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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내버려둘 수 없으니까"

댓글: 18 / 조회: 1145 / 추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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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7, 2018 00:10에 작성됨.

1편 [치하야 "괜찮아"]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115600

2편 [하루카 "괜찮다고 했으면서"]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11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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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는 옆에 묵묵히 앉아있는 치하야를 힐끗 바라보았다.
푸른 머리카락, 눈이 있을 부분에 둘러진 흰 붕대, 그리고 하얀색과 푸른색이 번갈아 나타나는 환자복. 겉에는 얇은 갈색의 외투를 걸치고 있다. 춥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하야쨩. 저어-"
"응?"


앉아있는 채로 대답하며 고개를 돌린다. 그 때 치하야의 눈동자를 볼 수 없다는 것에, 하루카는 큰 슬픔을 느꼈다. 정말로 좋아하는 눈인데.


"그... 춥진 않아?"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물어보고 하루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로 물어보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인데. 그런 하루카의 작은 한숨까지 면밀하게 들은 치하야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선, 덧붙이듯이 말한다.


"이건 그냥 진료 후에 감은 것 뿐이야. 이젠 이렇게 할 필요 없지만... 합병증의 염려가 있어서 진료받은 거였거든. 걱정하지 마."
"그, 그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들은 듯 치하야가 그렇게 말하자 하루카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다른 걸 말하고 싶었는데, 입이 막힌 듯한 느낌과 함께 하루카는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예전보다 더 마른 듯한 치하야의 모습에 가슴이 시려왔다.

 

 

 

 

 

 

 

염려했던 대로 1년 전부터 쭉 그래왔다는 이야기에, 하루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인공 호수의 물냄새가 코 끝을 맴돌았다. 약간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카는 어때. 잘 지냈어?"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약간은 기쁜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묻는 치하야를 바라본 하루카는, 응,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요구하는 듯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는 치하야를 잠깐 보다가 하루카는 말을 이었다.
 

"이제 해외에서도 가장 성공한 일본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미키랑 프로듀서씨랑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아하하....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어."
"뭐야, 그게. 나한테 올 생각이면 좀 더 엄청난 성과를 들고 왔어야 하는 거 아냐?"
"아앗, 미, 미안해! 그, 그렇지만 기껏해야 1년이잖아..."


그렇게 중얼거리던 하루카는 치하야가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다. 볼 수 없는 눈으로 가만히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카는 그렇게 느꼈기에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로 치하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치하야는 잠시 그렇게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


"볼 수 있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 건 처음이야..."


치하야의 그 말에 하루카는 순간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닐 것이다.
어둠 속에서 지내면서, 어둠 속에서 살면서, 그렇게 살면서, 몇 번이고 바랬을까.


"앗, 하루카?"


갑작스레 자신을 끌어안는 그 느낌에 치하야는 놀라며 그렇게 하루카를 불렀다. 하지만 하루카는 아무 말도 않은 채로 치하야를 끌어안고 있었다. 자신을 끌어안은 하루카의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느낀 치하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래?"


조용히 물어보며 손을 뻗어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하루카는 치하야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미안해...!"
"...하루카.."
"미안, 미안해. 전부 내 탓이야...프로듀서씨도 그렇고, 왜 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만 하는 걸까..?"


자신만 아니었다면 치하야가 눈을 희생할 일은 없었을텐데.
그 사실에 절규하고 싶은 기분을 느끼며, 하루카는 치하야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자신을 보지 않는, 보지 못하는 그녀를.


"내가 정신만 차리고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치하야쨩이 이렇게 힘들어하지 않게 할 수 있었을텐데... 미안, 미안해, 미안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쏟아져 나온 눈물이 옷깃을 적셨다. 그런 하루카의 품 안에 안겨 멍하니 있던 치하야는, 다시 하루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난 괜찮아."
"...치하야쨩."
"네 탓이 아냐, 하루카."


그 말을 부정하듯, 하루카는 강하게 치하야를 끌어안았다. 더 강하게, 치하야를 품 안에 새겨넣으려는 듯이, 더 강하게. 그런 하루카를 조용히 다독이며 치하야는 속삭였다.


"하루카는 이보다 더 무서운 어둠에서 날 구해줬었잖아."
"어둠...?"
"그러니까 괜찮아. 나는 괜찮으니까..."


부드럽게 하루카의 등을 다독이던 치하야는 마치 서로의 심장에 새기듯, 천천히 말했다.


"나는 괜찮아. 그러니까 울지마."


그 말에 하루카는 멍하니 있다가 오히려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에 치하야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을 보지 못한 채로 하루카는 치하야를 끌어안은 채 울며 말했다.


"어째서, 어째서 괜찮다고 하는거야! 괜찮지 않을 텐데도, 어째서, 치하야쨩은..."


조금은 약해져도 좋을텐데. 계속 괜찮다고만 했었다.

 
"이제 다시 세상을 보지 못한다고 해도, 후회는 없어."

 
그런 하루카의 귓가에 속삭이듯 치하야가 말했다. 하지만 치하야의 얼굴은 치하야를 끌어안고 있는 하루카를 향해서가 아니라, 저 먼 하늘을 향해 있었다.
그 하늘에 빛이 있더라도, 색이 있더라도, 이제는 어둠밖에 볼 수 없다.
그렇지만.

 
"하루카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었으니까."


그 말에 하루카는 울며 치하야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금방 바스라져 버리기라도 할 듯한 그녀는, 손 안에서조차 너무나도 약하게 느껴졌다.
치하야에게 있어 눈의 희생 쯤은 아무 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게 있어선─

 
"괜찮다고, 괜찮다고, 거짓말만, 쭉, 거짓말만 하는거야...? 괜찮을리, 없으면서...! 그저, 쭉... 괜찮다고만..."
"하루카.."
"난 믿었단 말이야... 치하야쨩의 말... 그때도, 내 앞에서 멋대로 떠나버리려 해놓고선, 또 다시 떠날 리가 없다고, 괜찮다고, 치하야쨩이 괜찮다고 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쭉 믿고서, 치하야쨩을 만나기 위해서, 다시, 다시..."


말이 어지러워졌다.
마음 속에 떠오르는 말들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다시 만나서, 치하야쨩이랑 마주하고 이야기 하기 위해서, 1년 간 열심히 노력했는데, 어째서 치하야쨩은...! 거짓말쟁이..."


눈물이 섞인 탓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 하루카의 품에 안긴 채로 있던 치하야는 손을 뻗어 조심스레 하루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야기는 할 수 있잖아?"
"그런 게 문제가 아니잖아! 그러면, 치하야쨩은... 치하야쨩은..."


아까 떠올랐던 무서운 생각을 입에 올린다.


"치하야쨩은, 나를 미워했어? 치하야쨩의 세상을, 치하야쨩이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을 빼앗아간, 그런 나를 미워했어? 그런 생각이 들어서, 무서워서,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단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는 하루카의 말에 대답하지 않던 치하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소리가 그렇게 무섭게 들리긴 처음이었다. 무슨 말을 들을지 무서웠다.

 
"하아...하루카. 다시 한 번 말할게."


더듬거리던 손이 하루카의 눈가를 찾아,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이건 진심이야. 난 괜찮아."

 
몸이 아니라, 마음이.
난 이런 결과라도 충분했으니까.

이 어둠 속에서도 쭉 하루카를 볼 수 있었으니까, 너라는 강한 빛을 볼 수 있었으니까 괜찮아.
그런 말은 하지 않은 채, 치하야는 하루카를 끌어안았다.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그 말이 하루카에게 전해지기를 빌며.
자신의 태양을.


그녀의 품 속에 품었던, 접할 수조차 없던 강한 빛을.

 
"난 괜찮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치하야의 품에 멍하니 기대어 있던 하루카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친구는, 이 세상 최악이자 최고의 거짓말쟁이다. 그것만은 틀림없었다.


"치하야쨩은, 정말로, 정말로 바보야... 정말로...!"
"미안해."


그리고 울며 내뱉는 하루카의 말에, 치하야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무엇을 위해 사과하는지, 무엇 때문에 화내는지조차도,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조차, 희미해져 버린 채로. 무엇이 잘못인지조차 모르는 채로.
다만, 눈 앞에 있는 진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고통에 눈물을 흘릴 뿐.

 

 

 

 

 

 


치하야의 병실까지 동행한 하루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침묵에 익숙한 듯이, 치하야는 하루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병실의 침대에 걸터 앉았을 뿐이었다. 그런 치하야를 멍하니 서서 바라보던 하루카는 치하야가 뭔가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귀를 열었다.


"여기 앉아. 아니면, 이미 앉았어?"
"아, 응."


치하야가 자신의 옆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그제사 깨닫곤 고개를 끄덕이며 그 옆에 앉는다. 치하야는 그런 하루카를 보지 못한 채 조용히 미소지었다. 옆에 하루카가 앉을 때 느껴지는 진동으로도 앉았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런 치하야를 바라보던 하루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하야쨩, 난 오늘 저녁이면 돌아가야 해."
"어, 그렇게 빨리?"
"2박3일뿐인 휴가라서.."


놀란 표정으로 그렇게 묻는 치하야에 하루카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랑 만나느라 시간을 다 써버렸고, 이라고 덧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치하야는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쉽네. 오자마자 돌아가다니... 하기사, 톱 아이돌이니까 이렇게 자리를 비우는 것도 힘든가."
"헤헤... 그래서, 치하야쨩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거든."
"응? 뭔데?"


치하야는 돌아보지 않은 채로 그렇게 물었다. 보이지 않으니까, 시선을 맞출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 사실에 하루카는 조금 안타까움을 느끼며, 잠시 말을 멈췄다. 하루카가 말을 잇지 않자 의아한 듯 치하야가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잠시 뒤에서야, 하루카는 입을 열었다.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그 말에 치하야는 놀라며 하루카를 돌아보았다. 돌아보았다기 보단, 단순히 그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린 것이었지만. 그리고 치하야는 자신의 눈이 보이지 않음에 아쉬워할 수 밖에 없었다. 하루카가 지금 어떤 표정인지, 볼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하루카는 진지한 표정으로, 시선을 약간 내려 꽉 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래는 만나서 안부를 전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갈 생각이었어. 이번 외출 후 아무 일도 없으면, 아마 몇 달 뒤엔 치하야쨩을 또 보러 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치하야쨩의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
"...하루카."
"분명 이오리도, 마미도 도와줄거야! 난 이런 치하야쨩을 두고 갈 수 없어! 응, 조금 이른 것 뿐일거야. 나, 원래 생활이 좀 더 안정이 되면, 그 때 치하야쨩도 데려올 생각이었어. 하지만 도저히... 이런 치하야쨩을 혼자 여기에 두고 갈 수 없어!"
"잠, 잠깐, 하루카, 조금, 흥분한 거..."
"나 때문이잖아!"


그 말에 치하야는 입을 다물었다. 치하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것에, 하루카는 치하야가 그 사실을 부인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치하야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하루카가 치하야를 끌어안는 것이 먼저였다.


"지금... 난 무엇보다도 치하야쨩을 지키고 싶어..."


그 때보다 더욱 약해진, 더욱 지내기 힘들어진 치하야를 지키고, 보살피고 싶다.
서로에게 길을 열어주었던, 자신의 친구를 지켜주고 싶었다.


"하루카, 그렇지만..."


치하야가 한숨을 섞어 그렇게 입을 열었다. 치하야는 하루카의 등으로 손을 뻗어, 하루카의 등을 토닥였다. 그 감각에 하루카는 치하야를 바라보았지만, 치하야는 하루카를 바라보며 미소지어주지 않았다. 다만 말을 이었을 뿐이다.


"단지 그런 이유로 날 데려가겠다는 건, 하루카의 고집이야."
"고집이 아니야."


자신을 걱정하는 듯 그렇게 말하는 치하야의 말을 부정하고 끌어안는다.
그 말에 치하야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루카의 얼굴이 있을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하루카는 조용히 그 뺨에 키스했다. 그 감촉에 치하야가 놀란 표정을 짓기도 전에 하루카는 강하게 말했다.


"난 치하야쨩을 곁에 둘 생각이었어. 원래부터."


강하게, 한 글자 한 글자, 그 귓가에, 그 머릿속에, 그 마음 속에 새겨지도록.


"......치하야쨩을 좋아하니까."


그 말에 치하야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을 때, 하루카의 입술이 치하야의 입술에 맞닿았다. 그 때 그 의미를 치하야는 깨달았다.
여기서 거절한다면, 하루카의 고백을 완전히 거절하는 것이 되는 것.
그리고 승낙한다면, 하루카와 함께 가겠다는─


망설이던 치하야는 하루카가 자신의 허리를 안았을 때, 손을 뻗어 하루카의 목을 끌어안았다. 잠깐 하루카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 의미를 깨달은 양 곧장 해오는 열정적인 키스에 치하야는 그대로 끌려가버렸다.
서툴지만, 그 열정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키스였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생각과, 그 생각의 열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달고 뜨거운 한숨과 함께 떨어졌을 때, 치하야는 진심으로 하루카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째서인지는 몰랐다. 단지 하루카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전에 없을 정도로 분했다.


"...치하야쨩."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치하야는 대답 대신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무척이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랑 같이 가자."


다시 한 번 반복되는 말에 치하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그 순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었다.
진짜는, 함께 가고 싶었던 것인데.


그런 치하야의 의사 표시에 하루카는 치하야를 끌어안으며 치하야의 눈을 감고 있는 붕대 위, 본래 그 갈색 눈동자가 있을 장소에 입을 맞췄다. 시력를 잃었어도, 그 위에 느껴지는 감각은 있기에 치하야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하루카는 그런 치하야를 안은 채 조용하게 말했다.


"치하야쨩의 빛도, 가지고 있던 꿈도, 다시 되찾아 줄거야. 반드시."


너의 세상을.
그 말에 치하야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쓰게 웃으며 조용히, 아주 조용히- 낮게 말했다.


"그러면 좋겠지만... 그럴 필요 없어."
"응? 뭐라고 했어, 치하야쨩?"
"아니, 아무 것도."


치하야의 말에 하루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곧 하루카는 치하야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곤 조용히 치하야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하루카를 보지 못한 채 단지 피부만으로 느끼며 치하야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면 좋을 것이다.
사실대로 말한다면 무엇보다도, 하루카의 얼굴을 보고 싶다.


그렇지만 이 어둠은 그 전에 있던 어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하루카는 이미 자신을 어둠 속에서 꺼내주었으니까.
그 깊은 어둠 속에서.


그러니까, 다시 한 번은 바라지도 않았다.
단지─ 하루카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 분할 뿐.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억누른 채, 하루카는 치하야를 기다렸다.
치하야가 뉴욕에 온 지 반년 째. 온 이래로 쭉 이오리의 원조와 마미와 그 부모님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치하야는 딱 한 번 '무엇인가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이 것이 보이는 건지는 모르겠다'라고 말을 했을 뿐 그 이외에는 치료 상태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것이 괜한 기대를 방지하기 위한 치하야의 배려라는 것을 하루카는 이미 알고 있었고, 치하야의 눈의 상태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는 자신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치하야가 잠시 외출 좀 갔다오겠다고,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미키와 함께 나갔다는 것에 하루카는 약간 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동시에 치하야의 눈의 상태에 뭔가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닐지 기대를 품은 상태였다.


하루카가 프로듀서에게서 들은 바로는 슬슬 치하야가 올 시간이다.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만약 자신의 생각이 틀렸더라도 실망감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하루카는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도착한다면, 말을 하고 가지 않은 것도 있고, 프로듀서에게도 '바로 하루카에게 간다고 했어' 라는 말을 들은 상황이었다. 그녀라면 분명─


"하루카. 안에 있어?"


똑똑, 하는 정확한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뛸듯이 놀란 하루카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설레임을 억지로 억누른 채로 말했다.


"으,응! 들어와!"

 
약간은 목소리가 들떴을 지도 모른다.
그런 자신에게 바보같이, 라고 중얼거리며 하루카는 두근거리는 눈동자로 문을 바라보았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치하야가 있었다.


"...치하야, 쨩..."


자신도 모르게 하루카는 멍하니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에 치하야가 약간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

 
"어떨까... 어울려? 미키는 어울린다고 해줬지만..."


그 말에 하루카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치하야의 복장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완전히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갑작스레 쓰고 나타난 안경이라는 것일까. 푸른 테에, 상당히 두꺼운 알은 그녀의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런 자잘한 것보다도 하루카는 하나의 사실에 집중했다.


"이제 보이는 거야?!!"
"아니, 뭐... 한 달 간격으로, 일주일 정도밖에 보이진 않을 것 같지만... 일주일 뒤엔 다시 시력이 약화되서, 치료를 받아야 할 거야. 거기다가 시력이 무척 나빠져서, 안경을 써야 했어. 안경 값이 장난이 아니었다니까, 정말로..."
"으응, 어쨌든 보인다는 거지? 지금, 내가 보여?"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그렇게 묻는 하루카를 보며, 치하야는 웃었다.


"응. ...후훗, 여전한 걸, 하루카는."

 
재회한 지 여섯달 만에 처음으로 보는 하루카의 얼굴이다.
그런 사실에 치하야가 감격하기도 전에 먼저 하루카가 마음껏 감격한 듯, 달려와 치하야를 끌어안았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치하야쨩!"
"앗, 하루카! 위험하잖아!"
"정말로, 정말로 다행이야..."


화내는 것에도 아랑곳않고 그렇게 말하는 하루카에, 치하야는 한숨을 섞어 웃음을 지었다. 생각해 본다면 기껏해야 한 달에 일주일 뿐이라는 건데. 하지만, 그 때만이라도 세상을 볼 수 있다.
그 때 동안만이라도, 하루카를 그 눈으로 볼 수 있다.
그 사실에 치하야는 순수히 기뻐하기로 했다.

 
"하루카."
"네~에?"


이름을 부르는 치하야에, 하루카는 치하야를 돌아보았다. 치하야의 눈동자는 똑바로 하루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실에 하루카가 다시 감격에 빠져들려는 순간, 치하야의 입술이 살짝 하루카의 뺨에 와 닿았다.

 
"...고마워."

 
작게 남긴 인사.


넌 그 때도, 지금도, 나에게 빛을 찾아주었어.


두 번이나 어둠 속에서 꺼내 주었어.
그러니까─

 
"정말로, 고마워... 하루카."


그 말에 하루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강하게 치하야를 끌어안았을 뿐이었다.


+


"마미는? 마미는?! 마미한테도 감사를 표해도 좋다궁, 치하야 언니!"
"분위기 깨지 말고 좀 다물고 있어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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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넘었네. 이런!

 

아무튼 하루치하 키-스 빌런 종특은 어디 가지 않습니다 ^호^

대본식으로 써도 아마 나오지 않을까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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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안경치하야!

안경캐는 안경 벗은 것이 좋고 비안경 캐는 안경끼는 것'도' 좋다는 아이러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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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게임내에서도 쓴적이 있나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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