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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 Rainbow] 카에데 - 1주차 일상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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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2, 2013 02:22에 작성됨.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네?”

 나는 왠지 당황한 그녀를 앞에 앉혀둔 채, 마주보고 앉아 있던 의자에서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차갑게 바닥과 마찰하며 괴성을 지르는 의자를 멀찍이 치우고, 살짝 심호흡을 한다.
 
 “나카사메 츠바키입니다. 빗속의 동백꽃이란 뜻이라고 하네요. 한자 위치가 다르지만. 나이는 타카가키 씨와 동갑인 스물다섯입니다. 막 대학을 졸업하고 이 사무소에서 반년 넘게 일반 사무원으로 일하다가, 이번에 신인인 당신의 프로듀서로 발령? 임명? 되었습니다. 이외에는 크게 말씀드릴 건 없네요.”

 “저기, 음... 나카사메 씨...?”
 
 이름을 어려워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특이한 성이긴 하지.

 “‘프로듀서’ 로 괜찮습니다. 말씀하실 거라도?”

 “...프로듀서. 갑자기 자기소개는 왜 하신 거죠?”

 그걸 물어보는 건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 맹한 아가씨를 어떻게 잘 구슬려서 프로듀스를 해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하기만 하다. 물론 그녀는 아직도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볼 뿐이었다. 나는 벌써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한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그녀의 반짝거리는 눈을 보고 조심스레 한숨을 삼켰다. 그녀가 기라도 죽으면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최대한 그녀를 자극하지 않기로 했다.

 “타카가키 씨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을 하게 된다면 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음... 그 사람과의 호흡이겠죠?”

 또랑또랑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그녀는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사람이 생각이 짧거나 하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안심했다.

 “잘 아시네요. 여러 사람이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각자의 능력보다는 ‘팀워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팀워크를 늘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무엇일까요?”

 “...그것까진 잘 모르겠네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가슴을 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기에.

 “그건 서로에 대해 확실하게 아는 겁니다.”


 ‘날씨가 좋다’라고 어디에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그림이었다. 여기저기에 끼어 있는 구름과, 그 사이를 간신히 비집고 들어와 빛으로 된 실을 흩뿌리고 있는 하늘은 맑음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고, 며칠 전보다 조금 더 추워져서 이젠 가디건 하나로는 바람의 매서움을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온도와 바람은 사람의 외출을 약간 격하게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날씨가 바깥을 돌아다니기에는 딱이죠.”

 얇은 원피스 덕에 약간 몸을 오므리고 떨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이 말은 진심이었다. 이런 날이야말로 몸을 움직이기에 좋은 날씨인 것이다. 흔히 말하는 ‘날씨 좋은 날’은 오히려 쨍쨍한 햇빛 덕에 그늘만 찾아 숨어 다니고,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땀을 삐질거리게 되는 날인 것이다. 그런 날에 타카가키 씨를 데리고 나와 서로 지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채 집에 가는 것보다는, 이런 날씨에 선선한 기분을 만끽하며 즐기는 것이 더 도움이 되겠지.

 “그런데, 프로듀서. 서로 알아가는 법이라는 게, 데이트인가요?”
 
 “...네?”

 그렇게 물어본다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비록 지금이야 막 데뷔해서 인지도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자칫 이상한 방향으로 책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그녀의 앞으로의 생활이 힘들겠지. 초짜의 멍청한 생각이었나?

 “아무래도 제가 실수한 것 같네요. 돌아가는 편이 나을까요?”

 “아니에요. 가요, 프로듀서. 옷이라도 사러 가죠.”

 그렇게 말한 그녀는 뭔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상점가 안으로 혼자 들어서고 있었다. 뭐야, 그럴 거면 대체 왜 데이트네 아니네 하는 사소한 것을 따졌지? 어째 가면 갈수록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는 게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지만, 일단 내가 먼저 말을 꺼낸 일이니까 누가 먼저 가고 말고를 따질 겨를은 없었다. 허탈한 웃음과 함께 그녀의 뒤를 따를 수밖에.

 
 시간이 오전을 막 넘긴 시간이어서인지, 평일의 상점가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어느 정도 돌아다니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래봐야 주말의 유동인구에 비하면 정말 없는 수준이었다. 오프인 날 가끔 이 상점가에 옷을 사러 들러왔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과 둘 이상으로 이곳에 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프로듀서, 이쪽으로.”
 
 한참 앞을 혼자 두리번거리며 걷던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가까이 와 보라는 손짓을 했다. 그녀가 멈춰선 곳은 악세사리 전문점이었다.

 “취향인 물건이라도 발견하셨습니까?”

 “이거, 괜찮지 않아요?”

 그녀가 가리킨 물건은 목걸이였다. 약간 금색을 띄는 줄과, 그 줄에 걸려있는 은색의... 이게 뭐지? 꽈배기 모양으로 꼬인 은빛의 장식이 달려 있는 포인트가 확실한 목걸이였다. 그녀는 연신 목걸이를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대 보며 한참을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장신구가 취향이신 거군요.”
 
 “네, 지금 옷과는 약간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집에 있는 옷 중에 어울릴 옷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처음 보자마자 이건 사자고 생각했자... 라고 할까나. 후후...”

 “저기, 타카가키 씨. 아까 이번 토너먼트에 대해 설명할 때도 제가 말하고 넘어가려다 말았던 부분인데 말이죠. 그거, 개그인가요?”

 “...네? 재밌지 않았나요?”

 이런 사람이었군 그래. 아저씨 개그가 취향인 아이돌이라니. 어떻게 보면 틈새를 잘 파고들어서 팔릴 건덕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도 그렇지, 안 웃기는 것도 정도가 있다. 아이돌의 특징으로써는 최고이겠지만.

 “됐습니다. 그래서, 그 목걸이는요?”

 “사고 싶네요. 그런데 이번 달 자금이 조금 많이 위험해서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직원에게 목걸이를 돌려주고는 다시 다른 가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카라멜 마키아토입니까. 취향이 어린애시네요.”
 
 “...그러는 프로듀서는 스무디를 시키셨네요.”

 푹신하게 만들어진 소파 같은 의자와 자그마한 테이블.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인테리어의 카페는 햇빛이 없는 오늘 날씨보다 밝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나는 푹신한 의자에 몸을 파묻은 채 가만히 앉아서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본다. 롱부츠가 불편했는지 의자 옆에 가지런하게 벗어 내려놓고, 맨발을 슬쩍 소파 위에 올린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무릎을 끌어안고, 한 손으로 조심스레 커피를 홀짝인다. 약간 으슬으슬한 날씨, 따뜻한 커피는 그녀의 혈관을 파고들며 따뜻함을 전파해 주겠지. 스타킹도 신지 않은 채 종일 걸어 다닌 그녀의 맨다리는 약간 빨간 채였다. 내가 그녀의 다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걸 눈치 챘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슬쩍 나를 바라보며 다리를 팔로 더 감쌌다.

 “아, 미안합니다. 너무 뚫어져라 봤나요?”

 “아뇨, 그냥 좀 추울 뿐이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커피를 다리에 가져다 댄다. 살짝 풀어지는 표정. 자연스레 눈이 감긴다. 보고 있으면 나까지 따뜻해지는 것은 아마 그녀가 따뜻하게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이런 부분도 그녀의 세일즈 포인트일 거라고 생각한다.

 “무리하게 끌고 다닌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꽤나 즐거우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말이지. 사실 아무리 일이라지만 나 같은 평범한 남자와 이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는 게 크게 기분이 좋을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정말 그녀의 말대로 데이트라도 하는 거였다면 모를까.

 “원래 모델 일을 하셨다고 하셨죠?”

 내 물음에 그녀는 커피를 마시다 말고 고개를 끄덕였다. 재차 확인해 본 것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본래 이 쪽 방면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나도 나름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돌들이 가끔 패션 잡지에 끼어들어 나올 때마다, 화보에서 그녀를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다. 그녀가 가진 오드아이와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색을 띈 머리칼 덕인지, 그녀가 촬영한 화보를 보고 있으면 그 곳이 어디든 굉장히 이국적으로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아이돌 일을 하게 되신 이유가 뭔가요?”

 그녀는 멍하니 커피를 든 채 잠깐 다른 곳을 쳐다보다, 커피로 다시 입술을 적셨다.

 “아시겠지만, 저희 프로덕션. 사장님이 꽤나 강경하시잖아요?”

 “알죠. 그 ‘팅 하고 왔다!’ 하는 거 말이죠? 타카가키 씨도 그것에 당하셨군요.”

 “프로듀서도 그렇게 이 회사에 오셨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모금 빨아들인 스무디가 내 뇌 속에서부터 차갑게 번져간다. 그리고 그 차가움이 내 흐릿한 과거를 조금씩 끌어올려주었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고 있던 나에게 정말 뜬금없이 말을 걸던 이상한 남자. 갑자기 ‘팅 하고 왔다!’를 외치며 다짜고짜 나를 허름한 사무소에 끌고 왔던 남자. 일은 닥치면 배우게 되어 있다며 서류더미를 산처럼 쌓아주고, 다른 사무원이 나를 보며 안타까움과 동병상련이 모호하게 섞인 웃음을 짓게 만들었던 그 남자. 그가 바로 우리 사장님이었고,

 “어떻게 보면 은인이시죠. 결국 그 덕에 저는 백수에서 벗어났고, 번듯한 직장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라는 직함까지 얻게 되었으니까요.”

 그녀는 내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어느새 그녀의 아이돌 전향 결심을 듣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를 말하고 있었지만, 뭐. 그녀의 마음을 다지는 데에는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 은인인 사장을 위해서도, 저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 프로듀스는 성공하고 싶습니다. 토너먼트는 당신을 키우기 위한 기회 중 가장 쉬운 것이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프로듀서는, 강한 동기가 있으시군요.”

 “하하, 타카가키 씨는 어떠세요? 그런 동기가 있나요?”

 내 질문에 그녀는 잠시 조용해졌다. 커피만 홀짝거릴 뿐 이렇다 할 말이 없는 그녀. 그녀에게는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정말 사장님의 추진력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오고 만 것일까. 궁금한 것은 산처럼 쌓여 있었지만, 그 산보다도 움직임이 없는 그녀의 조용함에 내 질문들은 땅을 파고 들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빛날 수 있다고 하셨어요.”

 “네?”

 “사장님이 절 보고 하신 말이었죠. ‘자네, 지금보다 더 빛나고 싶지 않은가?’”

 나는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았다. 더 하고 싶은 얘기를 하라는 뜻이었는데, 그녀는 알아들었는지 커피 한 모금을 지워내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머리가 망치에 맞은 듯이 멍해졌어요. 전 그 전까지 제가 충분히 빛나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어느 새인가, 안심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무소를 옮기겠다고 했을 때 전 사무소에서 강하게 붙잡지 않는 걸 보고, 확신이 들었죠. 이 사람들도 내가 이 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거든요. 그렇다면 도전할 이유도 있고, 도전이 성공했을 때 얻을 가치도 클 거라는 걸 그 때 느꼈어요.”

 그녀는 숨도 안 쉬는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자신도 입이 말랐는지 연신 커피를 홀짝였다. 나는 내가 마시고 있던 스무디를 조심스럽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시하고, 자연스럽게 내가 마시던 것을 받아마셨다. 잠깐, 이거 간접키스 아닌가?

 “그래서 도전해보기로 했죠. 그리고 얼마간 기다리다, 프로듀서를 만나게 된 거에요.”

 알고는 있었지만 참 진지한 사람이다. 그리고 모르고 있었지만 생각이 깊은 사람이다. 아이돌 이전에 인간 타카가키 카에데는 꽤나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진심이 가득 담긴 모습으로 그녀에게 조심스레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꼭 이전보다 더 많이 빛나게 해 드릴 테니까요.”

 “저야말로, 프로듀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후후.”

 서로 고개를 마주 숙이고 있었다. 옆에서 봤다면 상견례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이야기를 끝내고 그녀에 대한 몇 가지 기본정보들을 듣다 보니, 어느새 해가 다 지고 밤이 찾아왔다. 그녀의 부탁으로 와플을 시켜 나누어 먹고 나서야, 정보 수집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저녁엔 뭘 하실 건가요?”

 내가 정보 수집이 끝났다는 말을 하자마자 그녀가 질문을 해 왔다. 당장 내일부터 보컬과 댄스 트레이닝이 잡혀 있는 사람이 참 한가로운 말을 한다 싶었지만, 그런 감정을 보이지 않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엣, 저녁엔 들어가셔야죠. 내일부터 트레이닝도 꽤나 있을 텐데.”

 “그럼 더더욱 놀아야겠네요. 전야제라는 느낌으로. 술이라도 먹어야제?”

 뭔가 해냈다는 듯이 의기양양한 웃음을 짓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거절할 마음은 들지 않기는 하지만, 아저씨 개그는 좀 참아줬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해가 중천이었다. 나도 어디 가서 술은 좀 마신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왔었는데, 설마 그녀가 내 등을 두들겨 주는 사태가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약간 취한 내가 그녀의 노래 실력을 알아보겠다고 우겨서 들어간 노래방에서는 그녀가 노래를 정말 잘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것도 너무나 큰 오점이었다. 진짜 프로라면 그런 자리에서도 그녀의 장점을 찾아내어 기록해두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술을 취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알콜이, 어떤 의미로는 나보다 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어머, 프로듀서. 몸은 좀 괜찮으세요?”

 죽을 것 같은 몸을 일으켜 간신히 도달한 사무소에는 어제와 똑같이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이 여자, 간이 어떻게 생겨먹은 걸까.

 “죽지 못해 살아 돌아왔습니다. 아참, 그것보다 타카가키 씨. 잠깐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조심스럽게 그녀를 탕비실로 데려왔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탕비실 주변과 나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이거, 원래는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드리려고 했던 건데... ‘폐 끼쳐서 죄송합니다’가 더 의미가 커져 버렸네요.”

 어제 그녀가 못내 아쉽다는 듯이 내려놓은 목걸이를 건냈다. 커피숍에서 쉴 무렵, 커피를 시켜놓고 떨어트린 것이 있다는 핑계로 잠깐 커피숍 밖을 나가서 조심스럽게 사서 숨겨두었다. 그렇게 비싼 건 아니어서 크게 타격은 없었지만, 문제는...

 “사실 어제 헤어지기 전에 드렸어야 했는데 경황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내가 건네준 목걸이를 꺼내 목에 둘러보았다. 지금 입고 있는 녹색의 셔츠와도 잘 어울려서 다행이었다. 그녀가 말한 어울릴 법한 옷들 중에 이 옷이 포함되어 있길 바라고 있었는데.

 “...고마워요, 프로듀서. 소중히 하고 다니도록 할게요.”

 나를 보며 정말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니, 언제 어디서 주겠다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녀를 보며 비슷한 미소를 지으려 노력해 보았다.

 “아참, 프로듀서. 저도 어제 말씀드린다는 걸 깜박한 게 있는데요.”

 “네?”

 “그... 부르실 때, 이름으로 부르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왠지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나보다 좀 어렸다면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고 싶은 모습이었지만, 키도 큰 편인데다 나와 동갑인 사람에게 그렇게 하기는 조금 힘들겠지.

 “알겠습니다. 카에데 씨로 괜찮죠?”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바짝 들더니 뭔가 불만이라는 듯이 입을 비쭉 내밀었지만, 여기서 뭔가 더 호칭이 떨어져 나가면 주변에서도 그렇게 좋게 보진 않을 것 같으니, 나는 애써 그녀의 그런 표정을 무시해야만 했다.

 “여, 여하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네, 저야말로 많은 지도, 편달을 부탁드려요.”

 그녀의 대답에 나는 씩 하고 웃었다. 뭔가 불안감을 느꼈는지, 그녀는 약간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깨달은 뒤엔 너무 늦는 것이다.

 “그럼, 오늘부터 레슨. 바짝 시킬 테니까요.”

 “...어제 그렇게 마시구요?”

 하하, 괜찮은 모습이더니 정말로 그렇진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하얗게 질린 그녀의 손목을 붙들고, 앞으로 그녀가 빛나기 위해 땀을 흘리게 될 연습실을 향했다.







제가 처음으로 올리는군요.
이제 제 글을 보고 나서 다른 분들이 제 글보다 높은 퀄리티로 팍팍 올려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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