으며 그의 시선을 피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프로듀서는 그 귀여운 모습에 더욱 미소를 진하게 했다.

“마음을 추슬러줘서 고마워, 린.”
“......내 마음이니, 딱히 감사받을 이유는 없어. 프로듀서.”
“아냐아냐, 정말 장하다구. 그런 뜻에서 린에게 주는 선물~”

그렇게 말하며 프로듀서는 옆에 놔두었던 서류 가방에서 종이뭉치를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뭔데?”
“기획서야. 린의 오디션 기획서.”
“........에?”

놀란 린이 자세히 읽어보자, 확실히 다음 서쪽 에어리어 오디션에 린이 참가할 것이란 내용이 쓰여 있었다. 린이 놀란 표정 그대로 프로듀서를 보자, 그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사실 린도 오디션에 참가할 예정이었거든. 아직 사장님 결재를 못 받아서 말을 못해줬었어. 미안.”
“아니...... 응.”

말을 잊고 린은 기획서를 넘겨가며 정신없이 내용을 훑어 내려갔다. 약 10여초만에 몇 장의 기획서를 읽어본 그녀는, 프로듀서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프로듀서.”
“응?”
“나는 언제나 진심이야.”

린은 각오를 다잡은 굳은 얼굴로 프로듀서를 마주봤다.

“보다 더 열심히 할게. 동료들을 위해서, 프로듀서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응. 잘 부탁해, 린.”

프로듀서도 또한 린을 마주보며 웃었다. 그 푸근한 웃음을 보자 린도 마음이 풀려 살짝 미소를 지었다. 린은 지난 며칠간의 충족감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이런 마음으로 임해야 프로듀서도 기뻐할 거야. 그녀는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

린은 여신이고 천사이며 제 신부입니다.

근데 늦었네요. 데헷☆

......죄송합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