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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1.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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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3, 2012 06:53에 작성됨.

*캐릭터들이 심하게 망가집니다. 이런게 취향이 아니거나 못 보시는 분들은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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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세 이오리-


“칫.”

혀를 차며 팔짱을 끼고 이제는 나오지 않는 화면을 쳐다보았다. 결국 그 여자가 P의 집에 설치해둔 카메라를 철거한 것이다.


“건방진 짓을.”

나의 것을 내가 관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일을 그 여자가 방해한 것이다. 아직도 연인의 자리에 있다고 으쓱 되는 걸까?
불쾌한 표정으로 화면을 되돌려 그 여자가 사람을 부르고, 두 사람이 나간 후 들어온 업체의 사람들이 설치해 둔 카메라를 제거하는 것을 보았다. 업체사람의 손이 크게 보인 후 화면은 꺼졌다.

“주제를 모르고 정말.”

이를 갈았다. 다리를 꼬고 앉아 공중에 들린 발을 까닥거렸다. 어떻게 더 괴롭혀줘야 제대로 주제를 파악할까. 의원 일에 대해 한 바탕 쏘아줄 생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그 때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다.

-아가씨.
“무슨 일이야?”
-리카가 영화 촬영 중 스텝의 실수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합니다.
“병원에? 상태는 어떤데?”

입가에 미소가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

-일주일 정도는 입원해야 한다는 듯합니다. 하루유키 의원이 내일 아침 문병을 가는 듯 합니다.

하루유키 의원. 정당하게 상대를 몰아붙이는 사람이다. 그란 남자가 있으면서 내 계획이지만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 더러운 여자가 안긴 상대다. 그라면 아마 병원에 입원해 있는 리카에게 또 정신적으로 타격을 줄 것이다. 
……기회다. 그 모습을 보다가 내가 바로 이어 쏘아주면 그 더러운 여자의 정신을 완전히 한계까지 몰아붙일 수 있다. 주제도 모르는 그 더러운 여자에게 제대로 주제파악을 시켜주겠어.
나중에 그 더러운 여자를 다치게 한 것이 미키이고, 이 일을 계기로 미키가 요양을 위해 꽤 오랜 시간 휴가를 얻었다는 것을 리츠코로부터 들었다.
미키는 건방질 때도 있고 이기적일 때도 있지만 근본은 착하다. 그런 더러운 여자를 다치게 했다고 그리 상처받다니……. 
프로듀서만이 아니라 미키에게까지 상처를 주다니……. 765아이돌에게까지 상처를 준 것도 그냥 넘어 갈 수 없다.
옷을 차려 입고 명목상 문병을 위해 그 더러운 여자가 입원한 병원에 갔다. P가 리카의 갑작스런 입원으로 인한 스케줄 조절을 위해 병원에 없다는 것은 이미 조사를 끝낸데다 거기다 의원까지 거기에 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리카의 병실에 당도해 손잡이를 돌려보니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보통은 숨어든 기자도 있어 잠가놓는 경우도 있는데 운이 좋았다.
들키지 않게 문을 살짝 여니 그 더러운 여자와 비열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얌전히 숨어서 둘의 대화를 들었다.
더러운 여자는 불쾌한 표정이었고 의원은 시종일관 여유로워 보였다.
둘의 대화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몸을 팔고 돈도 받은 데다, 의원이 준비해준 큰 방송에 출연까지 확정되어 버렸다. 더 이상의 핑계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저 여자는 완벽하게 자신의 연인이자 프로듀서인 P를 두 번이나 배신하는 죄를 지은 것이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저 여자는 P와 어울리지 않는다.

“다행이군요. 거래도 있지만 누가 뭐래도 세계에 통할 최고의 아이돌은 당신뿐이니깐요. 주위에서도 이런 파격적인 대우는 이해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와 방송국에서 알아서 할테니 당신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방송 때보죠.”

그리고 의원은 리카에게 인사를 하며 병실을 나서려 했다. 그러다가 나랑 마주친 의원은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능구렁이 같은 남자. 증거도 남기지 않는다. 거기다 거래는 완벽하다. 
원래 뒷거래는 아무리 숨겨도 증거가 남는다. 하지만 이 남자는 이 조차 잘 남기지 않는다. 
받고서 준다. 이 거래를 이 남자는 철저하게 지킨다. 만일 받고서 주지 않는다면 거기서부터 삐걱거리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설사 상대가 나중에 거절한다 해도 주기로 한 것은 어떻게 든 준다. 그렇게 해서 거래를 말끔하게 끝내는 남자. 거래를 시작하면 원하든 원치 않던 결국 이 남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이번에 저 더러운 여자처럼 말이다.
이런 점은 이용해 먹을 때는 최고다. 저 국내 최고의 톱 아이돌인 리카에게 있어 이런 점은 정신적으로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이미 한 번 P를 배신했다. 거기다 원치않게 일까지 받음으로서 자신의 프로듀서의 노력까지 배신했다. 이리 되면 외면해하려해도 할 수 없다. 슬슬 머릿속으로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은 연인으로서 P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또한 아이돌로서도 그를 프로듀서로 두기에는 어울리지 않음을.

“오, 미나세가의 아가씨군요. 반갑습니다.”

의원은 나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다. 당연했다. 미나세가와 적을 두려는 의원 따위는 없다. 

“안녕하세요, 하루유키 의원님. 바쁘신 듯 하네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 상대는 의원이다. 미나세가의 영애로서 지금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하하, 그러네요. 미나세가의 영애이자 이런 미인이라면 차를 한 잔 대접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그럼 바쁜일이 있으니 가보겠습니다.”

참 반가운 말이다. 그와는 오래 엮이고 싶지 않다. 최대한 빨리 사라져. 

“네. 저도 안타깝지만 리카씨의 병문안을 온 거라서 말이죠. 그럼 안녕히 가시길.”
“좋은 시간 보내시길. 다음에 또 뵙죠.”

그와 겉으로는 좋은 분위기로 헤어지고서 침대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더러운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녀를 절망하게 하기 위해서는 단 한 마디면 충분했다.

“더러운 여자.”

이 한마디면 모든 것을 전달할 수 있었다. 내가 모든 걸 알고 있단 걸 그녀도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주제 파악을 못하는 멍청한 여자지만 머리는 좋다.
이것은 절망하려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확신했다. 난 속으로 웃으면서 더더욱 몰아붙였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주제파악을 시켜줄 것이다.

“정말 정도껏 해. 얼마나 곤란한지 알아? 당신이 저 하루유키 의원과 모텔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다행히 내 쪽에서 먼저 알아 미나세가의 힘으로 그것을 무마했지만. 당신 뿐이라면 몰라. P의 앞길을 망칠 생각이야?”

그녀는 무너지려는 자신을 지탱하려는 지 두 손으로 침대에 기대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지려는 그녀는 떨리는 눈동자로 나에게 변명을 하려고 했다.

“그건 이유가 있어서…….”

변명할 기회 따위 주지 않는다. 그럴 자격도 없다는 걸 알텐데?

“성실함으로 여기까지 해온 남자야. 그런 남자의 노력을 당신은 뭘로 아는 거야? 더럽게 몸이나 팔아서 일까지 얻다니. 헤, 최고네. 정말 최고의 아이돌이야. 몸을 팔아 얻는 일도 스케일이 틀리네. 다른 3류 아이돌이라면 겨우 지명 있는 방송에 출연하거나 마케팅에 도움 주는 정도일 텐데. 시의 지원을 받는 큰 프로젝트의 방송에 오디션도 없이 곧바로 세계와 경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해.”

나의 비아냥거림에도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떨리는 눈동자에는 두려움까지 쌓이기 시작했다. 슬슬 알아가는 것 같다. 자신의 주제를 말이다.
더더욱 두려워하고 주제를 깨달아. 나에게서 감히 내 사람을 뺏어가려 했던 자신을 말이야. 

“정말 최고라니깐. 그러고보니 프로듀서도 없이 톱 아이돌이 되었었지 이미? 그 말이 사실이었구나. 프로듀서의 도움 없이 이런 큰일을 따내다니.”

난 비웃으며 단 한마디로 그녀의 주제를 더욱 깨닫게 해주었다.

“정말 프로듀서는 필요 없잖아.”
“그, 그렇지 않아!”
“닥쳐!”

이 여자가! 아직도 주제를 모르고 나에게 말대답하며 P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그녀에게 짜증과 넌더리가 났다. 그렇게까지 이기적으로 고집을 부릴 생각인가? 그렇다면 더더욱 깨닫게 해주겠어. 지금의 자신이 어떤지를.

“보나마나 이거 P도 모르지? 그런 주제에 그렇지 않다고? 웃기지마. 당신은 P를 배신했어. 그러면서 뭐, 그가 필요하다고? 적당히 해. 이 더러운 여자가 주제도 모르고. 긴 말할 생각 없어. 당장 P를 놓아줘. 이 이상 당신과 계속하면 P만 불쌍해. 아, 걱정은 하지마. 그는 우리 765프로에서 고용할 테니.”

내 말에 그녀는 벌벌 떨면서도 나에게 손을 뻗어 내 팔을 잡았다. 불쾌했다. 더러운 그녀의 손이 나에게 닿은 것이.

“그럴 수는 없어! 이제 나에게는 그 사람뿐이야!”

그 말에 화가 나 소리쳤다.

“거짓말도 작작해!”

그 착한 사람을 더럽게 배신한 것은 당신이야. 그건 스스로도 깨달았을 텐데, 아직도 현실을 외면할 생각인가?

“그런 사람을 배신 한 건 당신이야. 더럽고 뻔뻔하게 그 사람을 배신하고, 더불어 톱의 자리에 있으면서 이런 더러운 술수로 다른 아이돌의 노력까지 우습게 만들었어.”
“그럴 의도로 그런 거 아니야!”

리카의 부정에 난 최대한으로 비웃어주며 비꼬았다.

“그럼, 이 사실이 거짓이라는 거야?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인가? 응? 말씀해 보세요, 국내 최고의 톱 아이돌 리카씨.”

내 팔을 잡은 그녀의 손을 쳐내 내 몸에서 치웠다. 집으로 돌아가며 샤워까지 해서 그녀의 더러움을 깨긋하게 지워내야겠다. 더러운 창녀 같은 여자. 
이런 모욕적인 단어를 직접 전하지 않는 것에 그녀는 안심해야 할 것이다.

“사실을 말하면 P도 충격을 받고 이대로 아이돌 업계에서 은퇴할 지도 몰라. 알아서 잘 숨겨서 P를 당신의 프로듀서 자리에서 해고해. 이건 경고야. 아니면 내가 직접 P에게 말하겠어.”

뭐, 여기서 포기할 것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주제파악이다. 지금 당장 P에게 사실을 전할 생각 따위는 없다. 나의 소중한 사람이 큰 상처를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이런 더러운 여자라도 헤어진다면 착한 그 사람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 상처는 최대한 작아야 한다. 대신 그 상처 받은 만큼 내가 보듬어 줄 것이다.
완벽히 나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

“안 돼, 부탁이야! 제발 부탁이야! 무엇이든 할게! 제발 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줘! 그 사람을 잃을 수 없어! 그가 없으면 난 더 이상 살 수도 없어!”

흥. 그녀의 애절함에 난 코웃음을 쳤다.

“그럼 죽어.”

그럼 죽으라지. 그럼 누가 신경이나 써줄 것 같나? 아, 있구나. 착한 그 사람은 상처를 받겠구나. 그럼 안 되는데. 뭐, 어쩌면 좋을지도. 절망한 그 사람을 내가 위로해 확실히 그 속을 저 더러운 여자 대신 나로만 채워도 좋을 것이다.
내 말에 그녀는 더욱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유쾌했다.
망가져가고 절망해 가는 그것이 연실이 드러나는 그녀의 모습이 기뻤다.
최대한 비웃어준다.

“왜? 살 수 없다며? 그럼 죽어. 더 이상 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깨끗하게 사라져. 당신이 죽는 다면 내가 뭐 죄책감을 느끼며 말릴 줄 알았어? 안 돼요 국내 최고의 아이돌인 리카씨! 이런 일로 죽으면 P가 상처 받아요!라고 할 줄 알았어? 국내 최고? 하, 웃기고 있어. 보나마나 이런 일로 얻은 자리겠지. 그래 놓고 그 자리를 이용해 P를 우리에게서 뺏어간 거겠지. 그럴려고 우리에게 그 아이카씨랑 고토씨, 페트씨를 보낸 거겠지? 뻔뻔해. 그래 놓고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 한 거야?” 


몰아붙이자 그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이렇게 극한 몰리면 아마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그중에는 날 죽여 증거인멸을 한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그것은 실행되지 못한다. 

“알아서 해. P가 계속 당신 곁에 있다면 내가 P에게 말하고서 그를 프로듀서로서 되찾아 올거야.”

그리고 몸을 돌려 병실 문으로 향한다. 그러면서 그녀의 기색을 살핀다. 그녀가 화분을 집어 들었을 때 잠시 미소 짓다가 차갑게 표정을 굳히고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바로 준비한 모욕적인 말을 그녀에게 해주었다.

“더럽고 뻔뻔하고 거기다 이기적이고 난폭하고 멍청하기까지 하네.”

그녀는 화분을 들고 날 노린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깨닫게 해주지. 그런 행동조차 용납이 안된다는 걸.
감히 이 미나세 이오리님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어떤 건지를.

“그걸 날 죽여서 증거인멸이라도 하게? 그 다음에 어떻게 하게? 그보다 그래놓고 P에게 말할 수 있어? 못하지. 그럼 또 P에게 거짓말을 하겠지. 사랑한다는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큰 거짓말을 계속하겠지. 그래 놓고 그의 연인이야? 하, 아니겠지. 그냥 당신에게는 심심풀이 놀이였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까.”

그녀의 손에서 화분이 힘없이 떨어지며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침대 바닥에 모으고서 그 손등에 이마를 박았다. 
난 그녀가 보지 않을 때 웃었다. 겨우 주제파악을 한 것이다. 자신이 이 나에게 어떤 자세를 취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를.

“죄송해요. 제가 멍청했어요. 제발 부탁해요. P에게 말하지만 마세요. 뭐든지 할게요. 제발, 제발, 제발…….” 

아직 P에게 말할 생각은 없다. 이렇게 시시하게 모든 걸 전할 생각은 없다. 전하는 것은 나중이다.
안심했을 때 P를 뺏을 것이다. 그래야 그녀의 절망이 더욱 커질테니깐.

“다음 주에 방송출연하지? 나랑 같은 방송으로 아는데. 일단 그 프로그램에서 빠져.”

난 몸을 돌려 그리 말했다. 그녀를 최대한 괴롭히기 위해 이만 물러나는 것이 좋았다. 여기서 더 망가지면 더 이상 고통을 줄 수 없다.

“시키는 대로 한다며? 일단 그 방송은 빠져. 더러운 것하고 엮이는 것도 역겨우니. 나머지는 좀 더 생각할게. 일단 P도 충격을 받을 테니 말하는 건 미루어 두겠어.”

아무리 국내 톱 아이돌이라도 그 방송을 자기 멋대로 빠진다는 것은 큰 타격이다. 아, 병원에 입원했으니 이해해줄지도 모르는 구나.
하지만 상관없다. 어쨌든 저 더러운 여자와 엮이고 싶지는 않으니깐.
시키는 대로 한다고? 후후.
좋아, 얼마든지 명령해주겠어. 그리고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확실히 최대한의 절망과 고통을 알려주겠어.
난 웃으며 병실에서 나왔다. 1층에 내려와 병원에서 나가려니 역시나 리카의 문병을 온 듯한 하루카를 만났다.

“어, 이오리? 여기에는 어쩐 일이야?”

하루카의 말에 난 웃으며 기분 좋게 말했다.

“리카씨의 문병을 왔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P의 아이돌이니깐.”

내 대답에 하루카는 웃으며 납득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구나. 사실 나도 그래. 다른 애들도 올 생각인 것 같아. 있단 미키도 온다했어.”
“그렇구나. 그럼 난 스케줄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나중에 봐 하루카.”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하루카도 같이 인사를 해주었다.

“그래, 나중에 봐!”

가다가 뒤를 보니 하루카는 들뜬 모습으로 리카씨에게 향했다.



 

-키쿠치 마코토-
프로듀서를 만난 것은 우연히다. 방송을 끝내고 나오는 데 PD와 만나고 온 듯한 어두운 표정의 그를 만난 것이다.
리카씨의 일은 들었다. 그로 인해 미키가 요양을 하는 듯 소란이 일어났었다. 리카씨의 일은 속이 시원했지만 그 머리를 내리친 것이 내가 아닌 것은 아까운 일이었다. 나라면 미키가 큰 상처를 받는 일도 없었을 텐데.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내 인사에 프로듀서는 어두운 표정을 짓다가 밝게 웃어주었다. 역시 그에게는 내가 필요하다. 저렇게 웃게 해줄 수 있는 내가 말이다.

“아, 마코토구나. 방송이라도 있어?”
“네! 이번에 스포츠방송에 MC로 갔다 왔어요. 지금은 휴식 중이구요.”
“스포츠라. 마코토랑 딱 어울리는 걸.”

프로듀서는 웃으면서 그리 말해주었다. 하지만 이런 방송이 살짝 마음에 안 드는 점도 있었다.

“그런가요? 뭐, 그렇긴 하지만. 귀여운 거랑 거리가 먼 것 같아 좀 그래요.”

내가 불만스럽게 말하자 프로듀서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기분 좋아 나도 모르게 고양이 입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아. 마코토는 충분히 귀여우니깐. 건강한 점이 멋지기도 하지만 열심히 움직이는 마코토의 모습은 귀엽기도 해.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코토가 귀여운 여자아이란 걸 충분히 느끼고 있을 거야.”
“귀엽다니, 프로듀서도 참.” 

나에게 귀엽다고 말해주는 남자도 프로듀서가 처음이었다. 지금은 귀엽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고 있지만, 여전히 멋있다거나 남자답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듣고 있었다. 
예전에 프로듀서는 나에게 곧잘 진심으로 귀엽다고 해주어서 좋았는데……. 리카씨가 이대로 은퇴하면 다시 돌아와 주실까? 아니, 프로듀서라면 꼭 다시 돌아와 주실 거다. 

“리카씨 이야기는 들었어요. 리카씨는 괜찮아요?”

프로듀서의 얼굴이 순간 어두웠다가 이내 지친 미소가 떠올랐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내가 걱정하는 건 힘들어 하는 프로듀서뿐이지만. 그런 오해를 굳이 부정하지는 않았다.

“리카씨의 상처는 심한가요?”
“하하,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일주일 정도인데, 다음 주면 바로 복귀할 거야. 난 좀 더 쉴 거 권했지만 리카가 고집을 부리네.”

그리고 살짝 한숨을 내쉬셨다. 프로듀서를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나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영화촬영도 위험한게 아직 많은데……. 액션전문가를 초빙할까 고민 중이야.”
“그렇군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휴게실의 의자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순간 어느 생각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내 스케줄을 생각해보았다. 평소에는 프로듀서들이 관리해주지만, 지금은 방송이 갈라져 이렇게 단독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그래, 이건 기회다.

“그럼 제가 그 액션 지도역을 해도 될까요? 액션배역으로 경험도 많아 충분히 도움이 될 거에요.”

내 제안에 프로듀서가 놀란 모습을 보였다.

“에, 하지만 마코토 바쁘잖아?”
“하하, 괜찮아요. 요즘 널널하거든요. 물론 전문가들보다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리카씨라면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다 프로듀서의 소중한 아이돌이기도 하니 제가 돕고 싶어요.”

물론 널널한 건 뺄 수 있는 스케줄을 지금 뺏기 때문이다. 나중에 직접 전화로 사과해야 겠다. 뭐, 어차피 빠져도 그만인 스케줄이었지만.

“믿음직하지 않다니, 그렇지 않아. 마코토만큼 신뢰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지. 그럼, 부탁해도 될까? 그럼 나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프로듀서가 내 손까지 잡으며 그리 부탁하자 난 얼굴을 붉혔다.

“얼, 얼마든지요. 오히려 제 쪽에서 부탁하고 싶어요. 그럼 언제부터 하면 되죠?”

내 질문에 프로듀서는 손을 놓고 메모장을 꺼내 스케줄을 확인했다. 그가 손을 놓자 아쉬움을 느꼈다. 프로듀서의 손, 따듯하고 의외로 컸다. 

“음, 아직 퇴원 전이라 확실하지 않네. 나중에 연락을 따로 줄게.”
“후후, 기대하고 있을 게요 프로듀서.”

이걸로 프로듀서와 더욱 자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리카씨의 퇴원 후, 그 지도가 정말 기대 된다.하하



 

-시죠 타카네-
달칵.
컴퓨터 프로그램을 띄어 사진을 확인했다.
나와 프로듀서가 다정하게 라면을 먹는 모습. 그리고, 프로듀서와 리카씨가 다정하게 데이트 하는 모습. 데이트 모습은 우연히 시내에서 발견한 것이다. 우연히 시내에서 한 음반매장에 들어가 사진을 찍던 모습을 발견했다. 그 후 두 사람을 미행하며 괜찮은 사진을 몰래 입수했다. 이 두 사진다 연인 사이로 보일 수 있는 사진들이다. 난 그 사진을 보며 승리에 찬 미소를 지었다. 
이 두 개를 각자 두 개의 계정으로 만든 메일로 두 명의 기자들에게 보냈다.
리카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이 기회다. 아마 2,3일 뒷면 두 개의 스캔들이 떠돌 것이다.
나와 프로듀서의 연인설. 그리고 리카와 프로듀서의 연인설. 
리카씨는 물론 나도 인기아이돌이다. 거기다 두 인기절정의 아이돌과 소문이 난 한 명의 남자. 당연히 큰 뉴스거리다.
담당아이돌과 프로듀서가 소문이 나서 좋을 것은 없다. 거기다 나까지 같이 엮였으니 착한 프로듀서는 많이 미안해 할 것이다. 
그럴 때 어쩔 수 없는 척 제안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도 있으니 내가 대신 프로듀서의 연인인척 하겠다고. 프로듀서는 처음에 이 제안을 거절할 것이다. 하지만 이 소문을 진정 시키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는 연인임을 확실히 전할 수밖에 없음을 곧 깨닫고서 받아 들 일 수밖에 없다.
가짜 연인이라도 좋다. 가짜라도 한 동안 둘의 사이를 공고히 알리기 위해 데이트도 할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실수로 키스타임 같은 이벤트가 있는 곳으로 가면 키스정도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정도 기회면 된다. 처음에는 가짜라도 진짜인 관계로 굳힐 자신은 있었다. 
후후, 곧 일어날 곤란한 스캔들이 기대가 되네요


-호시이 미키-
리카씨가 깨어났다는 말을 듣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해 리카씨가 입원한 층에 도착하니 우연히 하루카를 만나게 되었다. 하루카도 리카씨의 병문안을 왔던 듯 했다.

“하루카? 하루카도 리카씨의 병문안?”
“맞아. 미키도 병문안 왔구나. 이제 괜찮아 미키? 휴가까지 냈다더니…….”

하루카가 걱정하며 물어왔다. 하하, 걱정을 끼쳐버렸구나.

“괜찮은 거야. 리카씨도 괜찮은 것 같고. 오늘 병문안 가면서 사과도 할 거야.”
“리카씨라면 미키를 용서해 줄거야. 그러니 그렇게 걱정 하지마. 사실 미키보다도 스텝의 실수가 더 크니깐…….”
“하지만 내리친 건 미키인걸. 거기다 미키도 부주의했어.”
“미키……”

시무룩해지는 내 모습을 보고 하루카도 같이 표정을 어둡게 하다가 특유의 밝은 웃음을 지었다..

“너무 그리 자책 하지마. 난 스케줄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 아, 리카씨 지금 많이 젖었거든? 바빠서 제대로 닦아주지도 못하고 오는데, 좀 부탁할게!”
“그건 나에게 맡겨둬! 그럼 나중에 봐 하루카!”
“응. 리카씨를 부탁할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하루카를 배웅한 후 곧 바로 리카씨가 입원한 병실에 갔다. 문이 잠겨 있어 문을 두드리자 물에 젖은 지친 리카씨의 모습이 보였다. 환자복까지 젖어 속옷마저 비치고 있었다.

“아, 미키양. 안녕하세요? 와줘서 고마워요.”
“리카씨 감기 걸려요!”

태연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리카씨. 하지만 난 그 모습에 놀라 급히 문을 닫고 리카씨를 침대로 데려가 닦아드리려 했다. 하지만 침대 시트도 심하게 젖어 있어 그것도 갈아야만 했다.
분주하게 간호사를 불러 시트까지 간 후 리카씨를 침대에 앉히고 옷까지 갈아입힌 후 머리를 말려주었다. 그러는 동안 리카씨는 어딘가 맥빠진 모습으로 얌전히 있으셨다.
붕대는 머리를 말려야 감을 수 있어 현재 붕대는 풀려 있었다.
머리를 말려주면서 난 조심스럽게 리카씨에게 그 때의 일을 사과했다.

“저, 죄송해요. 그 때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내 사과에 그제야 리카씨는 평소의 미소를 지어주었다.

“괜찮아요. 미키씨의 잘못이 아닌 걸요. 저 때문에 일까지 쉬시다니……. 너무 그렇게 자책하지 마세요.”
“리카씨…….”

너무 간단히 나를 용서해주시는 리카씨의 모습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난 눈물이 날 것 같은 걸 참으며 말을 돌렸다.


“허니랑은 연락했는데 이제 한 시간 정도면 온데요. 먹고 싶은 거 있음 연락 달라는데요? 뭐 먹고…….”
“허니?”

내 말에 리카씨가 움찔 거리며 그 호칭을 따라 부르셨다. 하지만 리카씨가 여전히 웃고 계셔 난 아무렇지 않게 계속 말했다. 평소에도 아무렇지 않게 하던 말이라 신경을 쓰지 못했다.

“네. 허니가…….”

그 때 리카씨가 웃으며 내 팔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그 눈은 평소와 달랐다. 불안하면서 금방이라도 무언가 깨질 것 같은 눈이었다.

“허니라니…….”
“리, 리카씨 아파요.”
“뺏지 말아줘요.”

아파하는 날 알아채지 못하고 리카씨가 말했다. 순간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뺏지 말라니?

“리카씨?”
“뺏어가지 말아줘요. 미워하셔도 좋으니깐 제발 저에게서 P를 뺏어가지 말아줘요!”

어딘가 발작을 일으키는 듯 말하는 리카씨의 모습은 무서웠다.

“지, 진정하세요.”
“절 때리신 것도 용서할게요! 아니, 오히려 미안해요! 그 정도로 제가 미웠다면 사과할게요! 그러니 제발 P만은…….”
“틀려요! 일부러가 아니에요! 그보다 미워하지도 않아…….”
“제발 뺏지 말아줘요! 부탁해요!”
“리카씨!”

겨우 리카씨의 팔을 뿌리치고 급히 간호사를 불렀다.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불안하고 금방이라도 망가질 듯한……. 아니, 이미 망가진 모습이었다.
간호사를 부르는 동안에도 리카씨는 계속 나에게 사과하며 허니를 뺏지 말아달라고 했다. 평소의 당당한 그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 겁이 났다.
간호사와 의사는 곧바로 달려와 급히 리카씨를 진정시켰다. 그 동안에도 겁 먹은 난 부들부들 떨면서 허니에게 연락해 금방 와줄 것을 부탁했다.
리카씨……. 나 때문인 거야? 내가 머리를 다치게 해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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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는 그냥 문병만 왔다갔습니다. 설마 무슨 짓을 했을까....
리카는 소울잼이 있었음 두 번은 마녀화 되었을 듯. 미키는 덩달아....
쓰고서 느낀 거지만 모른다는 건 정말 큰 죄인 것 같아요. 
아니, 별 뜻 없어요. 그냥 그렇다고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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